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의 공백 (blank 13)
드라마 / 2017

개요
드라마, 가족, 일본, 71분, 12세 이상 관람가, 2019.07.04 개봉
감독
사이토 타쿠미
배우
타카하시 잇세이
릴리 프랭키
사이토 타쿠미
마츠오카 마유
칸노 미스즈
사토 지로
오니시 리쿠
오리모토 준키치
무라카미 준
칸베 히로시
시놉시스
담배를 사러 다녀 오겠다는 아버지는 그렇게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아버지 대신 일을 나가고, 형은 엄마 대신 내 도시락을 준비했다.
원망과 그리움이 한 데 섞인 13년이 흐른 지금,
아버지와의 틈을 메우지 못한 채 아주 오랜만에 그를 마주한다.
92.31%
3.25점
키노라이트 분포
2개
24개
별점 분포
예고편
리뷰
18

정재혁 님의 리뷰
2019.07.14 11:42:29
blank, 공백의 자리
영화 '13년의 공백'은 고작 71분이다. 제목대로 13년의 공백을 품고있고, 한 남자의 인생을 아우르며 71분이다. 요시모토 코지라는 작가의 실화에 기초했고, 미움과 미워할 수 없는 '아빠'에 대한 애증을 고작 71분 안에 펼쳐낸다. 외적인 이야기이지만, 영화의 시작은 히카리TV’라는 영상 플랫폼이 꾸렸던 40분짜리 콩트이다. 배우이자 이번 영화로 감독이 된 사이토 타쿠미가 영화제 출품 기준 70분 이상을 맞추기 위해 71분짜리 '13년의 공백'을 완성했다. 그 돌아봄의 시간이, 40분의 꽁트로 자리했던 죽음의 시간이, 왜인지 나는 다행이다. 코지 역의타카하시 잇세이가 영화 후반 아빠의 장레식장에서 몇 차례나 마음을 쓸어내리듯 뱉어내던 '다행이다'처럼 다행이다. '속죄'같은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라 다행이고, 작문을 소중히 간직했던 사람이라 다행이고, 돈도 없으면서힘든 사람 모른 척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다행이다. 평생 마작에, 담배에, 처와 두 아들은 내팽겨친채 밖으로 나도는 남자의 삶은, 이렇게 보이지 않던 자리에서, 그래도 다행이 된다. '화장'을 굳이 떠올리며 시작하고, 마지막이 마지막으로 끝나가는 시간을 초반에 배치하는 '13년의 공백'은 미워했던 아빠를 받아들이는 착하고 순진한영화일 수 있지만, '다행'일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는, 죽음을 둘러싼 막연함에 관한 영화다. 떠나가지 못해 망설이고, 어찌할 수 없이 돌아보는 망연함의 영화. 40분에 보이지 않았던, 어쩌면 다행일 수 있는 시간이 하필이면뒤늦게 찾아온다. 어떤 멜로디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점멸하듯 떨어지는 소리, 900~1200℃로 설명할 수 밖에없는 '사라짐'의 세계, 그리고 잊었지만 남아있는 배팅 센터에서의 외로운 헛스윙. 희극인지, 비극인지, 부재는공백으로 곁에 있다.



