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
액션 / 2019

개요
액션, SF, 미국, 182분, 12세 이상 관람가, 2019.04.24 개봉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헴스워스
스칼렛 요한슨
제레미 레너
돈 치들
폴 러드
브리 라슨
카렌 길런
브래들리 쿠퍼
조슈 브롤린
베네딕트 컴버배치
조 샐다나
크리스 프랫
채드윅 보스만
톰 홀랜드
안소니 마키
기네스 팰트로
테사 톰슨
세바스찬 스탠
다나이 구리라
톰 히들스턴
엘리자베스 올슨
에반젤린 릴리
틸다 스윈튼
헤일리 앳웰
존 슬래터리
데이브 바티스타
폼 클레멘티에프
레티티아 라이트
테리 노터리
베네딕 웡
존 파브로
사무엘 L. 잭슨
마이클 더글라스
시놉시스
인피니티 워 이후 절반만 살아남은 지구, 마지막 희망이 된 어벤져스.

먼저 떠난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위대한 어벤져스, 운명을 바꿀 최후의 전쟁이 펼쳐진다!
95.12%
4.07점
키노라이트 분포
10개
195개
별점 분포
예고편
리뷰
103

DaDaSi 님의 리뷰
2019.04.25 01:42:36
마블이 보여준 모든 것, 보여줄 모든 것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던 [엔드게임]이 개봉하면서, 더 많은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마블이 보여줬던 모든 영화의 정점을 찍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블의 열정적인 팬이 아닌 제가 봐도 [엔드게임]은 상당히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마블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거대한 시리즈의 마무리를 짓는 영화로서 [엔드게임]은 상당히 훌륭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영화 역사상 이런 영화가 있었나 싶은 영화입니다. 물론, 기존에도 시네마 유니버스는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영화에서 크로스 오버식으로 잠깐 출연하는 식으로 그쳤고, 마블처럼 거대한 유니버스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제작된 프로젝트 자체는 처음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블의 11년을 정산해보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마블이 그동안 보여준 영화에 대한 노하우들이 녹아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마블 영화 리뷰는 기존 마블 영화에 등장한 떡밥이나 유니버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영화 자체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영화 [어벤저스 : 엔드게임] 스포일러 거의 없는 순한맛 리뷰 시작합니다.





영상에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특징적인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금의 스포라고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길지 않은 3시간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이 영화의 러닝타임입니다. 3시간이라는 시간이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물리적으로 3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블은 그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영화의 몰입감이 상당히 좋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다 몰아치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몰입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영화의 텐션 조절입니다. 대부분의 히어로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뒤에 나올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이야기가 작용됩니다. 때문에 설명이 조금 길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액션의 배당한 시간을 제외하고, 다른 시간에 다양한 것들 것 설명해줘야 합니다. 영화 자체가 액션에 역점을 찍고, 영화에 모든 것이 그 액션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엔드게임]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듭니다. 액션신이 언제 나올지 예상도 안될뿐더러 전개가 상당히 빠릅니다. 관객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과감한 생략으로 빠르게 결과를 보여주고, 인물이 중요한 순간에서 망설이는 것은 없습니다. 기존 히어로 영화에서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쓰는 장치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엔드게임]은 액션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의 감정입니다.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에는 과감하게 생략을 하면서, 인물의 감정 표현에 상당한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전개를 통해서, 기존 액션 영화를 통해 빠른 전개에 익숙해진 분들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액션 영화에서 보여준 전개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 자체에 완급조절이 생깁니다. 이야기 전개는 빠르게, 하지만 인물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정말, 필요한 부분만 보여준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를 보면서, 시계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영화관에 들어가면, 1분만에 빠져들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잘 챙기는 마블



영화를 보고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다 챙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블 전체 영화에서 등장했던 대부분의 인물이 언급 혹은 어떤 방식으로 등장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인물들을 다 챙길 수 있었는지 정말 대단합니다.



여러 인물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면, 누군가 주축이 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대부분은 그 인물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엔드게임]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인물의 거의 비슷한 분량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활약 또한 누군가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어벤저스]인 샘이죠.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뜻을 이룬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물 뿐만 아니라, 과거에 나왔던 영화에 나왔던 것들까지 모두 영화에서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엔드게임]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과거 마블 작품의 설정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것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 많은 분들이 여러 예상을 보여줬습니다. 어느 한 부분에서 맞는 예상들도 있지만,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될 것이라고 조금이라도 예상하신 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어떻게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 것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제가 정말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무엇을 예상하고 있건 간에 그 예상은 모두 빗나간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예상한 전개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습니다. 여튼,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굳이 마블 팬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최고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마블의 팬도 아니고, 마블의 모든 시리즈를 챙겨본 사람이 아님에도 영화는 아주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가 예상했던 감정과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 모두 저에게는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한 편으로는 영화를 이렇게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제 인생에서도 [엔드게임]은 많은 부분을 차지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이라면, 빨리 달려가서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빨리 극장으로 가서 보셔야 합니다.



​5 / 5 마블이 보여준 모든 것, 보여줄 모든 것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4.26 01:39:13
'어벤져스:엔드게임' 초간단 리뷰
1. MBC '무한도전'을 매주 챙겨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즐겨보고 좋아하는 주말예능이었다. 13년간 주말을 책임진 이 예능에서 아주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도 있었고 그냥 그랬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은, '무한도전'은 마치 문화대통령처럼 예능과 문화의 판도를 바꿔놨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것은 마블씨네마틱유니버스(MCU)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2008년 '아이언맨' 이후 2019년 '어벤져스:엔드게임'까지, 이 시리즈는 영화 자체를 넘어서 문화와 가치관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이것은 '무한도전'과 MCU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두 작품 모두 '쇼(Show)'라는 점이다.

2. 사실 MCU 영화들은 볼 땐 재미나게 보지만 돌아서면 불만이 생길 때가 있었다. 영화로써 작품 안에서 완결성을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앞에 어떤 영화가 있었는지 알아야 하고 뒤에 어떤 영화가 나올지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는 숨겨둔 단서를 찾아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흐름을 읽어야 했다. 작가주의 영화에서도 기피하는 일들을 MCU 영화들을 보면서 불가피하게 해야 했다. 초창기 MCU 영화들을 볼 때는 그 부담이 적었지만 영화가 계속 나오고 이 세계관에 '역사'가 생기면서 관객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영화를 보다 보면 불가피하게 해야 할 일이지만 MCU 영화들을 보면서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일들을 굳이 하게 된다.

3.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그 불만들을 모두 잊게 만들었다. 그것은 영화가 재밌기 때문이 아니라 이 영화들이 온전히 자기 정체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것은 '쇼'이자 '상품'이다. '엔드게임'은 지난 10년간 MCU의 모든 영화들에게 '상품'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화룡정점과 같은 영화다. '엔드게임'은 분명 재미있는 영화다. 그런데 그것은 이야기가 탄탄해서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MCU에 대한 기억들을 모두 아우르는 '이벤트'라서 재미있는 것이다. 사실 이야기 자체만 본다면 루소 형제가 만든 모든 MCU 영화 중 가장 허술하다. 그것은 '이벤트'가 되기 위해 이야기의 합리를 희생한 것과 같다.

4. 이야기는 모두가 예상한대로 '시간여행'으로 비롯된다. 이것은 MCU 히스토리에 대한 복습과 같다. '인피니티워'를 장식한 히어로들부터 단 한 작품에 출연한 조연들까지 모두 등장해 자기 역할을 한다. 지난 10년간 MCU 영화를 즐긴 관객들은 지난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끝나면 이제 타노스(조쉬 브롤린)과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짓는다. 이것은 '인피니티워'처럼 여러 히어로들이 무더기로 출연하는 파티라기 보다 주요 캐릭터 3인방(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토르)의 메인 이벤트다. 예를 들자면 WWE '레슬매니아'에서 월드헤비웨이트챔피언쉽 경기와 같다.

