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실버 레이크 (2018) - 키노라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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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실버 레이크 (Under the Silver Lake)
범죄 / 2018

개요
범죄, 스릴러, 미국, 139분, 청소년 관람불가, 2019.09.19 개봉
감독
데이빗 로버트 미첼
배우
앤드류 가필드
라일리 코프
그레이스 밴 패튼
토퍼 그레이스
지미 심슨
로라-리
칼리 헤르난데스
섬머 비실
이지 코피
조시아 마멧
아담 바틀리
리키 린드홈
패트릭 피슬러
시본길 믈람보
앨리 맥도널드
돈 맥마너스
시놉시스
마을에 나타난 ‘개 도살자’
할리우드 대부호의 의문사
이웃집 썸녀 ‘사라’의 실종

연이은 사건 속 단서를 따라
‘사라’를 찾아 나선 청년 백수 ‘샘’은
실버레이크 아래 감춰진 비밀에 조금씩 다가서는데……
62.5%
3.38점
키노라이트 분포
6개
10개
별점 분포
리뷰
11

2019.09.16 12:15:25
모든 루저들은 실버레이크 호수 아래 가라앉는다
오타쿠-루저-게임적 리얼리즘

아즈마 히로키는 아니메, 망가 등 일본 서브컬처를 분석하며 포스트모더니즘시대 서사의 특징을“게임적 리얼리즘”이라 설명했다. 삶에서 단 한 번뿐인 삶과 죽음이 서브컬처에서는 게임처럼 무한히 반복된다는개념이다. <슈퍼마리오>를 플레이할 때, 플레이어들은 마리오가 죽어도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마리오의 목숨이무한하기 때문이다. 소설독자들은 캐릭터의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플레이어는죽음에의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캐릭터가 되살아날 때마다 전략을 달리해 다른 삶을 플레이할 수있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적 리얼리즘”은 문화만 존재할 뿐 더 이상 도시 바깥의 풍경이 부재하는 시대에 탄생했다. 게임 소비자(오타쿠)들은 서브컬처로 둘러싸인 인공현실을 받아들이며 그것을 현실로 인지하기에 더 이상 현실과 맞닿은 리얼리즘 서사를만들 필요가 없다. 그 현실인식이 “게임적 리얼리즘”의 근간에 깔려있다. 2017년 칸 영화제 경쟁작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 게임적 리얼리즘의 메커니즘을 영화에 내화한다. 그간 많은영화들게임의 전개방식을 차용했다면 이 영화는 게임 그 자체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이런 밑바탕 때문에 괴작이라 불릴 수밖에 없다.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 샘(앤드루 가필드)이 5일간 5번의 삶을 사는 이야기고,실종된 첫사랑 사라(라일리 키오)를 찾아다니는추리게임을 플레이하는 영화다. 히치콕의 어법을 기반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듯 서사를 이끌어나가다가 관객을“미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낙하시킨다. 이 영화와흔히들 비교하는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파편화된이미지를 꿈처럼 나열하는 방식이라면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정반대다. 두 영화 모두 미국이 꿈처럼 이미지들의 파편으로 구성된 국가라는 데에는 동의하나, 이를 전개하는 방식이 다르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관객이 누구를 중심인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언더 더 실버레이크>는 샘을 중심인물로 제시해 이미지를 연결시키려한다. 샘은 “사라를 찾아라”라는 임무를 뒤따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NPC를만나 새 퀘스트를 받아 수행한다. 임무에 실패할 때마다 샘은 죽고, 다음날아침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난다. 이 영화에서 현실과 가상(혹은꿈)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이유다. 이미 샘의 시점에서세계는 게임이다. 샘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없이 유령처럼 여기저기를 떠돈다.

