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2019) - 키노라이츠
사바하 (SVAHA : THE SIXTH FINGER)
미스터리 / 2019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한국,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02.20 개봉
감독
장재현
배우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정진영
진선규
이다윗
지승현
타나카 민
차순배
황정민
시놉시스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이정재).
최근 사슴동산이라는 새로운 종교 단체를 조사 중이다.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이 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쫓던 경찰과 우연히 사슴동산에서 마주친 박목사는 이번 건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터널 사건 유력 용의자의 자살, 그리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정비공 ‘나한’(박정민)과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동생 ‘금화’(이재인)의 존재까지,
사슴동산에 대해 파고들수록 박목사는 점점 더 많은 미스터리와 마주하게 되는데…!
84.11%
3.33점
키노라이트 분포
24개
127개
별점 분포
예고편
리뷰
77

2019.02.20 15:00:46
'사바하' 초간단 리뷰
1. 어떤 이야기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저한 자료조사와 취재가 바탕이 돼야한다. 이야기는 창작에 기반을 둔다고 하지만 창작된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 근거를 마련하는데 취재와 자료조사는 필수적이다. 모든 소재와 모든 이야기가 취재와 자료조사를 수반해야 하지만 '오컬트무비'라면 이것은 더욱 중요해진다.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인데다 자칫 현실감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이야기인 만큼 현실성과 근거는 오컬트무비의 설득력을 위한 필수과제다. 오컬트무비는 판타지에 가깝지만 판타지가 돼선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장재현 감독의 이야기는 참 고마운 것들이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오컬트무비를 표방하고 있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서양의 오컬트무비에서 얻을 수 있는 문화적 이질감도 말끔히 해소해낸다.

2. 장재현 감독의 '사바하'는 철저한 자료조사와 재구성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불교의 '사천지왕'과 성경, 한국의 토속신앙 등 방대한 종교 자료 중 필요한 것을 골라내서 섬세하게 재구성했다. 이 구성은 쉽게 빈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하다. 특히 불교적 재앙의 원인을 기독교적 이야기에서 찾는 대목은 무릎을 칠 정도로 기발하다. 자칫 "억지로 엮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이는 대단히 현실을 반영한 전개다. '사바하'는 불경과 성경이 만나서 현재에서 뛰어노는 이야기다. 이런 자료조사와 구성은 톰 클랜시 정도나 하는 줄 알았다. 장재현과 톰 클랜시는 장르는 다르지만 준비는 철저히 하고 이야기를 썼다는 점은 닮았다.

3. 이야기는 탐정 수사물을 쫓아가는 모양새다. 박웅재 목사(이정재)가 탐정 역할을 하고 오요셉(이다윗)이 보조다. 다시 말해 이들은 사건의 '관찰자'다. 나중에 가서 사건에 개입하게 되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로 직접적인 개입은 없다. 특히 박목사와 금화(이재인)는 영화 내내 단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박목사는 사건으로부터 한발 물러나 있다. 박목사의 역할은 사건의 큐레이터와 같다. 관객이 관찰하는 사건의 옆에 서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아무래도 사건 자체가 종교적으로 방대하고 난해한 만큼 설명이 필요했을 것이다. '사바하'와 비교되는 영화 중 '곡성'이 있다. 두 영화의 차이점이라면 큐레이터의 유무일 것이다. '사바하'에는 사건의 전달자가 있다면 '곡성'은 그런 것이 없이 관객을 사건의 한복판으로 떨어뜨린다. 관객이 어리둥절하건 어쨌건 영화는 별로 개의치 않고 사건을 보여준다.

4. 뭐가 더 나은 전개인지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두 전개는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친절한 해설을 쫓아가며 이야기를 즐기게 만든 '사바하'에 비해 '곡성'은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머리 아프게 만든다. 파괴력은 '곡성'이 더 막강할테지만 '사바하'를 선호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보다도 더 친절하다. 물론 '검은 사제들'보다 세계관이 더 방대해졌기 때문이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비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검은 사제들'은 김신부(김윤석)와 최부제(강동원)의 이야기에 상당 부분 집중한다. '사바하' 역시 이같은 시도를 하지만 이는 사건과 어우러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김신부와 영신(박소담)의 관계나 최부제의 어린 시절은 사건 외적으로 기능하면서 사건에 역할도 한다. 반면 박목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나 정나한의 어린 시절은 사건과 겉돌아버린다. 강렬한 사건이 중심을 이룬 이야기가 끝이 났을때 박목사와 정나한 등 캐릭터는 소실돼버린다.

