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과 어니스트 (2016) - 키노라이츠
에델과 어니스트 (Ethel & Ernest)
애니메이션 / 2016

개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국, 95분, 12세 이상 관람가, 2018.05.10 개봉
감독
로저 메인우드
배우
짐 브로드벤트
브렌다 블레신
시놉시스
1920년대 런던의 한 우유 배달부와 가정부, 여느 보통의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진다.
40년간 영국이 겪었던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도 변함없던 특별한 사랑이 따스한 한 폭의 그림으로 펼쳐진다.
<눈사람 아저씨>의 원작자로 유명한 레이먼드 브릭스의 부모, 에델과 어니스트에 대한 동화 같은 실화.
89.66%
3.44점
키노라이트 분포
3개
26개
별점 분포
리뷰
16

새날 님의 리뷰
2019.02.26 17:52:57
격동의 세월을 관통해온 어느 부부의 삶
애니메이션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에서 어니스트는 우유배달부 청년이다. 어느 날 이른 아침 그는 평소처럼 우유 배달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길 위에 나섰다. 어니스트는 건물 창가에서 한 아가씨가 노란색 걸레를 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선 손을 흔든다. 에델이었다.

매일 같은 시각 같은 곳을 지날 때마다 그녀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마다 어니스트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고, 에델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해했다. 어니스트와 에델은 그렇게 인연이 되어 사랑을 싹 틔웠고, 결국 결혼에도 성공하게 된다.

영화 <에델과 어니스트>는 한동네 사는 우유배달부 어니스트와 가정부 에델이 만나 사랑에 빠져 가정을 꾸리고 함께 늙어가는 40여 년의 잔잔한 세월을 파스텔 톤의 그림으로 묘사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일반 애니메이션과는 결이 다른 작품

영화 속 등장인물인 에델과 어니스트는 동화책 <눈사람 아저씨>로 알려진 영국의 동화작가 레이먼드 브릭스의 부모님으로, 실존 인물이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영화가 완성되기까지는 100% 핸드 드로잉에 무려 9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174명에 이르는 아티스트의 손길이 이 작품을 거쳐 갔다. 덕분에 같은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디즈니나 픽사 그리고 재패니메이션 작품들과는 그 결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세계 10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인 아니마문디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과 2017 BIAF 장편부문 심사위원상 등을 수상했다.

갓 결혼한 에델과 어니스트는 여느 신혼부부들처럼 신혼집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구 배치부터 정원 꾸미기까지, 집안 구석구석에는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얼마 후 아기도 태어났다. 레이먼드였다. 하지만 곧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남의 일인 양 여겨져 오던 전쟁의 공포가 어느덧 이들 부부 주위로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점차 이들의 삶을 옥죄어오기 시작한다.

라디오를 통해 전장의 위급한 상황이 시시각각 전달되고, 부부는 결국 아들 레이먼드를 시골로 대피시킨 뒤 자신들은 직접 만든 방공호에서 일상을 보내게 된다. 부부는 힘들 법도 하였으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묵묵히 감내한다.

에델은 자식을 키우는 여느 엄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이웃에게 떠벌리며 자랑하기도 하였으며, 애써 성장시킨 자식이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정할 땐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러한 에델의 모습으로부터는 우리네 어머니의 성정을 보는 듯하다. 부모의 마음이란 국경을 초월하는 그런 류의 것이었던 모양이다.

격동의 시대를 관통해온 부부의 평범한 삶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192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는 사실상 격변의 시대라 할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던 시기다. 영국 대공황부터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아폴로호 달 탐사까지,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인 사건들을 관통해온 시기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부부의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소박한 일상이 담겨져 있다. 그것도 파스텔 톤의 수채화처럼 맑은 그림체로 말이다.

여기에 당시 사회상이 깨알같이 묘사되어 있는 점도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요소다. 부부가 결혼할 당시 집안에서 쓰이던 연료는 주로 석탄이었으나 어느 순간 전기로 바뀌었으며, 전화기와 TV 그리고 자동차 등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일상에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반세기 가까이 지나오는 동안 인류 문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음을 깨닫게 하는 요소다.

에델과 어니스트가 각기 추구하는 정치 지형은 사뭇 달랐다. 노동당을 지지하는 어니스트 그리고 토리당을 지지하는 에델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사사건건 상대방에게 트집을 잡는 등 분명한 노선 차이를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각기 다른 가치관을 지녔으면서도 갈등 없이 조화롭게 살아가던 부부의 모습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귀감으로 다가온다.

