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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드라마 / 2017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 130분, 청소년 관람불가, 2018.03.22 개봉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배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마이클 스털버그
아미라 카서
에스더 가렐
반다 카프리올로
시놉시스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1983년 이탈리아, 열 일곱 소년 Elio(티모시 샬라메)는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오후, 스물 넷 청년 Oliver(아미 해머)가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오면서 모든 날들이 특별해지는데...

Elio의 처음이자 Oliver의 전부가 된
그 해, 여름보다 뜨거웠던 사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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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
4.01점
키노라이트 분포
13개
237개
별점 분포
리뷰
85

misty S 님의 리뷰
2018.04.08 15:25:16
정말 오랫만이었다.
영화가 다 끝나도록 자리를 뜨지 못했던 건 정말 오랫만에 있는 일이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 특히 어린 남자주인공의 감정과 동화되어, 그의 눈물이 나의 눈물이 되어 같이 쏟아내었던 건 정말 오랫만에 있는 일이었다.
주인공 엘리오(티모시 살라메 役)의 한없이 순수했던 사랑의 상실을 표현하는 그의 눈동자는 날 충분히 그에게 스며들게 만들었다. 뜨거웠던 여름날 그에게 찾아온 태양같던 사랑, 그리고 태양이 지듯 때가 되어 그를 보내야만 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소년의 마음을 담아낸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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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혁 님의 리뷰
2018.03.30 11:52:53
_남아있는 여름, 그런 사랑

나는 단지 나인 것으로, 그는 단지 그인 것으로 완전한 세상. 끊임없는 변화로 흔들리지만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는 강물같은 세상. 그래서 가냘프고 동시에 완벽한 어느 여름의 세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거칠게 정의된 마음을 섬세하고 세세한 결들로 채색한 풍경이다. 1983년 이탈리아 북부 어느 휴양지에서 열일곱 소년 엘리오가 아빠와의 인연으로 찾아온 남자 올리버와 만나7주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그리는데, 얼핏 전형적인 시작에 불과했던 만남이 우정보다 완벽하고, 사랑보다 특별한 여름을 만들어낸다.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란 점에서, 손님과의 사랑이란 점에서, 언젠가 끝나고 마는 여름이란 점에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애초부터 애달프다. 사랑이란 고작 두 글자를 우정이란 이름 안에 감추어야 하는 마음이, 사랑에 다가가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부정해야 하는 마음이,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자 하는 안쓰러운 시간이 영화엔 차곡차곡 쌓여있다. 욕실 문을 통해 연결되어 있지만 엘리오와 올리버의 방은 서로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고, 서로 마음을 느끼고 있지만 사랑의 시작은 더디기만 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소리로, 유독 큰 소리를 내는 방문을 통해, 동상과 조각으로 남아있는 수 백년 전 누군가의 마음을 보여주며 미약하지만 소중한 사랑을 예감한다. 어느 이탈리아 북부, 손님이 찾아온다.

