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페리아 (Suspiria)
공포(호러) / 2018

개요
공포(호러), 미국, 이탈리아, 152분, 청소년 관람불가, 2019.05.16 개봉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배우
다코타 존슨
틸다 스윈튼
클로이 모레츠
미아 고스
제시카 하퍼
안젤라 인클러
엘레나 포키나
잉그리드 카벤
실비 테스튀
알렉 웩
파브리지아 사치
시놉시스
마담 블랑의 무용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찾아온 소녀 수지
그리고 그 곳에서 겪는 기이하고 놀라운 경험
76.92%
3.3점
키노라이트 분포
12개
40개
별점 분포
리뷰
25

moviemon 님의 리뷰
2019.05.08 17:33:53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지 말고 영화를 정치적으로 만들어라" <서스페리아>
<아이 엠 러브> (2009), <비거 스플래쉬> (2015) 그리고 작년 봄에 개봉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7)을 미루어 볼 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무엇보다 인간의 육체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육체에 대한 관심만 유지한 채 이전 세 편의 영화와 결이 전혀 다른 영화를 내놨는데, 그 작품이 바로 제75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던 <서스페리아> (2018)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이탈리안 지알로 필름의 거장으로 유명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 1977> (1977)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런데,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Un Giorno da Pecora'와의 매체 인터뷰에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리메이크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왜냐하면 원작이 추구했던 목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즉,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원작의 소재와 세계관만 공유하고 있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철저히 원색적인 이미지, 자극적이고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 그리고 극단의 공포로 몰아넣는 사운드에 집중했다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1970년대 유럽 상황, 특히 독일 전후 사회 및 문화적인 이슈를 조명하며 원작의 치명적인 단점인 빈약한 스토리텔링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성에는 차지 않더라도, 리메이크된 <서스페리아>는 발레에서 현대 무용으로 소재에 변화를 주며 보다 더 거친 움직임을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관객을 경악스러운 30분가량의 엔딩에 끌어들임으로써 원작이 보여줬던 공포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근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가 대단한 이유는 따로 있다. 원작의 핵심 서사를 리메이크판에서는 표층적 서사에 배치하고, 1970년대 독일 사회의 이야기를 심층적 서사에 배치함으로써 이중 구조의 서사를 완성했다. 게다가, 이러한 이중 구조의 서사는 표면적으로는 원작의 장르를 그대로 껴안아 보이지만, 실은 전혀 다른 영화를 탄생시키는데 기여한다. 다시 말하자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이 말한 바와 같이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는 대신, 영화를 정치적으로 만든다. 이는 사회에서 필수적인 담론을 소모하지 않을뿐더러 당시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고찰하도록 유도한다.

1. 무용 아카데미 'Tanz': 68 혁명 이후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여전히 외면하는 서독 정부

<서스페리아>는 '블랑(틸다 스윈튼)'이 지도하는 무용이 흑마술과 관련 있다는 원작의 표층적 장치를 공유한다. 원작의 소재와 세계관을 공유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수지(다코타 존슨)'가 들어간 무용 아카데미가 마녀의 소굴이라는 콘셉트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도 눈여겨봐야 한다. 원작의 경우 발레 아카데미가 그저 성공적인 '지알로 필름'을 위해 만들어진 마녀의 소굴일 뿐 특별한 기능을 해내지 못하지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68 혁명' 이후의 독일 역사를 영화의 심층에 녹여내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했다.

