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드라마 / 2017

개요
드라마, 미국,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8.03.07 개봉
감독
션 베이커
배우
윌렘 대포
브루클린 프린스
브리아 비나이트
크리스토퍼 리베라
발레리아 코토
멜라 머더
케일럽 랜드리 존스
에이든 말릭
조시 올리보
시놉시스
2018년 우리를 행복하게 할 가장 사랑스러운 걸작!
"안심하세요 나랑 있으면 안전해요"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매직 캐슬’에 사는
귀여운 6살 꼬마 ‘무니’와 친구들의
디즈니월드 보다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
98.11%
4.11점
키노라이트 분포
3개
156개
별점 분포
리뷰
85

2018.01.23 00:59:42
이 영화를 만난 것이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였으니까 거의 4개월이 지나간다. 조금은 어렴풋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기도 한데, 금주 토요일에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기도 하다. 영화의 세세한 장면 하나 하나가 기억에 나는 건 아니지만 어떤 명징한 이미지와 느낌은 여전히 남아 있다. 포스터와 영화의 이미지들이 보여주는 색감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다수겠지만 이 영화는 생각처럼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제목이 의미하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의미 뒤에 숨은 이야기들이 종종 가슴이 아프기도 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그런 영화라고나 할까.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디즈니월드 인근의 매직 캐슬 모텔에 거주하는 엄마 핼리와 딸 무니. 모텔임에도 장기투숙하고 있는 여러 가족들의 사연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낸 현실을 보여준다. 지나치게 밝고 뽀사시한 색감의 모텔의 풍광은 오히려 역설적일만큼 현실과는 반대의 모습이다. 그곳에서 무니를 비롯한 아이들은 한없이 철없는 동심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냥 어리다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그들만의 세상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그대로 펼쳐진다. 실제로 내 아이, 내 조카였다면 폭발하고도 남았을 여러 사건들이 관찰자 입장이다 보니 그저 흐뭇하다. 대신 아이들이 모텔에 거주하면서 나름의 삶을 영위하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 몸부림을 통한 체득으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짠해지는 구성이다. 아이들의 에피소드들은 마냥 동화처럼 행복하고 유쾌하게 그려져 있지만 반대로 엄마 핼리의 생계 활동은 아주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처럼 이해가 되기도 하다가 안타까움의 탄식으로 이어진달까. 이런 일련의 에피소드가 화창한 플로리다의 더없이 아름다운 색감의 모텔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이 마치 비현실적인 것 이상의 초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엔딩을 보고 나서도 동화처럼 보이지 않는다고나 할까. 동화와 현실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매개체 같은 역할을 모텔의 매니저인 바비, 윌렘 대포가 맡았다. 마냥 까칠하고 직업정신 투철한 사람 같다가도 어느새 인정많은 사람이기도 한 그의 모습은 아마도 두 모녀를 바라보는 보통의 인간 세상 다수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무니에겐 응원을, 엄마 핼리에겐 동정을, 바비에겐 자신을 투영하여 감정이입을 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가 싱글맘을 바라보는 시선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을 때론 동정으로 때론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다가 반대로 외면할 때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모든 것을 영화가 끝날 무렵까지 함부로 좌절에 빠지지 않고 함부로 낙관하지 않으며 세 인물의 감정선을 쭉 따라간다. 그럼에도 충분히 몰입도 좋고 재밌다. 그저 무니의 장난스런 표정만 봐도.... 이 영화의 엔딩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히 말하면 열린 결말이고 직접적으로 해석하면 그들만의 디즈니월드, 네버랜드가 되겠지만 관람 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몰려온다. 이 영화는 어떤 의미에선 무니 버전의 <델마와루이스>와 같은 강렬한 엔딩 이상이다. 지금도 계속 머리 속에 맴도는 무니의 마지막 한 마디와 그 눈빛, 그 눈물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작품은 아쉽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내겐 마지막 무니의 표정만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주고 싶고, 그 잔상과 여운만으로 2017년 최고의 영화였음을 고백한다. 다른 사람에겐 그 정도의 영화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겐 근래 가장 큰 감정의 파고를 몰고온 영화가 바로 <플로리다프로젝트>다.

