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후의 밤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드라마 / 2018

개요
드라마, 미스터리, 중국, 138분, 12세 이상 관람가, 2019.07.25 개봉
감독
필감
배우
탕웨이
황각
장애가
리홍기
진영충
투안 춘하오
시놉시스
아버지의 부고로 고향으로 돌아온 남자가 과거에 만났던 한 여인의 흔적을 발견하고 따라가는 여정을 그린 멜로 영화
79.31%
3.53점
키노라이트 분포
6개
23개
별점 분포
리뷰
23

moviemon 님의 리뷰
2019.08.03 21:49:14
제71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던 영화 <지구 최후의 밤> (2018)은 이전 세대의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인간의 정신적 영역을 탐험하는 육체적 영역을 표현하기 위한 비간 감독 고민의 결과물이다. <지구 최후의 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시간, 공간, 꿈, 기억 등이 모호하게 혼재되어 있다. 근데, 이 영화의 특징은 어느 부분이 현실의 영역을 다루고 꿈과 기억이 혼재된 영역을 이야기하는지 파악하려고 계속 애쓸수록 인지적 정체나 오류에 갇히게 된다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구 최후의 밤>은 현실인 영역과 현실이 아닌 영역을 구분해 완성하는 퍼즐이 아니다. 어쩌면 1부와 2부 모두 꿈일 수도 있다.

배우 탕웨이가 연기한 두 여인을 중심으로 본다면, 1부는 고향 카일리로 돌아온 남자 '뤄홍우(황각)'의 기억에 관한 꿈을, 2부는 그의 상상에 대한 꿈을 펼쳐놓은 거로 볼 수 있다. 하나의 시공간에서 또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하며 부모와의 관계나 과거의 경험에 생긴 공백이 점차 채워지는 과정 자체가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게다가, 58분 동안 롱테이크로만 펼쳐지는 2부는 1부보다 육체적 움직임 강도를 끌어올림으로써 정신적 영역을 탐험하며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하는 영화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지구 최후의 밤>에서 제공한 정신적 영역에 생긴 공백을 메우고 무디어진 육체적 감각을 회복하는 체험이 누군가에게는 애틋함과 위안으로 기억되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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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네 님의 리뷰
2019.08.21 17:30:45
사랑은 사과처럼 흔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몽처럼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어. 밀레니엄 시대였던 2000년대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작품이지만 현재의 상황도 그 차이가 없다는게 이상하죠.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찾기 위한 여정이 중심이고 집착처럼 보여지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여기서 함정은 제목은 SF스럽지만 결국 사랑이야기라는 것이죠. 그러나 후반에는 멜로에서 볼 수 없었던 온갖 기술력이 숨어 있는 범우주적(?) 러브스토리이기도 합니다. 타이틀 제목이 뒤늦게 나오고 나서야 3D로 나오는 장면이 등장하죠. 짐라인 장면이나 우수수 떨어지는 사과 등등... 하지만 우리는 그걸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영화는 생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물컵은 깨졌을까, 조폭보스는 극장에서 최후를 맞이했을까 등등... 이런 생략과 간결하지만 영상미를 추구하려는 노력은 웬지 포스트 왕가위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비간이란 생소한 이름의 젊은 감독의 다음 작품이 은근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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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1 00:37:25
중국 속 지구 최후의 밤은 돌고 돈다
https://blog.naver.com/renorous/221622943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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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별 님의 리뷰
2019.08.19 21:13:43
기억이라는 조각, 굴레, 혹은 전부
우리는 기억으로 살아간다.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수많은 기억들이 모여 이뤄진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 이룩한 역사도 결국은 기억의 기록이다. 꼭 그렇게 방대하고 원대한 것뿐 아니라, 우리 앞의 일상도 마찬가지로 (어쩌면 더) 깊은 의미를 가진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대화들, 연인과 쌓는 추억들, 친구들과 푸는 추억팔이도 ‘기억’이 원동력이 되고, 또 새로운 ‘기억’을 낳는다. 그때의 순간들은 이후에 기억으로 치환되어 기억 사용의 순환이 지속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우리는 현재라는 식탁에 둘러앉아, 차리고 차려진 기억 반찬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먹고, 씹고, 즐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기억이라는 건 거의 항상 제멋대로여서, ‘100% 확실‘의 신뢰성을 온전하게 보장하진 않는다. 기억을 하는 ’나‘의 탓인지, 기억 그 자체의 특성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할 때가 있고 기억하기 싫은 것만 떠오를 때도 있으며 이때의 기억과 저때의 기억이 뒤섞여 뒤죽박죽일 때도 있고 아예 사실이 아닌 기억이 덧붙고 왜곡돼 마치 거짓은 아닌 양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좋았던 때인데 최악의 기억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고, 별로 좋지 않았던 때인데 미화되어 그리움을 부르는 기억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지구 최후의 밤>은 ’뤄홍우‘라는 한 남자의 기억에 관한 영화다. 아니, 그렇게 확신할 자신은 솔직히 없다. 뤄홍우의 기억을 하나씩 조명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 기억들 자체가 드문드문 혹은 아예 전부 거짓일 수도 있다. 기억의 참 거짓 여부를 떠나 그냥 모든 것이 꿈일 수도 있겠다. 비간 감독은 그만큼 관객들로 하여금 다부지게 혼란(?)을 선사한다. 이런 불확실성은 이 작품을 통해 각자가 챙기는 것들의 범주를 더욱 풍부하게 하여 관람 후의 느낌도 셀 수 없이 많도록 만든다. 아울러 이 영화 자체가, 우리의 ‘기억’ 그 자체라 말하고 있는 듯하다. 확실한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을 수 있고, 모호한 것 같은데 모호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럼에도 각자가 조각조각 모아 끌어안고 살아가는 그런 기억들처럼.