'68 혁명'은 독일에서 일어난 사회변혁운동이 아니라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일어났지만, 기존의 사회질서에 강력하게 항거하는 운동의 성격이 확산되면서 독일, 미국 등에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68 혁명' 이후 서독에서는 여성의 목소리와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이 부흥하기도 했지만, <서스페리아>가 주목하는 것은 서독뿐만 아니라 유럽을 흔들었던 테러의 물결이다. 독일은 '68 혁명' 이후 서독에 결성된 '극좌 테러리스트 단체(Rote Armee Fraktion, RAF)에 의해 '독일의 가을(Deutscher Herbst)'의 시대를 맞이하기도 했다. 'RAF'가 연속적인 테러로 유럽 사회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간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절대로 합리화할 수 없지만, 이와 같은 단체가 서독에 등장한 배경이 동독 정부와 달리 나치 정권의 산물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서독 정부를 향한 환멸과 끔찍한 범죄를 일으킨 부모 세대를 향한 경멸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역사적인 배경을 숙지한 채 영화로 다시 돌아와 이야기하자면, 무용 아카데미 'Tanz'는 나치 정권을 완전히 청산하지 않은 서독 정부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무용 선생님들은 나치 당원 및 은밀한 곳에서 여전히 나치즘을 따르는 세력을, 무용 선생님들이 숭배하는 '마르코스'는 나치 정권을, 흑마술을 부리는 듯한 무용은 나치 정권이 '민족(Das Volk)'이라는 이름하에 평범한 시민에게 가한 폭력이나 비윤리적인 실험을, 그리고 춤을 배우려고 아카데미에 오디션을 보고 무용단원이 된 학생은 나치 정권이 자행했던 실험의 대상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무용 아카데미는 서독 정부에 환멸을 느낀 전후 세대가 무엇을 하든, 이를 외면하는 나치즘 옹호 집단이자 나치 일당 독재 체제의 잔재다.

2. 다코타 존슨이 연기한 '수지': 전후 세대의 환멸이자 파괴적 행위

반면, '수지(다코타 존슨)'는 나치의 잔재를 처리하지 않은 서독 정부와 여전히 나치를 숭배하는 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전후 세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악마의 씨앗을 지니고 있었던 그녀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끌렸던 독일 베를린으로 넘어왔다. 악마의 씨앗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녀가 나치를 지지한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악마의 씨앗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후반부 시퀀스에서 'I am she'라고 말하며 본인이 '한숨의 마녀(Mother Suspiriorum)'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수지'는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모인 마녀들의 자리에서 'RAF'와 같은 파괴적 행위를 쉴 틈 없이 몰아붙인다. 게다가, 그녀는 마녀들의 쇠꼬챙이에 끌려 다니고 나체인 상태로 조롱받고 고문당하는 '클렘페러 박사(틸다 스윈튼)'를 나중에 풀어주며 용서를 구한다. 따라서, '수지'는 전후 세대가 느낀 감정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자, 'RAF'처럼 나치 정권 시대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부모 세대에 행동으로 맞선 '68 혁명'의 분파 중 하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3. '클렘페러 박사'와 '블랑': 나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죄책감에 대하여

<서스페리아>에서 틸다 스윈튼은 '클렘페러 박사'와 '블랑', 두 인물을 연기했는데, 두 인물 모두 나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죄책감을 보여준다. '클렘페러 박사'는 극 중에서 칼 구스타브 융의 저서를 읽는데, 칼 구스타브 융은 집단 무의식의 개념으로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웠던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로 알려져 있다. 극 중 그의 저서를 배치한 것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클렘페러 박사'는 자신의 아내였던 '앙케(제시카 하퍼)'를 떠오르게 하는 사물을 볼 때마다, 계속 무언가를 잊으려고 하거나 내면이 불투명해지는 상태에 빠진다. 이는 전후 세대가 느낀 죄의식이 구체적인 상태로 드러난 것이다. 또한, 집단 무의식의 개념에 의거하여 볼 때, 아내 '앙케'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고 있음에도 외면하면서 느낀 그의 자책감과 죄의식은 집단에게 침투했고, 나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이와 같은 죄책감은 1970년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독일 사회에서도 지속되고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블랑'의 경우 '클렘페러 박사'와 다른 방식으로 나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블랑'은 나치 시대의 개별적인 피해자였던 '클렘페러 박사'와 달리 나치 일당 독재 체제에 동조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전체주의적 계획과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늦게라도 자각한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는 '블랑'을 제외한 교사들은 나이가 들면서 육체적으로 힘이 약해진 '마르코스'를 위한 새로운 숙주를 찾자마자 계획을 곧장 실행하려는 반면, '블랑'은 말을 둘러대며 계획 실행을 지연하려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4. 이탈리아 감독이 독일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 이유는?