5. '엔드게임'이 '쇼'라고 느낀 장면은 굉장히 많다. 몇 가지 언급해보자면 타노스의 군대에 맞설 군대들이 포털을 타고 등장하는 장면에서 왜 발키리 군대까지 끼어있는가. 걔들을 쓸어버린건 헬라(케이트 블란쳇)가 아니었던가(사실 자세히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영화 내내 본 적 없던 마법사들도 쪽수를 맞추려고 등장한다(그렇게 많이 있는줄도 몰랐다). 그러니깐 군대 vs 군대로 맞서는 장면은 타노스의 군대와 머리수 맞추려고 오만 군대 다 불러온 인상이다(이럴거면 엘리스 대통령의 군대까지 불렀어도 될 뻔 했다). 게다가 아이언맨(토니 스타크)의 장례식에서는 정말 MCU의 모든 히어로가 다 나왔다. 한 두 사람 정도 바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러니깐 영화의 합리성보다 '이벤트'에 더 무게를 두고 만들었다는 의미다.

6. 이 '이벤트'는 단순히 마무리에 의미를 두지도 않는다. 다음 시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예고도 하고 있다. 건틀릿을 들고 가던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공격받자 페퍼 포츠(기네스 팰트로우)가 나서서 도와준다. 그녀와 함께 MCU의 모든 여성캐릭터들이 뭉친다. 그러지 마란 법은 없지만 굳이 누나들만 뭉친 지점이 다소 인위적이다. 이는 '캡틴마블'에 부여한 정체성을 MCU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캡틴마블의 헤어스타일까지 여기에 결부시킬 수 있겠지만 그 정도 확대해석까진 하지 않겠다). 게다가 캡틴아메리카가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는 장면은 굳이 콕 찝어서 팔콘(안소니 마키)에게 물려준다. 절친한 버키(세바스찬 스탠)를 놔두고 굳이 팔콘을 지명한다. 인종의 이슈도 뛰어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니깐 앞으로 MCU 영화에서는 여성과 흑인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정말 그렇게 될 지는 지켜볼 일이다).

7. 엔딩크레딧은 이 영화의 정체성에 대한 결정타와 같다. 미래의 히어로들과 조역들이 먼저 이름을 올리고 과거를 이끌었던 주역들은 그보다 더 화려하게 퇴장한다. 이것은 "지난 10년동안 우리 쇼를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떠나는 스타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시사회가 있었다면 이 엔딩크레딧은 정말 박수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엔딩크레딧까지 완성되면서 이 영화는 '거대한 쇼'라는 정체성을 지킨다.

8. 그런데 나는 이 마무리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애시당초 말도 안되는 것 투성이인 마블세계관에서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오싹했기 때문이다. 극장문을 나서면서 잊혀지는게 아니라 한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하이드라'가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다. 그 진지함에 대해 '엔드게임'은 "뭐 어때, 이건 그냥 '쇼'야"라고 답한다. 10년을 끌고 가던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은 정말 메인이벤트만 치르고 끝을 맺었다. '해리포터'의 마지막 영화는 여정의 결말이자 이야기의 완성이다. 그리고 '엔드게임'은 간간히 진지했던 순간들을 모두 내려놓고 즐기게 만든다. MCU 영화는 어차피 다 '쇼'이기 때문에 마지막은 큰 '이벤트'를 마련한 셈이다. 이제서야 나는 MCU 영화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9. 결론: 10년짜리 쇼의 주인공이었던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 토르는 결핍을 보상받았다. 아이언맨은 모두 구하지 못했다는 부담을 내려놨고 캡틴은 잃어버린 70년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토르는 왕관의 무게를 내려놓고 배불뚝이 자유인이 됐다. 호크아이는 가족들과 안정을 찾았고 브루스 배너는...헐크와 합의점을 찾았다. 블랙위도우는 처음 가족의 존재를 알게 됐고 타인을 위해 희생할 수 있게 됐다. 암살자이자 스파이였던 그녀는 가장 영웅다운 행동을 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행복하게 마무리지었다. ...아무튼 아이맥스로 한 번 더 보긴 봐야겠다.


추신1)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배를 보고 내 배를 봤다. ...확실히 남 일은 아니다.

추신2) 그래서 로키(톰 히들스턴)는 어디로 튄건가. 그리고 과거의 토르는 망치를 잃어버린건가.

추신3) 분명 캡틴은 망치도 같이 들고 갔는데...그거 옷장에 두고 온건가.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ZERO 님의 리뷰
2019.04.24 16:23:56
우리는 개념은 발명 하지만 결과는 발견한다
11년 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기획된 어벤져스 프로젝트는 영화 역사상 가장 비싼 프로젝트였고 이미 큰 성공을 이뤘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이제 막 개봉 했지만 마블이 기획한 프로젝트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대성공의 방점을 찍을 영화라 확신한다. 사실 확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 성공이 보장된 영화이긴 하다만 그래도 11년간 개봉한 22편의 영화들을 총망라 하며 퇴장하는 영화로서 그 위엄과 품위를 잃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낸 영화이기에 충분히 칭찬 받아 마땅하다.


문뜩 궁금해진다. 11년 전 마블의 기획팀은 어벤져스 프로젝트를 제작하며 이 정도의 성공을 예상 했을까? 당시엔 별로 유명하지도 않았던 배우들은 언젠간 자기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월드스타가 될 것을 꿈 꿨을까? 11년은 꽤 긴 시간이고 그 과정에서 복잡한 일들과 수 많은 성공을 거쳐왔기에 답은 과거의 그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린 그저 그들이 세운 계획의 결과만을 마주 할 뿐이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11년 간 거쳐온 과거의 계획과 추억을 돌아본다. 이는 마블의 추억일 뿐만 아니라 관객의 추억이기도 하다. 이러한 플롯 구성과 기획은 관객의 완벽한 충성도를 담보로 하며 이 자체가 대성공한 프렌차이즈 영화의 특권과도 같은 연출 방식이다. 지금 눈 앞의 영화가 관객을 매혹 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영화들이, 추억들이, 역사들이 관객을 이미 매혹 시킨 상태에서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게으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매력은 극대화 시켰고 프레임 밖의 사정으로 이별이 예정된(스포라고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히어로들의 퇴장은 정중하게 배웅한다. 


슬픔에 잠겨있던 영화의 전반부는 중반부의 회상을 거쳐 후반부엔 사랑과 미래를 기대한다. 그들은 그들이 제시한, 혹은 발견한 미래를 희망이라 말한다.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확신하지 못 할 미래를 향해 내걷는 단 하나의 선택. 마블이 그리는 어벤져스의 도전은 그들 자신과 닮았다. 기획의 승리로 대성공을 마주한 마블 2.0이 제시하는 새로운 미래. 누군가는 같이 나아가고 누군가는 아니겠지만, 그동안 만들어준 즐거움과 추억에 감사하다. 3000만큼.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동구리 님의 리뷰
2019.04.25 14:14:04
최고의 팬서비스일 뿐
*스포일러 포함


드디어 끝났다.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11년 동안 22편의 영화를 통해 이어지던 MCU의 첫 마무리, ‘인피니티 사가’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개봉일 영화를 보고 나오니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과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느낌이 공존한다. 국내에서만 해도 사전예매량이 200만이 넘고, 개봉일 오전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그야말로 ‘엔드게임 광풍’이 불고 있지만, 막상 본 영화는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핑거스냅’ 직후에서 시작한다. 캡탄 마블(브리 라슨)의 도움으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네뷸라(카렌 길런)가 지구에 도착하고,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토르(크리스 햄스워스), 블랙위도우(스칼렛 요한슨), 헐크(마크 러팔로) 등 살아남은 히어로들은 타노스(조쉬 브롤린)를 추적한다. 이들은 인피니티 스톤의 사용으로 쇠약해진 타노스를 처치하는데 성공하지만, 타노스는 이미 스톤의 힘으로 스톤들을 제거해버렸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시간, 어벤져스는 패배감과 죄책감을 간직한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양자영역에서 돌아온 앤트맨(폴 러드)이 양자영역을 통한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마지막 희망을 받아들인 어벤져스는 시간여행을 통해 스톤들을 모아 죽은 이들을 살려내려 하고, 타노스와 최후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


<엔드게임>은 시종일관 마지막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어벤져스> 때부터 이어진 최종빌런 타노스와의 이야기, 첫 <어벤져스>부터 출연해온 원년멤버들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때문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캡틴 마블 등을 비롯한 뒤늦게 ‘인피니티 사가’에 참여한 캐릭터들의 분량은 매우 적다(이들 대부분이 <인피니티 워>에서 먼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엔드게임>은 과연 적절한 마무리인가?”라는 질문이 <엔드게임>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게는 봤지만 아쉬웠다. 181분의 러닝타임 동안 아쉬운 지점들이 여럿 드러났다.