해서 영화의 1부와 2부를 따로따로 ’무엇이다‘라고 정의내리는 것이 개인적으론 망설여졌다. 정적임과 동적임, 조각과 모음의 분명한 차이들. 허나 ’탁구와 아들‘, ‘총’, ‘자몽’, ‘새’, ’빨간머리와 어머니‘, ’트럭‘, ’사과‘, ’초록색과 빨간색‘ 그리고 ’시계‘와 ’폭죽‘ 등과 같은 연결의 매개들은 그런 차이와 구분을 뭉개버리고 꿈이라는 그릇에 담겨 기억의 특성을 부각시킨다. 더불어 우리가 예전을 기억하는 방식은 1부 같지만, 기억을 쌓아가는 방식은 2부 같달까. 영화관을 빠져나오며 생각했다. 나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오늘의 기억이, 확실하지 않을 거라는 건 무엇보다도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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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님의 리뷰
2019.08.14 15:13:14
몽환적인 비주얼과 쏟아지는 졸음의 완벽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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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réer 님의 리뷰
2019.08.13 22:41:39
꿈이 된 영화의 시 공간
“꿈이 된 영화의 시 공간”
 
지구 최후의 밤,
깨지기 싫은 꿈을 영원히 붙들어
깨지기 쉬운 사랑에 영원을 꿈꾼다.
 
노랗게 타들어 가는 시간, 
축축이 그을린 공간,
경계와 경계의 사이의 외줄은
타면 탈수록 닳아 없어진다. 

영화의 우주에 새로운 은하를 만났다.
‘지구 최후의 밤’은 깨서 보는 꿈의 시공간이다.
 
현실과 꿈, 기억과 환상이 뒤엉켜
깨어서 영화를 보지만,
잠들어 꿈속을 헤매는 몽롱함이다. 
이 단독적 감성에 새로이 눈이 커진다.
 
