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6
서스페리아 (Suspiria)
공포(호러) / 2018

개요
공포(호러), 미국, 이탈리아, 152분, 청소년 관람불가, 2019.05.16 개봉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배우
다코타 존슨
틸다 스윈튼
클로이 모레츠
미아 고스
제시카 하퍼
안젤라 인클러
엘레나 포키나
잉그리드 카벤
실비 테스튀
알렉 웩
파브리지아 사치
시놉시스
마담 블랑의 무용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찾아온 소녀 수지
그리고 그 곳에서 겪는 기이하고 놀라운 경험
82.35%
3.47점
키노라이트 분포
6개
28개
별점 분포
리뷰
19

moviemon 님의 리뷰
2019.05.08 17:33:53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지 말고 영화를 정치적으로 만들어라" <서스페리아>
<아이 엠 러브> (2009), <비거 스플래쉬> (2015) 그리고 작년 봄에 개봉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2017)을 미루어 볼 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무엇보다 인간의 육체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육체에 대한 관심만 유지한 채 이전 세 편의 영화와 결이 전혀 다른 영화를 내놨는데, 그 작품이 바로 제75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던 <서스페리아> (2018)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이탈리안 지알로 필름의 거장으로 유명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 1977> (1977)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런데,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Un Giorno da Pecora'와의 매체 인터뷰에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리메이크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왜냐하면 원작이 추구했던 목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즉,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원작의 소재와 세계관만 공유하고 있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철저히 원색적인 이미지, 자극적이고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 그리고 극단의 공포로 몰아넣는 사운드에 집중했다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1970년대 유럽 상황, 특히 독일 전후 사회 및 문화적인 이슈를 조명하며 원작의 치명적인 단점인 빈약한 스토리텔링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성에는 차지 않더라도, 리메이크된 <서스페리아>는 발레에서 현대 무용으로 소재에 변화를 주며 보다 더 거친 움직임을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관객을 경악스러운 30분가량의 엔딩에 끌어들임으로써 원작이 보여줬던 공포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근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가 대단한 이유는 따로 있다. 원작의 핵심 서사를 리메이크판에서는 표층적 서사에 배치하고, 1970년대 독일 사회의 이야기를 심층적 서사에 배치함으로써 이중 구조의 서사를 완성했다. 게다가, 이러한 이중 구조의 서사는 표면적으로는 원작의 장르를 그대로 껴안아 보이지만, 실은 전혀 다른 영화를 탄생시키는데 기여한다. 다시 말하자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이 말한 바와 같이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는 대신, 영화를 정치적으로 만든다. 이는 사회에서 필수적인 담론을 소모하지 않을뿐더러 당시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고찰하도록 유도한다.

1. 무용 아카데미 'Tanz': 68 혁명 이후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여전히 외면하는 서독 정부

<서스페리아>는 '블랑(틸다 스윈튼)'이 지도하는 무용이 흑마술과 관련 있다는 원작의 표층적 장치를 공유한다. 원작의 소재와 세계관을 공유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지만, 무엇보다 주인공 '수지(다코타 존슨)'가 들어간 무용 아카데미가 마녀의 소굴이라는 콘셉트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도 눈여겨봐야 한다. 원작의 경우 발레 아카데미가 그저 성공적인 '지알로 필름'을 위해 만들어진 마녀의 소굴일 뿐 특별한 기능을 해내지 못하지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68 혁명' 이후의 독일 역사를 영화의 심층에 녹여내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했다.

'68 혁명'은 독일에서 일어난 사회변혁운동이 아니라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일어났지만, 기존의 사회질서에 강력하게 항거하는 운동의 성격이 확산되면서 독일, 미국 등에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68 혁명' 이후 서독에서는 여성의 목소리와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이 부흥하기도 했지만, <서스페리아>가 주목하는 것은 서독뿐만 아니라 유럽을 흔들었던 테러의 물결이다. 독일은 '68 혁명' 이후 서독에 결성된 '극좌 테러리스트 단체(Rote Armee Fraktion, RAF)에 의해 '독일의 가을(Deutscher Herbst)'의 시대를 맞이하기도 했다. 'RAF'가 연속적인 테러로 유럽 사회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간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절대로 합리화할 수 없지만, 이와 같은 단체가 서독에 등장한 배경이 동독 정부와 달리 나치 정권의 산물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서독 정부를 향한 환멸과 끔찍한 범죄를 일으킨 부모 세대를 향한 경멸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역사적인 배경을 숙지한 채 영화로 다시 돌아와 이야기하자면, 무용 아카데미 'Tanz'는 나치 정권을 완전히 청산하지 않은 서독 정부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무용 선생님들은 나치 당원 및 은밀한 곳에서 여전히 나치즘을 따르는 세력을, 무용 선생님들이 숭배하는 '마르코스'는 나치 정권을, 흑마술을 부리는 듯한 무용은 나치 정권이 '민족(Das Volk)'이라는 이름하에 평범한 시민에게 가한 폭력이나 비윤리적인 실험을, 그리고 춤을 배우려고 아카데미에 오디션을 보고 무용단원이 된 학생은 나치 정권이 자행했던 실험의 대상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무용 아카데미는 서독 정부에 환멸을 느낀 전후 세대가 무엇을 하든, 이를 외면하는 나치즘 옹호 집단이자 나치 일당 독재 체제의 잔재다.