무니야? 잘 지내고 있지? 세상에 흔들림 없는 꿈을 꾸렴
무지개가 뜨는 곳에서 만나자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타잔 님의 리뷰
2018.03.07 12:55:25
TV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얘기하면 아무리 허구의 이야기라도 말도 되지 않은 설정들은 쉽사리 설득되지 않는다. 그 '말도 되지 않은 설정'의 천국은 TV드라마속의 내용들이다. 20대가 대기업의 부장이나 사장이고, 집에서도 언제나 반듯한 정장 차림을 고수하고,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제단된 인형회사의 인형들 같이 이쁘고 잘 생긴 사람들만 모여 있는 그러한 설정들은 현재 내가 살아가는 현실에 쉽게 대입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모습은 대표적이다. 그 나이에 맞는 천진난만 함은 찾아볼 수 없고 모든 아이들의 눈높이는 어른들에게 맞춰져 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로 관객들을 놀래키기가 다반사다. 혹자들은 그러한 아이의 모습에 감동적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저 아이의 모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 작가의 생각을 가만히 읊조린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내가 늘 봐오던 주위의 아이들의 모습을 TV 드라마속에서 찾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디즈니랜드의 맞은편, 싸구려 모텔 '매직캐슬'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 중에서 미혼모인 엄마와 둘이 살아가는 6살 아이 '무니' 의 이야기다.


'무니'는 그냥 여섯살 아이다.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아무런 목적없이 뛰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깔깔 거릴 수 있는 여섯살 아이들이다. 여섯살 아이는 당연하게 철부지다. TV드라마속 여섯살이였다면 어른들을 훈계하는 듯한 대사와 행동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하지만, 그것은 실제가 아니다.

아무말 대잔치는 기본이고, 궁금한 것은 못참고 저질러 보는 철없는 행동, 그래서 건물에 방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거짓말을 한번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안절부절하며 한나절만에 친구따라 강남이라도 갈 것 같이 쉽게 소통되는 그들의 모습이야 말로 진짜 아이들의 모습이다.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것 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기본적인 욕망이 우선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현실속에서 봐오는 미운 여섯살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무엇보다 영화속 아이들은 거의 뛰어다닌다. 강아지들만 질주의 본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역시 아직은 세상의 하나하나가 재밌고 궁금한 것 천지다. 그 아이들의 뜀박질만으로 이 영화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철없는 엄마를 둔 무니는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즐겁지만, 엄마는 그렇지 않다. 그러한 힘겨운 시선들은 주인공 뿐만이 아니라 '매직캐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이러한 삶을 사려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거칠고 철없게 살아가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불편함은 있지만, 그 불편함은 우리가 감추고 싶었던 정곡을 찌른다.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훈계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각각의 삶의 모습에 경건하고 신중하며 아름답게 바라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시선을 따라 감춰진 본능을 오랜만에 꺼내보며 어렵지 않게 '매직캐슬' 사람들의 삶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무니'를 연기한 '브루클린 프린스'는 말 할 것도 없고, 온몸에 문신을 하고 담배와 마약은 기본이며, 쌍스런 욕과 손가락질을 아이가 있는데도 거침없이 하는 엄마 '헬리'로 분한 '브리아비나이트' 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발굴한 완벽한 캐스팅이고, 그외에 다른 배우들도 거의 처음 영화를 접하는 이들이고, 이 모든 캐스팅은 SNS에서 발굴 했거나, 플로리다 현지 오디션과 실제 모텔에 거주하는 이들을 캐스팅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는 더 신선하고 더 완벽한 리얼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었을 것 같다.