총 6막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서스페리아>의 이야기가 끝나면, 관객으로서 해야 할 마지막 임무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원작처럼 여전히 독일을 배경으로 한 의도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일 뿐만 아니라, 이전 세 작품 모두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근데, 이번 영화만큼은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 단언컨대 여기에는 확고하고 분명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전체주의 국가였던 독일과 이탈리아는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패전국이 되었다. 다만, 차이점은 독일은 1949년 '서독(Bundesrepublik Deutschland, BRD)'과 '동독(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 DDR)'으로 분단된 반면, 이탈리아는 분단의 역사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두 국가의 전후 세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여전히 교점을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독일과 이탈리아의 국가적 상황 사이에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13년에 창립된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lternative für Deutschland, AfD)'이 2017년 제3당으로 의회에 입성하고, 독일의 극우단체 '페기다(Patriotische Europäer gegen die Islamisierung des Abendlandes, PEGIDA)'의 시위 빈도가 점차 증가하는 등 '신나치주의(Neo-nazismus)'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탈리아 또한 베로나가 네오파시즘의 온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사례로 지난달에는 로마 외곽에서 '카사파운드', '포르차누오바' 등 파시즘을 따르는 극우정당의 혐오 시위가 일어나는 등' 신파시즘(Neo-faschismus)'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결국,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전후 역사의 접점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다. 전후 세대의 감정과 입장을 상기시킬뿐더러,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분열을 영화라는 매체로 전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과 분단의 피해자인 '클렘페러 박사'를 풀어주고 악몽을 지워주는 '수지'의 행위를 묘사함으로써 오늘날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어떤 역할을 행해야 하는지 묻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4.30 00:49:45
'서스페리아' 간단 리뷰
1.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던 영화 중 가스파 노에의 '클라이맥스'가 있다. 무용단 멤버들이 모임을 갖던 중 단체로 마약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광란의 현장을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본 감상을 짧게 이야기해보자면 감독과 배우, 카메라가 단체로 약을 빨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무려 관객도 약을 빨게 한다. 어두운 조명과 소금끼 머금은 습기가 가득하고 검붉은 조명에 어두운 시선은 관객을 미치게 만든다. 실제로 영화가 끝나고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꽤 많은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누군가는 계단에서 넘어졌고 누군가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길바닥에 떨어뜨리고 그냥 갔다. '클라이맥스'는 관객에게 이상한 악몽과도 같은 영화였다.

2. 나는 그때 느꼈던 약 맞은 기분을 다시 느낄 일이 없기를 바랬다. '클라이맥스'는 흥미로운 영화였지만 그것을 보는 행위 자체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때 그 감정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 '서스페리아'가 바로 그 영화다. 모르는 영화는 아니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1977년작 영화를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그리 거부감을 가질 일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환영할 영화였다. 미국식 호러영화가 아니고 주목받는 예술영화 작가가 리메이크한다니, 몹시 반가웠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서스페리아 1977')와 다른 영화라고 했을 때 나는 근원적 공포에 더 다가선 영화가 나오길 기대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마주한 '서스페리아'는 마치 '서스페리아 1977'에 대한 해석과 리뷰처럼 상세하고 정치적이다.

3. 우선 이 영화의 배경은 1977년이다. 1977년은 원작 '서스페리아'가 만들어진 시기이며, 당연히 영화 속 배경이 되는 해다. 즉 '서스페리아'는 원작과 벽을 두고 만들어졌지만 원작의 시간대를 그대로 가져온다. 게다가 '서스페리아 1977'에서 수지 역할을 한 제시카 하퍼가 앙케 역할로 짧게 출연한다. 흘러가는 듯한 이 역할은 사실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원작과 리메이크의 연결고리가 된 제시카 하퍼는 그 존재 자체로 어떤 의미를 갖는다. 마치 이것은 '서스페리아 1977'과 '서스페리아'가 평행우주로 이어진 것 같은 결론을 내리게 한다. '서스페리아'는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보고 재해석한 '서스페리아 1977'의 세계이다. 그렇다면 '서스페리아'가 재해석한 '서스페리아 1977'은 어떤 모습일까?

4. 영화는 1977년이라는 시대배경과 함께 '바더 마인호프'의 소식을 전한다. '바더 마인호프'는 1967년 결성된 서독의 극렬 테러조직으로 울리케 마인호프와 안드레아스 바더가 중심이 돼 결성됐다. 1977년은 이들의 막바지 시기로 1976년 울리케 마인호프는 1976년 감옥에서 목을 매 자살했고 안드레아스 바더 역시 다음해인 1977년 루프트한자 여객기 납치사건이 진압됐다는 소식을 듣고 권총으로 자살했다(다만 이 자살에는 의문점이 꽤 있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도 "바더 마인호프의 시대가 끝났다"는 뉴스가 등장한다. 영화는 바더 마인호프로 대변되는 독일의 70년대를 보여주려는 듯 혼란한 상황을 연출한다. 시위대가 거리를 걷고 폭탄이 터지기까지 한다.