2. 다코타 존슨이 연기한 '수지': 전후 세대의 환멸이자 파괴적 행위

반면, '수지(다코타 존슨)'는 나치의 잔재를 처리하지 않은 서독 정부와 여전히 나치를 숭배하는 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전후 세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악마의 씨앗을 지니고 있었던 그녀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끌렸던 독일 베를린으로 넘어왔다. 악마의 씨앗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녀가 나치를 지지한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악마의 씨앗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후반부 시퀀스에서 'I am she'라고 말하며 본인이 '한숨의 마녀(Mother Suspiriorum)'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수지'는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모인 마녀들의 자리에서 'RAF'와 같은 파괴적 행위를 쉴 틈 없이 몰아붙인다. 게다가, 그녀는 마녀들의 쇠꼬챙이에 끌려 다니고 나체인 상태로 조롱받고 고문당하는 '클렘페러 박사(틸다 스윈튼)'를 나중에 풀어주며 용서를 구한다. 따라서, '수지'는 전후 세대가 느낀 감정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자, 'RAF'처럼 나치 정권 시대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부모 세대에 행동으로 맞선 '68 혁명'의 분파 중 하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3. '클렘페러 박사'와 '블랑': 나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죄책감에 대하여

<서스페리아>에서 틸다 스윈튼은 '클렘페러 박사'와 '블랑', 두 인물을 연기했는데, 두 인물 모두 나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죄책감을 보여준다. '클렘페러 박사'는 극 중에서 칼 구스타브 융의 저서를 읽는데, 칼 구스타브 융은 집단 무의식의 개념으로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웠던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로 알려져 있다. 극 중 그의 저서를 배치한 것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클렘페러 박사'는 자신의 아내였던 '앙케(제시카 하퍼)'를 떠오르게 하는 사물을 볼 때마다, 계속 무언가를 잊으려고 하거나 내면이 불투명해지는 상태에 빠진다. 이는 전후 세대가 느낀 죄의식이 구체적인 상태로 드러난 것이다. 또한, 집단 무의식의 개념에 의거하여 볼 때, 아내 '앙케'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고 있음에도 외면하면서 느낀 그의 자책감과 죄의식은 집단에게 침투했고, 나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이와 같은 죄책감은 1970년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독일 사회에서도 지속되고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블랑'의 경우 '클렘페러 박사'와 다른 방식으로 나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블랑'은 나치 시대의 개별적인 피해자였던 '클렘페러 박사'와 달리 나치 일당 독재 체제에 동조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전체주의적 계획과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늦게라도 자각한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는 '블랑'을 제외한 교사들은 나이가 들면서 육체적으로 힘이 약해진 '마르코스'를 위한 새로운 숙주를 찾자마자 계획을 곧장 실행하려는 반면, '블랑'은 말을 둘러대며 계획 실행을 지연하려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4. 이탈리아 감독이 독일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 이유는?

총 6막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서스페리아>의 이야기가 끝나면, 관객으로서 해야 할 마지막 임무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원작처럼 여전히 독일을 배경으로 한 의도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일 뿐만 아니라, 이전 세 작품 모두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근데, 이번 영화만큼은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 단언컨대 여기에는 확고하고 분명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전체주의 국가였던 독일과 이탈리아는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패전국이 되었다. 다만, 차이점은 독일은 1949년 '서독(Bundesrepublik Deutschland, BRD)'과 '동독(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 DDR)'으로 분단된 반면, 이탈리아는 분단의 역사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두 국가의 전후 세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여전히 교점을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독일과 이탈리아의 국가적 상황 사이에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13년에 창립된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lternative für Deutschland, AfD)'이 2017년 제3당으로 의회에 입성하고, 독일의 극우단체 '페기다(Patriotische Europäer gegen die Islamisierung des Abendlandes, PEGIDA)'의 시위 빈도가 점차 증가하는 등 '신나치주의(Neo-nazismus)'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탈리아 또한 베로나가 네오파시즘의 온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사례로 지난달에는 로마 외곽에서 '카사파운드', '포르차누오바' 등 파시즘을 따르는 극우정당의 혐오 시위가 일어나는 등' 신파시즘(Neo-faschismus)'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결국,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전후 역사의 접점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다. 전후 세대의 감정과 입장을 상기시킬뿐더러,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분열을 영화라는 매체로 전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과 분단의 피해자인 '클렘페러 박사'를 풀어주고 악몽을 지워주는 '수지'의 행위를 묘사함으로써 오늘날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어떤 역할을 행해야 하는지 묻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4.30 00:49:45
'서스페리아' 간단 리뷰
1.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던 영화 중 가스파 노에의 '클라이맥스'가 있다. 무용단 멤버들이 모임을 갖던 중 단체로 마약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광란의 현장을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본 감상을 짧게 이야기해보자면 감독과 배우, 카메라가 단체로 약을 빨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무려 관객도 약을 빨게 한다. 어두운 조명과 소금끼 머금은 습기가 가득하고 검붉은 조명에 어두운 시선은 관객을 미치게 만든다. 실제로 영화가 끝나고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꽤 많은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누군가는 계단에서 넘어졌고 누군가는 자신의 신용카드를 길바닥에 떨어뜨리고 그냥 갔다. '클라이맥스'는 관객에게 이상한 악몽과도 같은 영화였다.

2. 나는 그때 느꼈던 약 맞은 기분을 다시 느낄 일이 없기를 바랬다. '클라이맥스'는 흥미로운 영화였지만 그것을 보는 행위 자체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때 그 감정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 '서스페리아'가 바로 그 영화다. 모르는 영화는 아니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1977년작 영화를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그리 거부감을 가질 일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환영할 영화였다. 미국식 호러영화가 아니고 주목받는 예술영화 작가가 리메이크한다니, 몹시 반가웠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서스페리아 1977')와 다른 영화라고 했을 때 나는 근원적 공포에 더 다가선 영화가 나오길 기대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마주한 '서스페리아'는 마치 '서스페리아 1977'에 대한 해석과 리뷰처럼 상세하고 정치적이다.

3. 우선 이 영화의 배경은 1977년이다. 1977년은 원작 '서스페리아'가 만들어진 시기이며, 당연히 영화 속 배경이 되는 해다. 즉 '서스페리아'는 원작과 벽을 두고 만들어졌지만 원작의 시간대를 그대로 가져온다. 게다가 '서스페리아 1977'에서 수지 역할을 한 제시카 하퍼가 앙케 역할로 짧게 출연한다. 흘러가는 듯한 이 역할은 사실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원작과 리메이크의 연결고리가 된 제시카 하퍼는 그 존재 자체로 어떤 의미를 갖는다. 마치 이것은 '서스페리아 1977'과 '서스페리아'가 평행우주로 이어진 것 같은 결론을 내리게 한다. '서스페리아'는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보고 재해석한 '서스페리아 1977'의 세계이다. 그렇다면 '서스페리아'가 재해석한 '서스페리아 1977'은 어떤 모습일까?