그 와중에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매직캐슬의 매니저 역의 '윌리엄 대포'의 연기 또한 최고다. 올해 아카데미 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쓰리빌보드>의 '샘록월'이 수상했지만, 그가 수상했다고 해도 전혀 이견을 달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TV드라마로는 만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만약 드라마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싫다. 당분간 TV드라마는 계속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작년에 본 <아메리칸 허니>와 많이 겹쳐진다. <아메리칸 허니>가 날 것 같은 청춘들의 삶이였다면 <플로리타프로젝트>는 빈민층의 날것 같은 시선들이다. 두 영화 모두 '기똥차다!' 처음 접한 '션 베이컨' 감독의 다른 영화도 찾아보고 싶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두통 님의 리뷰
2018.04.11 16:57:26
플로리다 주, 어린이들의 꿈 디즈니월드 근처의 어느 모텔에 아이들이 산다. 무니, 스쿠티, 잰시. 무니와 스쿠티는 '매직 캐슬'이라는 모텔에 산다. 모텔은 원래 장기 거주가 금지되어 있지만 매주 방세를 내는 조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장기 거주를 하고 있다. 대부분 홈리스들이다. 무니 엄마는 싱글맘에 직장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있다. 그래서 수입은 가끔씩, 염가세일로 산 향수들을 고급 리조트 입구에서 무니를 데리고 숙박객들을 따라다니며 파는 거다. 그것도 리조트 관리스텝의 눈을 피해서 해야한다. 스쿠티의 엄마도 싱글맘. 그녀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동안 스쿠티를 무니의 엄마에게 맡긴다. 스쿠티의 엄마가 무니와 헤일리(무니 엄마), 스쿠티의 점심을 책임진다. (일하는 식당에서 몰래 와플을 챙겨준다.무니와 스쿠티가 가서 받아온다.)잰시는 근처 '퓨처랜드'라는 이름의 모텔에 할머니와 동생과 산다. 잰시의 엄마는 15살로, 그녀가 철이 들때까지 할머니가 키워주기로로 했단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건 무슨 다큐멘터리 같다. 우울한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 그런데 이 아이들이 한없이 밝다.무니 스쿠니 잰시는 금세 친구가 된다. 무니랑 스쿠티가 잰시네 차에 침뱉고 욕하다 걸려서 안면을 튼 것인데, 아이들은 못말린다. 그냥 깔깔 웃다가 마법처럼 친구가 된다.
아이들이 어떻게 노냐, 아이스크림 집 앞에서 손님들에게 잔돈을 달라고 구걸(미안하지만 구걸이란 단어 말고 적합한 것을 못찾겠다.)해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산다. 그래서 셋이 한입씩 나눠 먹는다. 폐허가 된 집으로 가서 물건을 부수고, 던지며 (불도 지르고)논다. 모텔 관리실에 가서 전기 파워를 내린다거나, 수영장에 옷을 벗고 썬탠하는 '글로리아'를 놀리며 논다. 손님들 괴롭히지 말라고 내쫓는 아이스크림집 주인에게 '우리도 손님이에요!'라고 당차게 받아치고 웃는다. 나라면 엄청 주눅들거나 울어버릴 것도 같은데, 얘들은 세상 밝다.
사실, 이런 영화인 줄 몰랐다. 마케팅이 너무나 오색찬란 밝았다. '탠저린'의 션 베이커 감독이라는 사실에 마냥 밝진 않을거라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영화 마케팅과 실제 내용의 괴리감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포장한 건지 알 것 같기는 하다. 혹자는 영화 소개글을 보고 영화를 관람한 후 이 소개글은 사기가 아니냐는 말까지 하더라. 글을 쓰면서 네이버에 이 영화 줄거리를 다시 보니 좀 너무하는 거 같긴 하다.