몽환적 분위기를 피워내는 시청각의 언어는 시적(詩的)이다. 행과 행, 연과 연 사이를 잇는 시의 힘처럼, 현상돼 들려오는 모든 표현이 경계(현실과 꿈 기억과 환상)의 고리와 상징이 된다. 한 시인의 시론을 ‘지구 최후의 밤’으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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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자기 꿈속에서 헤매는 사람은 누구나 중생이라 하지요. 꿈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현실은 꿈보다 더 지독한 꿈이에요. ‘시’는 꿈이라는 현실과 현실이라는 꿈 사이에서 꾸는 더 짧은 꿈이에요. -무한화서(無限花序),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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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고향에 내려온 남자는 과거 연인을 떠올린다. 벽에 걸린 나이 든 시계 속, 얼굴 없는 사진을 시작으로 꿈에서 그녀를 만난다. 이어지는 초록 책에 사연과 기억에 사는 무서움, 슬픔이 된 과일과 동굴 속 아이, 날갯짓하는 탁구채…. 다시 만난 그녀일지 모를 그녀와 검게 그을린 그 집.
 
하나하나 인수분해 될 것 같은…. 하지만 당장은 이해되지 않는 이 떨림은, 마음으로 마시는 시(詩) 같다. 세상에 완벽한 창조가 없듯 비슷한 부류의 영화가 있지만, ‘지구 최후의 밤’엔 단독성을 부여해주고 싶다. 꿈을 타고 표현하려는 영화의 의지가 소원을 이룬 것 같아서다. 시인이 말하는 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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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프로이트가 말하는 ‘꿈 작업’의 네 가지 방식은 시 창작의 방법이기도 해요. 응축, 이동, 형상화, 이차적 가공, 이 공정들을 통해 잠자는 사람의 욕망이 성취되듯이, 도무지 말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든 말하는 것이 시의 ‘소원 성취’에요. -무한화서(無限花序),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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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닳게 비튼 시간, 설계된 오브제와 몽환적 공간, 퍼지는 소리와 음악, 유영하듯 뒤따르는 롱 테이크와 의미가 담긴 시선들…. 이토록 ‘조화롭게 부지런한’ 영화에 움직임 탓에 평론가들은 상찬 일색 일 수밖에 없다.
 
열거한 상징들을 시간적 내러티브로 정확히 설명할 능력이 내겐 없다. 서너 번 부릅뜨고 보아야 조금 가능할 일이다. 독해와 해설은 평론가와 다른 씨네필에게 맡기고, 난 늘 그렇듯 게으르고 부지런히 감상에 별책부록을 남길 뿐이다.
 
영화의 이미지 중 나를 찔러 피 돌게 한 장면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장면 하나로 ‘지구 최후의 밤’은 오래 각인 될 것 같다.
 
여자는 영화를 보며 울고 있다.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손에 든 자몽을 찢어
입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뒤에 연인이 있지만 슬픔은 멈추지 않는다.
 
남자는 사과를 먹으며 울고 있다.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한 입 두 입 베어
오독오독 모두 씹어 삼킨다.
뒤에 연인이 있지만 슬픔은 멈추지 않는다.
 
화면은 가깝게, 가만히 오래 비춘다. 정면으로 받게 되는 감정이라 쉽게 빠지지만, 그보다 인물의 ‘행위’ 자체가 더 와 닿는다. 누구나 자기만이 아는 아픔의 리듬과 습관이 있어서다. 슬픔을 삼키는 슬픔에 도구가….
 