4. 영화는 1977년이라는 시대배경과 함께 '바더 마인호프'의 소식을 전한다. '바더 마인호프'는 1967년 결성된 서독의 극렬 테러조직으로 울리케 마인호프와 안드레아스 바더가 중심이 돼 결성됐다. 1977년은 이들의 막바지 시기로 1976년 울리케 마인호프는 1976년 감옥에서 목을 매 자살했고 안드레아스 바더 역시 다음해인 1977년 루프트한자 여객기 납치사건이 진압됐다는 소식을 듣고 권총으로 자살했다(다만 이 자살에는 의문점이 꽤 있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도 "바더 마인호프의 시대가 끝났다"는 뉴스가 등장한다. 영화는 바더 마인호프로 대변되는 독일의 70년대를 보여주려는 듯 혼란한 상황을 연출한다. 시위대가 거리를 걷고 폭탄이 터지기까지 한다.

5. 바더 마인호프는 보수적인 서독 정서에 반기를 든 극좌파 테러리스트들이다. 이들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스페리아'에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들이 일부 등장한다. 그 중 클렘페러(틸다 스윈튼)는 이 시대의 시작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인물로 1943년 전쟁 중 아내 앙케(제시카 하퍼)와 헤어진 뒤 행방을 알 수 없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는 앙케가 전쟁 중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가 소장의 횡포로 얼어죽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죽을 당시에는 두 명의 여인이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6. 여기서 이 영화 내내 등장한 '배경' 이야기를 해보자. 클렘페러에게 상담을 받는 패트리샤(클로이 모레츠)는 학원 안에 세 명의 마녀(어둠의 마녀, 눈물의 마녀, 한숨의 마녀)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등장한 마녀는 둘이다. 그렇다면 다른 한 마녀는 앙케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왜냐하면 앙케는 또 다른 세계('서스페리아 1977')에서 마녀의 학교에서 살아남은 1인이었기 때문이다. '서스페리아 1977'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한다면 당시 수지(제시카 하퍼)의 웃는 얼굴에서 묘한 섬뜩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녀의 심장부를 다녀온 수지는 결국 마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서스페리아'의 또 다른 수지(다코타 존슨)는 이미 마녀로 태어난 인물이다. 이 영화는 애시당초 '수지=마녀'라는 전제를 내려놓는다.

7. 그렇다면 '서스페리아' 속 살아남은 두 마녀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정말로 살아서 왔건 죽음을 초월한 마녀가 돼서 왔건 이 영화에서 '마녀'는 전쟁을 관통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두 마녀의 사이가 좋지 않다. 마치 동독과 서독처럼 말이다. 마녀를 갈라서게 한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동독과 서독이 갈라선 외적 요인처럼 말이다. '서스페리아'에 정치적 해석을 씌우게 한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 마녀로 각성한 수지가 또 다른 자아를 통해 추종자들을 처단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정하는 과정에서 반대쪽을 지지했다. "마르코스!"라는 이름을 부른 사람의 모습과 함께 한 사람씩 터지는 장면은 반대파를 숙청하는 독재자의 모습처럼 정치적이다. 게다가 '서스페리아' 속 마녀들의 조직도와 그녀들의 행동을 보면 부패한 정치인들을 연상시킨다. 그 가운데 블랑(틸다 스윈튼)은 유능한 2인자 정도 됐을 것이다. 성공을 눈앞에 둔 그녀는 야망으로 가득찬 젊은 신예를 만나면서 당혹스러워 한다. 그리고 그녀를 중용하려는 1인자로부터 숙청 당한다. 영락없는 정치판이다. 그렇다면 "마르코스"를 지지한 자들이 숙청당하는 모습은 쿠데타 정도로 봐야 할까?

8. 이 정도로 풀어봐도 두 가지 큰 궁금증이 남는다. △왜 클렘페러 역할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배우인 틸다 스윈튼에게 맡겼으며 △왜 이탈리아 감독들이 독일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클렘페러는 이 영화 속 주요 인물들 중 유일한 남자다. 학원을 방문하는 형사들을 제외한다면 대사가 있는 인물들 가운데 남자는 클렘페러가 유일하다. 영화는 그 마저 여자배우로 캐스팅하면서 이 영화에 남성성을 남겨두지 않는다. 감독은 이 이야기에서 남성성은 사라져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야 마녀들의 이야기라는 정체성이 살아난다. 다만 앙케와의 관계를 감안한다면 클렘페러는 남자여야 했다(동성부부로 설정했다가는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다시 말해 클렘페러는 남성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남자여야 했다. 그 판단으로 여자배우에게 남자역할이 맡겨졌다.

9. 다리오 아르젠토와 루카 구아다니노는 모두 이탈리아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만든 '서스페리아'의 배경은 독일이다. 양국의 역사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접점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전범국가의 동질감'은 다소 무책임한 발상이지만 현재로써는 유일한 접점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탈리아는 분단하지 않았고 독일은 분단했다. 전범국가의 후유증을 수십년동안 이끌고 갔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독일의 역사에서 이탈리아의 현실을 본 것일까? 그렇게 믿는 것이 이해하는데 편할 것 같다. 사실 확신이 서진 않는다.