션 베이커 감독은, 이제껏 소외된 사람들의 반짝이는 이야기를 길어 올렸다. 그의 작품중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정식 개봉한 것이 '탠저린'과 '플로리다 프로젝트' 두 편인데. 두 작품 다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가 특징이다. 너무 생생해서 이게 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핸드헬드 촬영때문에 보는 동안 머리가 좀 아팠던 탠저린은 아이폰으로만 촬영한 영화였다. 그리고 편집의 리듬이 경쾌하다.
이번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는 실제로 비전문 배우와 베테랑 배우를 모두 캐스팅하기도 했는데 그 연기 앙상블이 무척 훈훈하고 훌륭하다. 무니 엄마 헤일리는 션 베이커 감독이 인스타그램에서 발굴했다. 실제 모텔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이 영화는 아역배우들이 정말 너무 반짝반짝 빛났는데, 어떻게 이런 빛나는 연기를 끌어냈는지 모르겠다. 정말 엄청나게 사랑스럽다. 특히 브루클린 프린스는 이 영화의 최고 보물이다.

'탠저린'도 그랬다. 주인공이 자꾸 지 무덤을 파는데, 정말 뜯어 말리고 싶은데 영화는 그 인물이 끝까지 가도록 내버려둔다. 아닌 길을 위태위태하게 질주하는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뭔데 너를 뜯어 말리냐 싶은 순간이 온다. 사실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제일 괴롭다. 도덕적 판단을 뛰어 넘어 연민하고 연대하도록 마음을 움직인다.
(...)
*전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DaDaSi 님의 리뷰
2018.03.19 03:08:28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 3가지.

1. 겁많은 개가 짓는다. - 단순히 이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신이 궁지에 몰리게 되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 사나워지게 된다. 이것이 안 좋은 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왜 거친 언행을 보여주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사회적 약자인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을 무시하고 천대하는 이들에게 당하지 않게 하기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 도와주고 싶어서 느껴지는 답답함. - 영화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월렘 데포가 맡은 바비의 감정과 비슷하다. 그들이 짜증나기도 하지만 그들을 지켜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야생돌물같은 그들을 어떻게 도와줘야할지 혹은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고 방관하려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내 주위에 이런 친구들이 있다면, 바비와 비슷한 행동을 보일 것 같다. 그들과 엮이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으나 그 방법도 잘 모르고 이런저런 답답함이 있을 것 같다.

3. 느끼는 것이 맞다. - 영화를 보면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 영화를 사람들은 왜 좋다고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데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남들도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영화를 끝까지 봤을 때, 그들이 말하려던 것이 무언인지 알았다. 그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영화초반에 그런 감정이 드는 장면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말하려던 것은 뭐야?'라는 질문의 답은 당신이 느낀 그 감정과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듦으로써 얻어지는 새로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된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RUISHU 님의 리뷰
2018.02.10 01:45:49
국내 3월 7일 개봉 예정작이자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플로리다 프로젝트>. 개봉 전 CGV 김영하, 김세윤 작가와의 GV를 통해 미리 관람할 수 있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더불어 아카데미 후보작 중 가장 기대하던 영화라 오랜만에 설레기까지 했다.

미리 말하자면 제목과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사랑스럽고 상큼한 느낌의 판타지 영화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분위기와 색감이 핼리와 무니의 비극적인 삶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껏 관람해온 모든 영화들 중 가장 다채로운 영상미를 지닌 독특한 영화인데 확실히 그런 점에서 보면 <탠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이어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감독이다.

우선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플로리다 디즈니랜드 반대편에 살고 있는 미혼모 핼리와 그녀의 사랑스럽고 개구진 딸 무니에 대해 보여준다. 1주일치 방세를 내기도 빠듯한 삶이지만 누구보다 자유분방하고 거리낌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핼리와 무니는 모녀라기보단 자매에 더 가까워 보인다. 값싼 향수로 호객행위를 하는가 하면, 다른 호텔에 무단으로 침입해 식사를 하고, 급기야 해서는 안될 짓까지 저지르는 핼리를 보면 막연히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어쨌든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몇몇 다른 영화들이 무심코 생각났는데 사회 취약계층이 호텔에 장기 투숙하는 모습은 앤드류 가필드 주연 <라스트 홈>과 비슷했고, 아동국에서 무니를 데리고 가려는 모습은 <초콜릿 도넛>을 떠오르게 했다. 둘 다 지극히 아끼는 작품인데 영화가 끝나고 김세윤 작가가 <라스트 홈>을 짧게 언급하시길래 역시 사람 보는 눈이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었다.