5. 바더 마인호프는 보수적인 서독 정서에 반기를 든 극좌파 테러리스트들이다. 이들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스페리아'에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들이 일부 등장한다. 그 중 클렘페러(틸다 스윈튼)는 이 시대의 시작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인물로 1943년 전쟁 중 아내 앙케(제시카 하퍼)와 헤어진 뒤 행방을 알 수 없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는 앙케가 전쟁 중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가 소장의 횡포로 얼어죽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죽을 당시에는 두 명의 여인이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6. 여기서 이 영화 내내 등장한 '배경' 이야기를 해보자. 클렘페러에게 상담을 받는 패트리샤(클로이 모레츠)는 학원 안에 세 명의 마녀(어둠의 마녀, 눈물의 마녀, 한숨의 마녀)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등장한 마녀는 둘이다. 그렇다면 다른 한 마녀는 앙케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왜냐하면 앙케는 또 다른 세계('서스페리아 1977')에서 마녀의 학교에서 살아남은 1인이었기 때문이다. '서스페리아 1977'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한다면 당시 수지(제시카 하퍼)의 웃는 얼굴에서 묘한 섬뜩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녀의 심장부를 다녀온 수지는 결국 마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서스페리아'의 또 다른 수지(다코타 존슨)는 이미 마녀로 태어난 인물이다. 이 영화는 애시당초 '수지=마녀'라는 전제를 내려놓는다.

7. 그렇다면 '서스페리아' 속 살아남은 두 마녀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정말로 살아서 왔건 죽음을 초월한 마녀가 돼서 왔건 이 영화에서 '마녀'는 전쟁을 관통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두 마녀의 사이가 좋지 않다. 마치 동독과 서독처럼 말이다. 마녀를 갈라서게 한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동독과 서독이 갈라선 외적 요인처럼 말이다. '서스페리아'에 정치적 해석을 씌우게 한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 마녀로 각성한 수지가 또 다른 자아를 통해 추종자들을 처단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정하는 과정에서 반대쪽을 지지했다. "마르코스!"라는 이름을 부른 사람의 모습과 함께 한 사람씩 터지는 장면은 반대파를 숙청하는 독재자의 모습처럼 정치적이다. 게다가 '서스페리아' 속 마녀들의 조직도와 그녀들의 행동을 보면 부패한 정치인들을 연상시킨다. 그 가운데 블랑(틸다 스윈튼)은 유능한 2인자 정도 됐을 것이다. 성공을 눈앞에 둔 그녀는 야망으로 가득찬 젊은 신예를 만나면서 당혹스러워 한다. 그리고 그녀를 중용하려는 1인자로부터 숙청 당한다. 영락없는 정치판이다. 그렇다면 "마르코스"를 지지한 자들이 숙청당하는 모습은 쿠데타 정도로 봐야 할까?

8. 이 정도로 풀어봐도 두 가지 큰 궁금증이 남는다. △왜 클렘페러 역할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배우인 틸다 스윈튼에게 맡겼으며 △왜 이탈리아 감독들이 독일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클렘페러는 이 영화 속 주요 인물들 중 유일한 남자다. 학원을 방문하는 형사들을 제외한다면 대사가 있는 인물들 가운데 남자는 클렘페러가 유일하다. 영화는 그 마저 여자배우로 캐스팅하면서 이 영화에 남성성을 남겨두지 않는다. 감독은 이 이야기에서 남성성은 사라져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야 마녀들의 이야기라는 정체성이 살아난다. 다만 앙케와의 관계를 감안한다면 클렘페러는 남자여야 했다(동성부부로 설정했다가는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다시 말해 클렘페러는 남성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남자여야 했다. 그 판단으로 여자배우에게 남자역할이 맡겨졌다.