5. 금화의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그것'에 대해 갖게 되는 금화의 감정이 변하는 과정은 이 이야기의 다른 큰 줄기라고 봐도 될 정도다. 그러나 '사바하'는 거기에 크게 집중하지 않는다. 마치 별개의 이야기라고 봐도 될 정도다. 개인적 욕심이라면 금화와 '그것'의 이야기를 좀 더 보고 싶었다. 도입부에 나레이션으로 날려버린 이야기도 궁금했다. 온전히 두 자매의 이야기에 집중하진 못해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다라 두 자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아주 오컬트적인 '장화 홍련'이 나올 수도 있었다. 물론 이건 내 욕심이다.

6. 나는 '검은 사제들'을 좋아한다. 최애 배우 박소담을 발견한 영화기 때문이다. '사바하'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배우가 등장한다. 바로 이재인이다. 이 배우는 두려움이 없고 도전적이다. 그러면서 재능도 있다. 아역배우들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면서도 그들의 재능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흔히 외국어를 가장 빨리 가르치려면 어린 시절이 좋다고 말한다. 어린 아이일 때는 모든 것에 습득이 빨라서 금방 배우기 때문이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아역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하면 마치 교과서를 씹어먹은 것처럼 제대로 배운다. 그런데 나는 이 지점에서 약간 꺼려지는 부분이 생긴다. 삶의 경험이 부족한 아역 시기에 배운 연기에는 '개성'을 찾기가 어렵다. 개성은 경험에서 형성된 가치관을 통해 만들어지고 그것이 연기에 묻어나올 경우 '독자적인 연기'가 형성된다. 나는 배우의 얼굴에 패인 주름살이 그 배우의 이력서라고 생각한다. 아역배우의 이력서는 아직 뽀얗다.

7. 이재인의 얼굴에 주름이 많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이 배우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개성있는 연기를 한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이재인의 연기'라고 할만한 부분이 눈에 띈다. 진심을 감춘 듯한 표정과 우울해 보이는 눈빛은 결코 지상파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딸'로 할 배우가 아님을 입증한다. 박정민은 이재인에 대해 '크게 될 배우'라고 토해내듯 말했다고 한다. 그 의견에 동참한다. 이재인은 자신만의 큰 덩어리를 가지고 있다. '어른도감'과 '사바하'를 관통하면서 이재인은 덩어리를 조금씩 풀어놓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 풀어놓을 덩어리가 많다.

8. 결론: '사바하'는 친절한 영화다. 그러나 '사바하'의 친절함은 관객이 개입을 방해하진 않는다. 박목사라는 큐레이터가 사건을 설명하고 있지만 관객은 얼마든지 개입해서 자신의 상상을 펼칠 수 있다. '사바하'는 애시당초 '곡성'과 노선이 다른 영화다.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과 '셜록'의 노선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추신)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보였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스포일러가 될 지점도 있었지만 굳이 건드리고 싶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박군 님의 리뷰
2019.02.20 19:55:44
[ 마흔 여덟번 째 리뷰 ] 사바하
'키노라이츠'에서 100% 녹색신호등을 받은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저한테는 빨간불이 들어온 영화였습니다. 지금도 이해가 안되고, 복잡하고, 갈수록 뭔가 이상해지고... 사실 영화를 한번만 보고 딱 단정을 지으면 안되긴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처음엔 좋았다가 후반부에 많이 실망을 했습니다.

< 사바하 >는 종교적인 의미가 상당히 많이 들어간 영화 입니다. 처음에는 1999년에 태어난 여자아이와 악마 그 다음엔 '사이비'... 그러다가 갑자기 신과 악마, 장군이 나오는데 그 이후부턴 정말 필름이 딱 끊긴 것 처럼 저는 복잡했습니다.