재밌는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시간여행 설정을 통해 과거의 MCU 영화들에 등장했던 여러 사건과 장소들이 다시 등장하는 부분이다. 살아남은 어벤져스 멤버들은 스톤을 찾기 위해 세 팀으로 나누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앤트맨은 <어벤져스> 뉴욕 침공으로, 토르와 로켓(브래들리 쿠퍼)은 <토르: 다크 월드> 시기의 아스가르드로, 네뷸라와 워머신(돈 치들)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모라그 행성으로, 블랙위도우와 호크아이(제레미 레너)는 <인피니티 워>에 등장한 보르미르로 떠난다. 이들의 여정에서 그간 등장했던 수많은 캐릭터와 사건들이 다시 등장한다. 더욱이 이 장면들의 많은 부분이 코믹스에서 따온 장면들이기에, 팬들에게 더욱 인상 깊을 장면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기 전, ‘핑거스냅’으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의 묘사도 만족스럽다. 마치 <나는 전설이다>와 같은 포스트-아포칼립스 영화의 황량한 도시의 풍경을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아쉬운 지점 또한 좋았던 부분들과 거의 동일하다. 어벤져스 멤버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의 사건, 그리고 인물들과 마주하게 된다. 과거를 직접 찾아가 MCU의 11년을 되돌아보는 컨셉은 도리어 <백 투 더 퓨처> 보다는 <나의 마지막 액션 히어로>와 같은 영화 속으로 주인공이 들어가는 영화를 연상시킨다. 문제는 캐릭터들이 과거에서 만나는 인물들이 자신 혹은 자신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가령, 아이언맨은 1970년의 쉴드 기지에서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존 슬래터리)를 만나고, 토르는 어머니 브리가(르네 루소)를 만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 패배감, 죄책감을 풀어놓는다. 러닝타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 과정은 ‘팬서비스’ 그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한다. 아버지에게 조언해주는 토니나 어머니에게 조언을 받은 토르의 이야기는 현재로 돌아온 이후 어떠한 변화의 지점도 만들어주지 못한다. 아주 짧게 치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팬서비스’라는 명목으로 길게 늘여 놓은 것 밖에 되지 못한 장면들이다.


가장 아쉬운 지점은 시간여행 설정이 전개되는 방식이다. <엔드게임>은 헐크나 네뷸라 등의 대사를 통해 영화 속 시간여행이 <백 투 더 퓨처>나 <터미네이트> 등의 시간여행 영화라는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어느 정도 그 설정을 맞춰 따라가는 듯하다.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튼)은 ‘타임 스톤’을 얻기 위해 자신을 찾은 헐크에게 시간여행에 따른 평행우주들이 생겨날 것이라 설명하지만, 헐크는 스톤들을 다시 과거로 돌려놓을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설정은 얼추 들어맞는 것 같다. 영화의 엔딩 직전까지 이 설정은 큰 결함이 없다. 하지만 엔딩 부분에서 스톤을 반납하기 위해 다시 한번 시간여행을 떠난 캡틴 아메리카가 그대로 과거에 머무르고, 노인이 되어 팔콘(안소니 마키)과 재회하는 장면은 영화가 내세운 시간여행의 논리를 붕괴시킨다. 그 장면의 감동보다 영화 스스로 무너트린 설정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이 더 컸다.


어벤져스 ‘원년 멤버’의 은퇴식에 가까운 이 영화가 특정 캐릭터를 대우하는 방식 또한 불만족스럽다. 토니 스타크는 죽었고, 캡틴 아메리카는 시간여행을 통해 새 인생을 살았으며, 호크아이는 가족과 함께 하고 있고, 토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블랙위도우와 헐크의 이야기는 없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심지어 호크아이에게도 주어진 에필로그가 헐크에겐 없다. 특히 블랙위도우에 대한 대우는 최악에 가깝다. 호크아이와 함께 소울스톤을 구하러 과거의 보르미르 행성으로 간 둘은, 서로가 각자를 희생해서 소울 스톤을 얻고자 한다. 결국 블랙위도우가 죽게 되고, 호크아이가 소울 스톤을 얻어 귀환한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절벽에서 추락해 죽은 블랙위도우의 모습을 <인피니티 워> 속 가모라의 최후와 같은 구도로 촬영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블랙위도우는 ‘어벤져스’라는 가족을 돌보는 어머니, 그리고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성녀로 간단하게 치환되어 버린다. 심지어 생존한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모이는 토니 스타크의 성대한 장례식 장면과는 달리, 블랙위도우의 장례식은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사실 <캡틴 마블>이나 <블랙팬서>, <앤트맨과 와스프> 정도를 제외하면 MCU 영화들 속 여성캐릭터의 대우는 언제나 좋지 않았다. <엔드게임>은 그 전통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원년멤버인 블랙위도우의 퇴장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은 분명 비판받을 지점이다. 아마도 많은 팬들이 이 부분에서 분노하지 않았을까? 심지어 당장 내년 블랙위도우의 첫 솔로영화가 예정되어 있는 와중에 이러한 방식으로 퇴장시키는 것에서, 제작진이나 팬보이들이 그토록 부르짖던 ‘캐릭터에 대한 예우’는 찾아볼 수 없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캡틴마블을 비롯한 여성캐릭터들이 팁업하는 장면은 (그 장면 자체로는 괜찮지만) <엔드게임>, 더 나아가 MCU의 많은 영화들이 여성캐릭터를 다뤄온 방식에 대한 인식개선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알라바이이다. 네뷸라가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성과 서사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미약한 위로가 뿐이다.


<엔드게임>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원년멤버의 은퇴’에 있다. 중년 백인 남성 셋과 젊은 백인 남성 둘, 백인 여성 하나로 구성된 이 팀의 인종적, 젠더적 구성은 계속해서 비판받아온 지점이다. <엔드게임>은 3시간의 긴 러닝타임을 할애해 이들의 마지막을 보여준다. 어쩌면 <엔드게임>은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추억팔이로만 가득한 영화이지만, 어쨌든 타노스를 대적하는 기나긴 ‘인피니티 사가’는 끝났다. 백인 중년 남성 위주의 이야기는 저물었고, 블랙팬서, 캡틴 마블, 발키리, 와스프, 스파이더맨 등의 비백인, 여성, 청소년 캐릭터들이 앞으로의 MCU를 이끌어 갈 것이다. <블랙팬서2>나 <캡틴마블2> 이외에도 <상치>, <미즈마블> 등 동양인 남성, 무슬림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제작 중이라는 루머들이 흘러나오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당장 캡틴 아메리카가 버키가 아닌 팔콘에게 방패를 물려준 것만 봐도,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드러난다. 아직 MCU에 데뷔하지 않은 코믹스의 캐릭터들을 생각하면, 마블은 지금까지의 단점을 (물론 느린 변화겠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엔드게임> 자체는 지난 10년 동안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극대화한 아쉬운 결과물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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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5 17:14:40
현재에 대한 고민은 늘 과거로 던져질 수밖에 없다
이 글엔 본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웅의 탄생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아마도 마블 영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알맞은 키워드란, 다름 아닌 영웅 신화일 것이다. 건국 이래로 짧은 역사를 지녀 자신들의 기원에 관한 결핍과 공허감에 시달리는 미국에게, 서부극의 존 웨인이나 스타워즈의 제다이들이 일종의 ‘살아있는 신화’로서 기능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때 그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면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사실이 바로 ‘무근본성’이다. 말 그대로 그들에게는 근본이 없다. 어느 서부극에서도 총잡이들은 어딘가로부터 흘러들어와 다시금 어딘가로 떠나버린다. 이를테면 고전 서부극인 <수색자>에서 이든 에드워즈(존 웨인)가 바로 그러하다. 서부극의 스페이스 오페라 버전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시리즈는 두말할 것도 없다. 온 우주에 있는 제다이들은 영화 속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등장한다. 바로 요다가 그러하다.