영화에는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을 은유하는 장치가 여럿 있다. 올리버의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오 가족과 올리버는 살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영화는 살구란 이름, apricot의 어원이 꽤나 복잡하다고 설명한다. 엘리오는 프렌치, 이탈리안임과 동시에 유대인이며, 올리버는 유대인 미국인이다. 하지만 살구는 어원이 어떻듯 어김없이 살구며, 엘리오 역시 태생이 어떻듯 어김없이 엘리오다. 수 많은 변화를 통해 같음이 유지되는 강물처럼 세상의 많은 건 어쩌면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무언가일지 모르겠다. 영화는 그런 여린 믿음으로 흘러간다. 동시에 유대인이라는 공통점과 살구 주스를 유독 좋아하는 올리버, 그리고 바흐의 곡을 리스트, 부조니 스타일로 변주해 연주하며 올리버에게 다가가는 엘리오. 영화가 바라보는 사랑은 이렇게 뜨거운 어느 여름녘이 아닌 그 이후 피어나는 가녀린 아지랑이다. 단순히 남성과 남성의 사랑이라, 게이의 로맨스라서가 아니라 외면받고 소외되는 마음의 언저리를 감싸안는 상냥함이 영화엔 있다. 한동안의 냉랭한 시간 이후 '휴전'이라 말하며 엘리오가 내민 손은 수 백년 전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동상의 팔 한 쪽이고, 가녀린 용기를 내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I wanted you to know'라 고백하는 장면은 거의 잊혀져 어쩌면 엘리오만이 기억하고 있을지 모를 1차 세계대전 피아베 전투의 기념비 앞에서다. 둥근 기념비를 돌며 점점 멀어지던 둘은 몇 분이 흘러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그 애절한 순간 후 둘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그건 결코 같은 자리가 아닐 것이고, 세상은 어쩌면 둥근 원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넘어 그 주제를 가능케 하는 세계를 펼쳐낼 때 영화는 영화 이상이 된다고 믿는다. 그저 애달픈 사랑이 아닌 애달플 수 밖에 없는 사랑은 그런 세계에서 가능하다. 최근 본 영화 중에선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그랬고, '레이디 버드'가 그랬으며, 나라타쥬'가 그랬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열일곱 소년의 여름을 통해 세상의 무수히 많은 흔들림을 담아낸다. 가시적으로는 엘리오의 마음이 그렇지만 영화 곳곳엔 강하지 못해, 확신할 수 없어, 그렇게 나아가지 못해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순간들이 여럿 있다. 소파에 누워있는 엘리오를 머리 위에서 잡아낸 앵글은 엘리오의 가녀림을 부각시키고, 엘리오는 유독 자주 웅크려 눕는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 엘리오의 아빠는 그 순간들의 소중함을 얘기한다. '아프고 힘들 때마다 마음을 떼어내면 남아있는 게 없다. 기뻤던 순간 만큼 아프고 슬펐던 순간 또한 안고 살아가야 한다.' 빨리 끝나버리기를 바랬던 여름은 손님 올리버로 인해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계절이 되었고, 시간은 무정하게 흘러 겨울이 오고 말았다. 하지만 '콜 미 유어 네임'에서 네 토막 난 계절은 별 의미가 없다. 여름이 끝나도 엘리오의 마음 속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엘리오는 엔딩 크레딩이 올라가는 동안 겨울임을 알리는 벽난로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물을 흘린다. 그건 여름의 눈물이고 아직 남아있는 여름의 시간이다. 함께 떠난 여행 마지막 날 새벽 아직 자고있는 엘리오를 바라보는 올리버의 시선과, 올리버가 떠나가고 빈자리가 되어버린 침대를 내려다보는 올리보의 시선이 아직 거기 남아있다. 엘리오의 여름은 아직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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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원 님의 리뷰
2018.03.30 19:02:21
1983년 이탈리아, 17살 소년 '엘리오'는 여름 기간 동안 자신의 부모님 별장에 머물 손님이자 아버지를 도울 보조 연구원으로 24살 '올리버'를 만나게 된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후보 등에 오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년 89회 아카데미에서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가지고 가면서 더 이상 퀴어 시네마가 홀대받을 장르가 아니며, 이는 앞으로 퀴어 시네마를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영화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방향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이번 영화 역시 가장 권위 있는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기쁠 일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엘리오'의 기억 일부분이다. '올리버'가 잠시 상점에 들렸을 때, 그 짧은 순간에 '엘리오'는 '올리버'를 그리워한다. 그렇기 영화에서 음악이 흐르고 이는 중간중간의 점프 컷과 흐린 초점, 필름의 잔상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나타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다른 퀴어 시네마와는 달리 조금 독특한 인물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요 인물이 될 두 명의 관계만을 돈특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대부분의 영화가 이 전개를 택한다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7살 소년 '엘리오'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처음부터 지닌 동성애가 아닌 같이 교감을 하면서 생겨나는 경우이다. 그니까 다시 말해 '엘리오'를 처음부터 동성애자로 만들지 않고 성장하면서 생겨나는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이는 후천적으로 얻은 것이며 선천적인 결과물과는 분명 다르다.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도 분명 다를 것이다.


단순한 퀴어 시네마가 아닌 성장하면서 배우고 잃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을 깨우치는 영화이다.


독특한 인물의 관계만큼 영화도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퀴어 시네마는 동성애자를 다루면서 동시에, 동성애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영화이다. 그렇기에 외부의 시선들과 대립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대립이 아닌 포용의 영화이다.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동성애를 내부에서 외부로 맞서는 이야기가 아닌 외부에서 내부로 파고 들어가며 17살 소년과 24살 청년의 관계를 바라보는 온전히 두 인물 사이에 관계 형성을 다루고 있다. 그러기에 대립이 아닌 포용으로서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엘리오'와 '올리버'의 예외적인 만남으로서 사랑의 보편성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보편적인 인식과 달리 서로가 만나는 순간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성별은 중요치 않고 그래서 영화는 이들이 왜 사랑하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여기서 이유를 밝히는 것은 무의미하며 밝힌다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것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영화는 이들이 사랑하는 이유가 아닌 결과만을 보여주며 결코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저 보편적인 인식과는 다를 뿐이다. 차이를 이해하는것이 아닌 사랑하는데 차이 자체가 없다는걸 영화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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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님의 리뷰
2018.03.24 21:48:40
말로써 옮길 수 없는, 오직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무엇을 감상할 때가 더러 있다. 이를테면 루카 구아다니노가 담아내는 공간 같은 것들. 그러나 그의 신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공간보다 더 눈에 들어온 것은 캐릭터였다. 적절한, 너무나도 적절한 캐스팅과 더불어 데뷔한 지 몇 년 안 된 95년 생의 티모시 샬라메가 온몸으로 연기하는 첫사랑에 빠진 소년 연기까지 배우들이 공간보다 더욱 반짝거린다.