10. 결론: 다리오 아르젠토가 루카 구아다니노의 '서스페리아'를 끔찍할 정도로 싫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충분히 그럴만 하다. 지알로 무비의 거장이자 공포영화의 장인인 다리오 아르젠토에게 리메이크 '서스페리아'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아르젠토의 영화라면 필요한 것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다른데 한 눈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아다니노의 '서스페리아'는 길고 장황하다. 곳곳에 메타포를 깔아둬서 '서스페리아 1977'의 개념을 확장시키지만 그와 동시에 연결고리를 이어간다. 앞서 언급했지만 '서스페리아'는 '서스페리아 1977'에 대한 평론이다. 원래 작가들은 자기 작품에 대해 마구잡이로 해석해놓은 평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추신) 그 무용과 의식이 무엇이었는지 풀어보고 싶진 않다. 그저 그것은 이미지로써 강렬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주의력이 산만한 편인데 앞선 두 장면은 굉장히 집중해서 봤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4.29 22:31:11
시각적으로 뒤틀린 이미지, 자극적인 몸의 활용이 좋았다. 그러나 치밀하게 디자인된 씬과 분위기에 비해 정치, 사회, 이념적 메타포들을 너무 손쉽게 드러났기에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메타포가 숨겨놓지 않았음에도 영화는 상당히 불친절한데, 흥미로운 캐릭터 덕분에 따라가기 지루하지는 않았다.
+) 비교적 최근의 오컬트작인 <유전>과 비교가 많이 되는데, 두 영화는 오컬트라는 장르를 활용했다는 공통점 이외엔, 강조하는 지점부터가 너무 달라서 함께 이야기하기 어려울것 같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노군 님의 리뷰
2019.05.19 23:31:15
지독하게 불쾌하지만 아득하게 매혹적인
영화 서스페리아를 보게된 이유는 순전히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때문이었다. 거기에 감독의 페르소나인 틸다 스윈튼 누님도 나와주시니 안 볼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더불어 영화의 홍보문구에 구미가 당겼다. '경악의 29금 엔딩 30분,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 결말' 주로 예술영화 분위기의 아름다운 영상을 찍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었는데 불현듯 갑자기 '마녀' 를 소재로한 이런 영화를 찍는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서스페리아의 줄거리는 마담 '블랑(틸다 스윈튼)'의 무용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 미국에서 베를린으로 온 '수지(다코타 존슨)' 에 대한이야기이다.



어릴 때,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단 돈 몇 달러만 들고 혈혈단신 블랑을 찾아온 수지.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탈출하여 유일한 '생존자' 가 된 '패트리샤(클로이 모레츠)'는 자신의 정신과 상담의인 '요제프 클렘페러' 박사에게 모든 걸 이야기하지만 '망상' 에 불과하다며 패트리샤의 증언을 무시하고, 아카데미에 들어오자마자 선생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는 수지를 유일하게 걱정해주는 친구, '사라(미아 고스)'는 패트리샤가 걱정되긴 하지만 클렘페러 박사의 말 또한 믿기 힘들어하는, '중간자' 개념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아카데미에 있는 선생들과 학생들을 '마녀' 라고 칭하며 아카데미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사라진 상태.

1977년의 베를린이 배경인 탓에 영화 속에는 냉전시대의 극좌파 세력이었던 '바더 마인호프' 집단의 테러가 극에 달하는 장면들이 자주 언급된다. 당시 독일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전시에 유럽 전역에 저지른 행위 때문에 분노하던 시기였고 기성세대들은 책임감 조차 없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말을 빌리면 '매우 구체적인 시간대와 장소가 담긴 이야기' 라고 한다. 영화에 나온 전형적인 마녀의 모습과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1970년대를 휩쓸었던 페미니즘을 반영한 영화라고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마녀들에게 희롱을 당하거나 책망을 듣기 일쑤지만 엔딩에 가서는 그나마 여성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받는이가 한 명 쯤은 있다. 그만큼 여성의 지위나 위치가 남성보다 월등히 위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그 와중에 수지의 시각에서 보여주는 마녀들의 아카데미는 수없이 반복되는 교차편집과 점프컷으로 정말이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정신사나운데, 그럼에도 학생들이 보여주는 춤사위와 블랑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표정 들은 놓치기 싫어지는 명작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확실히 서스페리아는 공포영화가 아니고 엔딩의 참혹함은 보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이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좀 너무 과하다 싶은게 아닐까 싶다. 평소 '사랑' 과 '관능', '집착' 같은 것에 열을 쏟던 감독이 갑자기 이런 영화를 만들면, 마치 평소에는 양식만 주로 먹어오던 사람이 어느날 한식이 땡긴다며 위장이 늘어날 정도로 과식과 폭식을 한 느낌이랄까. 특히 엔딩부분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별로였다. 이런 영화를 잘 찍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원작(1977년작, 제목은 본작과 동일)에서 받은 충격을 잊지못해 리메이크같은 커버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음울한 효과음과 뜻모를 점프컷의 반복, 딱 봐도 관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기괴한 영상들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그것과 너무 닮아있어서 참 안 어울리는 옷을 입었구나 싶었다. 다만 매혹적인 무용수들의 춤사위와 틸다 스윈튼의 관능적인 캐릭터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만이 할 수 있는거다. 각자 가는 길이 분명히 다름에도 서스페리아 같은 영화를 찍은 이유는 원작에 대한 경외심이겠지만 너무 심각할 정도로 한심한 엔딩에 여러의미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영화 서스페리아에서 틸다 스윈튼은 1인 3역을 해냈다. 아카데미의 선생 중 한 명인 블랑과 패트리샤의 상담 의사인 클렘페러 박사, 그리고 마녀들이 소녀들을 '재료' 로 써서 되살리려고(?) 하는 마르코스 까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장을 심하게 한, 나머지 두 캐릭터는 모두 틸다 스윈튼임을 알아볼 수 없지만 수지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인물들이다.



마녀들은 마르코스를 부활시키기 위해 소녀를 제물로 바치길 원하고 그걸 눈치챈 패트리샤, '올가(엘레나 포키나)' 같은 단원들은 모두 지하에 감금되어 아직 불완전한 존재인 마르코스의 놀잇감이 된다. 아카데미에 새로 들어온 단원인 수지는 마녀들이 봐도 이상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제물' 이었으며 수지 스스로도 그걸 아는지 언제나 단독으로 춤을 출 때는 지하에 숨어있는 마르코스의 입맛을 당기게 한다. 영화 서스페리아 엔딩에 가서는 수지 스스로가 '한숨(이탈리아어로 '서스페리아-suspiria')' 을 뜻하는 마녀, '서스페리오룸' 의 현현임을 인정하고 마르코스를 비롯한 지하의 여러 인물들을 자신의 키스(와 염력 끔살) 로 죽이게 된다. 그리고 수지는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서스페리아의 보너스 '최종장' 에서 전쟁통에 헤어진 아내를 찾는 클렘페러 박사를 찾아가 안식을 선사하고 기억을 지운다.