- 연기
박정민 연기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어둡고, 무섭고... 이전 < 그것만이 내세상 > 영화속에 보였던 이미지 하고 완전히 달랐으며, 정말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에 눈물연기는 정말 잊지 못하네요... 이정재의 모습은 언제나 같이 정말 연기를 잘하고 열굴도 열일하는 배우죠. 무엇보다도 여자아이를 연기한 배우가 정말 신기했고 대단했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 비주얼
영상미는 제가 본 스릴러 영화중에서 당연시 좋았다고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어두운 색감과, 해가질때 주황빛이 도는 영상. 카메라 앵글도 각이지고 완벽한 각도를 보여주는게 아닌 흔들리고 기울러진 상태로 움직이는 워킹. 딱딱 끊어서 영상이 나오지않고 은근 길~게 뽑아서 나온 장면. 이 모든게 저는 다 좋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자장가'를 무섭게 들려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저는 약간 < 곡성 >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긴 합니다.

- 스토리
그렇지만 저는 스토리는 정말 잘 다듬어졌다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다른분들보다 제가 더 부실하게 본 탓일수도 있지만 첫 인상으로써는 저는 그닥 와닿지도,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반전은 의외로 괜찮았는데, 복잡하고 길게 끌고가니... 이러쿵 저러쿵 하는게 사실 저는 그렇게 썩 좋게 보진 않았습니다.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저는 단순한 스토리가 좋아서 말이죠.

- 결론
호불호가 정확히 갈릴 영화이지만 저는 확실히 불호에 섰네요. 이 점에서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지만 어쩔수 없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보는 입장에선 이것도 저것도 많이 보여주고싶었는데, 잘 표현이 된거같지도 않고 너무 투머치스토리로 벗어난거같아 안좋다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복잡하고 너무 어려워서 저는 즐기지 못했는데, 공포영화를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더 질색팔색 할 수도 있고, 그렇게 영화도 무섭진 않았지만 영화자체가 굉장히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빨간색 신호등과 별 2점을 줬습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야구곰 님의 리뷰
2019.02.21 09:05:45
미스터리니? 오컬트니?
상당히 기대를하고 본 영환데, 초중반까지는 굉장히 몰입감도 좋고 이야기도 짝짝 잘맞아들어가면서 미스터리 스릴러로써 손색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성격과 태도를 끝까지 가지고 가지 않고 변하는데 그 변하게되는 계기나 과정이 너무 불친절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안보이거나 굉장히 미미한듯하네요. 그리고 결말이 되면서 등장하는 검은사제들때나 곡성에서 볼법한 장면들 초중반의 영화의 톤앤매너와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미스터리로 쭉 밀어붙이는것이 나았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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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님의 리뷰
2019.08.07 22:29:53
이정재, 이재인, 박정민을 중심으로 오컬트와 스릴러가 섞여있는 [사바하]는 몇 개의 서로 다른 영화가 중첩된 것처럼 느껴진다. 동방교 교주 김제석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주인공 박웅재와 사이드킥 고요셉의 이야기는 콘스탄틴을, 오컬트에 기반한 연쇄살인 스릴러라는 점에선 세븐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본격적으로 얽히기 전 바탕을 깔아놓는 전반부가 약간 지루하다는 점이 아쉽다. 어느 한 쪽으로 내러티브를 집중시키거나 오히려 정진영이 맡은 경찰의 역할을 늘려 종교의 역할을 둘러싼 군상극으로 만들었으면 더 재밌게 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타잔 님의 리뷰
2019.03.04 00:00:15
한국 오컬트의 새로운 시발점 이길.
<검은사제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장재현 감독의 입봉작이였던 이 희안한영화(?)는 거대한 떡밥같은 두 주연배우들 덕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됐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이 두배우는 그저 떡밥이였다는 것을 알았고, 그 떡밥에 버금갈 어떠한 이야기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장재현 감독의 두번째 작품 <사바하>는 그 어떠한 기대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나는 오컬트나 공포 이런쪽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를 보았고, 안봤으면 아쉬웠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한 사람은 최소한 평가는 해줘야 한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쫓아가다가 가랭이만 찢어지는 경우들이 수두룩 하다지만, 그럼에도 노력을 했다는 것은 그 가랭이를 있는 힘껏 벌려서 자신만의 걸음을 걸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그 찢어지는 가랭이를 그저 찢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사바하>를 보고 나서 느껴진 것은 어쩌면 이 영화가 장재현 감독의 첫번째 입봉작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첫번째의 목적은 '입봉'이였을 것이고 자신의 이야기는 그 다음이였을 것이다. 당연히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입봉의 목적이 우선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두번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자신만의 고집스러운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도 미약한 위치였을 것이다. 그래서 '입봉'만을 위한 영화가 될 수 밖에 없었고, 이 두번째의 이야기인 <사바하>가 그의 첫번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사바하>는 예상외로(?) 여러가지의 복선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적인 복선이 아니라 감독이 하고 싶었던 '어떤' 이야기에 대한 복선이다. 우선 이 영화는 뛰어난 각본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각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에 못지 않은 촬영과 편집, 그리고 미술 감각까지 탁월하게 발휘한다. 그래서 영화는 꽤나 매끄럽다. 다만 아쉬운 것은 너무도 친절하다는 것이다.