워낙 이런 타입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나 같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어렵지 않으면서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작품이라 할 말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윌렘 대포의 연기도 좋았지만 역시 가장 임팩트 있었던 건 무니도 다른 누구도 아닌 핼리였다. 신선한 마스크에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어 더욱 처절하기까지 한 그녀를 힘껏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션 베이커 감독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 캐스팅한 신인 배우라고 하니 확실히 둘 다 재능도 배포도 장난 아니다.

110분의 러닝타임 내내 올해 본 영화 중 단연 인생작일 뻔 했지만 마지막 3분 동안의 믿을 수 없는 결말이 영화를 망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마다 저마다의 해석이 있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겠지만 나한테는 아쉬웠다는 소리다. 결말의 임팩트가 조금 무뎌질 때쯤 아마 정식 개봉하면 한 번 더 보러 갈 것 같다. 무니와 핼리가 또 보고 싶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8.08.22 01:46:42
아이스크림과 와플을 먹고싶은 평범하고 순수한 바램도 너무나 참혹한

행복의 디즈니랜드 뒷편의 아이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새봄 님의 리뷰
2018.08.10 19:25:28
무니가 좋아하는 나무처럼, 쓰러진 채로도 아이들은 계속 자라난다.
*

1. 초반에는 연신 아이들만의 세계가 그려진다. 이때 어른들의 얼굴은 중요 인물이 아닌 이상 나타나지 않으며 나오더라도 적은 분량만을 유지한다. 또한 이 세계를 깨뜨리려는 불온함은 바비에 의해 저지된다.

2. 아이들의 걸음을 집요하게 쫓아가는 이유는 '아이들의 세계'를 완전히 구축하기 위함이다. 다소 동화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디즈니 아울렛, 건물 구석과 공원 등이 그렇다.

3. 서사가 위기를 맞게 되면서는 본격적으로 아이의 세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서사'가 조금씩 개입하며, 그 상징으로 무니와 스쿠티는 멀어지게 된다. 이때 '어른 서사'의 중심은 핼리와 애슐리가 이루고 있다. 와플과 향수는 각각 그들의 철저한 생계 수단을 의미하고, 두 상징 모두 땅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진다. 주워담을 수도 없이 버려진다.

4. 서사의 절정부에 이르면서는 어른의 서사가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어른의 폭력을 바라보는 스쿠티는 시종 뒷모습이다. 핼리는 성판매를 시작하고, 무니는 욕조 속에서 자신의 유아적 세계를 '간신히' 유지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남자의 목소리가 욕실을 침범하고, 무니는 제 공간을 위해 커튼을 꼼꼼히 닫는다.

5. 이제 이어지는 것은 '왜' 그러냐는 무니의 질문과, '아무 것도 아니(Nothing)'라는 어른들의 대답이다. 이 문답법은 꼬리잡기처럼 긴박하게 반복적으로 진행되며 긴장을 절정까지 끌어올린다.

6. 그리고 무니가, 더 이상 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님'을 알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이가 처음으로 눈물을 쏟는 때다. 무니는 자신의 세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눈물로 보여준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부도덕하고, 엉망인 삶이래도 자신만큼은 지키고 싶은 세계라는 것이다.

7. 그래서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싶은 극점의 순간에 분위기는 반전된다. 무니의 손을 굳게 잡고, 두 아이가 떠나는 길목엔 그들의 세계가 차례로 지나간다. 아이스크림 가게, 디즈니 아울렛, 공원따위를 건너간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에 환상의 나라 디즈니랜드가 있지만 결국 그조차 완벽의 동화는 될 수 없고, 아이는 그렇게 어른이 될 것이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8.04.17 20:57:34
무니에게 무지개다리 건너편은 어디일까.