하필 무관의 제왕 게리 올드만을 지금 아카데미에서 만났던 것이 그의 죄라면 죄일까. 당시에는 해당 영화를 보기 전이라 최연소 노미네이트 소식에 기대보다는 의아함이 앞섰는데 모두 말끔히 해소됐다. 노미네이트에서 그치지 않고 수상까지 했더라도 딱히 토를 달기 어려웠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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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민 님의 리뷰
2018.03.03 02:44:40
사랑이란 감정은 그 어떤 때보다 많은 감각들이 나타나고 되살아난다. 특히 첫사랑은 그 어느 순간보다 예민하기도 하지만 서툴기도한 시간들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오감을 넘어선 느낌이 가득히 마음을 적셨다.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때가.

그간 접했던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이번 영화의 결은 보다 온순해졌다. <아이 엠 러브>와 <비거 스플래쉬>에서 보였던 투쟁하듯 날카롭던 진한 사랑이 아닌 절절하고도 애틋한 '첫사랑'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사실 딱히 붙일 말이 없는 영화이다. 영화적인 해석이나 의미풀이를 한다면 하겠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그런 영화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풀어낼 여력도 없는 필자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내미는 손길에, 내음에, 소리에, 구미에, 그리고 눈빛의 하나하나에 빠져보길 바란다.

엘리오가 메모장에 적은 글귀가 안타깝게 벌써 희미해져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올리버가 자기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적었던 장면이 있다. 우리는 참으로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하기 힘들다. 인정하기 싫기도 하고 내가 인정한다고 해서 상대가 아니면 그것대로 또 상처를 받는 건 나이고, 그런데 또 그렇게 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 용납할 수 없는 태도임에 분명하지만 영화는 그런 감정을 곡해하지 않게 잘 그려냈다. 그래서 보듬어주고 이해해주는 엘리오 곁의 인물들이 참 부럽기까지 한 순간이었다.

사실 이 애틋한 사랑 속에서도 더욱 빛을 발하는 사람은 엘리오의 엄마와 아빠, 부모님이었다. 그 시대의 그 어떤 부모가 어떤 왜곡된 시선없이 자식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이물감없이 그들의 사랑을 볼 수 있을까. 엘리오의 때를 봐가며 한 마디 한 마디 나름의 삶 속에 겹겹히 쌓아온 사랑이란 경험을 말해주는 그 순간순간들은 매우 따뜻했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단추 있는 청셔츠, 호숫가, 좀 짖궃은 장난들. 네 이름으로 가득 채운 여름날, 살구, 함께했던 시간들.
올리버와 함께했던, 이 찬란했던 여름을 지나서 소복히 쌓은 눈이 가득한 겨울을 맞이한 엘리오는 이미 예감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했던 말들을 떠올릴 것이고 그는 다시 여름을 찾아나설 것이다. 아니, 사계를 함께할 사람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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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 님의 리뷰
2019.10.04 20:14:46
To. 푸른 첫사랑의 성장통을 나누고 싶은 이들에게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푸른 빛이 도는 화면과 노란 캘리그래피의 대비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소년이 청년을 만나 처음으로 사랑을 배우고 성장통을 겪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툴고 설익은 시절 만난 첫사랑은 이뤄지기 힘들고 그렇기에 더 아름답습니다. 첫 이별의 상실감을 피하기 위해 좋았던 기억까지 잊는다면 사랑을 통해 성장한 우리의 모습도 사라집니다.

완벽하게 이뤄지진 않았지만 그 상처, 슬픔, 추억 모두 설익은 나를 성숙하게 하는 거름으로 하라고 말하는 거 같네요.