부부가 걸어온 과정은 우리 대부분이 현재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일종의 통과의례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이유는 다름 아닌 이로부터 기인한다. 영화는 에델과 어니스트 부부의 평범한 삶을 격동의 세월 속에 자연스레 녹인 뒤 이를 감성 가득한 그림으로 묘사하여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8.05.10 19:02:08
사랑이 담긴 일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깃거리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아마추어는 듣기 싫은,
#아마페셔널의 영화 일기

1. 가장 먼저 떠올랐던 노래


영화가 끝이나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노래가 있었다. 바로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짧은 노래지만, 짧은 가사지만 부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출근을 하기 전 넥타이를 매어주던 아내의 손길부터
자식들의 이야기와 부부의 일생이 담긴 노래.


조금만 철이 들고 나면 부모님이 생각나서
가뭄에 겨운듯 좀처럼 흐르지 않던 눈물마저 나오는 그런 노래말이다.


2. 가장 일상적인,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는 전체적으로 부부의 일생을 담고 있다.


부부가 처음 만나고 알게 되는 장면부터
남편 어니스트가 첫 데이트를 제안하는 장면,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부모님을 찾아가는 장면,
결혼을 앞두고 서로가 들떠하던 모습.


2년째 아이가 생기지 않자,
걱정스러워 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

이내,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줄 수 있게 되었다며,
어니스트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는 에델의 모습.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고, 성장하고.
그리고 그 아이가 다시 커서 결혼을 하고.
어쩌면 아주 일상적인 우리네의 부모님의 모습,
우리의 가정 모습을 담고 있다.


3. 치매에 걸리더라도.

에델과 어니스트는 운명적으로 만난다.
사실 운명이라는 것이 굳이 특별한 장소, 특별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운명이라는 단어는 쓸 수 있다.

메이드로 일하던 에델이 걸레를 털기 위해 창문을 열었고,
그때 우유를 배달하던 어니스트와 눈이 마주친다.

어니스트는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고,
서로는 비슷한 시간에 인사를 나눈다.

인사를 한김에 어니스트는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고 과감하게 데이트를 제안하는데,

그 때 서로 같이 영화를 본다.

솔직히 그 주인공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남자 주인공 이름을 '맥'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니스트는 맥이 연신 멋지다고 말해준다.

몇년이 지나 가정을 꾸렸을 때도,
어니스트는 맥이 가장 멋지다고 말한다.
에델은 맥보다는 탐이 멋지다고 말하는데
그냥 스타일이 다르다고 생각하며 넘겼지만,
마지막에 그 맥이라는 이름은 한번더 등장한다.

바로 에델이 치매에 걸려 어니스트를 알아보지 못했을 때다.

에델이 아들에게 말한다.
'도대체 저 영감은 누군데 서 있다가 가냐고'


아들은 말한다.
'아버지, 당신 남편, 어니스트.'

에델은 말한다.
'아, 자기는 맥 인줄 알았다고 여전히 잘생겼다고'

치매에 걸려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에델, 그녀에겐 남편이 좋아하던 그 맥의 모습,
그 가장 멋진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치매는 사람의 기억을 날려버렸지만,
에델의 가슴 속 멋진 남자라는 인생까진 지우지 못했던 것이다.


찡했던 순간.

모든 걸 잊어도
당신만은 잊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아마 사랑은 그런 것이었던 것 같다.


4. 대사가 들리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원래 손으로 그리려했으나
시간과 예산 문제로 컴퓨터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TVpaint라는 프로그램 사용을 사용했는데
훨씬 더 색감을 잘 살리고 오래된 질감까지 잘 표현할 수 있었단다.
그래서 인지 영화는 굳이 대사가 들리지 않아도 내용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순간순간, 장면장면마다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졌다.


메이킹 필름을 보면,
드로잉과 채색은 모두 수작업 일일이 하나씩 했다고 말하고 있다.
100% 핸드 드로잉, 제작 기간 9년, 174명의 아티스트 참여한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최고의 장면들이 펼쳐졌다.

5. 사랑이 담긴 일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깃거리

일생이 담겨진.
역사가 담겨진.
그리고 사랑이 담겨진.

그런 영화.