음악은 그 유명한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 가 맡아서 화제가 되었다.


원작에서 기본 틀만 따오고 아예 새로 만든 영화라서 이도저도 아니게 됐지만 확실히 소녀들이 춤을 출 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과격한 안무에 숨이 '훅, 훅' 하고 나오는데 그것조차 예술로 느껴진달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제일 잘하는 장르에 의미모를 공포, 서스펜스, 호러, 슬래셔, 그 당시 베를린의 상황들이 짬뽕되어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었다. 서스페리아의 원작 감독이자 시나리오까지 쓴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이 리메이크작을 보고 '쓰레기' 라고 단언했다. 차라리 원작의 소스만 가지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스타일로만 갔어도 소소한 중박은 쳤을 영화인데 너무 막나간 괴랄한 엔딩이 다 말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다. 중간에 감독이 루카로 바뀌었다고 한다. 원래는 프로듀서만 맡을 예정이었다고 함. 원래 감독은 데이비드 고든 그린(할로윈 2018을 감독, 각본, 기획).





딱히 영화가 묘사하는 바도, 은유도, 찾아보기 귀찮은 영화. 오히려 이태리 호러의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서스페리아 1977이 더 궁금해지는 영화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5.19 21:20:20
1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펼쳐진 기괴하고 오싹한 경험들. 워낙 어려운 영화라 다시 봐야 할 것 같지만, 충격적이라 또 보긴 힘들 것 같다. 시각과 청각 효과로 감정을 끊임없이 조여와 보고 나면 매우 힘든 영화.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m.blue 님의 리뷰
2019.05.19 16:25:30
영화는 197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에필로그를 포함, 총 7막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총 152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그나마 이 막의 구성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비록 담고 있는 것들이 많아 조금의 난해함이 느껴졌기에 따라가기 버겁긴 했지만. 각 막의 제목들과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열심히 매칭시켜보며,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혹은 인물들의 감정선에 대해 차분히 따라가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더불어 앞서 언급했던 감독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색감이나 독특한 카메라 워킹, 톰 요크의 음악, 중심 소재인 무용을 감상하는 재미도 꽤나 쏠쏠했다. 사실 독일의 극좌파 단체인 바더 마인호프에 대한 언급이나 나치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오가는지라, 역사적 지식이 동반되어야 이 영화를 조금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나의 경우엔 그들의 역사적 사실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 사실이 받은 감정적 상처들을 발견하며 영화를 감상해나갔던 것 같다.
_
그렇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보이는 이미지의 강도는 세졌지만, 감정의 깊이는 깊어져 수지든 블랑이든 모두가 상처 입은 자들로 느껴졌다. 특히나 온통 빨갛게 물든 괴기스러운 의식 장면은 정말 보기 싫다가도 무엇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 ‘죽고 싶다’고 내뱉는 그들의 말에 금세 마음이 아파져서 앞서 보았던 기이한 모습들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타인에 의한 폭력은 상처를 남기고, 상처는 평생 못 잊을 기억을 남긴 채 영원히 그들을 괴롭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넋을 놓고 침대에서 앙케를 그리워하던 클렘페러의 앞에 나타나 그의 기억을 지워주던 수지의 모습은 어쩌면 그 당시 독일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불멸의, 영원의 존재는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_
이런 29금 수준의 영화에서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결국 로맨티스트다. 클렘페러와 앙케의 사랑의 표식을 엔딩으로 선택하다니. 사랑은 역시 전쟁도, 테러도, 공포도, 괴기스러움도 다 이기는 것인가보다. 기승전 아이 엠 러브.
_
그러니까 차기작은 그냥 로맨스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5.19 12:35:08
한숨의 마녀가 선사하는 사죄와 위로
암울한 시대에 누군가를 잃었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은 긴 시간이 지나며 죄책감이 된다. 6.25 전쟁으로 많은 이산가족이 발생한 이후, 떨어진 가족들처럼 누군가와 헤어졌다는 생각과 찾지 못했다는 생각은 자신을 자책하게 만든다. 그래서 수많은 이산가족들은 다시 만나는 순간 서로 미안하다고 말하며 그리움을 풀어 나간다. 5.18로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들도, 비슷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결국 그 마음은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다. 이런 정치적인 갈등으로 유발된 전쟁과 사회적 정쟁들은 무자비한 학살과 숙청을 유발하고 무수한 부수적 피해를 낳는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여전히 이런 정치적인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상실감을 가진 피해자들 또한 계속 양산되고 있다.



영화 <서스페리아>는 피가 튀는 경쟁과 갈등을 가진 조직과 어쩔 수 없이 형성되는 수많은 사회적 죄책감들을 연결시키며 그것들을 매우 특별한 형식으로 표현한 영화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수지(다코다 존슨)다. 베를린의 유명한 무용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 미국에서 온 수지는 오디션에서 마담 블랑(틸다 스윈튼)의 눈에 들어 단번에 아카데미에 합격하게 되고 출중한 실력으로 주연이었던 패트리샤(클로이 모레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무용 아카데미에는 몇 명의 선생님들이 중심이 되어 아카데미를 운영하는데 그 분위기 자체가 조용하고 매우 기괴하다. 사실 아카데미의 이면에는 선생님 각자 목적에 따른 계파 갈등이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존재를 되살리기 위한 마녀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만들어가는 무용수와 공연은 뭔지 모를 이상한 기운에 휩싸여 있다.






수지를 중심으로 보여지는 아카데미의 모습 이외에 영화는 하나의 인물을 더 따라간다. 닥터 클렘퍼러(틸다 스윈튼)는 무용 아카데미의 패트리샤를 상담하면서 아카데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혼자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특히나 그는 오래전 잃어버린 아내를 여전히 그리워하며 혹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을 고려해 과거의 집도 그대로 관리하고 있다. 그가 영화 내내 혼자 가지고 있는 정서는 일종의 회한과 죄책감이다. 자신의 옆에 있던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결국 패트리샤가 내뱉던 마녀의 진실을 쫒아 아카데미로 향하게 만든다.