감독은 앞서 Filmmaker지와의 인터뷰에서 “저만의 스타일은 자연세계의 규칙에 가둬지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가능한 한 영화를 창조할 때, 세계의 룰을 바꾸려 한”다고 밝힌 적 있다. 이는 리얼리즘의 상상력에서 이탈해 게임화된 상상력을 추구하는 것이라 넌지시 암시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인터뷰를 한 시점에 만든<팔로우>는 상황극에 불과했다. <팔로우>는 “섹스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규칙 아래 삶을 실존적 공포와 섹스뿐이라는 극단적 이분법을 세운다. 많은 비평가들이 인물들을 쫓아오는 ‘그것’을 (에이즈라 암시되는) 성병이라 해석하며 이 영화를 주제를 중심으로 분석해왔다. <팔로우>의 카메라는 인물들이 혼자 있을 때 그 힘을 발한다. 인물을정중앙에 두고 롱샷을 찍고, 카메라를 점차 뒤로 빼며 개인을 어둠 한가운데에 둔다. 그때에만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 다가온다. (그것은 노파로, 좀비처럼 걸으며 다가온다.) 인물들이 그에 맞서 전략을 짜 서로를지키려할수록 그것이 화면에서 사라진다. 섹스하기 전까지 10대들에게죽음은 낯선 형상이지만 죽음을 인지하고 그것에 맞설수록 그 이미지는 내면으로 들어와 삶의 일부가 된다. 이는성병으로 규정하기에는 그 해석의 폭이 다양한 이미지다. 엔딩에서 커플이 된 인물은 점차 어둠으로 걸어가고, 그 어둠이 끝나는 순간 영화는 게임전원이 꺼지듯 끝난다. <팔로우>는 주인공의 목숨이 하나라는 전제가 있기에 완전히 게임이지는 못했다. 오히려 상황극에 가까운 영화였다. 게임은 어쩌면 영화보다 더 순수성과 절대성을 추구하는 서사예술이다. 어떤 룰을 정해 인물을 통제한 뒤 그것을 오롯이 유희로만 즐긴다는 점에서, 현실과맞닿을 수 있는 지점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팔로우>의상황극을 게임으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언더 더 실버레이크>다. <팔로우>와 <언더더 실버레이크>모두 10-20대의 미성숙한 인간의 성장을섹스를 중심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형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팔로우>에서와 달리, <언더 더 실버레이크>에서 죽음은 인물에게 아무런 것도 아니다. <언더 더 실버레이크>에서 감독이 샘이 계속 퍼즐을 풀고 닌텐도 잡지를 보며 슈퍼마리오를 플레이하는 것을 몇 번씩 비추는 것은 고의가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완전히 게임을 오마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샘은 오타쿠이며 너드이다. 이런 유형의 인물은 <팔로우>에서 성인잡지를 보는 폴로도 나온 적 있다. 이 폴이 성인잡지에서나와 제이와 교감을 나눴듯, 샘도 성인잡지의 세계에 갇혀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샘에게 현실은 가늠할 수 없는 것의 연속이다. 샘은 슈퍼스타를 꿈꾸던배우였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슈퍼스타들의 이미지뿐이다. 가쉽지 속 그들은 어디를 가나 여자를 끼고다니며손짓만 까딱해도 수천만 원을 벌 수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극히 일부의 진실들 사이에는 일상이 생략되어있다. 즉, 노동의 현장이 없다. 이전의 리얼리즘은 그 인물들의 일상으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지금 사회는 다르다. 현대사회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그들처럼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고 유혹하며, 이를성욕을 자극시키는 방식으로 전시한다. 샘에게 슈퍼스타들의 삶은 신화 그 자체다. 그리고 그는 그들과 유리된 자신의 삶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는현재 미국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인셀에 가깝다.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여자와 섹스할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며, 언제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그 루저들 말이다.