이것은 마치, 자궁 없이 태어난 아이처럼 자신의 근원에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자신의 강한 모습이 있는데, 과연 그것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에 대해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고민은 슈퍼맨과 같은 강한 초인에게도 자신의 고향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게 했다. <맨 오브 스틸>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슈퍼맨의 고민은 단순히 힘을 어떻게 사용하고 누구를 지킬지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실존에도 던져진다. 따라서 우리는, 슈퍼맨 코믹스의 원작이 대공황 당시에 탄생했다는 점을 알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현재의 미국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잘 알게 된다. 현재에 대한 고민은 늘 과거로 던져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현재에 대한 고민은 늘 과거로 던져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인간 실존에 관한 제1의 원리이자, 시간 여행을 주제 삼은 여러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교훈이기도 하다. 구태여 따져보면 과학적으로 신체 시간을 멈추어서 냉동인간의 형태로 미래로 향할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빛을 쫓는 시간의 속도보다 더 빨라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현실에서 우리의 시간 여행은, 한없이 무(無)에 가까워질지언정 그 이상을 탐하지는 못한다. 어쩌면 미디어에서의 시간 여행이 주로 과거로 편중되는 것에는 그러한 이유도 있을 듯하다. 미래는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를 던질 수 있는 곳이다. 반면에 과거는 그들이 우리를 현재로 던져버린다. 하이데거식으로 말하자면 미래에 기투하던 우리는 과거로부터는 피투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이라는 국가의 무근본성이 자리한 장소가 바로 그러한 과거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과거가 우리를 현재로 던져버렸고, 즉 우리는 과거로부터 피투되었다. 그렇다면 이때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 또한 명확하다. 스스로를 국제 사회의 질서를 추구하는 영웅으로 여기는 그들의 모습이 현대의 영웅 신화를 만들어냈다면, 그 영웅들이 힘이 아닌 실존으로 고개를 돌리는 최근의 경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쩌면 영웅을 품었던 것은 특정한 자궁이 아니라 시대라는 이름의 모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유하자면 영웅의 탄생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그 탄생에 관한 목격담은 얽히고설키어 실체를 알아볼 수 없으니, 직접 과거로 흘러가 현장을 포착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셈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웅들은 우리이자 우리네 현실



10년을 달려온 마블의 영웅 신화가 안착한 지점 또한 과거로의 여행이다. 팬서비스로 보면 오마주에 가깝고, 한 편의 영화로 보면 그동안에 있었던 마블이라는 이름의 소우주를 횡단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지적해두고 싶은 점은, 그들의 작전이 성공했던 건 단순히 개인이 개인의 역할을 온전히 잘 수행했기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에는 영웅에 가려진 영웅들이 과거의 어느 지점에서 줄곧 발견된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상관이자 연인인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도 그러하고,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이전에 소서러 슈프림으로 활약했던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튼)도 있다. 이때 에이션트 원이 자신을 찾아온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에게 하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자신(과 타임스톤)이 이곳에 없으면 이곳 세계가 위험하다며 (처음에는) 타임스톤을 달라는 요청을 거부한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닥터 스트레인지>를 통해 마블 영화가 말해왔던 멀티버스(평행세계)가 여러 곳에 존재하고, 그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대목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각자의 자리라는 게 단지 사람뿐만 아니라 그 세상 전체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이 영화에서 ‘앤드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혈투는 단지 그들의 세계 안에서 그들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고, 영화의 카메라 밖에 존재하는 여러 차원과, 더 나아가서는 스크린 밖에 있는 우리의 세계 또한 하나의 멀티버스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웅들은 우리이자 우리네 현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여러 영웅 신화를 떠올리고 있다. 마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까지, 또는 제임스 본드나 <신과 함께>의 김자홍(차태현)까지. 이들의 모습이 각기 다를지는 몰라도 개인의 자리에서만큼은 영웅임이 확실하다. 요컨대 마블이 말하는 멀티버스라는 개념이 평행우주라는 점에서, 영웅이 등장하는 여러 영화 자체가 하나의 멀티버스로서 작용한다는 가정하에서, 그러한 영화라는 타이틀 하나가 담론으로의 인격을 띠고 영웅 그 자체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말인즉슨, 우리가 서부극에서 시작되어 마블에 다다르는 영웅 신화 혹은 영웅 영화의 계보를 세워보기보다는, 그것들 모두가 각자의 시대와 자리에서 개인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서부극과 그에 파생된 영웅 영화의 계보를 이 글에서 세세하게 나열해보지는 않을 예정이다. 위에서 말한 이유가 가장 크고, 두 번째로는 범주가 너무 넓어 모호함이 있을뿐더러, 세 번째로는 이 글이 영웅 영화가 아닌 마블 영화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웅이라는 단어의 뜻에 대한 논의를 미루어 둔다면, 적어도 위의 맥락에서 우리가 영웅이라는 단어를 붙여볼 가장 알맞은 자리는 영화의 오프닝 장면일 것 같다. 영화의 서두에 호크아이(제레미 레너)가 가족을 잃고 허망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언급되는데,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영웅 중에 오직 호크아이만이 (보통 의미에서의)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왔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그 가족이라는 단어에 어벤져스라는 영웅 공동체를 포함시키는 게 영화 전체의 줄거리라는 점을 생각하고, 가족이라는 것이 어느 특출난 하나가 아니라 모두의 힘으로 밀고 당겨지면서 안정을 찾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영화는 그런 영웅들에게 가족을 이루는 법을 알려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 문장에서 다시금 이 글의 가장 첫 문단으로 돌아가서, 바로 그것이 마블이라는 영화가 영웅들의 공허감을 채워주는 방법, 혹은 그것을 채울 수 있노라고 제시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과거는 우리를 현재로 던져버린다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가정을 해보자. 훗날 시간이 흐르고 이 영화를 과거의 유물로서 돌아볼 우리가 떠올릴 생각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그때와 지금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그 무엇보다 우리가 이 영화를 되돌아봄으로써 (흔히 말하는 정주행) 얻는 효과는 각각의 영웅들이 등장하게 된 계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부터의 진행일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함은 다음의 설명을 참조하라. 마블 영화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세계관에 여러 영웅을 차례로 투입하는 장식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각각의 영웅들이 탄생하게 된 원인, 즉 탄생의 기원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설명하지 않으면 <어벤져스>라는 대전투에 끼워 넣기가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우리는, 그들의 기원이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으므로 딱히 반복해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마블 영화들을 되돌아볼 때 우리는, 그들의 기원이 아니라 그 반대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가족이 된다는 것, 그 영웅들이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시대상을 반영하며 성장해온 마블의 영화들을 차례로 돌아보는 우리에게도, 그러한 시대상들이 일종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자명하다. 2008년의 <아이언맨>에서 이라크전과 그 배경을, 2018년의 <블랙 팬서>를 보면서 1960년대의 흑인 운동이나 현대 미국의 (여전한) 인종차별 문제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러한 시대상을 굳이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알아두면 영화를 보며 세상을 들여다보기에는 편리할지도 모른다. 다만 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듯이 그러한 문제의 기원이 아니라, 그러한 문제들이 과거에서 현재로 던져져 와 이곳에 뭉쳐지는, 현재라는 이름의 가족이다. 위의 문장을 다시 반복하자면, 미래는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를 던질 수 있는 곳이다. 반면에 과거는 그들이 우리를 현재로 던져버린다. 즉, <엔드 게임>의 시간 여행에서 과거로의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바로 그것이다.



과거가 우리를 현재로 던진다는 말은, 다르게 말해 우리가 과거에서 ‘현재에도 통용될 만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른바 세월을 관통하는 담론, 이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우리 앞에 데려다 놓는 것일 수도 있다. 전자는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도덕, 후자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었는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문제가 해당할 테다. 이를테면, 나는 마블 영화가 지난 10년 동안 반영해온 시간 중에 <블랙 팬서>의 흑인 인권이나 <캡틴 마블>에서의 여성 인권을 이 대목에서 떠올리고 있다. 그것들이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서 등장했으리라고 보는 것은 타당한 시각이지만, 나는 이것들을 훗날 되돌아볼 때 우리가 어떤 현재를 사는 중일지가 정말로 궁금하다. 해결되었든 해결되지 않았든 간에, 그것은 여전히 하나의 평행세계로서 현재라는 이름의 미래로 우리를 기투시키고 있을 테니 말이다.