이 글처럼, ‘지구 최후의 밤’은 뒤죽박죽 몽롱하고 모호하다. 처음부터 경계(현실과 꿈 기억과 환상)의 미로를 쫓다 보면 자칫 잠들어 꿈을 놓칠 수 있다. 그저 한여름에 묘한 꿈을 꾼단 마음으로 -영화의 분위기에 취해, 흘러가는(감상하는)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영화는 정말 인상 깊다. 빛이 다른 은하로, 탄생만으로 열렬히 응원한다. 다만, 추상으로 빚은 초현실보단 현실에 가깝게 비튼 영화를 더 좋아하기에, ‘몽환적 강렬함’ 딱 거기까지다. 그래서 이 별에 사랑은 나를 크게 흔들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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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익 님의 리뷰
2019.08.13 21:48:11
기억과 꿈이 만나는 그 지점을 향하여
비간 감독의 <지구 최후의 밤>은 절대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복잡하게 얽힌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고 시적인 내레이션과 대사들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하지만 유려한 촬영과 탁월한 감각으로 장면을 지배하는 음악, 이를 통해 영화가 주는 이미지들을 따라 앞서 제시한 정보들을 종합해 감상하다 보면 아름답기도, 애잔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 영화에 대한 비간 감독의 확고한 생각이 느껴지기도 한다. 필자 역시 이성적으로 영화의 내용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럴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이해하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화는 두 개의 막으로 분리되어 있다. 1 막은 과거 운명적으로 만났던 완치원[탕웨이 분]을 회상하고 찾아 나서는 뤄홍우[황각 분]의 이야기이며 2 막은 뤄홍우의 꿈(혹은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1 막은 현실의 이야기고 2 막은 가상의 이야기다. 당연히 1막과 2막의 구조와 촬영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오프닝의 내레이션, 그리고 영화 중반에 나오는 내레이션을 명심하자. 오프닝에서는 꿈은 두둥실 떠다니는 느낌을 준다며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만 동시에 꿈을 꿀 때 내 몸이 수소로 된 것은 아닌지 늘 의심한다며 이성적인 의문을 제시한다. 영화의 중반에서는 기억은 그것이 확실한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지만 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분명 기억과 꿈은 확연히 다르고 영화 역시 이를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그 둘의 유사하다는 여지를 남겨놓는다. 그리고 그 여지는 영화가 각 막을 담아내는 방식에서 발견할 수 있다.



1 막은 뤄홍우가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일들이며 그 내용 역시 굉장히 현실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일들을 굉장히 몽환적으로 담아낸다. 현재 시점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촬영되었는데 카메라가 고정된 경우, 혹은 움직임이 적은 경우에는 패닝과 틸트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며 카메라가 움직이는 경우에는 자유롭게, 제3자의 시선으로 공간을 유영한다. 그 와중에 현재의 사건들을 담아낼 때는 과거 사건에 비해 비교적 많은 컷 수와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소화, 단순화하여 그나마 현실적으로 보여주지만 과거의 사건들은 대부분 원 씬 원 컷으로 구성되었으며 한 층 더 과감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패닝, 틸트를 사용한다.(물론 현재의 장면들 중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연출된 장면이 많다. 어디까지나 비교적) 특히 180도 뒤집히는 틸트를 하는 등 파격적으로 연출된 장면들도 있으며 장면 전환이 모호한 장면들이 있는가 하면 색감 역시 현재보다 과거가 비교적 더 화려하게 그려진다.(완치원의 옷, 사과를 먹을 때의 방, 달빛을 중심으로 한 밤 장면들, 동굴 등) 정도를 따지자면 과거와 현재, 시간에 따라서 조금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비현실적으로 촬영이 됐다. 이야기의 구조도 마찬가지.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등장해 비교적 혼란스럽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막상 내용 자체는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영화는 촬영과 미장센, 그리고 서사 구조를 통해 몽환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반면 2 막은 전체가 원 테이크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 보니 시간순으로 정직하게 이야기가 벌어지며 카메라의 움직임 또한 고정된 카메라를 중심으로 패닝, 틸트를 자주 사용하던 1막과는 다르게 2 막은 대부분 인물의 뒤를 쫓거나 인물의 시점을 빌려 사건을 쫓아간다. 1막의 과감한 틸트와 같은, 비현실적인 카메라 움직임도 없다. 당구장이나 무대 뒤 대기 공간, 광장 등을 생각하면 색감이 단조롭다고 보긴 어렵지만 1막에 비한다면 덜 화려한 편이며 기본적으로 백열등, 불과 같은 주황색 빛과 어둠의 대조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영화의 공간이나 상황은 1막에 비해 상당히 비현실적인 편이다. 동굴 속에 혼자 사는 아이, 탁구를 대충 치고 동굴을 탈출시켜주고 간이 리프트(?)로 내려가자 나타나는 마을, 탁구채를 회전시키자 정말로 날아가는 상황과 급작스럽게 등장하는 미친 여자, 그리고 그에게 시계를 받아내는 뤄홍우, 마지막에 회전하는 집까지. 비현실적인 상황의 연속이지만 영화는 그저 인물이나 다른 피사체의 뒤를 따라가거나 인물의 시점을 빌려 사건을 따라가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꿈이고 사건들 역시 비현실적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현실적이다.