From. 가람

p.s 편지의 나머지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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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 님의 리뷰
2019.03.25 16:46:45
선명하고 푸르렀던 첫사랑의 기억
오래도록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하고 미뤄 놨던 ‘Call me by your name’을 봤다. 감각적인 영화였다. 푸르렀고, 선명했고, 찬란했던 여름의 햇살 같았던 영화. 오프닝부터 감각적이었고, 끝까지 감각적이었던 영화. 감각을 살아나게 만드는 영화라고 하면 조금 더 비슷한 표현이 될까. 사실 대단한 스토리는 없었다. 그냥 사랑 영화였다. 굳이 우여곡절과 복잡한 갈등 라인을 넣지 않아도, 사랑은 사랑만으로 이미 극적이다. 첫사랑을 앓는 과정을 담아낸 영화였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느낌이 많이 달랐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파랑이 돋보이는 영화라면, ‘Call me by your name’은 초록이 돋보이는 영화였는데, 각각의 색이 주는 느낌이 다르듯이 두 영화가 그려내는 사랑의 느낌도 달랐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그 사랑과 이별의 과정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온전히 엠마가 되어서 마음 시린 영화였다면, ‘Call me by your name’은 엘리오에 온전히 몰입하기보다는 나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누구에게나 선명하고 푸르렀던 첫사랑이 있으니까. 지나가고 나서, 기억 속에서 더 찬란하게 반짝이는 순간들. 이탈리아의 햇살이 내려앉아 더욱 선명하고 반짝이는 장면들을 보면서, 제멋대로 필터가 덧씌워져 실제보다 찬란하게 남아 있는 과거의 감정들을 떠올렸다. 온전하게 특정 순간들이 떠올랐던 건 아닌데, 그냥 그 시절의 말랑거리고 몽글거리는 감정들이 밀려왔다.

후반부 엘리오의 눈빛과 표정을 보면서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사실 콜바넴은 기대가 너무 컸던 영화여서, 막상 보면서는 그렇게 막 특별하지는 않은데, 싶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20분 정도에 감정이 휘몰아쳤다. 특히나 마지막에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나오는 엘리오의 롱테이크 신은, 말이 필요 없던 장면. 첫사랑을 앓고 난 이후에 나는 어떤 표정을 지었었나. 담담하게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엘리오가 올리버의 전화를 받으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입혔듯. 그 관계가 끝난 이후에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단 하나의 관계가 변화하는 것뿐인데 그게 뭐 대수라고, 생각하려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괜찮은 척 마지막을 말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청승맞게도 눈물이 자꾸만 났다. 올리버가 알지 못했던 엘리오의 순간들, 표정들, 그가 알지 못했던 나의 순간들, 표정들. ‘Call me by your name’은 그런 영화다, 그렇게 흘러가 버린 순간들을 갑작스럽게 불러오는.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음악이 완벽했다.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올해 여름 내내 Call me by your name 사운드트랙을 들었고, 그 중에서도 ‘mystery of love’는 거의 이번 여름의 주제곡처럼 많이 들었다. 아마 이번 겨울의 주제곡은 ‘Visions of Gideon’이 되지 않을까. 음악이나, 색감이나, 감정선이나 어떤 측면에서 보나 새벽에 보기에 완벽한 영화.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라면, 콜바넴을 보기를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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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8 18:54:57
티모시 샬라메보러 갔다가 아미해머에게 치이고 왔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어 퀴어 입덕용으로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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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 님의 리뷰
2018.04.06 14:24:02
괜찮아, 사랑이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으로 사랑을 들여다본다. 그 사랑의 겉모습은 동성애일 수도 있고 첫사랑일 수도 있으며, 찰나의 폭발일지도 모르고 오래 남은 여운일지도 모르며, 환희라거나 비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중요한 건 그 모든 게 결국 사랑이라는 범주 안에 있다는 거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외친다. '괜찮아, 사랑이야.' 다만 이 작품이 보여주는 건 그저 그런 사랑이 아니라 '네 이름은 내가 가질테니 내 이름을 네가 가지라고, 그리고나서 각자의 이름으로 상대를 불러주자'고 말하는 그런 마음이다.

이런 사랑에 취하지 않을리 없다. 관객은 '1980년대 이탈리아 북부 어딘가'로 빨려들어간다. 여름 햇살, 소년과 청년, 두 대의 자전거와 수영하던 호수, 함께 누웠던 풀숲과 마주보고 섰던 광장이 있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조바심내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한 장면 한 장면을 쌓는다. 그렇게 완성되는 건 한 단어 혹은 하나의 이미지로 대체 가능한 박제된 사랑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기에 규정하기 어려운 생물(生物) 같은 사랑이다. 영화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거의 모든 종류의 감정을 지켜보게 한다. "네가 느끼는 걸 느껴라." 이 대사는 그래서 필연적이다.