샘은 그 현실을 견딜 수 없어 “5일 내에 방을 빼라”는 현실을 가상으로, <슈퍼마리오>와 히치콕 영화라는 가상을 현실로 취급한다. 아니, 그래야한다. <언더더 실버레이크>는 비루한 현실을 게임으로 견뎌내는 루저 세대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영화의 모든 요소에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샘이음모론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세계의 비밀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 물건들을 변형한 결과물에 불과하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을 꿈으로 만들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저 너머의 세계를 상상할 수 없기에 상상력을 총동원해보지만 샘은 결국 자신의 어떤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계급간의 차이에서부터 왜 자신이 너드로 살아야하는지 조차 밝혀내지 못한 채 좌절하고 만다. 이 절망감이 <언더 더 실버레이크>의 기저에 흐르고 있다. 그해<언더 더 실버레이크>와 경쟁한 이창동 감독의<버닝>이 같은 주제를 다룬다. <버닝>에서 이창동 감독은 종수(유아인)이 해미가 사라진 공백을 응시하는 장면을 찍어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로 남겨뒀다. 비닐하우스는 불탔지만, 불 탄 현장은 없는 심증의 세계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벤과 종수가 마주하는 거리의 차이로 드러난다. <언더더 실버레이크>에서 샘은 그 자리를 편집증적 서사로 채우려한다. 스릴러에서부터 로맨스, 호러물과 미스터리물, 심지어는 포크 호러까지 장르를 변주하며 세계를 영화화하려 한다. 그러나 그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 세계를 창조해낼 수 없기에 음모론과 영화적 상상력의 힘을 빌린다. 그리고그 시도는 계속 실패로 돌아간다. <버닝>에서 종수는 소설을 구상하는데 실패하지만, <언더 더 실버레이크>에서 샘은 구상한 소설을 적어내려가는 순간에 실패한다. <버닝>이 계속어딘가를 뛰어다니는 종수의 육체적 힘으로 불가해한 자본주의를 파고들려 했다면,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 오로지 상상으로 그 너머를 파고들려했다. 두 감독 모두 자본주의사회를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말하고, 그 계급적 차이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듯 보인다. 결국 <버닝>은 벤을 죽이고 불태우고,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커트 코베인의 기타로 조물주의 두개골을 부수는 상징적 행위로 이를 해결하려하지만 결국 그 세계가 해결되지 못하고 존속될 것이라는 비전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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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3 17:41:49
빛나는 그들의 빛을 잃은 진짜 얼굴
영화를 보는 동안은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서 후기를 어떻게 쓰나 걱정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어질러진 생각의 파편을 모아 하나씩 고민해보니 감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는 조금 알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에게 공감하며 따라가야 하지만, 한 번 만난 여자를 찾으려고 집착하는 샘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반감이 있었다. 음모론에도 관심이 있던 모습이 점점 심해져서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러닝타임이 139분이지만 왠지 더 길게 느껴져 중반까지는 좀 지루했다. 코믹한 장면이 있어서 몇 번 웃었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과하게 잔인해서 정신이 번쩍 들고, 선정적이면서 때로는 정말 더럽기도 했지만(영화에서 진짜로 그걸 볼 줄이야..),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졸지 않기 위해 살을 꼬집으면서 봐야 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상징하는 의미가 곳곳에 등장해 해석의 여지가 필요한 영화였다. 옛날 미국 영화나 음악 등의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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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3 07:08:47
고전과 히치콕의 그림자에 펼친 파라솔
https://blog.naver.com/renorous/221636656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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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니 님의 리뷰
2019.09.02 18:41:16
씨네필을 위한 시험지
당신이 씨네필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영화. 자칭 21세기 힙스터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동시에 계몽주의로 무장한 지식인/문화평론가의 머리통을 터뜨리는 영화. 데이빗 로버트 미첼은 또라이가 분명하다. 시대의 아이콘을 쫓아다니는 이들에겐 이보다 더한 공포영화도 없을듯. 영화광이라 자부하는 이들은 필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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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 Job 님의 리뷰