1 막과 2 막은 내용과 카메라의 시선이 불일치를 이룬다. 현실의 1 막은 비현실적으로 담았고 가상의 2 막은 현실적으로 담아냄으로써 각 막의 이야기가 가진 특징, 1막의 현실성과 2막의 비현실성을 깎아내리고 그 반대의 특징을 끌어올린다. 촬영과 연출을 통해 그 둘을 가능한 가깝게 그려내려는 것이다.



이쯤에서 오프닝을 한 번 돌이켜보자. 가라오케 마이크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틸트를 하여 화려한 조명을 지나 모텔방으로 도착하는 이 장면은 기나긴 롱테이크로 촬영되었다. 분리된 공간(가라오케 - 모텔 방)을 하나의 테이크로 관통하는 이 장면은 오가는 대화로 유추해보면 1막의 시간대, 그중에서도 현재 시점의 이야기지만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몽환적으로 연출된 장면 중 하나다. 그러면서 영화는 갓 꿈이 깬 주인공을 오프닝에 등장시킴으로써 꿈과 기억이 가장 맞닿아 있는 상태로 시작한다.



1막의 마무리 역시 이와 비슷하다. 1막에서 은근히 중요하게 등장하는 소재가 '영화'다. 완치원이 끌려간 상태에서도 영화는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완치원과 뤄홍우가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특히 완치원이 원하던 자몽을 먹으면서. 또한 뤄홍우가 줘홍위안을 암살하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 역시 배경이 영화관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영화와 기억을 대조하는 대사를 넣음으로써 <지구 최후의 밤>은 영화와 꿈이 유사한 의미를 갖도록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1막 마무리, 사실상 꿈이나 다름없는 2막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이 영화관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1막에서 꿈과 기억이 가장 맞닿아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2막의 내용은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1막의 정보들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자몽, 붉은 머리일 것 같았던 어머니, 탁구를 가르쳐주고 싶은 아이, 갱도에서 사망한 백묘와 동물의 뼈를 연상케 하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아이, 현실의 완치원과 비슷한 양상의 대화를 나누게 되는 카이전(심지어 그 의미는 카이리의 진주), 그리고 회전하는 집까지. 몽환적으로 전달된 1막의 정보들은 2막에 이르러서 실현된다. 특히 1막에서 대부분이 실현되지 못하거나 주인공을 떠나간 이미지들이 2막에서는 주인공에게 도달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꿈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 짓는다. 하지만 영화는 영원(시계)과 순간(폭죽)을 동시에 등장시키면서 결국에는 순간의 이미지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회전하는 집)를 제시해놓고서도 그 이미지가 끝나감을 암시하며 마무리하는 영화는 꿈속에서도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는 지점을 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화이면서 굉장히 슬픈 영화다. 1막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나선 뤄홍우는 극장이 도착해 그것들이 실현되는 2막으로 당도할 수 있다. 많은 것들이 순탄하게 해결되는 2 막은 마지막에 이르러서 그것들이 가지는 가치는 영원하지만(시계를 찬 카이전) 그 현상은 순간(거의 다 타들어간 폭죽)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프닝에서 꿨다고 하는 꿈 역시 이와 비슷할 것이고 감독이 보여주는 것은 그 꿈에 도달하고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한 사이클일 것이다. 마치 <달콤한 인생>의 선우[이병헌 분]가 말한, 달콤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계속해서 꾼다. 그렇게 영화는 기억과 꿈을 이어놓았고 그것이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영화는 이 지점을 짚어내기 위해 내용과 담아내는 방식을 불일치시켜, 최대한 꿈과 기억이 맞닿도록 구성했다. 영화 자체가 화려하게 연출됐기 때문에 이 영화가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영화가 가지는 형식과 그토록 화려한 연출이 단지 겉멋이 아니라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확실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인상적이다. 앞서 말했듯 절대로 친절한 방식의 영화는 아니지만 비간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확고하게 구현해냈다. 무엇보다 그 확고한 생각이 단지 생각 자체의 텍스트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영화로써 온전하게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지구 최후의 밤>은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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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님의 리뷰