열일곱살 소년 엘리오(티머시 섈러메이)는 매년 여름이 되면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북부 별장으로 향한다. 지겹고도 여유로운 한 때를 즐기던 중 미국에서 손님 한 명이 온다. 고고학자 아버지(마이클 스틸버그)의 연구를 도우며 여름 휴가를 즐기려는 스물넷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다. 건장한 체격에 수려한 외모, 박식하기까지 한 그는 금세 동네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런 올리버를 바라보던 엘리오는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예외적인 만남은 사랑의 보편적 속성을 더 절실히 드러내 보인다. 중요한 건 그들의 성(性)이나 나이가 아니다. 사랑은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순간에 인정하기 어려운 사람 사이에서 싹튼다. 엘리오와 올리버가 서로에게 왜 끌리는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 건 그게 무의미하다는 걸 알아서다. 그들은 그저 어깨에 슬며시 얹은 손에 알듯 모를 듯한 신호를 담았던 그 순간의 느낌에 관해 언급할 뿐이다. 애초에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거라면 우리는 연인에게 '널 만난 건 행운이었어'라고 말할 이유가 없다. 아버지 또한 엘리오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서로를 '발견'했으니, 정말 운이 좋은 거야."

이 섬세한 영화는 입 밖으로 나온 사랑한다는 단어만이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고 말한다. 슬쩍 흘리는 눈빛도, 괜한 퉁명스러움도,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도, 차가운 물에 상대를 따라 발을 담그는 것도, 괜스레 발과 발을 겹쳐보는 것도 사랑이다. 그러니까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르거나 너의 옷을 내가 입는 건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행위다. 카메라는 느리지만 정직하고 진솔하게 그 모든 찰나를 담는다. 이런 방식은 노골적인 섹스 시퀀스는커녕 격하게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 하나 없이도 그들의 사랑을 더 절절히 감지하게 한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사랑의 형태를 두고 함부로 저울질하지 않는다. 저돌적인 엘리오의 사랑이 수세적인 올리버의 그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반대로 본능적으로 현재에 충실하려는 엘리오의 사랑보다 이 관계의 미래 또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올리버의 사랑이 더 성숙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랑은 숱한 멜로 드라마가 품어왔던 고전적인 주제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고민들이기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고 중요한 건 사랑 그 자체라고 강조한다.

사랑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펼쳐놓지만, 결국 구아다니노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이별과 상처다(원작인 안드레 아시먼의 소설 제목은 '그해, 여름 손님'으로, '손님'이라는 단어에 이미 이별이 암시돼 있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별이 있을 수 없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상처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별과 상처 또한 사랑이다. 슬픔에 빠진 엘리오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우리는 상처를 너무 빨리 치유하고 극복하려다가 자신을 망쳐. 인생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런 낭비가 어딨겠니. 슬픔과 아픔을 없애려고 하지 말거라."

이별과 상처가 곧 사랑이라는 걸 영화는 수차례 강조한다. 엘리오와 처음 입을 맞춘 직후 올리버의 옆구리에 난 상처는 곪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그 다음 날, 엘리오는 난데 없이 코피를 쏟는다. 그들이 여행을 떠나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엘리오가 구토를 하며 쓰러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이 결정적으로 관객의 가슴을 치는 순간은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최악의 아픔을 안기는 통화 장면이다.

영화는 부숴지고 잘려나간 다양한 고대 조각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문을 연다. 엘리오의 아버지 역시 유물을 연구한다. 엘리오와 올리버는 조각상 한 점을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장면을 함께 목격한다. 그 조각들이 바닷 속에서 닳고 낡고 깨져서 불완전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더이상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다. 깊은 바다에서 기어코 조각을 끌어올리는 건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은유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말하는 사랑이다.

(글)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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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문 님의 리뷰
2018.04.04 22:29:47
햇빛에 취하고, 첫사랑에 취하게 하는 영화.
좋았던 것이 많지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고, 안 좋았던 건 더더욱 이야기하기 어려운 영화.

두 사람만이 있는 공간에선 모든 것이 두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듯 보인다. 눈부신 햇살과 투명한 계곡, 그리고 조용한 시골길을 오갈 때, 세상은 둘만을 위한 것이 된다.

수프얀스티븐슨의 음악은 영화 감정선의 큰 맥을 이어가며 우리 안의 엘리오를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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