요컨대 나는, 이 영화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시간 여행을 목격이 아닌 체험으로 고쳐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영화가 첨언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백 투 더 퓨쳐> 같은 시간 여행은 다 거짓말이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게 해서 바뀐 현실이 분기점으로 갈라져 나오는 것일 뿐, 원래 있던 우리의 현실은 변하지 않아.” 이 대사가 영화 내에서 직시하는 부분은 그들의 미래는 바뀔 수가 없고, 앞으로도 바뀔 일이 없으리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은 단지 관측된 지금 이 순간으로서의 현재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재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며 하나의 순간을 공유하고 있음을 직시하는 것이 바로 평행우주라는 이름의 멀티버스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영화에서 목격하는 것은 그들이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흘러가는 현재를 끝없이 연장해 무(無)에 가깝게 만듦으로써 겹친 세계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때 그건 아마도 닥터 스트레인지가 말한 수천만분의 일의 확률일 테다.


영웅이라는 세계가 아니라 영웅이라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 세계 안의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까, 영웅이라는 세계가 아니라 영웅이라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테면 타노스(조시 브롤린), 우리가 각자 영화를 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타노스라는 캐릭터가 영웅들 앞에 주어진 공공의 적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있다. 이들이 <시빌 워>를 통해 보여준 모습은 가히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이 갖는 내부적인 갈등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의를 위해 히어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게 캡틴의 주장이었고, 대의를 위해서라면 히어로 개인의 자유는 억압될 수도 있다는 게 아이언 맨의 주장이었다. 마블 영화는 이러한 논쟁을 확대해서, ‘어벤져스’라는 미국을 은유한 집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타노스라는 전 우주적인 재앙으로 만들어버린다. 모두가 죽지 않기 위해서는 반절이 죽어야 한다는 타노스의 논리는, 대의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시빌 워> 논쟁의 연장선이다. 따라서 마블 영화가 말하는 동시대의 모습이란, 우리의 문제가 타인을 통해 비추어질 때 그에 대한 논의와 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타노스의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통해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그들은 이제, 자신의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졌는지를 깨닫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이때 특기할 점은 개인으로 활동하던 영웅이 하나로 뭉쳤다는 것도 아니고, 시간 여행을 통해 실수를 바로잡는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마블의 10주년을 끝내는 이 영화가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함은 위에서 말했던 평행우주 단락으로 다시금 거슬러 오를 필요가 있다. 그에 대한 부가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인피티니 사가의 마지막에 도달한 이 영화가 거쳐온 스물 몇 편의 영화들이 하나의 정지된 현재로서 작용한다는 점이 매체론의 관점에서 그러하다면, 덩달아 거기에 딸려온 시간들은 우리가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여전히 변하지 않은 곳으로 남아있는 현재의 어느 지점들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말해서 <엔드 게임>의 시간 여행은 결코 시간 여행이 아니요, 오히려 그 여행길에 오르는 건 영화 밖의 우리이다. 조금은 낭만적으로 표현해보면,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그건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 때의 우리에겐, 그 때의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얻는 교훈들을 통해 어느 순간 훌쩍 성장한다는 점에 반론의 여지는 없다. 다만, 그런 디딤돌 자체를 없던 일로 치부하려고 떠나는 역사 수정 여행이 나에게는 달갑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런 것들을 인정하면서, 그런 시간들이 개인의 우주로서 줄곧 이어지고 나아가고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요즘의 영웅에게 힘보다는 과거로의 여행이 더 의미가 있는 이유이다. 자궁 없이 태어난 아이들에게 주어진 근본적인 문제, 자신을 있게 한 시대상이 이미 과거의 유물로 변해버린 영웅들이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슈퍼맨이 대공황 당시에 태어났다는 것도, 블랙 팬서가 1960년대 흑인 운동 시기에 탄생했다는 것도, 아이언 맨이 베트남전 당시에 태어났다는 것도 지금은 모두 잊혀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현재에도 여전한 영웅이다.



평행으로서의 서부, 마블이라는 시대의 마지막 매듭



그래서 나는 아이언 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그는 탄생과 죽음이 명확하게 고지된 (내가 아는 선에서는) 최초의 히어로다. 자신이 태어난 시대를 잊고 사는 영웅들에게 있어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 다시금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솔선수범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성격상으로 미국의 독단적인 무력 혹은 재력, 그리고 혼자서 감당하지 못할 것들을 모두 감당하려 했던,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을 반영하는 게 그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런 시대의 종말을 지금 목격한 셈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의 마지막 손짓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마지막 순간, <라스트 미션>을 떠올린 건 몹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기막힌 공통점을 짚어보도록 하라. 예전에는 옳았어도 현재에는 마냥 옳다고만은 볼 수 없는, 아니 어쩌면 틀렸다고도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면서, 결국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구하려던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라. 그런 과거가 현재에는 옳지 않게 되었더라도 오히려 나는 그들이 있었기에 현재가 있었다는 점을, 또한 그들이 살아있는 현재가 또 하나의 우주로서, 현실로 남아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회한이나 반성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게 정론이었다고 (타노스처럼) 필연성을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시대로 보면 우리가 그곳에 있었고, 할리우드로는 또 하나의 서부가 이곳에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요컨대 그것은 공간이 아니라 시대의 연속, 혹은 나란한 평행으로서의 서부, 마블이라는 시대의 마지막 매듭이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4.25 01:06:52
새로움보다는 익숙함과 향수를 선택한 최종 단계
상당히 긴 여정이었다. <아이언맨>(2008)을 시작으로 11년이 지난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했고, 다양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음에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이들의 활약이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너무나 당혹스럽게도 '드라마'에 모든 것을 치중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영화는 너무나 당연하게 기존의 이야기의 마무리와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그 과정을 다소 길게 두고 있다. 181분이라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이들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탄생기에 대한 드라마적 요소와 이들의 고난 등 여러 면에서 이미 이들의 드라마를 충분히 겪었기에 강력한 적 '타노스'의 등장 하나만으로 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즉, '타노스'로 인한 사태를 수습하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적 소모가 강하게 든다. 각자 생각하는 방향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지라도,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과 마지막을 위한 장식이라는 것이 너무 크게 다가온 느낌이 강하다. 이들에게 있어서 이 위기 극복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으로 '팬 서비스'와 '뒷이야기'를 선택한 것은 너무나 야비하다. 철저하게 자신들의 팬을 위한 영화를 선택하면서 이야기부터 액션까지 기존의 것을 다시 한번 복습을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문제는 이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와의 전투를 했기에, '타노스'를 이용한 액션을 새롭게 보여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새로움 없이 이들의 위기 극복을 봐야 하는 것인데, 이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발판들마저 '어벤져스'와의 이별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기에 만들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새로움보다 익숙함을 남기고 이별의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을 하면 각 캐릭터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기존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가장 주축이 되는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를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것 역시 기존 <어벤져스> 시리즈의 답습과 같다.

새로운 것은 이들의 행보다. 위기를 직면했을 때, 각자 생각하고 극복하는 방향이 너무나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각자의 생각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행보는 새로운 것인가?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살짝 비틀어 생각하면 이들의 현 행보를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이마저도 새롭지 않다. 모든 기존의 것을 하나로 뭉쳐 만들어진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고찰 역시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든 것이 기존의 것을 답습하고 추억하고 위하는 것이기에, 향수를 느낄 수는 있을지라도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나, 이들의 영웅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에 대한 고찰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과연 이 선택이 '닥터 스트레인지'가 말한 최종 단계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상당히 긴 여정의 끝은 결국 팬 서비스와 향수로 그치는 것에 상당히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던 '타노스'마저 매력이 없게 느껴지게 되니,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남는 것이 없다. 결과적으로 영화만 보고 느끼는 것은 아쉬움만이 가득 남게 된다.

-2019.04.24 메가박스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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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tti 님의 리뷰
2019.05.20 15:26:04
이 영화의 주요 소재인 시간여행 자체가 앞뒤가 전혀 안 맞고,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으며, 그저 팬서비스성 장면을 넣기 위한 장치인 점은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마블 영화에 대단한 개연성을 바란 적은 애초에 없기 때문이고, 그 팬서비스 장면들을 보면서 설레인 것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저 성장기 십 년 내내 MCU 시리즈를 따라오며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을 쌓은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하겠다.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맨의 캐릭터는 충분히 잘 다뤄졌다. 캐릭터들의 서사와 결말이 충분히 납득가게 그려진다. 토니 스타크의 결말은 슬프다기보다는 (솔직히 나는 얘가 죽었다고 슬퍼할 만큼 이 캐릭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이언 맨 1편의 엔딩을 보고 두근두근 설레여하던 초등학생 시절의 나를 떠올리고 그간의 추억을 되돌아보게 만들어서 뭉클했다. 스티브가 과거로 돌아가 페기와 함께 춤을 추는 엔딩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따뜻하고 감동적이고 여운이 남았다.