9. 다리오 아르젠토와 루카 구아다니노는 모두 이탈리아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만든 '서스페리아'의 배경은 독일이다. 양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접점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전범국가의 동질감'은 다소 무책임한 발상이지만 현재로써는 유일한 접점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탈리아는 분단하지 않았고 독일은 분단했다. 전범국가의 후유증을 수십년동안 이끌고 갔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독일의 역사에서 이탈리아의 현실을 본 것일까? 그렇게 믿는 것이 이해하는데 편할 것 같다. 사실 확신이 서진 않는다.

10. 결론: 다리오 아르젠토가 루카 구아다니노의 '서스페리아'를 끔찍할 정도로 싫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충분히 그럴만 하다. 지알로 무비의 거장이자 공포영화의 장인인 다리오 아르젠토에게 리메이크 '서스페리아'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아르젠토의 영화라면 필요한 것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다른데 한 눈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아다니노의 '서스페리아'는 길고 장황하다. 곳곳에 메타포를 깔아둬서 '서스페리아 1977'의 개념을 확장시키지만 그와 동시에 연결고리를 이어간다. 앞서 언급했지만 '서스페리아'는 '서스페리아 1977'에 대한 평론이다. 원래 작가들은 자기 작품에 대해 마구잡이로 해석해놓은 평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추신) 그 무용과 의식이 무엇이었는지 풀어보고 싶진 않다. 그저 그것은 이미지로써 강렬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주의력이 산만한 편인데 앞선 두 장면은 굉장히 집중해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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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9 22:31:11
시각적으로 뒤틀린 이미지, 자극적인 몸의 활용이 좋았다. 그러나 치밀하게 디자인된 씬과 분위기에 비해 정치, 사회, 이념적 메타포들을 너무 손쉽게 드러났기에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메타포가 숨겨놓지 않았음에도 영화는 상당히 불친절한데, 흥미로운 캐릭터 덕분에 따라가기 지루하지는 않았다.
+) 비교적 최근의 오컬트작인 <유전>과 비교가 많이 되는데, 두 영화는 오컬트라는 장르를 활용했다는 공통점 이외엔, 강조하는 지점부터가 너무 달라서 함께 이야기하기 어려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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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겐 님의 리뷰
2019.06.29 16:46:57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들고 상당히 당혹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주술에 걸린 듯 빠져든다.
이 기괴한 영화를 좋아하긴 힘들어도 정교한 미장센과 촬영은 인정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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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희 님의 리뷰
2019.06.07 14:23:47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하 콜.바.넴)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껑충 뛰어오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새 프로젝트로 이탈리아 공포 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1977년 작 <서스페리아>의 리메이크를 선보이자 국내의 수많은 <콜.바.넴> 팬들이 기대를 모았을 테지만 당연하게도 <콜.바.넴>에서 느꼈을 맑고 청아한 분위기는 <서스페리아>에선 찾기 힘들거다.
대신 <서스페리아>에선 <콜.바.넴>보다 <아이 엠 러브>에서 느껴진 어딘지 모를 나른함이 저변에 깔려져 있달까? 이 부분은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를 보고 “내 영화는 잔혹했는데 이 영화는 부드럽군”이라고 언급한 아르젠토 감독의 멘트와 상통하는 부분인 것 같다.

이걸 아름답다고 느끼는 내가 미친놈 같긴 하지만 암울한 시대적 배경까지 녹여낸 고풍스러운 미장센 속에서 펼쳐지는 춤사위는 고혹적이고 한계 없이 내달리는 피날레 조차 매혹적.
영화는 마치 묵직하지만 느리고 우아하게 흘러내리는 붉은 빛의 진흙으로 만들어진 것 같고, 그걸 지켜보는 나는 혼령이 되어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를 떠도는 중이었다.