2019.08.29 01:41:33
나에겐 영화고사...성적은 낙제다
#언더더실버레이크 #UnderTheSilverLake #VendianEnt_제작사 #팝Ent_배급 #데이빗로버트미첼_연출 #앤드류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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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치콕의 레퍼런스까지는 따라갈 수 있었지만 그 이외의 끌어들어온 것들은 내 깜냥 밖이다. 너무 어렵고 흥미있지만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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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곰 님의 리뷰
2019.07.22 08:58:58
A24 글쎄다
히치콕류의 미스터리 스릴러를 예상하고 갔었는데, 미드소마 스러운 분위기로 마무리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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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mon 님의 리뷰
2019.07.16 10:30:32
남성적 시선을 지저분하게 늘어뜨린 추리극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던 <언더 더 실버 레이크> (2018)는 폐막작이었던 테리 길리엄 감독의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2018)처럼 현실과 상상의 영역을 넘나들지만, 더 난해하고 기묘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영화다. 오래된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이나 음악을 오마주했을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위해 만든 음향마저 고전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일으킨다. 무엇보다, <언더 더 실버 레이크>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 (1954) 포스터를 소품으로 활용했으며, 오프닝 시퀀스에서 ‘샘(앤드류 가필드)’이 쌍안경을 들고 건너편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돌아다니는 여성과 수영장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여성을 염탐하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히치콕 영화만의 관음증적인 태도를 영화의 핵심으로 삼는다.


관음증적 시선, 특히 20세기 서양 국가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남성적 시선(male-gaze)’이 여러 단계의 추리 게임을 해결하는 원동력으로써 작용한다. 다만, 이와 같은 시선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역할만 할 뿐이지 각 단계에 배치된 비밀을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해결되지 않은 다수의 비밀은 맞물린다는 인상보다 따로 논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샘’이 쌍안경으로 몰래 지켜봤던 상의를 벗은 여성의 집을 방문해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결말 단계로 넘어간다. 엔딩 시퀀스는 오프닝 시퀀스의 연장선이라고 불 수 있는데, 아마도 기이하고 무언가를 정복한 듯한, ‘샘’의 복잡미묘한 표정이 이를 뒷받침하는 게 아닐까 싶다. 따라서, <언더 더 실버 레이크>는 여성이 남성의 성욕을 해소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현실을 기이하게 늘어뜨린 ‘남성적 시선’과 ‘추리극’의 조합으로 묘사한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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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 님의 리뷰
2019.07.15 23:59:57
진정한 팝컬처-시네필 호러
*스포일러 포함



LA에 사는 샘(앤드류 가필드)은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어느 날 건넛집에 사는 사라(라일리 코프)를 보게 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다음 날 사라는 어딘가로 이사를 떠났다. 한편, 동네에는 ‘개 도살자’라고 불리는 범죄자가 활개 치고 다닌다. LA 최고의 셀럽이자 부자인 이는 갑작스레 실종되었다가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된다. 샘은 사라의 사진을 들고 LA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라를 찾기 시작한다. <팔로우>를 통해 데뷔한 데이빗 로버트 미첼의 신작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 어딘가 익숙한 구도를 통해 시작한다. 샘이 쌍안경으로 이웃집을 훔쳐보는 장면은 히치콕의 <이창>(사실 <이창>을 벤치마킹한 <디스터비아>가 더 직접적으로 떠오르지만)이 연상되고, 뒤이어 <현기증>의 ‘줌 인 트랙 아웃’ 기법이 빈번이 등장하기도 한다. 샘이 사라를 만나고 난 이후의 영화는 ‘팜므파탈’과의 만남으로 인해 의문의 사건으로 빠져들게 되는 필름 누아르의 공식을 따라가기도 한다. LA, 특히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종잡을 수 없는 미스터리를 쫓아간다는 점에서 데이빗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또한 자연스레 떠오른다.