하지만... 이 둘을 제외한 다른 원년멤버의 취급도 마찬가지였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마블이 팀업무비에서 늘 저지르는 뻘짓거리가 있다. 솔로무비에서 쌓아온 캐릭터의 서사를 싸그리 무시하는 것이다. 아이언 맨 3의 엔딩에서 아크리액터를 떼내고 마침내 인간적으로 완성된 토니 스타크가 시빌 워에서 뜬금없이 대디이슈에 휘둘리고 멘붕하고 퇴보하던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번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에서는 토르의 캐릭터적 서사가 완전히 무너졌다. 분명히 토르는 라그나로크에서 무기 없이 자신의 진정한 힘을 찾고, 백성이 있는 곳이 곧 국가임을 깨달아 진정한 왕의 재목이 되었지만, 인피니티 워에서 다시 뚝딱뚝딱 무기를 만들질 않나, 엔드게임에서는 무책임하게 나라를 내버린 술꾼 한량이 되어버린다. 이건 뭐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마블에서 일하는 놈들 전부가 라그나로크의 존재를 싸그리 까먹은 건 아닌지 내 눈이 의심될 정도였다. 나는 별로 토르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캐릭터 무비를 만드는 사람들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냔 말이다.



여기저기서 말 많은 블랙 위도우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원년멤버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를 그딴 식으로 내버릴 수가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것도 자살이라니. 죽음이 캐릭터 본인의 선택이란 식으로 얄팍하게 눈가림하고 지나가려는 거 같아서 어이없다. 서사도 뭣도 없고 비중도 없고 쓰잘데없는 일뽕 장면에나 나오던 호크아이를 이쯤에서 퇴장시켰으면 딱 알맞았을 것을. 왜, 호크아이는 아이와 아내가 있는 가장이라 살려야 했니?ㅋㅋ 그럼 가정이 없는 독신 여성 캐릭터는 그렇게 내버리듯 죽여도 괜찮다는 건가?



사실 마블이 블위를 다루는 방식은 참 한결같았는데, 캡틴 마블 하나 내 줬다고 좀 바뀌었을 걸로 기대한 내가 바보 멍청이지. 블위는 MCU 십년 내내 매번 천방지축 남캐들 뒤 봐주는 수단적인 캐릭터로만 사용되어 왔다. 게다가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블위가 불임이라는 이유로 나는 괴물이라고 자학하던 장면과, 가정이 있는 남자 대신 죽은 블위의 결말을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피가 거꾸로 솟는다.. 만에 하나 블위가 솔로무비에서 되살아난다고 한들(물론 그러지도 않을 것 같지만) 이번 영화에서 블위라는 캐릭터를 전개를 위해 손쉽게 희생시킨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더더욱 토나오는 건 후반부에 나오는 여성 히어로들의 합동 공격 장면인데, 서사는 전부 이른바 빅3 백인 남성 히어로들한테 몰아줘놓고선 그런 면피성 장면 한 번 넣어놓은건 뭐하자는건지 모르겠다. 블위를 그딴 식으로 죽여놓고선 그 한 장면으로 페미뽕이라도 채우길 바랬냐? 블위가 그 합동 공격을 같이 했으면 이야기가 아주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르겠는데 지나치게 속 보여서 짜증만 날 뿐이었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좋았던 여캐는 가모라와 네뷸라 정돈데 (가오갤2에서도 유.일.하게 좋은 부분이 이 둘의 애증관계였다) 이 둘은 어떻게 다뤄질지 이후를 봐야겠지. 물론 제임스 건이 감독하는 가오갤 따위를 극장에서 챙겨볼 생각은 없지만.



성장기 십 년간 MCU를 따라온 관객으로서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점도 조금은 있었지만 단점이 너무 컸다. 확실한 것은 나는 적어도 앞으로는 이전처럼 MCU 영화들을 죄다 챙겨보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몇몇 솔로 무비 시리즈만 챙겨볼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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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님의 리뷰
2019.04.25 00:38:56
This is our last dance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008년 [아이언맨] 영화가 나온 이래로 이어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시대, 인피니티 사가의 최종장이다. 스타워즈 이후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프랜차이즈의 결말을 맞이하며 [엔드게임]은 11년동안 시리즈를 지켜본 팬들, 출연한 배우들, 그리고 이전의 모든 영화들에 경의를 표한다. 시리즈의 결말로서 다분히 정해져있는 이야기 전개와 예상 가능한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엔드게임]은 감정적인 장면들과 화려한 액션과 예상치 못한 스토리 전개와 반가운 카메오와 여전한 유머를 뽐내며 하나의 영화로서 우뚝 선다. [엔드게임]은 핵심급 인물들에겐 합당하고 그에 걸맞는 작별인사를 전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인피니티 워]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존 서사가 빈약했던 인물은 가차없이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그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는 팬이었다면 반드시 분노했을 것이다. 또한 미디어에서 많이 사용된 소재를 끌어오면서 그 정합성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은 듯한 모습이 거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점이 보이는만큼 각본가들과 감독들이 심혈을 기울인 부분 또한 존재한다. [엔드게임]은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고, 블록버스터 영화사에서 가장 위엄있는 마침표 중 하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 누설인 영화를 보고 누설 없는 후기를 쓰기 위해 말을 이리저리 돌린 느낌이지만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다 알 것이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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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빈 님의 리뷰
2019.04.25 00:29:40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MCU의 어벤져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으로 전작인 '인피니티 워'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MCU의 히어로들이 한 곳에 모이는 어벤져스 시리즈는 언제나 하나의 빅 이벤트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11년간 MCU가 쌓아온 인피니티 사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었기에, 굉장한 기대와 호기심을 받으며 나왔다. 그리고 11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대작답게, 이 영화는 MCU라는 유래없는 프랜차이즈가 써내려간 책 한 권을 덮는 동시에, 앞으로 써갈 다음 책을 여는 영화가 됐다.

우선, 스포없이 말할 수 있는 장점 한 두개를 먼저 나열해보겠다. 첫째는 시각효과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마찬가지로, 타노스의 모션 캡쳐는 정말 엄청나며, 다양한 풍경들을 개성있게 그리다가 액션은 화려하게 장식하는 CG도 최고 수준이다. 둘째로는 배우들의 연기가 있다. 사실 이 부분은 MCU가 약했던 적이 거의 없었기도 했지만, 이 영화에서도 주연들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스포일러에 민감한 만큼 이 이후부터는 아예 강하게 스포일러를 하도록 하겠다.


-------- 이 이후는 스포일러입니다--------


'인피니티 워'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면, 그 영화는 타노스를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액션 어드벤쳐 영화다. 마치 '인디애나 존스'처럼 우주 이곳저곳을 다니며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찾아떠나는 타노스의 이야기는 그가 빌런이라는 점과 그의 상대가 어벤져스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기에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게 됐지만, 어찌됐든 타노스라는 중심적 인물이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그 복잡한 이야기가 잘 정돈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엔드게임'은 '인워'와 같은 이야기다. 다만 주인공이 타노스에서 어벤져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번엔 생존한 어벤져스가 타노스의 핑거스냅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인피니티 스톤을 찾아 떠나간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공통점을 바탕으로 두 영화의 차이점들을 보면 우리는 작가진 크리스토러 마커스와 스티븐 맥필리, 그리고 루소 형제 감독이 인피니티 사가의 최종 영웅 서사를 어떻게 짰는지 엿볼 수 있다.

우선,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주인공을 바꿈으로써 주인공들이 서로 대조된다. 어벤져스가 타노스와 같은 여정을 밟으며 하는 선택의 차이에서 우리는 영웅과 빌런의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소울 스톤의 절벽이다. 타노스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딸을 희생시켜야한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슬퍼하긴 했으나, 망설임은 없었다. 반면에 호크아이와 블랙 위도우는 서로가 자신을 희생시키기 위해 싸울 정도였다. 타노스와 어벤져스는 둘 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각오가 돼있다. 하지만 결국 어느 수단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쓰냐에서 확실한 차이점을 드러내며 어벤져스의 고귀한 영웅심과 타노스의 극단적인 사상이 갈린다.