오컬트 장르 답게 거대한 떡밥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러한 떡밥의 의미를 추정하는 듯 하다가 어느순간, 그런 것에는 원래부터 관심이 없었다는 듯이 정색하면서 다른 이야기들을 맞물린다. 그래서 영화속에 등장하는 가장 중심적이 수 있었던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명확하지 않다.

​그렇지만 <사바하>를 보고나면 결국 '그것' 에 대한 이야기를 명확할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랬다. 영화는 '그것'과 큰 상관이 없이 끝나지만, 그럼에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지는 것도 역시 감독이 작정을 하고 노린 듯 하다.

오컬트로 시작하고 스릴러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순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어느순간 귀신의 의미없는 존재에 대한 부각으로 모든 것을 '퉁'처 버리고..."그렇게 됐답니다..."로 끝마치는 무책임한 짓은 하지 않는다.

대신 "그렇게 됐답니다..."로 마무리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는 우리의 상상대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순간 순간 빛나는 디테일과 방대한 자료분석 그리고 취재의 노력까지 충분히 느껴지면서 이야기는 일반적인 공포나 오컬트 영화속에서 인위적으로 반복되는 뜬금없는 상황과 이미지들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촘촘하고, 그 촘촘함을 부지런하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준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대한 불만이 생길수도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사바하>의 이야기가 어떠한 이야기라는 것은 상상할 수 있었고, 그 상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상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여지는 꼼꼼한 디테일과 이야기의 방식은 한번 보고 쉽게 잊혀지기에는 너무도 많은 노력들이 보인다.

결국 사이비종교나 돈에 관련된 범죄로 급급하게 마무리 되어지는 영화들의 방식 대부분은 한가지 종교를 타겟으로 삼지만 이 영화속에서 대두되는 종교들의 의미는 어떠한 하나의 종교가 아니라 기존에 우리가 믿고 있는 믿음에 대한 모든 종교들을 연결 시킨다.

그렇게 등장하는 종교 이야기들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인과관계와 연결고리들을 차근하게 다듬고 만들어서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아니 거부하지 못할 적정한 선으로 세공하게 보여주는데 그 솜씨가 만만치 않다.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보여준 황당한 사건과 이야기의 흐름을 연결시키지 못하는 상황들을 반복하지 않고 다짐하듯이 꼼꼼하게 체크하고 확인하면서 이야기를 영화라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그럴싸한' 비쥬얼과 설득력을 부가 시킨다.

언뜻 헐리우드의 이미지들이 상상되기도 하지만, 한국적인 소재와 이야기들이 접목되면서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촬영과 편집도 인상적이지만, 오컬트적인 분위기와 의미있는 이미지들을 만들어 낸 미술의 역할이 꽤나 비중을 차지 한다. 물론,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각본을 쓴 정재현 감독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고, 다음 이야기는 또 다른 오컬트를 표방한 한국적인 이야기로 끌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의 노력이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가랭이가 찢어질 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의 가랭이는 아직 건재해 보인다. 그동안 되도않는 이야기들로 가랭이가 찢어지는 것만 봐왔지만, 이제는 그의 가랭이가 얼마나 더 오래 갈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얼마나 멀리 발을 내딛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느냐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사바하>의 다음 이야기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영화속에서이 여러가지 떡밥들은 몇편은 더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액션에 류승완, 코미디에 이병헌 처럼, 오컬트에도 장재현.이라는 이름으로 각인될 수 있기를.