션 베이커 감독은 영화 [탠저린]에서와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도 그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현실이 지독해도 올곧게 버틸 수 있는 옆 사람을 심어준다. 매직 캐슬의 매니저 바비(윌렘 데포)가 바로 그런 사람일 테다. 바비는 일이 많아서 항상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다. 모텔 투숙객들에게 툴툴거리기도 하고 매사에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래도 바비는 투숙객들의 사연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디즈니랜드의 지미니(피노키오의 양심)나 지니(램프의 요정)처럼 모든 일에 도움을 주거나 모든 걸 이루어줄 순 없겠지만, 핼리에게 연민을 느끼고 무니와 아이들을 지켜주는 좋은 이웃이다. 바비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현실도 어느 정도 견딜만하다고. 그래서 세상에는 바비 같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고. 영화가 말하는 것 같다.

"내가 왜 이 나무를 좋아하는지 알아? 쓰러졌는데도 계속 자라거든."
아이들의 불장난이 어른들에게 번져 무니와 스쿠티는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젠시가 있다. 무니와 젠시는 폐허가 된 궁전에서도, 무성하게 자란 숲에서도, 싹을 틔운다. 우정과 배려라는 좋은 감정을 나누고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디즈니랜드가 아니어도 둘이 함께 가는 곳은 무지개다리, 불꽃놀이, 사파리가 있는 환상의 나라니까 어디든 행복하다. 그렇게 무니와 젠시는 무지개 건너가 아니라 무지개 안에 있다.


+ More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손정빈 님의 리뷰
2018.04.06 14:26:10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었어

숀 베이커 감독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 작품의 결말을 먼저 짚어야 한다. 러닝타임 111분 중 110분 동안 짊어지고 왔던 것들을 모두 허공에 날려버리는 듯한 이 파격적인 도약은 어쩌면 주인공 여섯살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프로젝트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얼마나 고달플지 짐작조차 못한 채 무작정 천진난만한 이 아이를 보고 조금이라도 웃었다면, 우리는 미안해서라도 이 황당해보이는 결론에 동의해야 한다. 베이커 감독은 이렇게 영화를 만들어놓고 무니를 향해 속으로 되새긴다.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어.'

무니는 플로리다 브론슨 메모리얼 하이웨이 인근 모텔 '매직캐슬'에 산다. 무니의 엄마는 미혼모 홈리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이지만, 무니는 그것도 모른 채 그저 이곳에서의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버르장머리라고는 없는 이 악동은 또래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온갖 못된 짓을 하고 다니는 게 일상이다. 엄마는 이런 무니를 너무나 사랑하고 일말의 책임감도 있지만, 무능한 건 어쩔 수 없다. 사실상 무니는 방치돼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니가 사고를 치고, 엄마는 심각한 금전적 위기에 빠진다. 모녀는 괜찮을 수 있을까.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비겁하다. 관객은 상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화가 다루는 것이 모텔을 전전하는 홈리스의 이야기라는 걸 안다('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플로리다주 홈리스 보조금 지원 정책의 이름이다). 베이커 감독은 현실에 헐떡이며 안간힘을 다해 버티는 어른들의 불행을 직시할 자신이 없었나보다. 그는 애써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본다. 누군가는 쓰레기장이라고 부르는 이 모텔촌이 아이들에게는 매직캐슬이나 퓨쳐랜드와 같은 멋진 이름이 붙은, 분홍과 보라로 칠해진 낙원일 수 있다. 매일이 즐거운 그들을 보고 있으면 현실의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아이들은 아직 뭘 잘 모르니까.

당황스러운 건 이런 거다. 비겁하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외면한 바로 그 자리에서 가장 보고싶지 않았던 것을 볼 때. 무니와 친구들이 선사하는 그 행복한 웃음 속에도 진저리 나는 현실이 덕지덕지 눌러붙어 있다는 걸 눈치채는 바로 그 순간이다. 무니가 친구와 함께 무지개를 바라보며 "무지개 끝에는 황금이 있다"고 말할 때, 우리는 무니가 아마도 무지개 끝에 있는 황금을 평생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아프게 짐작한다. 또 무니가 "나는 어른들이 울기 직전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안다"고 말할 때, 우리는 이 아이가 슬픔과 좌절을 너무 많이 목격했다는 걸 알고 어금니를 꽉 깨물지도 모른다. 세상은 사실 아이들에게도 가차없이 혹독하다.