타노스의 이야기는 그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하나 하나 타파해가는 모험담에 가까웠다면, 어벤져스의 이야기는 극중 대사처럼 하이스트 영화에 가깝다. 하이스트 영화의 요소들을 가지고 온 점은 굉장히 영리했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 영화로 어벤져스 시리즈의 데뷔를 한 앤트맨의 솔로 영화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하이스트 영화다. 그런 그가 계획의 시초를 제공했기에 영화가 하이스트적 요소를 가지게 된 점도 어찌보면 적절하다. 둘째, '인워'에서 타노스는 굉장한 힘을 가진 사람이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싸우는 서사였다면, '엔드게임'에서 어벤져스는 이미 수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풍비박산이 난 상태다. 그들은 언더독인 셈이다. 이런 언더독들이 팀을 꾸려 거대한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계획을 짜야하는 이야기를 펼치고 싶다면, 여러 범죄자가 함께 모여 은행 같은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곳을 침투해야하는 이야기인 하이스트의 공식은 꽤나 잘 맞는다.

마지막으로, 타노스와 달리 어벤져스는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을 여행하면서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야한다. 이 시간이라는 요소에서 아마 영화에 대한 가장 큰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등장시킬 때, '백 투 더 퓨처' 같은 영화들을 유머로 언급하며 본인들의 시간여행 규칙을 관객에게 설명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의 시간여행 규칙들을 적용시키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시간여행 영화에서는 과거의 자신과 만나면 특이점이 온다거나, 과거를 바뀌면 (예를 들어 존 코너를 죽이면) 미래가 바뀐다 (인간 반란군이 진압된다) 라는 식으로 여러 제약들을 제시한다. 하지만 '엔드게임'은 이런 규칙들을 전부 대놓고 부정하며, 시간여행 후에도 기존 인과가 그대로 적용되는 상당히 편리한 판을 짠다. 이 영화의 각본가들과 감독들은 애초에 시간여행이 SF/판타지의 영역임을 이용하여 말그대로 자기 마음대로 이를 해석한 것이다. 시간과 인과의 개념을 분리시키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이를 부실하고 엉터리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느 정도의 고민 끝에 이 정도는, 블랙 위도우 말마따나 "너구리한테 이메일 받는 미친" 슈퍼히어로 스토리에서 펼칠 수 있는 창작적 자유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하나의 요소는 시간과 공간의 잦은 변화다. 보통 공간이 너무 자주 변하면, 세계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다시 말해, 한 순간 이 행성에 있다가 1분 뒤에 저 행성에 있다가 또 다른 행성으로 옮기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관객은 자신들이 딱히 외계행성에 다녀왔다기 보단 외계행성의 슬라이드쇼를 봤다는 생각 밖에 안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워'에서도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적 배경은 꽤나 자주 변했는데, 이는 타노스라는 하나의 중심축을 기준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관객이 몰입해야할 점을 타노스라는 빌런과 그의 목적과 성격에 영화는 집중하며 그가 인피니티 스톤을 찾기 위해 어떤 짓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목적으로 공간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시체가 널부러진 아스가르드 우주선, 불타는 노웨어, 가모라를 죽인 절벽 등). 반면에 '엔드게임'은 '어벤져스',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토르: 다크 월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인피니티 워' 등 이전 영화들이 배경으로 삼았던 시간과 장소들을 재방문한다. 이에는 몇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팬서비스 지수가 최정점이라는 점이다. 11년의 여정을 복습하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지켜봐온 팬들에겐 감동일 수 밖에 없다. 예전 캐릭터들의 반가운 재회와 더 이상 볼 수 없는 공간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이제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아이콘 같은 명장면이 된 '어벤져스'의 로우 앵글 원형 트래킹 숏을 다시 큰 화면으로 보며, 지난 11년 간의 이야기가 모두 다시 되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둘째로는 이 시간과 공간이 (대체로는) 관객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어떤 곳인지, 왜 왔는지를 설명해줄 필요가 적다는 점이다. 즉, 스토리텔링 면에서 굉장히 시간을 절약한다. 이는 어찌보면 호불호 포인트일 수 있다. MCU의 디테일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친절하거나 게으른 스토리텔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11년 동안 21편의 장편 영화들을 쌓아올린 MCU라서 할 수 있는 대담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그 선택을 충분히 존중한다. 요컨대, 시간과 공간을 자주 변화시켜도 이들이 괸객에게는 모두 익숙할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며 세계관에 몰입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제작진은 판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벤져스'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대여섯이나 되는 주연급 캐릭터들을 한 편의 장편에 충분히 담을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 영화는 충분히 그 걱정을 날린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나온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는 세계관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듯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양적 인플레이션이 심한 MCU에서 '시빌 워'와 '인피니티 워'를 통해 루소 형제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은 듯했다. 바로 선택과 집중, 즉 소수의 메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풀어나가되, 나머지 히어로들을 비중있는 사이드 캐릭터로 적절히 사용하며 팬 서비스와 오락성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시빌 워'는 캡틴 아메리카와 버키, 그리고 아이언맨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나갔고, '인피니티 워'는 타노스를 사실상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우다시피 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네뷸라, 토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생각한다. 네뷸라를 제외하면 원년 어벤져스 멤버들이다.

우선 네뷸라의 비중은 상당히 의외였다. 네뷸라와 가모라와 타노스의 복잡한 가족 관계는 히어로와 빌런이 사적으로 교감을 하는 굉장히 흥미로운 포인트이긴 하다. '인피니티 워'에서는 이를 타노스의 관점에서 전개했다면, '엔드게임'에서는 이를 네뷸라의 시선으로 다시 본다. 평생의 학대와 개조 때문에 타노스에 대한 두려움과 충성심을 분간하지 못하는 과거의 네뷸라와 '가오갤' 시리즈를 통해 조금씩 발전한 가모라와의 자매 관계로 바뀐 현재의 네뷸라를 통해 영화는 한때 악의 편에 있었으나 이제는 (아마 높은 확률로) 가디온즈 오브 갤럭시의 일원이 된 네뷸라라는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말그대로 본인을 죽이면서까지 가모라를 지킬 정도로 끈끈한 가족애로 무장한 바뀐 네뷸라를 통해 타노스와 어벤져스, 선과 악의 차이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수많은 마블 영화에 주연과 조연으로 활약한 토니 스타크는 MCU에서 가장 잘 묘사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로 시작한 그는 아이언맨이 됐다. 그의 솔로 무비들은 아이언맨으로 살아가는 방법, 슈트의 무게를 배워가는 여정이었으며, 그 이후부터의 그는 아이언맨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됐다. 이런 토니 스타크에게는 굉장히 오랫동안 큰 흠이 있는데, 그는 세상을 구하기 노력하다가 오히려 세상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의도와 결과가 잘 맞지 않은 히어로 삶을 산 것이다. 힘의 원천인 아크 리엑터 때문에 역설적으로 죽을 뻔하기도 하고, 그가 만든 인공지능으로 인해 도시 하나가 통째로 날라갈 뻔한 것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영향으로 어벤져스가 해체되기까지 하며, 무엇보다 인피니티 워에서는 끝내 패배를 하며 세상의 절반을 구하지 못한다. 토니 스타크의 행적은 사실 실패로 가득 찬 길이다. 그런 그는 이번 영화에서 마지막으로 그의 최고 초능력인 두뇌를 쥐어짜며 타임머신을 만들고, 덕분에 계획을 성공시키며, 어벤져스를 승리로 이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따듯한 대화를 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재확인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캐릭터에 대한 매듭을 모두 지은 상황에서 토니 스타크의 마지막 대사와 희생은 완벽한 영웅의 죽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더 이상 아이언맨을 안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된지 꽤 된 상태에서, 새로운 배우로 아이언맨을 이어가는 것보다는, MCU 제국 건국의 일등공신인 배우와 캐릭터에게 슬프지만 가장 아름답고 숭고하게 작별을 고한 전개였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아이언맨임을 선언하며 시작된 이야기를 자신이 아이언맨임을 재확인하며 끝낸 토니 스타크의 대사는 실로 명대사다.