무용 아카데미의 선생님들은 서로 기싸움을 강하게 벌인다. 영화 속에서 마녀로 그려지는 이들은 서로 지지하는 강력한 존재의 부활을 위해 서로를 견제하고 이탈하는 학생들을 잔인하게 처단한다. 서로 주도권을 다투려 논쟁을 벌이는 그들은 두 개의 계파로 이루어져 있으며 누구에게 주도권을 넘길 것인지를 다툰다.



1977년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그 당시 독일에서 극에 달했던 신구 갈등을 마녀들의 세력싸움을 통해 나타낸다. 그 당시 과거 파시즘을 행했던 기성세대에 분노한 젊은 세대들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는 기성세대를 한 없이 몰아붙였고 그것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만연한 시기였다.



영화 속 특별한 재능을 가진 수지는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뛰어난 실력으로 새로운 춤사위를 마담 블랑에게 제안하기도 하고 새롭게 배운 춤을 아주 뛰어나게 표현한다. 다코다 존슨이 연기하는 수지는 영화 내내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수줍은 신입생처럼 보이던 영화 초반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후반부는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극적인 복수와 위로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영화는 크게 무용 아카데미의 갈등과 경쟁 그리고 아카데미의 비밀을 쫒는 닥터 클렘퍼러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사실 이 둘은 서로 어떤 관계도 없다. 단지 클렘퍼러의 환자였던 패트리샤가 연결고리인데 그것 때문에 그는 피의 갈등이 이루어지는 한복판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잔인한 처단을 목격한다. 관객들은 아카데미에서 벌어지는 수지의 비상, 선생님 즉 마녀들 간의 전쟁 그리고 클렘퍼러의 추적을 번갈아 보게 됨으로써 지위가 상승되는 한 사람과, 이미 권력을 잡은 계층의 다툼, 그것과 상관없는 일반인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마녀들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세 명의 마녀 이름이 등장한다. 어둠의 마녀, 눈물의 마녀, 한숨의 마녀, 이 중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한숨의 마녀다. 무용 아카데미에서 공연팀이 추는 춤에도 한숨 같은 숨소리가 많이 등장하며, 특히나 주인공 수지가 음악 없이 춤을 출 때 그의 강력한 숨소리는 더욱더 깊은 한숨 소리가 나온다. 그의 한숨소리는 결말 부분을 위한 복선이면서 한숨의 마녀가 짓는 그 한숨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공연팀이 준비하는 이름은 '볼크'다. 독일어로 국민, 민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공연팀의 일원이 곧 민중을 의미한다. 특히나 그들을 파시즘적인 조직의 계파 싸움 한가운데에서 상승을 꿈꾸지만 대부분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며, 그들에게서 이탈할 경우, 엄청난 고문을 받고 착취된다. 영화 속에서 아카데미를 이탈하려 했던 많은 수의 무용수들은 지하에 갇혀 양기를 흡수되면서 고통을 받는다. 이 모습은 과거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은 시설에서 온갖 고문과 착취를 당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영화의 말미 한숨의 마녀가 그들에게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을 묻었을 때, 그들은 하나같이 같은 대답을 한다. "죽게 해 주세요".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힘을 받았지만, 죽을힘도 없었던 그들은 새롭게 등장한 구원자에게 그렇게 안식을 얻는다.



우연히 마녀의 소굴로 들어가게 된 닥터 클렘퍼러는 실제로 아내가 수용소에 끌려간 후 찾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아카데미의 지하로 끌려가 한숨의 마녀가 탄생하고 복수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다. 그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자기와 아무 관련도 없는 정치적 숙청 현장과 자살 현장을 목격한다. 그저 그 광경을 보며 벌벌 떨 뿐이다. 새롭게 권력을 잡은 한숨의 마녀는 그 숙청이 끝난 후 그에게 실종된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그에게 그 모든 과거를 잊는 안식을 선사한다. 직전에 한숨의 마녀는 말한다. "너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내가 모든 것을 알려준 후 모든 것을 잊게 해 주마".






영화는 잘못된 사회 체제 속에서 정치에 대항하는 민중이나, 일반 국민들이 어떤 피해를 받고 고통을 받을 수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굉장히 모호하고 추상적인 이미지와 춤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를 쉽게 해석하며 따라가긴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당시 독일의 상황과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독일인들의 위치를 고려해서 본다면 좀 더 이해하긴 쉬울 것 같다. 1970년대 후반부 신구 세대의 강력한 갈등, 그리고 페미니즘의 확산 등을 영화적 요소로 담았는데, 이 영화에는 형사로 나온 조연 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여자 배우가 중심이 되어 등장한다. 유일하게 비중이 높은 남자인 닥터 클렘퍼러는 여자 배우인 틸다 스윈튼이 연기했다. 그 당시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담기 위해 기능적 요소까지 최대한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30분은 꽤 충격적이다. 빨간색으로 화면의 톤이 바뀌고 엄청나게 잔인한 숙청이 벌어지는 그 장면이 벌어지는 동안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은 기괴한 춤을 추고 있고, 머리가 잘려나가거나 신체가 훼손되는 엄청나게 잔인한 복수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어떤 의식을 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영화가 앞부분부터 쌓아왔던 각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들이 고스란히 발현되어 영화가 말하는 주제를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숨의 마녀는 과거 마녀 취급을 받아 병사했던 과거 어머니로부터 버려진 사생아 같은 존재로 묘사되는데 그는 그 당시 새롭게 태어나는 독일을 의미한다. 그리고 죽어가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와 온갖 정치적인 경쟁을 뚫고 결국 본인의 자리로 재탄생하여 새로운 독일을 만든다. 세상의 모든 한숨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진정한 사죄와 위로를 선사한다.