<언더 더 실버레이크>가 소환해내는 요소들은 영화뿐만이 아니다. 샘은 오래된 닌텐도를 통해 집에서 [슈퍼마리오]를 즐긴다. 그의 방에는 히치콕의 영화들이나 <해양 괴물> 같은 고전 장르 영화들의 포스터뿐만 아니라 커트 코베인의 포스터 또한 붙어 있다. 스파이더맨을 연기했었던 앤드류 가필드의 손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코믹스 이슈가 들러붙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고, ‘플레이보이’와 같은 성인잡지도 등장한다. LA의 파티 문화, 힙스터들이 즐겨 듣는 인디 뮤지션의 등장, 트위터 등의 SNS도 영화 속에 등장한다. 데이빗 린치가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통해 <선셋 대로>를 기반으로 할리우드 영화계 전반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었다면, 데이빗 로버트 미첼은 <언더 더 실버레이크>를 통해 LA를 기반으로 한 팝컬처 전반을 다루려고 한다. 때문에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 가이 매딘과 존슨 형제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로 제작한 일종의 컴필레이션 같았던 <녹색 안개>의 LA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중반부쯤, 샘과 함께 [슈퍼마리오]를 하던 샘의 친구는 “나무 하나만 지나치면 새로운 미스터리가 나오는 시대는 지났어”라고 이야기한다. 샘은 그 말을 들으며 [슈퍼마리오]의 블록 속에 숨겨진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얻는다. 누군가가 숨겨놓은 것, 미스터리한 것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믿는다. 어쩌면 그들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묻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스터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 속 샘의 여정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 여정 속에서 샘이 마주한 진실, 특히 의문의 작곡가를 만나는 장면은 일순간에 미스터리를 해소해줌과 동시에 새로운 미스터리를 만들어낸다. 샘은 너바나의 ‘ Teens Spirit’를 비롯한 팝컬처의 히트곡들이 자신의 손에서 나왔다고 말하며, 커트 코베인의 ‘반항’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는 작곡가의 머리를 커트 코베인의 기타로 내려친다. 샘은 하나의 진실을 얻었지만, 그것은 그를 분노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곡 속에 숨어있는 암호라는 미스터리는 해결하지 못한다. 그는 결국 사라의 사진을 들고 이곳저곳을 헤매던 끝에 어떤 진실에 도달하긴 한다. 그 진실은 쓰레기 같은 바깥에서 사느니, 재력이 있는 이들은 지하에서 승천을 기다리며 쾌락을 즐기자는 것이었고, 사라는 이미 지하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지하의 쾌락은 영화, 음악, TV쇼 등 팝컬처와 섹스뿐이며, 이들은 승천(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 사느니, 승천을 기다리는 게 낫다’는 논리는 결국 팝컬처를 통한 쾌락의 소굴로 스스로를 집어넣는 것과 같다. 이 순간에서 샘이 마주한 허무함, 팝컬처 오타쿠로 살아온 자신의 삶이 부정당한다는 생각에 닿는 순간, 이 순간에서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 팝컬처를 종횡무진하는 미스터리 극에서 시네필리아를 위한 호러로 변모한다. 이 영화는 히치콕의 쇼트에서 시작해서 히치콕의 쇼트로 끝난다. 무엇인가를 봄으로써 생기는 불안, 공포, 충격, 파헤칠 수 없는 미스터리로 치닫는 이 영화에 참으로 적절한 시작과 끝이 아닌가 싶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조항빈 님의 리뷰
2019.07.13 23:47:18
'언더 더 실버 레이크'는 LA에서 직업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청년이 한 눈에 빠져버린 여자를 찾기 위해 할리우드에 숨어있는 미스터리와 암호들을 풀어가는 영화다. 데이빗 로버트 밋첼의 '팔로우'는 명성만 어느 정도 알 뿐이라 이 영화로 그를 처음 접하게 됐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도 길지만 페이스도 좀 길고,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만한 이상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며 한순간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할리우드의 여성에 대한 폭력성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할리우드에 꿈을 품고 온 젊은 여성들을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소비해버리고 갈아치우는 연예계를 일종의 사이비 컬트 종교처럼 묘사하며, 그 여성들의 재능과 꿈을 자신의 부와 성욕을 채우는데 쓰는 남성들은 그 종교의 신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스타, 연예인, 아티스트라는 현대의 우상들을 숭배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담고 있다. 