실패의 이야기는 토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토르' 삼부작은 실패한 왕자에서 실패한 아들에서 실패한 군주로 이어지는 토르의 일대기라고 봐도 된다. '인피니티 워'가 끝난 시점에서는 그는 가족을 전부 잃었고, 고향 세계도 사라지고 백성도 절반만 남은 왕이다. 패배감과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며 술에 찌든 생활을 하는 토르의 첫 등장은 웃기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크리스 헴스워스의 연기 속에서 굉장한 상처가 느껴졌기 때문에 토르라는 캐릭터를 짓누른 책임감이 남긴 흉터를 처음으로 제대로 상상하게 된 것 같다. '인피니티 워'에서 웃는 표정으로 비극적인 개인사를 전하지만 그 목소리와 눈빛에서는 깊은 슬픔과 분노가 느껴진 연기가 떠오르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결국 아스가르드에서 죽은 어머니와 재회하며 정말 오랜만에 본인의 약한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니의 품 속에서 그동안의 슬픔과 고통이 사르르 풀리는 장면이었으며, 그 순간만큼은 천둥의 신 토르가 아닌 어머니를 보고 싶어하는 아들 토르 오딘손이었다. 그는 실패를 거듭한 리더였지만, 그로 인해 그는 성장을 했으며, 그의 백성은 구원을 받았고, 끝에는 본인도 지위에 속박되지 않고 본인만의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하며 토르의 인피니티 사가는 끝났다.

캡틴 아메리카는 슈퍼솔져로 변하고 2차대전에 참전한 이후로 계속 군인의 삶을 살아온 자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관념으로 전쟁을 치룬 그는 얼음에서 깨어난 뒤 70년 후의 세상에서는 그 이분법이 더 이상 안 통한다는 것을 '윈터 솔져'에서 깨닫고, '시빌 워'에서는 무엇을 위해 싸울지를 스스로가 직접 정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완전한 히어로가 되며, 어벤져스의 진정한 리더가 되며, 그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 스티브 로저스의 삶은 없어졌다. 그는 언제나 전쟁을 치루는 삶을 살았지만, 역설적으로 전쟁이 없는 삶에서는 불안감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페기 카터를 다시 한번 만나며, 그는 다시 스티브 로저스의 삶을 꿈꾼다.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캡틴 아메리카에게 전투 이후의 삶이 생긴 것이다. 크리스 에반스도 MCU를 떠날 것을 시사한지 좀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캡틴 아메리카와의 이별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를 조용하고 평화로운 퇴역으로 스티브 로저스와 이별한 것 또한 평생을 싸우기만 한 전사를 보내기에는 더없는 엔딩이었다.

하지만 모든 캐릭터의 극적 내러티브가 이토록 매끈했던 것은 아니다. 이 영화에 약간의 미묘한 점은 블랙 위도우라고 생각한다. 블랙 위도우 또한 이 영화에서 자신을 희생시키는 영웅이다. 하지만 블랙 위도우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과거에 대한 이야기와 행적이 잘 묘사되지 않은 캐릭터다. 말로는 맨날 옛날엔 끔찍한 삶을 살다가 쉴드에 와서 변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대사로만 처리하니 관객으로서 캐릭터의 여정을 체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를 절벽 아래로 투신시킨 것은 영웅적이긴 하나,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임팩트가 없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마블이 먼저 만들었어야 할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는 '캡틴 마블'이 아니라 '블랙 위도우'가 아녔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캡틴 마블은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적인 캐릭터였다. 이 영화 직전에 오리진 영화가 나왔고, 어벤져스와는 거의 연결점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이 영화에 그녀를 투입시키는 것을 상당히 어려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영화에서 캡틴 마블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어벤져스가 필요할 때 뜬금없이 나타나다 능력 과시만 하는 소모품만 돼버렸다. '인피니티 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던 토르의 와칸다 참전 장면과 '엔드게임'에서 캡틴 마블이 클라이막스 전투 참전하는 장면을 비교해보면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인워'에서는 토르를 참전시킬 때,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아주 명확하게 제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토르의 눈이 푸른색으로 빛나며 처음 보는 도끼를 휘두르며 타노스를 어딨냐고 울부짖을 때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캡틴 마블은 우주를 지킨다라는 다소 포괄적인 목적을 가지며, 영화 내내 안 보이다가 거의 2시간 만에 등장하니, 반갑기보단 뜬금없을 수 밖에 없다. 이는 마블의 프랜차이즈 기획이 영화와 잘 조화가 안 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액션도 여러모로 흥미롭다. 사실 이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액션이 적다. 처음부터 헐크와 타노스의 주먹다짐부터 시작하여 꾸준히 액션 세트피스로 화려하게 장식한 '인피니티 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하이스트적인 요소가 들어가며 전투보단 잠입을 중요시하며, 액션 대신 캐릭터 드라마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덕분에 '윈터솔져'의 엘리베이터 씬을 반전시켜 영화에서 가장 웃긴 순간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나마 있는 액션을 영화는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며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호크아이의 도쿄 갱단 대학살에서는 그의 분노와 슬픔을 느낄 수 있고, 캡틴 아메리카는 선과 악 밖에 모르는 과거의 자신을 이겨내야했으며, 호크아이와 블랙 위도우의 짧은 싸움에서 역설적으로 서로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다시 장엄한 스케일로 돌아온다. 타노스의 군단에 맞서 홀로 선 피투성이 캡틴 뒤에 나타나는 포털들을 통해 돌아온 나머지 어벤져스와 와칸다와 마법사와 아스가르드 군단의 광경 자체만으로도 소름이지만, 드디어 내뱉은 "Avengers Assemble"이라는 대사는 11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클라이막스의 포문을 열기에 완벽했다. 와칸다의 드넓은 평지와는 사뭇 다른 배경인 폐허가 된 어벤져스 본부는 종말의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며, 세상의 운명을 위한 전투라는 점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한다. 먼지와 불꽃이 휘날리는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이 시퀀스에서도 영화는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11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그 후의 모험을 기약하는 커튼콜이다. 전 출연진이 인사를 하는 커튼콜답게, 영화는 전장을 긴 테이크로 훑으며 각 캐릭터들의 개성 넘치는 싸움들을 보여주며 팬 서비스도 보장해주며, 화려한 스펙터클로 블록버스터의 클라이막스를 제대로 터뜨린다. 또한, 어벤져스의 원년 멤버가 차세대 멤버들에게 정말 말 그대로 바통 터치를 하는 액션 시퀀스도 있다. 액션 씬의 순간순간 모두 단순히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도 계속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점은 정말 훌륭했다. 액션 뿐만 아니라 알란 실베스트리의 음악도 '인피니티 워'와는 사뭇 다르다. 어벤져스 테마를 꾸준히 틀어주며 위풍당당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인피니티 워'와는 달리, '엔드게임'은 좀 더 장엄하고 숭고하면서도 캐릭터들의 감정에 훨씬 집중한 스코어를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단점 하나만 더 지적하자면, 일부 유머 씬들이 너무 어색하게 길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헐크와 앤트맨의 셀카 논쟁 등이 있다. 이런 순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좀 아쉽긴 했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아주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고 페이스도 좋았긴 했으나, 이런 순간들이 확실히 흐름을 좀 깨긴 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전무후무한 영화다. 이론상으로 이와 비슷한 영화를 만들려면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한데다가, 이런 굉장한 프랜차이즈의 한 막을 닫는 경우도 처음인지라 MCU도 아마 이 감흥을 차기작들에서 재연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 영화는 11년 동안 21편의 장편 영화를 쌓아온 상업 영화의 역대급 실험의 장대한 결말이다. 이 영화의 주제와 감동에 비교할 수 있는 영화는 아마 '로건' 정도 밖에 없을 것이나, 그 스케일과 기획력을 고려하면, 이 영화는 말도 안되는 성과임은 틀림없다. MCU는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할리우드 대형 기획사의 굉장한 실험이자 업적이며, 이에 방점을 찍은 '엔드게임'도 그 역사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이 방점이 찍히는 순간을 극장에서 볼 수 있던 점은 영화 팬으로서 영광이었으며, 이후에 따라올 그 다음 문장은 어떻게 시작할지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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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레 님의 리뷰
2019.10.25 16:20:13
보는동안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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