한국영화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한 오컬트 공포 영화 장르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지만, 그것 보다도 이렇게 촘촘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장재현 감독의 노력이 가장 눈에 찬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사바하>는 내가 봐온 영화중에서 한국적인 오컬트 영화로써는 인상적인 영화로 남을 것 같다. 한국 오컬트 영화 장르의 새로운 시발점 이길.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2.28 10:08:37
신을 향한 원초적 물음
때때로 박목사는 신에게 몇 번의 물음을 제기했다. 신학교 친구인 목사가 남아공으로 선교를 간 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는 존재하는지, 이런 상황에 어디서 뭘 하고 계시냐고 물었다. 신을 믿는 사람이 마치 무신론자들이 할 법한 원초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했다. 그리고 후반에 밝혀진 존재의 행동은 그 물음에 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평범한 사람이 삶에 대한 욕심을 가지듯 영화 속에 등장한 미륵이라는 존재 역시 생에 집착이 생겨났다. 그러자 악(으로 보이는 것)도 태어나 영원불멸의 삶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었다. 마치 마음에서 피어난 불꽃 하나가 점점 번져나가 큰불이 되는 것 같았다.
신의 탄생은 수많은 희생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후반에 언급된 아기 예수의 탄생이 그러했고, 영화 속의 미륵 역시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 죄 없는 아이들을 희생시켰다. 절대적인 신은 존재하지 않고, 신에게서 악도 탄생하는 법이었다.
그 모습 때문에 신과 악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종교와 사이비 역시 한 끗 차이였다.

사실 사슴동산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감이 딱 오긴 했다. 출연하는지도 몰랐던 배우의 등장이 영화의 설정상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몇몇 리뷰에서 본 것처럼 감독의 큰 그림이자 맥거핀이었다.
그래서인지 후반에는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영화 초반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고 궁금해서 몰입이 잘 됐었는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너무 빨리 알아채버려서 김이 좀 샜다.
미끼를 물지는 않았지만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것들, 내가 느낀 의미는 좋았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영알못 님의 리뷰
2019.02.23 00:39:17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장재현 감독의 신학과 철학개론.
‘검은 사제들’보다 자극적인 요소는 줄어들되, 은은하게 스며드는 메시지로 보완했다. ‘곡성’처럼 열린 해석을 제공하지 않되, 누구나 쉽게 생각해 볼 화두를 던졌다. 이것이 ‘사바하’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소재가 어느 종교이건 중요치 않다. 신이라는 존재를 향한 합리적 의구심과 방황, 극단적인 선택으로 초래한 결과물을 제3자 박목사의 시선으로 따라가게 만든다. 더 깊고 진한 무언가를 원했다면, 단조롭고 닫힌 영화로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상업영화로 접근방식을 고려한다면, 그리 나쁘진 않은 방향이다.

관찰자로 바라보는 이정재와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같은 박정민, 이들 사이에 위치한 이재인.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이어야만 느낄 만큼, 몰입도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만능키 진선규와 이다윗의 존재감도 마냥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잘 전환시키는 데 한 몫 했다.