영화 곳곳에는 마치 고대 문명들처럼 신들을 석상이나 상징적인 물건들로 개인적으로 가까이두고 기억하고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보여주며, 그 욕망으로 부를 늘려가는 소수의 최고 계급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와 시장 논리와 개인의 물질욕이 만들어내는 "스타"라는 환상에 대한 경멸이 담겨있다.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곳이 할리우드라는 점에서 영화가 묘사하는 할리우드의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와 불평등은 꼭 아주 과장된 것 같지도 않다는 점이 참 씁쓸하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한 번 만난 여자에 빠져 그녀를 찾기 위해 도시를 누비며 이런저런 미스터리와 음모론적 암호들을 푸는 이야기다.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의 연출과 음악에 대한 오마주가 아주 강한 이 영화는 '이창', '현기증' 같은 영화들과 초현실적인 스타일과 주제에 있어서는 데이빗 린치 (특히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떠오르며, 다른 한편으로는 편집증적 광기와 무시무시한 진실을 오가는 '아이즈 와이드 셧'의 분위기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스타일들을 차용해, 영화는 굉장히 다양한 미스터리들을 마주한 주인공의 여정을 전개한다. 사랑하는 여자의 갑작스러운 실종, 개들을 연쇄살해하는 이상한 사건, 부엉이 여자, 이 모든 것의 배후 등 매순간 미스터리와 수사가 멈추지 않는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며 나는 스릴을 못 느낀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이 이 수사 과정에서 조금씩 할리우드, 자신이 숭배했던 대중문화와 예술, 그리고 자신이 욕망하던 여성상에 대한 환상을 조금씩 깨며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 관객이 함께 동참하길 바라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며 곱씹을수록 슬프고 씁쓸한 맛이 더해지는 영화였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다양한 떡밥들을 아주 완벽히 회수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중요하지 않거나 굳이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고 관객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감독의 의도였을 수도 있으나, 그래도 찝찝한 건 사실이다.

연출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듯이 히치콕과 린치의 스타일에 굉장히 많이 영향을 받았고 거의 전체적으로 오마주했다고 볼 수 있다. 조명 스타일부터, '이창'에 대한 아주 노골적인 경례, 고전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의 줌인과 돌리 인 등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그 스타일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아니, 주인공이 환상에서 벗어나 진실로 다가갈수록, 영화의 연출도 고전적인 스타일에서 더 멀어지고, 현대 디지털 촬영의 대표적 산물인 역동적 카메라워크와 구도들을 선보인다. 음악감독인 디재스터피스의 음악도 히치콕 영화의 작곡가인 버나드 허먼의 스타일을 따라하며 연출 스타일과 미스터리와 스릴로 가득찬 영화의 분위기에도 크게 일조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에 개인이라는 것이 사라져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대중문화. 그리고 그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인 할리우드. 그 명예로운 언덕의 일부가 되고, 돌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지길 원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있다. 하지만 그 여성들의 꿈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짜놓은 판에 열광하는 대중. '언더 더 실버 레이크'는 이 슬픈 연예 구조를 꽉찬 미스터리로 표현한 상당한 수작이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천없 님의 리뷰
2019.08.18 01:23:50
앵무는 포유류에 속하느니라.
멘탈은 객관적 자아와 주관적 자아 사이의 장력이며 성장은 유리멘탈이 강철멘탈로 변태하며 분리되어 있던 두 자아가 점점 더 겹쳐지는 과정이다.
주스와 비스킷, 카푸어는 노숙왕의 꿈을 꾸는가.
18:10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김기영관 [ART 1관] 10층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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