어쩌면 아직 과거의 일들이 정리되지 않은 한국의 사회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5.18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그들에게 진정한 사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적폐 청산이라는 목적 아래 문제를 가진 부분을 고치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저항은 강력하다. 어쩌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그저 진정한 사죄와 작은 위로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에도 민중들을 위로할 한숨의 마녀가 필요하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조항빈 님의 리뷰
2019.05.18 23:31:02
'서스페리아'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대표작 중 하나인 1977년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다.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부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까지, 남유럽의 따스한 햇살을 배경으로 금지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호러 영화를 어떻게 리메이크할지는 굉장히 궁금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는 아예 다른 영화를 만들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원작을 재해석하며 다양한 디테일들을 더 넣으며, 좀 더 깊이감이 있는 '서스페리아'를 연출했다.

1977년 '서스페리아'가 지알로 대가 다리오 아르젠토의 대표작 중 하나로 기억되는 이유는 그의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시각적 디자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렬한 색감과 조명으로 매 씬을 가득채운 1977년 '서스페리아'는 지금봐도 그 미술과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루카 구아다니노는 비교적 단순하다고 볼 수 있는 원작의 대략적 이야기에 살을 붙이며 여러 연출적 차이점을 보였다. 우선 세트, 미술, 의상에서 보이는 색감에서 구아다니노는 아르젠토와는 달리 현실적인 비주얼을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아르젠토의 초현실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을 주려는 이유는 구아다니노가 원작의 이야기를 팽창시키기 위해서 였다고 생각한다. 원작에서 서독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사실 큰 의미가 없지만, 구아다니노는 1977년의 베를린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에 크게 주목을 한다. 그리고 원작의 이야기가 꽤나 단순하기 때문에 오히려 각색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와 확장을 할 여지가 많이 생기며, 독자적인 세상에서 펼쳐진 듯한 아르젠토의 이야기를 1977년의 현실로 끌어들여온다.

이야기 면에서 영화는 기본적으로 원작의 틀을 따라가는 듯하나, 세 개의 굉장히 큰 차이점이 있다. 우선 미스터리의 부재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수지 배니언이 댄스 아카데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조금씩 수사해가는 이야기이며, 댄스 아카데미의 실종과 죽음이 모두 마녀와 관련됐다는 것을 관객과 함께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녀들이 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다 까고 시작한다. 그리고 원작과는 달리,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지는 것을 마녀들과 어떻게 연관돼있는지를 모두 공개하며, 이야기를 수지와 무용단원들의 관점 뿐만 아니라 마녀들의 관점에서도 전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포적 요소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영화는 이 마녀들이 어떤 마법을 할 수 있는지를 아주 끔찍한 씬으로 제대로 보여주며, 이 위험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어린 무용단원들이 어떻게 상황을 헤쳐나갈지에 대한 조바심이 들게 하는 방향으로 서스펜스를 유지한다.

둘째는 주인공 수지 배니언이다. 원작과 리메이크의 수지 배니언의 공통점은 폭우가 내리는 독일에 도착하여 그토록 원하던 댄스 아카데미에 입성한 미국인이라는 점 밖에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수지 배니언과 마담 블랑의 강렬한 교감을 그리며 원작의 수지와는 확실히 다르며, 이 수지 배니언은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점을 암시하며, 그녀의 과거를 파편화된 형태로 조금씩 공개하며 과연 구아다니노의 수지 배니언은 어떤 사람인지를 계속 궁금케한다. 수지 배니언의 이야기에서는 '엑소시스트'이나 '유전' 같은 오컬트 호러의 영향이 느껴지며, 우연히 마녀의 소굴에 입성한 순진한 소녀 수지 배니언이 아닌, 자신만의 목적과 운명과 과거가 있는 수지 배니언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클렘퍼러 박사라는 새 캐릭터가 있다. 마녀들의 표적이 된 소녀들에게 마녀의 존재와 이들의 역사를 알려주는 캐릭터를 리메이크하며 상당히 인상적인 방향으로 확장했다. 무용단에서 벌어지는 일과 처음부터 밀접하게 관련되는 한편, 2차대전 때 헤어지고 그 이후의 행방을 모르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이 캐릭터는 앞서 언급한 1977년 베를린이라는 역사적 배경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영화는 바더 마인호프와 RAF의 거센 시위와 테러 행각을 아주 선명한 배경으로 삼는다. 베를린의 거리는 그들의 구호로 가득차있으며, 뉴스를 통해서는 루프트한자 인질 사건이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댄스 아카데미는 베를린 장벽으로 보이는 듯한 구조물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바로 여기서 이 영화는 "분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틸다 스윈튼은 이 영화에서 1인3역을 맡는데, 바로 마담 블랑, 클렘퍼러 박사 그리고 마르코스다. 나는 틸다 스윈튼이 독일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베를린 장벽이라는 분단의 상징 옆에 있는 댄스 아카데미 안에서도 마녀들 사이의 분단이 있으며, 이는 블랑과 마르코스의 분단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역사적 배경도 신세대와 구세대의 분열, 극우의 잔재에 맞서는 극좌의 격렬한 충돌의 시기였다. 그리고 한편에는 2차대전 때 아내와 생이별을 하게 된 클렘퍼러 박사가 있다. 마더 서스피리움을 숭배하며 "자신들의 망상을 타인에게 주는" 위험한 종교적 사상과 의지를 가진 마녀들은 자신들의 초자연적 능력을 이용해 죄 없는 무용단원들을 희생시킨다. 공포의 전체주의 정치를 펼친 나치 정권 때문에 베를린 장벽이라는 민족적 흉터가 독일의 수도에 건설됐고, 그 과거를 수치스럽게 여긴 젊은이들 중 일부도 결국에는 암살과 테러라는 폭력적 수단을 통해 그들의 사상을 관철하려고 했다. 구아다니노는 폭력으로 자신들의 사상, 혹은 망상을 전파하려 했던 자들, 나치와 바더 마인호프를 모두 마녀로 비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클렘퍼러 박사를 한번 보자. 클렘퍼러가 나오는 씬들 중에는 그가 동서 베를린 국경을 거치는 장면들이 많으며 이를 통해 영화는 꾸준히 분단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또한, 2차 대전의 참상부터 과격한 극좌 테러, 그리고 마녀들의 음모까지 모두 힘없이 목격하며 고통받아야했던 그의 인생은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가득차있기도 하다. 클렘퍼러는 과격한 사상을 가진 자들로 인해 상처가 가득해진 독일 시민들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현대의 맥락에서 보면, 극단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껴서 여러 형태로 고통을 받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극단적인 정치와 종교적 사상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구아다니노는 이런 현대적 정치적 분위기를 1977년 독일에서 찾으며, 이를 '서스페리아'의 이야기를 재해석하는데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춤이라는 소재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이야기적으로도 상당한 의의가 있기도 하지만, 연출적으로는 가스파 노에의 '클라이막스'를 연상케하는 강렬하고 원초적인 본능의 몸짓이며, 섹스와 파괴와 교감의 육체적 표현이라는 점에서다. 편집자 왈터 파사노는 안무의 임팩트와 리듬감을 최대화시키는 편집을 선보이며, 컷 하나하나마다 마치 관객에게 펀치를 날리는 듯한 느낌을 줬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 영화의 페이스에 좀 불만이 있다. '콜바넴' 때도 느낀 단점이기도 한데, 러닝타임이 너무 길고 페이스가 너무 늘어지는 구간이 있다. 특히나 이 영화는 원작보다 거의 1시간이 더 긴 2시간 32분일 필요가 과연 있었나 할 정도였다.