여유가 있다면 영화의 스코어에도 귀 기울여 보길 바란다. 익히 알려진대로 <서스페리아>는 라디오 헤드의 프론트맨, ‘톰 요크’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으로 이미 음악 감독으로 여러 작품에 참여한 라디오 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와는 달리 <서스페리아>의 OST는 그 자체가 라디오 헤드의 10번째 엘범처럼 느껴질만큼 라디오 헤드의 색체가 진하게 묻어있는데 그 특유의 멜랑콜리함이 영화의 분위기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엔 짧은 쿠키영상 까지 볼 수 있는데 내 욕심 같아선 <서스페리아>를 시작으로 <인페르노>, <눈물의 마녀>로 이어지는 마녀 3부작의 리메이크도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M_Dion 님의 리뷰
2019.06.02 01:57:08
2차 세계대전후 그리고 70년대후반 동독과 서독의 갈등! 풀어놓는 방식에서 장르의 정체성을 잃게된 가장 큰 헛점이자 감독의 장인정신이 조금 과한 흐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먼저 가장 실망했던 부분을 언급해보자면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원작이 나왔던 시간때가 1977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리메이크를 하면서 시간때를 그시기와 비슷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작이 나왔던 시기와 상응하는 시간에 대해서 감독이 그려나가고자 했던 유럽의 이야기를 앞서말한 장르에서 느껴야할 색을 자제하고 이것 저것 정치성을 주서담기 바빠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비유적인 대사와 표현이 상당히 깊게 들어가서 기대했던 장르적 그림이 매우 약해보이고 경악스러울 후반 30분의 29금이라는 타이틀의 광고문구도 기대치에 어긋난 형상으로남 남아버렸습니다

루카 감독의 영화에서 또 하나 빠지지 않는게 바로 음악인데요....라디오헤드의 톰요크가 음악감독을 맡았다는 것에 쏠깃 했지만 이것 조차도 .....영화 어느 장면에 어떤 음악이 쓰이면서 영화 장면 장면에 각인을 시켜주는게 이런 장르(아! 장르의 흐름을 잃었지?)에 필요한데 톰요크의 음악은 극에 전혀 녹아내리지 못했으며 기억에 남은 음악도 없네요

충분히 2.35:1 비율로 해도 될 화면비를 여태것 감독은 1.85:1(16:9와 유사한)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루카 감독이 담는 영상은 스코프보다 와이드의 1.85:1이 제법 어울립니다. 이번 작품에서 무용장면을 보면 그 효과에 맛을 느낄수 있습니다. 무용을 하는 인물의 전체를 원거리에서 잡기보다는 근거리를 통해서 인물의 손짓 발짓을 잡아내어 모아주는 그림입니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 수지의 춤에 맞춰 거울방에서 올가의 기이한 행동의 시퀀스..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입니다...여기에서 매우 멋스러운 영상 각도와 그림이...)

이렇듯 루카 감독만의 화면 편집(컷과 컷사이의 전환, 인물 클로즈업)과 영상미(멋스러운 건물은 없지만 건물사랑은 여전히^^)는 그동안 필모를 꼼꼼하게 보신분들이라면 이번 작품에서도 충분히 그 매력을 느낄수 있습니다.

원작의 뿌리만을 가져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한 이 작품을 원작과 비교자체를 하지 않고 생각한다면 제법 농도깊은 작품이겠지만 원작과 비교해서 본다면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네요. '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다'라고 포스터에 있는 문구가 100%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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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tti 님의 리뷰
2019.05.29 01:33:30
그냥 그랬다. 단편적인 이미지들이나 괴기한 무드는 마음에 들었는데 일단 안 무섭고(중요!) 징그러운+에스떼릭한 이미지가 영화 전체에 걸쳐 너무 과하게 넘쳐나다보니 후반 가면 질리고 지친다. 그야말로 스타일 과잉. 물론 원작도 스타일 과잉으로 유명한 영화이기는 하나 그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괴기한 게 아니라 일관적으로 아주 예쁘게 괴기해서 좋았다고. 그리고 원작의 마지막 부분은 나름 무서웠음.



톰 요크의 사운드트랙 역시 과하다. 솔직히 영화를 받쳐주는 음악이라기보단..그냥 솔로곡들 같던데요...? 음악의 과함 때문에 스타일리쉬하고 싶은 감독의 욕망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비쳐 보여 6장의 클라이맥스쯤 가면 솔직히 오글거린다 싶을 정도였다. 근데 이건 콜바넴 보면서도 느꼈다. 수프얀 스티븐스 음악을 씀으로써 감독이 얻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지나치게 잘 보이지 않았냔 말이다.