그리고 모텔 관리인 바비(윌럼 더포)가 있다. 이 모든 난장판을 지켜보는 그의 눈빛에는 경멸과 연민이 함께 있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향한 이 이상한 감정이 곧 관객의 시선일 게다. 무니와 그의 엄마도, 이 모든 홈리스들은 사실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아니지 않은가. 바비가 무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몇 가지 없다. 그 못된 장난들이 짜증스러워도 대개 받아주는 일, 혹은 또 다른 비극까지 안고가지 않게 바라봐주는 일이다. 그러니까 그의 표정에 서린 장탄식의 실체는 무기력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비겁해서 더욱 예리하다. 홈리스가 쏟아져 나온 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무니의 엄마는 당시 무니와 같은 아이에 불과했지만, 그 비극을 고스란히 떠안아 홈리스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권력층 탐욕의 결과를 책임지고 있는 건 하층민이다. 그리고 그 불행은 무니의 등에도 고스란히 올라타있다. 베이커 감독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서 이 사회의 가장 아픈 부분을 도려내 내보인다. 무니와 엄마가 사회 시스템에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이는 건 괜한 설정이 아니다. 그 시스템을 만든 게 권력층이다.

다시 한번 이 영화의 결말에 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무니는 친구 젠시를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데려간다. 거대한 나무가 있는 곳, 무니는 그 나무를 가리키며 "쓰러져서도 자라는 게 좋다"고 말한다. 무니 또한 쓰러져서도 자랄 것이다. 무니는 자라기 전에 쓰러지는 아픔을 맛볼 것이다. 그러니 이 아이에게 베이커 감독이 선사한 당황스러우면서도 선물과도 같은 이 아름다운 결말을 지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글) 손정빈 기자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정재혁 님의 리뷰
2018.03.27 09:26:01
아이스크림을 먹던 아이들이 사라지고 화면이 온통 보라빛으로 가득 찼을 때, 그런 담벼락을 카메라가 계속 응시하고 있을 때, 왜인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총천연의 보랏빛은 어쨌든 벽에 도색돼 박제된 거고, 아이들이 먹던 아이스크림은 플로리다의 열기를 이기지 못해 사정없이 녹아내린다. 보랏빛은 이렇게 아픔을 품은 색깔이 된다. 영화는 2008년 경기 침체 이후 디즈니 랜드 주변 모텔들이 빈민 거주 용도로 변하면서 펼쳐지는 삶의 자락을 들여다본 작품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5년 디즈니가 플로리다에서 벌인 테마파크 사업의 이름이다. 장기 투숙이 안 돼 주 단위로 거처를 옮겨야하고, 고의에 의한 교통사고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며, 시도때도 없이 헬기가 하늘을 소음으로 물들이고,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폐가가 위협하는 삶. 하지만 캐릭터의 왕국, 동심과 환희의 세계 바로 곁에 있어 항상 그 모든 것과 마주해야 하는 삶, 매직 캐슬, 퓨쳐 랜드, 오렌지 월드란 이름이 그저 허울에 머무는 삶. 다소 도식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을 영화는 품고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 허울 속 환상, 동심, 환희가 지독한 현실의 희망이 되는 순간을 길어낸다. 헬기가 진동으로 물들이는 하늘에도 비개인 후엔 어김없이 무지개가 떠오르는 순간을 영화는 놓치지 않는다. 희미한 희망이 그렇게 흘러간다.