매년 한 번일지 모른다. 가끔은 한 두 번을 더 가기도 한다. 이미 10년도 더 지난 아빠의 죽음은 아직도 다 그려지지 못한 흑백 그림이다. 왜인지 택시를 타지 않았고, 아마도 이곳이 아닌 곳의 아빠를 보았고, 나오지 않던 눈물이 터진 건 화장터의 화로 앞에서였다. 비가 오지 않았지만 맑은 하늘도 아니었고, 검정색 상복을 입고 나는 아주 적은 양의 눈물만 떨궜다. 사실 죽음은 여기 어디에도 없어 나는 아직도 아빠의 죽음을 조금도 알지 못하겠다. 누나의 차를 타고, 작은 꽃다발을 하나 사고, 돈을 내면 으레 건네주는 생수병 하나를 들고 아빠 앞에 서면, 가끔은 뭉클하기도 하고, 가끔은 우울하기도 하고, 가끔은 왜인지 욕심만 잔뜩 부린 기도를 하기도 한다. 죽음 앞에서다짐하는 오늘과 내일. 죽음에 기대는 삶의 우울. 내가 나약한 건지, 죽음이 요상한 건지. 엄마 말에 의하면 아빠가 세상을 뜬 건 음력 상의 내 생일이라 하고, 어김없이 아빠는 여기에 없고, 여기에 있다. 영화에서 코지는 아빠와 함께 코시엔 야구를 보러갔던 날의 이야기로 상을 탄다. 둘은 강둑에서 자주 캐치볼을 하며 놀기도 했다. 공을던지고, 공을 받고, 그 짧은 시간은 어쩌다 13년 공백이 된다. 문득 아빠가 생각난다는 말을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정말로 우울할 때, 힘들어 이곳에 있고 싶지 않을 때, 아빠의 이름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건 아마 그냥 꾀병에 가까운 주책에 가까울지 모른다. 아빠와 이별하고 10년 여. 이곳과 저곳의 텅 비어버린 시간도 공백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빠가 있던 어제와 아빠가 떠나버린 어제는 내게 다른 어제일까. 영화의 원제는 'blank 13', 나는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그 빈 칸에 아빠를 두고싶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xixixi 님의 리뷰
2019.07.30 17:29:07
타인이 아는 모습 가족만 아는 모습
원제는 Blank 13, 얼마 전 영화 <기생충>을 보고 연이어 보았던 영화 <어느 가족>에 나왔던 릴리 프랭키가 나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 집을 떠나 13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의 장례식을 통해 복잡미묘한 가족 간의 애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대부분의 관객들이 엔딩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가족의 풍경>라는 노래를 들으며 쉬이 일어나지 못했던 것은 영화의 어느 부분에선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가족의 풍경'이라는 이 제목이자 가사가 마음 한켠 깊숙이 스며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중략)

​- 장례식장이 생각만큼 슬프기만 한 곳은 아니다
- 가족이 아니기에 가족 같을 수 있는 사람
- 다행일까?

누군가를 미워하며 사는 것도 편안한 일은 아닙니다. 원망했던 만큼 그리웠던 아버지를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착한 사람이었다 포장해 둘 수 있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요.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YOUNJINU 님의 리뷰
2019.07.18 22:50:32
세월에 남긴 아버지의 자국 / 13년의 공백 / blank 13 (2017)
세월에 남긴 아버지의 자국 / 13년의 공백 / blank 13 (2017)


요즘 같은 시대에 꽤 짧은 러닝(70분)의 일본 영화다.
구성은 러브레터, 무지개 여신, 비밀 등과 같은 방식으로
(개인적인 표현으로는)'선 죽음 후 회상'의 구조이다.

가부장문화가 강화된 문화권의 가정에서는
가장에게 모든 경제권을 의존하는 상황이 보편적이다.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그 경제권이 곧 생존권으로 직결되며
결국 가장은 아버지로, 아버지는 경제권으로, 경제권은 생존권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습은 주인공 마츠다의 가족에서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기본 설정이 어찌보면 참 안타까운 설정이다.
현대의 가부장문화권의 사회에서 남성이 자동적으로 갖게 되는 기본 설정들이
여러모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농경사회에서는 물리적 노동력으로서 활용된 남성이라면
산업사회에서는 경제력으로 점철되는 남성의 역할이란
할수만 있다면 벗어나고 싶게 만드는 프레임 중에 하나이다.

누구나 같은 가정에서 가정의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질 권리가 있으며
그 안에서 평등을 논한다면 누구나 같은 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

13년간 사라져 버린 아버지의 태도는
식구들에게 반복적으로 부정적이며 불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불편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결정한 의미있는 결단이 아니었나 싶다.
아버지 스스로도 가정을 위한 결정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여러생각들이 들긴 했지만

두가지 생각들이 상충되어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

한 가지는

어린시절의 잠깐의 행복했던 몇몇의 추억들로 감겨진 감정들이
인생을 살면서 이따금씩 주마등 처럼 지나갈 때,
그리고 그 추억을 같이 만들어간 사람이
더 이상은 같은 세상에서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슬프고 아련하게 가슴에 남아 있을것이다.
누군가를 잃어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십분 공감 하리라 생각한다.