(다른 예시로 피키 블라인더스 같은 드라마에서 닉 케이브를 줄창 트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다. )



영화의 내용은 이게 스토리가 추상적인 건지 빈약한 건지 잘 구분이 안 된다. 물론 둘 다일수도 있다. 원작처럼 이야기보다는 이미지와 분위기로 승부하는 영화인 건 확실한데, 원작은 이야기가 부실한 게 분명하게 눈에 보이지만 리메이크는 전체적으로 온갖 추상적인 장면/대사들과 은유로 가득해서 이야기의 뼈대가 잘 안 보여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솔직히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하고 싶은 말이 있긴 한 건지조차 잘 모르겠다.

그래서, 뭐 주인공 수지의 (비틀린) 성장담쯤 되는건가, 하고 넘겨짚고 싶어도 인물 묘사 자체도 너무 없다.



+원작의 주연 제시카 하퍼의 출연은 무척 반가웠다. 나이를 먹어도 정말 고우시더군요.... 역시 한번 얼굴 천재는 영원한 얼굴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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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곰 님의 리뷰
2019.05.27 09:25:50
루카 구아다니노 작품중 제일 별로 였음
이 영화는 루카 구아다니노감독과 같은 이태리 감독인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이 1977년에 만들었던 <서스페리아>를 리메이크 한 작품인데요. 원작은 안봐서 모르겠지만 원작과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고 하네요. 피가튀고 내장이나오고 뼈가 튀어나오고 호러라기 보다는 잔혹한 장면이 많이나오고 수위가 매우높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이막스에서 학생들이 춤을초는 장면은 상당히 무용동작과 박력있는 춤사위 그리고 색감이 루카 구아다니노의 느낌을 느낄수있습니다. 그리고 요세프가 블랑의 무용학교 학생들이 겪고있는 과대망사을 추적하는 스토리는 나름 미스터리 적인 요소도 있고 나름 막판에 반전도 있는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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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군 님의 리뷰
2019.05.19 23:31:15
지독하게 불쾌하지만 아득하게 매혹적인
영화 서스페리아를 보게된 이유는 순전히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때문이었다. 거기에 감독의 페르소나인 틸다 스윈튼 누님도 나와주시니 안 볼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더불어 영화의 홍보문구에 구미가 당겼다. '경악의 29금 엔딩 30분,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 결말' 주로 예술영화 분위기의 아름다운 영상을 찍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었는데 불현듯 갑자기 '마녀' 를 소재로한 이런 영화를 찍는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서스페리아의 줄거리는 마담 '블랑(틸다 스윈튼)'의 무용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온 '수지(다코타 존슨)' 에 대한이야기이다.



어릴 때,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단 돈 몇 달러만 들고 혈혈단신 블랑을 찾아온 수지.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탈출하여 유일한 '생존자' 가 된 '패트리샤(클로이 모레츠)'는 자신의 정신과 상담의인 '요제프 클렘페러' 박사에게 모든 걸 이야기하지만 '망상' 에 불과하다며 패트리샤의 증언을 무시하고, 아카데미에 들어오자마자 선생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는 수지를 유일하게 걱정해주는 친구, '사라(미아 고스)'는 패트리샤가 걱정되긴 하지만 클렘페러 박사의 말 또한 믿기 힘들어하는, '중간자' 개념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아카데미에 있는 선생들과 학생들을 '마녀' 라고 칭하며 아카데미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사라진 상태.