그래서 너무 좋은 영화였다.
너무 아름다운 영화였다.

p.s) 김광석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 머리가 늘어가네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못올 그 먼길을 어찌 혼자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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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4 23:25:48
예쁘게 단조롭다.
작화가 아름다운 것과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별개로 느껴진다. 우선 그림이 예쁘게 진행이 되는 것에 흥미롭다고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이야기가 너무 단조롭다. 굴곡 없는 평범한 삶이어도 너무 굴곡이 없는 것이 영화적인 재미는 반감시킨다. 결국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힘든 것은 사실이나, 그들은 재미있었을지는 몰라도 보는이는 재미있는 삶이 아닌 그저 지극히 너무나 평범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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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철 님의 리뷰
2018.11.15 00:40:25
평범하지만 동시에 시대상을 관통하는 특별한 이야기가 따뜻하고 해맑은 작화를 따라 이어진다. 두 남녀가 만나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고, 죽어가는 세월의 이야기가 익숙한 향취를 남기고, 그 흔히알고있는 인생의 감동이 가랑비에 옷젓듯이 우리를 가득채운다. 사각사각 그려진 인생의 묵묵한 걸음걸이에 위대함마저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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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님의 리뷰
2018.07.27 13:27:25
가장 평범한 삶이 왜 위대하냐고 물어본다면 모든 극적인 이야기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문화적 변화를, 현대사의 격변기를, 영국의 부침을, 문명의 극적인 순간들을 경험한다. 스쳐 지나가는 한 줄 대사로 켄 로치가 만든 일련의 IRA 영화들이 흘러가고, 짧은 밥상머리 대화에서 스티븐 달드리의 '빌리 엘리어트'가 예견되기도 한다.

충분히 배우지 못했으므로 식견이 좁지만, 대신 그들에겐 상식과 지혜가 있다. 의원직 출마에 관한 신문 기사를 보며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어니스트에게 가장 좋고 단순한 진리를 깨우치는 에델을 보라. 우리는 배우지 않고도 얼마든지 현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거기서 발견한다.

그러나, 미시사의 가장 큰 장점은 그것이 한없이 사소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거대하지 않아 누구나 사소함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므로 그들의 사소함에 늘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짧은 대화에 웃고 울었다. 가장 놀랍고 좋았던 점은 웃고 우는 장면이 모두 같으면서도 모두 달랐다는 것이다. 영화 속 인물의 일상이 관객에게 최대한의 다양성을 선사했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너무 평범한 나머지 영화가 한없이 깊고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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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쥬짱 님의 리뷰
2018.07.01 00:16:18
영국의 격동기를 살았던 평범했던 부모님의 삶을 회상한 아름다운 작품
국내에선 눈사람 아저씨로 유명한 레이먼드 브릭스의 자전적 원작으로 제작된 에델과 어니스트. 레이먼드 브릭스가 유명한 이유는 그림책에 그래픽 노블 혹은 만화책같이 그린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에 좋으면서도, 아름다운 색감을 어떻게 살릴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작품을 꾸준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로저 메인우드 감독은 기술의 힘을 빌렸지만, 드로잉과 색을 추출하는 과정은 오로지 수작업으로 해낸다. 그 결과 살짝 거친 듯한 밑그림에 섬세한 색감이 더해져 너무나도 아름답게 브릭스의 작품을 재창조한다.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색연필과 수채화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유럽풍의 색감이 섬세하게 잘 살아있는 이 작품은 영상동화를 감상하는 기분이다.

아주 예전에 세상을 떠난 부모를 그리는 아들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메이드인 에델과 우유배달부인 어니스트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내용이다.
평범한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영국의 근현대사 중 가장 격변기였던 1920년대~1960년대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2번의 전쟁(아들까지 3번의 전쟁)과 급박하게 변하는 현대사를 잘 묘사한 작품이기도 하다.
파스텔톤으로 아름답게 그려진 영상은 때론 전쟁의 포화에 그늘지기도 하고, 삶이 힘겨울 때 회색빛으로 그려지는 등 색감으로 감정을 잘 묘사하고 표현했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빛바랜 듯해도 온기가 흐르지만, 엔딩쯤 가서 보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로 슬프게 표현된다.