다른 한 가지는

10년 이상의 원한을 닮은 감정들이 차곡히 쌓여있지만
뒤늦게 그들의 서툰 표현이 모종의 애정을 닮은 그들의 언어였다는 것을 느낄때
그 모든 악감정들이 사그라 들고 전환을 할 만큼 클 것인가에 대한 d의문이다.
나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공감이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창가에서 담배를 피며 앉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내 감정또한 앵글에 담아서 표현하였구나 싶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조항빈 님의 리뷰
2019.07.08 22:44:58
'13년의 공백'은 배우 사이토 타쿠미의 연출작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어떤 아버지의 이야기에 대한 영화다.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심정들을 털어놓고 추억하는 이 이야기는 평생 상처를 준 가족에 대한 감정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영화는 주로 타카하시 잇세이의 캐릭터의 관점을 따라간다.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며,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리운 추억과 잊고 싶은 악몽같은 시절들 속에 담긴 아버지의 모습을 묘사한다. 이 플래시백들은 정말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듯 현재의 상황에 의해 갑자기 떠오르는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형식으로 편집이 됐다. 영화의 또 다른 부분은 장례식장에 찾아온 사람들의 마지막 인삿말들로 아버지의 색다른 면을 보게되는 건데, 이 부분은 그저 인물들이 대사를 줄줄이 읊는 형식이라 좀 단조롭긴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주인공들의 복잡한 심정을 포착하는 예리한 편집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연기는 대체적으로 좋았다. 가장 기대한 릴리 프랭키는 비중이 좀 적긴 했으나, 타카하시 잇세이와 칸노 미스즈의 활약이 좋았다. 이 두 배우와 사이토 타쿠미까지 모두 릴리 프랭키의 아버지 캐릭터에 대해 정확히 어떤 심정이며, 영화가 진행되며 그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정확히 알려주지는 않아도 그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관객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정도의 정보를 주는 연기를 한다. 조문객들은 좀 더 성격파 연기자들로 구성했는데, '빅 피쉬'을 연상시켰다. 각자 나름대로 개성있는 연기를 했으나 이 영화의 톤과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영화의 전반적인 연출도 꽤나 준수했다. 창백해 보이는 영상미와 맥박 같은 비트와 피아노의 미니멀한 음악은 장례식장의 엄숙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잘 표현하며, 감정을 토해내는 자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과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자리라는 영화의 흐름과도 통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제트별 님의 리뷰
2019.07.04 22:11:59
‘좋은 사람’이라는 것에 대하여.
<아사코> 이후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일본 영화를 관람했다. 편식 없이 모든 장르의 영화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따금씩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이 유독 땡기는 순간이 있는데, 게다가 올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개봉작도 없어 아쉬움과 그 땡김이 교차하던 찰나 이 영화가 나타나주었다. 덕분에 그 갈증이, 조금이나마 달아났다. 먼저 다소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71분이라는 러닝타임이다. 작년 연말 관람했던 <더 파티>와 똑같은데, 흥미롭게도 두 영화 모두 체감 시간은 2시간 못지않았다. 물론 좋은 쪽으로. <더 파티>가 구강액션을 필두로 대화를 이용해 극을 채웠다면, <13년의 공백>은 상대적으로 기억과 여백에 의존하는 성향이 짙었다. 해서 그 잔잔함이 자아내는 파동은 꽤나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가족’이라는 소재만큼 무궁무진한 스토리 원천이 또 있을까. 너와 나와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셀 수 없이 많이 접했을 여러 가족 이야기들은 더없이 시시콜콜해졌을 정도로 낯설지 않다. <13년의 공백> 역시 크게 특별할 것 없는 뼈대를 지니고 있는데, 다루는 방식이 꽤나 흥미롭다. 1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만을 쥐고 있음에도 전혀 서두르지 않고 오히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여유가 넘친다. 곳곳에 배치된 플래시백으로 끊임없이 극을 환기시키고, 주요 인물들 간의 대화보다 그 대화 사이의 여백을 극대화해 개인적인 생각을 덧대게 만든다.