2019.08.13 11:44:23
이런 영화에서 앞과 뒤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영화가 보여주는 것들을 만끽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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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ue 님의 리뷰
2019.08.11 22:54:57
가만히 생각해볼수록, 장면을 곱씹어볼수록 애틋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이 영화에게 명확한 답을 얻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그 경계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영화이기에, 이 동행에 기꺼이 동참하는 관객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테고, 이 미로에서 서성이는 것이 그저 머리가 아프다면 아득한 꿈에서 그친 채로 괴로운 러닝타임을 견뎌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전자에 속하는 관객이었기에 관람하는 내내 황홀했음을 밝혀둔다. 느릿한 카메라워크와 마음을 파고드는 음악 덕분에 그 황홀함이 배가되기도 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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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후의 밤>은 결국 깊게 사랑했던, 어쩌면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여자를 찾기 위한 한 남자의 여정이면서도, 결국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아 나가는 여정이다. 진실과 거짓, 그 안에 섞인 미련과 후회, 그 모든 감정 아래 깔린 것은 지독한 사랑이었다. 그 지독한 사랑이 만들어낸 환상은 끝없이 몽롱하여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보는 내내 ‘결국 뤄홍우의 꿈이구나’ 싶어서 내가 다 너무 외로웠다. 그 적막함이 내 코앞에 와있는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완치원의 존재가 내게도 너무 강렬하고 커져 버려서 답답하고 괴로웠다. 그녀가 먹던 자몽을 생각하면서도 네가 먹던 사과를 베어 물고, 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뤄홍우는 엉엉 울어버린다. 기억의 파편은 언제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른 채 그를 찔렀다. 뤄홍우는 피할 새도 없이 당했다. 그는 울컥하고 올라오는 감정에도 불구, 그 기억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억의 편린은 그렇게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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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은 ‘잠깐’이고, 시계는 ‘영원’이랬다. 여자는 남자에게 찰나를 선물했고, 남자는 여자에게 영원을 선물했다. 남자는 또 다른 꿈에서 영원의 사랑에 빠진 걸까. 그렇다면, 여자는 잠깐의 사랑을 준 것일까. 이 또한 결말이 예상 가능한 사랑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남자가 내내 거짓이라고 말했던 ‘영화’에서 결국 그 어떤 것들보다 진실에 가까운 일들, 정말 ‘진짜’였으면 좋겠다 싶은 일들이 가장 아름답고 애틋하게 펼쳐진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는 무형의 것들을 내보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앞날을 응원하게 만든다. 뤄홍우는 꿈의 세계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그 꿈이 고스란히 현실이 되어, 마치 ‘지구 최후의 밤’만큼이나 비장하고, 아름답게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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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네 님의 리뷰
2019.08.11 20:53:27
<지구 최후의 밤, 2018>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몽환적 분위기.
팜므파탈 탕웨이와 환각을 겪듯 짙은 황각의 연기.
후반 30분 같은 58분 야외 롱테이크는 가히 역대급. 어메이징.

제 71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30세 중국 천재 감독의 등장.
이동진 평론가 5점 만점.


"영화와 기억."

"난 어디까지 본 것인가."

"전반부, 복잡 난해 지루 주의"


☆ 4.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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