영화는 아이들이 주역인 작품이다. 매직 캐슬에 사는 무니와 스쿠티, 그리고 퓨쳐랜드에 거주하는 젠시가 동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벌이는 일종의 장난과 소동을 영화는 그린다. 위험 요소가 다분한 도시이지만 이들에게 플로리다는 그저 오색창연의 놀이터다. 폐허가 된 집에 들어가 자신의 방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새로 눈에 띈 차가 있으면 함께 달려가 침을 뱉으며, 손님의 거스름돈을 받아 아이스크림을 사 나누어 먹는 일은 이들에게 디즈니 랜드 못지 않은 즐거움이고 동시에 현실에 물들지 않은 일과다. 영화는 이들의 순진무구한 웃음과 밝은 에너지에 힘을 빌어 현실에 지지 않으려 애를 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란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는 현실 너머 현실을 그린다. 그건 아이들만의 현실이고, 그들만의 자리다. 하지만 영화가 전적으로 아이들의 동심에 기대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영화는 어른들의 현실에서도 애씀의 흔적을 찾아낸다. 매직 캐슬의 매니저 바비가 고된 일과를 마치고 베란다에 나와 담배를 입에 무는 순간, 동시에 각 호실에서 켜지는 불빛은 이들에게도 디즈니 랜드가 존재함을 애절하게 드러내고, 아동 보호소의 점검을 위해 마리화나를 모텔 직원에게 건네는 무니의 엄마 해일리에게 직원이 건네는 '다 잘 될 거에요'란 한 마디는 영화가 어찌할 수 없는 곤경의 현실를 바라보는 자세의 아름다움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결코 비판하지도, 물러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해결하지 않으려는 태도, 무리하지 않으려는 자세, 그렇게 아픔을 살아가는 사람. 이들이 사는 곳은 매직 캐슬이고, 퓨쳐 랜드며, 오렌지 월드다.

영화가 위태로워 보이는 순간이 한 장면 있다. 무니와 스쿠티, 그리고 젠시의 장난으로 불이 난 폐가에 소방차가 출동하고 사람들이 불구경에 환호할 때, 해일리는 무니에게 사진을 찍자고 한다. 엄마의 핸드폰 카메라를 향한 무니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순진무구했던 시간이 장난과 동심, 웃음으로 무리해 애썼던 시간이었을지 모른다는 현실을 무니의 얼굴이 얘기한다. 디즈니 랜드 곁 빈민촌 현실의 얼굴이고, 동심과 환상 옆 아픔과 슬픔의 얼굴이다. 하지만 영화는 원인을 묻고 따지지 않는다. 무니의 엄마는 분명 무책임하고 대책없는 엄마이지만 결코 비난하지 않는다. 어찌할 수 없이 아픔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 모든 걸 인정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플로리다 프로젝트'엔 있다. 매우 용감하고, 매우 지혜로우며, 매우 애달픈 시선이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은 현실에 출구를 만들고, 영화를 삶 곁에 데려다 놓는다. 세균 박멸 조치 할 돈으로 건물을 노란 색으로 도색하고, 모텔의 관리 뿐 아니라 해일리와 무니의 사정까지 살피는 바비의 모습은 아픔 속 보라와 핑크, 그리고 오렌지를 구원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니까 현실에 찌들어가는 총천연 컬러의 도시 플로리다를 잃지 않으려는 애씀이 영화엔 있다. 성매매가 발각된 해일리와 아동 보호소에 가게 된 무니. 무니의 세계는 끝내 현실과 직면한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이 보라와 핑크, 오렌지의 시간을 물들인다. 하지만 영화는 움츠러들지 않는다. 오히려 무니의 세계를 확장해 비약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환상만으로 존재했던 상처난 동심과 판타지를 향해 질주하는 시간이 펼쳐진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시간이 흘러간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비밀번호 재설정
새로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비밀번호 재설정
개인정보 취급방침 에 동의합니다.

문의 및 제안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 신고
편파적인 언행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정치, 종교 등
욕설 및 음란성
타인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주는 언행
개인 안전 보호
개인의 사적인 정보, 특정 개인에 대한 강도 높은 비방, 혐오 발언
도배 및 광고
영화를 보지 않고 남긴 것이 분명한 리뷰
스포일러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