이어 이 흐름에 쿵하고 내려앉는 전환점은 기존의 분위기를 갑자기 뒤바꿔버리는데, 이질적이면서 자연스러운 그 전개는 영화 초반부에 비췄던 ‘비교’를 의도적으로 짓뭉갬과 동시에 주제 의식을 끌어올린다. 타인의 입을 통해 듣는 그의 이야기. 원망과 해탈로 구성되었던 감정에 끼어드는 일종의 다행스러움.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난 후자보다는 전자쪽에 마음을 두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이해라는 지점에 닿아 그의 삶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까.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송씨네 님의 리뷰
2019.06.29 15:18:47
가족을 버린 아버지, 그리고 오지랖 아버지... 이 두 사람은 같은 사람입니다. 장례식과 화장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임팩트는 강합니다. 릴리 프랭키는 이번에도 이 세상에도 없는 아버지를 보여줍니다. 전반과 후반의 분위기가 다르죠. 타이틀 화면이 40분이 넘어가면서 등장하는데 아버지의 죽음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으로 분위기가 바뀌죠. 유족에게는 초대하고 싶지 않은 인물들로 가득차지만 그들의 사연을 듣고 나면 분명 가정에는 빵점짜리였지만 주위에서는 좋은 사람이었음을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결국 한 인간을 한 줄로, 한 단어로 축약하는 것은 어려운 존재가 아니었나 싶어요. 같은 시간의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거대한 장례식과 장면을 비교해주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장면이었으니깐요. 죽음에 대해 경건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doona09 님의 리뷰
2019.06.28 22:48:15
배우 '사이토 타쿠미'의 감독 데뷔작
진중한 연기자인 줄만 알았던 '사이토 타쿠미'의 꽤 괜찮은 연출작을 봤습니다. <13년의 공백>은 배우 '사이토 타쿠미'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하시모토 코지'의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했으며, 감각적인 연출은 플래시백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전자음으로 사용해 그리움과 불안한 감정을 고조시키는 분위기, 전반적으로 톤 다운된 색채가 어느 쪽에도 감정을 보태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돕습니다. 마치 고인에게 조의를 표하는 듯 말이죠.

도박에 빠진 무능력한 가장, 빚독촉에 가족들은 하루라도 맘 편히 저녁을 먹지도 못합니다. 그런 어느 날, 돈 받으러 찾아온 남자들에게 가장 치욕적인 말을 듣게 됩니다. 아버지 마사토(릴리 프랭키)는 담배를 사러 간다며 나간 후로 13년간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후 엄마는 가장이 되어 새벽에는 신문배달 밤에는 업소에 나가며 뼈빠지게 아이들을 키웁니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장성한 두 아들은 13년 만에 아버지의 소식을 듣습니다. 위암 말기로 3개월 밖에 시간이 없다는 것. 형과 엄마는 병문안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코지(타카하시 잇세이)는 왠지 가야 될 것만 같습니다.

<13년의 공백>의 인상적인 면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서 보여준 영민함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전반부는 일본 가족 영화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로 흐르지만 중반 부 'Blank 13'이란 제목이 뜨면서 급변화를 맞습니다.

그 과정이 블랙 코미디로 그려지는데요. 웃지도 울지도 않는 가족들의 진지함과 대비되며 웃음을 유발합니다. 영화는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 증오만 키웠던 13년의 공백을 장례식에 온 조문객들의 이야기로 채웁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다만 그를 추억하는 자만이 있을 뿐입니다.

찾아오는이 없는 아버지의 초라한 장례식. 옆 장례식과 확연히 차이 나는 규모와 조문객입니다. 마치 그 사람의 가치를 보여주는 듯해 씁쓸해집니다. 듬성듬성 한눈에 파악되는 조문객과 고인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을 갖는 중입니다. 과연 이 사람들과 아버지는 무슨 인연이었을까.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하나둘씩 자기와 아버지 마츠다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조문객들. 가족에게는 쓰레기였지만 남들에게는 세상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약간의 배신감도 듭니다. 13년의 공백은 생각보다 크고, 상처 또한 깊었습니다.

아들에게 보여 줄 공마술을 꾸준히 연습하고, 자기보다 더 못한 사람을 위하고, 없는 살림에 돈을 빌려주기도 했으며, 죽어가면서도 아픈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답니다. 그리고 글짓기 상을 탄 코지의 <꿈의 구장>을 간직한 아버지란 사실도 새롭게 알았습니다.