아마도 가정의 달 아이와 함께본다면, 부모님이 더욱 생각날 듯하다.
아이보다는 오히려 부모님이 살아계시다면 부모님과 함께 보면 좋을 그런 작품이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늘 함께 했던 티타임, 신문을 보면서 하던 대화등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너무나 아름답다는 말밖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그렇게나 흉내내고 싶어했던 유럽풍의 색감과 애니메이션이 바로 이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 번 말고 두 번은 꼭 보고 싶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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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ue 님의 리뷰
2018.06.23 00:13:25
평범한 삶은 참 어려워서 아름답다. 흔히들 말하는 안정적인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가족을 구성하는 것 말이다. 어렸을 땐 그게 시간이 흐르면 알아서 뚝딱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젠 완벽히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에델과 어니스트가 살아낸 평범한 삶이 대단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가슴 뛰는 사랑을 하고 열심히 돈을 벌며 ‘우리’의 공간을 만들고... 물론 그 사이에 전쟁이라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걸림돌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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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람이라는 존재는 왜 태어나고, 왜 죽음이라는 끝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처음과 끝이 있는 인생이라고 해서 마냥 행복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태어나고 걷고 말을 배우고 사춘기를 거치고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돈도 벌다가, 시간이 흐르면 닳아버린 건전지처럼 떨어지는 체력과 얼마 남지 않은 인연의 끈들마저 하나 둘 끊어질 테고... 이런 것이 인생이라면 태어날 때 선택권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금은 삐딱한 생각을 해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이 이거라니. 아마 이건 내가 현재를 살아가며 느끼는 것들 중 슬픔의 감정이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이겠지?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부디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다시 감사를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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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무주 산골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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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섭 님의 리뷰
2018.06.16 17:33:39
거부감 없이 스며드는 평범한 이야기의 침투력.
첫 장면은 부엌에서 차를 끓이는 노인 남성의 옆모습이었다. 그가 든 찻잔에는 <스노우맨>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고, 관객으로 하여금 노인이 누구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줬다. 그는 <스노우맨> 그림책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레이먼 브릭스였다. 그다음 화면은 장소를 옮겨 그가 책상에 앉아 한 쌍의 부부를 스케치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림 속의 주인공은 노인의 부모님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인 에델과 어니스트였다. 이야기는 실사 화면에서 그림 속 세계로 들어가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은 에델과 어니스트가 만나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시작되어, 그들이 생을 마감한 1971년에 마무리된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 전, 에델과 어니스트,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자 이야기의 화자라 할 수 있는 레이먼드의 과거 사진을 보여주며 끝난다.

<에델과 어니스트>는 부부의 일생이라는 씨실 위에, 영국 근대사라는 날실을 엮어서 만들어졌다.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1920년 말에 시작되어, 2차 세계대전과 처질의 시대를 지나, 사회주의 정당의 집권, 대처의 등장, 가정용 전기의 공급과 전화기 · TV · 자가용 차량의 보급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을 보여준다. 그동안 부부는 대출받은 돈으로 집을 장만했고, 살림을 채웠으며, 아이를 낳았고, 전쟁의 풍파를 겪었고, 승진했고, 무엇보다 아이가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독립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일생을 함께했다. 부부는 각자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평범한 비극과 축복 속에서 무던하지만 가급적 즐겁게 살아왔다. 에델과 어니스트의 마지막 모습이 초라하고 쓸쓸했다 할지라도 그것을 안타까워해주고, 기억해준 레이먼드가 있어서 그들의 인생이 결코 불행했다고 말할 수 없으며, 도리어 충만해 보였다.
영화가 끝나고 그림 속 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극장 안에서 훌쩍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관객들은 부부 일생을 바라보며, 마치 레이먼드가 부모님의 기리듯,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자신들의 부모님을 머릿속으로 떠올렸을 것이다. 에델과 어니스트의 마지막 모습이, 영화를 본 관객 자신의 부모님에 앞 일, 혹은 과거의 어떤 모습과 오버랩 되는 그 순간, 영화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축복과 설원이 주는 들뜬 마음을 담아서 만든 그 해의 눈사람은, 계절이 지나 녹아내리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 가족과 친구도 마찬가지다. 항상 함께해야 하고, 사소한 이유로 투닥 거리는 불편한 누군가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관계의 마지막을 필연적으로 마주해야만 하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이는 개인의 일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대한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레이먼드 브릭스는 이 경험을 작품으로 남겼고, 로저 메인우드는 9년에 걸쳐 비교적 인종과 세대에 선입견을 무력화시켜주는 레이먼드 브릭스의 포근한 캐릭터로, 보편적 감성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연출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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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18:20:29
한 부부의 일생으로 알아보는 영국 현대사 훑어보기 .
얼마전 봤던 <달링>에 이어 또 한 명의 효자가 (타인에겐)평범하지만 (자신에겐)특별한 부모님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 놓는다
.
히틀러의 런던 공습이란 공포스런 상황에서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처칠의 'Finest Hour' 연설은 영국민들을 다독여주며 힘겨웠던 'Darkist Hour'를 이겨내는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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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네 님의 리뷰
2018.05.27 23:47:56
사랑하고 결혼하고 새생명을 얻고 자식을 독립시키고... 우리의 부모님이 삶이 이러했군요. 작화가들이 존경하는 작화가 ‘스노우맨’의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가 들려주는 부부일기. 자신의 부모에게 바치는 작품이라는 점이 인상적. 부모님과 함께 보세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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