또 하나 인상깊은 건, 탱화를 활용한 미장센들이다. 오묘하면서 때로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탱화를 영화적 장치로 백분 발휘했달까.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2.22 10:43:21
확신이 드는 순간 길을 잃었다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님의 전작과 비슷한 테마로 가지고 돌아온 <사바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화가 가능하구나의 사례를 제대로 보여준 감독님이라고 생각을 했던지라 자연스럽게 이 영화도 기대를 하게 되었다. 사실 초반까지는 모든게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 로고가 나오기 전까지라고 해야될까 그 후 중반부 전까지라고 해야될까. 아! 이 영화는 대박이다 라고 확신이 드는 순간 길을 잃어버린다. 확신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한건지 우왕자왕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간까지는 유지해주겠지 하다가 후반부에 가서는 그냥 놓아버린듯한 아쉬움을 달랠수가 없었다. 엑소시즘 보단 동양 종교의 이야기이자 어려운 그들의,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였나 싶다.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다라는 느낌은 강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잃어가는 전개 때문인지 나조차 힘이 빠지는 그런 느낌이였다. 이 영화가 결국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뭐였을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흰 눈이 미소 되는 날, 누군가에게는 가장 즐거울수도 있는 날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불행한 날 일수도 있다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건 캐릭터와 배우들의 활용이 아니였을까 싶다. 이럴거면 이 배우를 왜? 이럴거면 이 캐릭터를 왜? 하는 애매모호한 캐릭터들이 많았고 물론 다들 한가지 이상 씩은 뭔가를 해준다고 쳐도 전체적으로 밋밋하다는 생각이 든다. 막말로 이정재가 없었어도 진행이 충분히 되고도 남았을 이야기였고 전체적으로 한정되어 있는 스토리 안에 지나치게 인물들을 과소비한 느낌이 들었던 그런 영화였다. 그러다보니까 한정되어있는 공간이 과부화 되다보니 산만해지고 하나에 집중이 안되는 느낌이랄까.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유지되면서 너무 어두워 질수 있는것을 가끔 코믹적인 부분으로 풀어주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처참하다고 느꼈던 후반부로 인해 모든것이 호불호가 생길 정도로 개연성이 다소 없었던 작품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아쉽다. 정말 내가 딱 와 이 영화 대박이다 라는 것을 느낌 시점부터 모든것이 다 이상했으니까.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우아한 님의 리뷰
2019.02.22 02:02:47
따라잡은 만큼 흥미진진하고 기묘할 이야기
블라인드 편집본으로 봤을 땐 불호였던 영화가
개봉 후 재관람을 통해 호로 바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른 바
'소재만으로도 먹어주는 영화'가 바로 <사바하>가 아닐까 싶네요

일단, 다소 난해하지만 나름 잘 짜여진 세계관 구축에 성공
여러 가지 미술과 소품, 분장 등이 이 미스터리 스릴러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주었습니다

문제는 좀처럼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구성이라는 건데
저도 완성본 관람을 통해 몰랐던 사실들을 대거 깨닫게 되면서
영화에 흥미를 더욱 붙일 수 있었네요
따라잡은 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랄까요...

하지만, 어려운 영화인 만큼 다소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는 점,
밀도 있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후반부 갑작스럽게
완급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점 등은 여전히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숨 돌릴 틈을 위해 인위적으로 배치된 그닥 웃기지 않은 유머들도 오히려 독이 됐던 거 같네요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owlppami 님의 리뷰
2019.07.27 17:58:26
신선하다 이 조합
[검은 사제들]로 한국 장르 영화의 새로운 장을 보여준 '장재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이번에도 종교적인 색채를 가득 품고 오컬트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지만, 엑소시즘/퇴마 이런 것이 아닌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사이비 종교를 전문적으로 쫓는 '박 목사'의 시점으로 어느 사이비 종교의 거대한 음모를 파헤쳐 가는 내용입니다.​

[다빈치 코드]를 참고했다고 감독이 언급했듯이, 꽤 비슷한 미스터리 추적의 형식을 보여주는데
그 바탕이 되는 설정들은 기독교와 불교, 토속 신앙까지 절묘하게 조합된 것으로
거대한 미술부터 작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꽤나 준비가 철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결말에 이르기까지 초반의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 한꺼풀씩 벗겨나가며 차근차근 이어나가는 이야기 전개 또한 조급함이 보이지 않는 것이 미스터리 스릴러로써 정말 단단히 벼르고 만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스산하거나 음산하거나 기이한 또는 소름 돋는 영상은 공포 영화 버금가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터무니없는 오컬트 / 현실적으로 다가와야 하는 미스터리
개인적으로 이렇게 나누어 판단하는데 이 둘의 조합에 있어서 이 영화는 꽤 훌륭했다고 여겨집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다른 한쪽이 빈약해져 버리는 상반된 관계를 잘 엮어냈다고 할까요.
물론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요소가 다분하지만 저로서는 꽤 괜찮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처럼 여겨지던 종교를 과감하게 다룬 점에서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
시대정신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종교단체는 꽤 어려운 상대니까요.

다만 야심차게 준비한 것들이 많아 보이는데 적당적당히 생략해 버린 점은 아쉽습니다.
그래서인지 박 목사의 해석, 침투 및 잠입 능력은 과하고 종종 뜬금없는 장면을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2시간 분량에 갇혀있기보단 시즌제로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박 목사'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것저것 꽤 치밀하게 준비하는 감독의 성격을 보면 이 또한 꽤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일단 제목이...
뭔가 기묘한 울림을 주는 단어이긴 하지만 결국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하는 건 저 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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