그동안 아버지가 싫었지만 조금은 좋아질 것 같고 이해도 되는 부분입니다. 아마 코지가 결혼해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면 또 다른 깨달음을 얻으리라 믿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문득, 내 장례식에는 누가 올까 궁금해졌습니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있을까요? 나와의 어떤 인연으로 마지막 배웅길에 나선 걸까요? 사실 옆 장례식은 겉만 번지르르했지 고인을 추억할 진심 어린 곡소리도 돈으로 때운 인스턴트였습니다. 장례식에 오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하기도 한다면 실패한 인생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람은 두 번의 식에서 인간관계가 드러납니다. 하나는 결혼식, 또 하나는 장례식입니다. 전자보다 후자가 더 의미 있다 생각합니다. 행복한 날을 축하하기보다 그 사람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건 어떤 위로보다 값진 망자를 위한 예의일 테니까요.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기행 님의 리뷰
2019.06.28 18:10:03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평생을 살아간다. 아들 코지는 아빠와 캐치볼을 하고 고시엔 경기를 보러 간 그날을 잊지 못해 마음에 품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사람의 인생을 지탱하기도 하는 거 같다.

나쁜 아빠였지만 좋은 사람. 빚에 시달리고 가족을 보호하지 못한 못난 가장. 형편없는 모습에 원망하면서도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은 아빠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13년 만의 만남에서 예상 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장례식은 산 자를 위한 예식이라고 한다. 마지막 장례식 밖 풍경을 잊지 못할 거 같다. 당신의 장례식장이라면?

초반엔 무거운 반면 후반 장례식장 장면은 코미디가 따로 없다. 웃으면 안 된다는 장례식장에서 시답잖은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 속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아버지가 너무 싫은데 조금은 좋아한 거 같다고 말할 때 울컥... 뛰는 배우들 연기 위에 나는 감독의 연출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알비 님의 리뷰
2019.06.26 21:47:59
관객을 버려두고 감독만 알고 끌고가는 느낌이 대학원과제같긴 하지만, 그래도 인물 캐릭터를 그리는 힘은 너무 좋다. 장례식장에 있는 사람들 한명한명을 다 기억하게 하니까. 그사람들이 아버지와 어떤 관계였는 지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각인시키는 힘이 좋았다. 왁자지껄하게 웃다보니, 아버지를 보내드릴 수 있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김동진 님의 리뷰
2019.06.21 00:22:26
영화 <13년의 공백>(2017)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배우 사이토 타쿠미의 감독 데뷔작이다. 도박 빚으로 가족을 등진 아버지와, 세월이 흘러 성장한 아들.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마츠다 마사토'는 착한 사람일지언정 가정적인 사람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화를 늘어놓으며 '마츠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회상한다. 그가 '좋은 사람'이었는지의 기준은 무엇인가. <13년의 공백>은 수시로 두 개의 장례식을 대비해놓는다. 성만 '마츠다'이고 이름이 다른 두 사람. 한쪽은 많은 조문객이 있고 다른 한쪽은 한산하다. 영화 초반에는 언뜻 한쪽의 망자가 '좋은 삶'을 살았던 것처럼 생각하게 되다가도 후반에 이르러 어떤 장면으로 인해 인식의 전환을 마련한다. 타카하시 잇세이가 연기한 작은아들 '코지'의 회상을 보면 어쩌면 '마사토'는 가족에게 아주 무심한 사람인 것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13년의 공백>은 <어느 가족>(2018)과 겹치는 두 명의 캐스팅 덕분인지 71분이라는 극히 짧은 상영시간 속에서 가족의 풍경을 생각하데 만드는 영화다. (2019.06.20.)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비밀번호 재설정
새로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비밀번호 재설정
개인정보 취급방침 에 동의합니다.

문의 및 제안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 신고
편파적인 언행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정치, 종교 등
욕설 및 음란성
타인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주는 언행
개인 안전 보호
개인의 사적인 정보, 특정 개인에 대한 강도 높은 비방, 혐오 발언
도배 및 광고
영화를 보지 않고 남긴 것이 분명한 리뷰
스포일러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