1977년의 베를린이 배경인 탓에 영화 속에는 냉전시대의 극좌파 세력이었던 '바더 마인호프' 집단의 테러가 극에 달하는 장면들이 자주 언급된다. 당시 독일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전시에 유럽 전역에 저지른 행위 때문에 분노하던 시기였고 기성세대들은 책임감 조차 없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말을 빌리면 '매우 구체적인 시간대와 장소가 담긴 이야기' 라고 한다. 영화에 나온 전형적인 마녀의 모습과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1970년대를 휩쓸었던 페미니즘을 반영한 영화라고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마녀들에게 희롱을 당하거나 책망을 듣기 일쑤지만 엔딩에 가서는 그나마 여성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받는이가 한 명 쯤은 있다. 그만큼 여성의 지위나 위치가 남성보다 월등히 위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그 와중에 수지의 시각에서 보여주는 마녀들의 아카데미는 수없이 반복되는 교차편집과 점프컷으로 정말이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정신사나운데, 그럼에도 학생들이 보여주는 춤사위와 블랑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표정 들은 놓치기 싫어지는 명작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확실히 서스페리아는 공포영화가 아니고 엔딩의 참혹함은 보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이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좀 너무 과하다 싶은게 아닐까 싶다. 평소 '사랑' 과 '관능', '집착' 같은 것에 열을 쏟던 감독이 갑자기 이런 영화를 만들면, 마치 평소에는 양식만 주로 먹어오던 사람이 어느날 한식이 땡긴다며 위장이 늘어날 정도로 과식과 폭식을 한 느낌이랄까. 특히 엔딩부분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별로였다. 이런 영화를 잘 찍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원작(1977년작, 제목은 본작과 동일)에서 받은 충격을 잊지못해 리메이크같은 커버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음울한 효과음과 뜻모를 점프컷의 반복, 딱 봐도 관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기괴한 영상들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그것과 너무 닮아있어서 참 안 어울리는 옷을 입었구나 싶었다. 다만 매혹적인 무용수들의 춤사위와 틸다 스윈튼의 관능적인 캐릭터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만이 할 수 있는거다. 각자 가는 길이 분명히 다름에도 서스페리아 같은 영화를 찍은 이유는 원작에 대한 경외심이겠지만 너무 심각할 정도로 한심한 엔딩에 여러의미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영화 서스페리아에서 틸다 스윈튼은 1인 3역을 해냈다. 아카데미의 선생 중 한 명인 블랑과 패트리샤의 상담 의사인 클렘페러 박사, 그리고 마녀들이 소녀들을 '재료' 로 써서 되살리려고(?) 하는 마르코스 까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장을 심하게 한, 나머지 두 캐릭터는 모두 틸다 스윈튼임을 알아볼 수 없지만 수지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인물들이다.



마녀들은 마르코스를 부활시키기 위해 소녀를 제물로 바치길 원하고 그걸 눈치챈 패트리샤, '올가(엘레나 포키나)' 같은 단원들은 모두 지하에 감금되어 아직 불완전한 존재인 마르코스의 놀잇감이 된다. 아카데미에 새로 들어온 단원인 수지는 마녀들이 봐도 이상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제물' 이었으며 수지 스스로도 그걸 아는지 언제나 단독으로 춤을 출 때는 지하에 숨어있는 마르코스의 입맛을 당기게 한다. 영화 서스페리아 엔딩에 가서는 수지 스스로가 '한숨(이탈리아어로 '서스페리아-suspiria')' 을 뜻하는 마녀, '서스페리오룸' 의 현현임을 인정하고 마르코스를 비롯한 지하의 여러 인물들을 자신의 키스(와 염력 끔살) 로 죽이게 된다. 그리고 수지는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서스페리아의 보너스 '최종장' 에서 전쟁통에 헤어진 아내를 찾는 클렘페러 박사를 찾아가 안식을 선사하고 기억을 지운다.



음악은 그 유명한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 가 맡아서 화제가 되었다.


원작에서 기본 틀만 따오고 아예 새로 만든 영화라서 이도저도 아니게 됐지만 확실히 소녀들이 춤을 출 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과격한 안무에 숨이 '훅, 훅' 하고 나오는데 그것조차 예술로 느껴진달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제일 잘하는 장르에 의미모를 공포, 서스펜스, 호러, 슬래셔, 그 당시 베를린의 상황들이 짬뽕되어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었다. 서스페리아의 원작 감독이자 시나리오까지 쓴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이 리메이크작을 보고 '쓰레기' 라고 단언했다. 차라리 원작의 소스만 가지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스타일로만 갔어도 소소한 중박은 쳤을 영화인데 너무 막나간 괴랄한 엔딩이 다 말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다. 중간에 감독이 루카로 바뀌었다고 한다. 원래는 프로듀서만 맡을 예정이었다고 함. 원래 감독은 데이비드 고든 그린(할로윈 2018을 감독, 각본, 기획).





딱히 영화가 묘사하는 바도, 은유도, 찾아보기 귀찮은 영화. 오히려 이태리 호러의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서스페리아 1977이 더 궁금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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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21:20:20
1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펼쳐진 기괴하고 오싹한 경험들. 워낙 어려운 영화라 다시 봐야 할 것 같지만, 충격적이라 또 보긴 힘들 것 같다. 시각과 청각 효과로 감정을 끊임없이 조여와 보고 나면 매우 힘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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