이 영화에 대한 또 하나의 이슈는 바로 톰 요크가 참여한 점이다. 호러 영화 스코어 뿐만 아니라 안무의 배경 음악까지 작곡했으며, 심지어는 가사까지 있는 주제곡이라고 볼 수 있는 'Susperium'도 틈틈이 삽입해서 좀 놀랐다. 전반적으로는 개성있으면서도 효과적인 호러 스코어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모두 정말 훌륭했다. 구아다니노와 이미 인연이 있는 다코타 존슨과 틸다 스윈튼은 정말 훌륭했다. 안무를 소화하며 신비로운 분위기와 강렬한 카리스마까지 모두 갖추며 끊임없이 진화를 하는 수지 배니언을 다코타 존슨은 완벽히 연기했다. 하지만 틸다 스윈튼의 1인3역은 정말 차원이 달랐다. 마담 블랑일 때는 다코타 존슨과의 정말 묘한 교감을 보이며, 클렘퍼러일 때는 두꺼운 노인 분장을 뚫고 굉장히 깊은 감정 연기를 한 틸다 스윈튼의 활약은 정말 최고였다. 분장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 첨언하자면, 영화의 특수 효과도 좋은 의미로 끔찍했다.

'서스페리아'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만한 영화다. 수위도 강한 편이기도 하나, 원작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 사회역사적인 맥락과 의미에 공감을 해야 하는 점이 그 이유다. 특히 역사적인 면은 보편적으로 해석하기에는 조금 특수한 면도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독일인들의 반응이 제일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루카 구아다니노가 이탈리아의 따스한 햇볕뿐만 아니라 먹구름과 폭우가 가득한 칙칙한 독일의 차가운 공기에서도 연출력을 마음것 발휘할 수 있다고 증명을 하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점, 그리고 원작을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파격적인 재해석을 한 점을 높게 사고 싶다. 이 영화는 원작을 보고 나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원작과 비슷해서가 아니라 원작과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는 맛이 있고, 그 비교 속에서 감독의 의도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송씨네 님의 리뷰
2019.05.18 23:27:01
마녀들의 수상한 발레 아카데미. 높이 도약 할수록 더 공포스러운 아이러니. 우아함 속에 뒤틀린 몸처럼 뒤틀려버린 그들의 악몽. 루카 구아다니노의 핏빛 스릴러로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습니다. 1977년 원작의 컬트적인 느낌에서 여러 요소가 강화되었다는데 원작 역시 궁금해지네요. ‬무려 1인 3역을 하는 틸다 스윈튼과 나약한 소녀에서 마녀들의 희망이자 주체할 수 없어 폭주하는 댄서로 열연한 다코타 존슨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다만 견디기 힘든 장면이 후반부에 이어지는데 강심장만 도전해보시길! 원작과 리메이크 모두 출연한 제시카 하퍼의 모습도 주목하시길.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기행 님의 리뷰
2019.05.18 22:24:39
아직 5월이지만 감히 꼽는 올해의 문제작. ‘아이 엠 러브’는 그저 그랬던 반면 ‘콜바넴’으로 내게 확실하게 각인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이 29금(?)이라 예상치 못했다. 피칠갑 수준이 아니라 관객의 머리채를 좌우로 마구 흔드는 152분이었다.

더군다나 어렴풋이 주워들은 지식이 영화의 배경지식이 될 줄이야. 유럽 사회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다는 68혁명. 독일 국가의 과거 청산에 결정적인 계기기도 했다고. ‘다수결을 따라야 한다’는 대사에서 통제 사회를 의미한다는 힌트를 얻었다.

톰 요크의 홀리는 음악이 기괴한 분위기에 한몫했다. 안하면 후회할 거 같아서 처음으로 영화음악을 맡았다고 하는데 귀를 틀어막고 싶어짐과 이상하게 계속 듣고 싶은 감정이 동시에 들게 했다. 음원 사이트에도 풀려서 찾아 듣고 있다(제대로 홀림)

후반부 클라이막스씬은 시각적으론 헉하긴 했지만 앞서 나온 장면들이 강해서 나 같은 쫄보도 무사히 관람을 마칠 수 있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비밀번호 재설정
새로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비밀번호 재설정
개인정보 취급방침 에 동의합니다.

문의 및 제안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 신고
편파적인 언행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정치, 종교 등
욕설 및 음란성
타인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주는 언행
개인 안전 보호
개인의 사적인 정보, 특정 개인에 대한 강도 높은 비방, 혐오 발언
도배 및 광고
영화를 보지 않고 남긴 것이 분명한 리뷰
스포일러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