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복서 (2018) - 키노라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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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복서 (My Punch-Drunk Boxer)
코미디 / 2018

개요
코미디, 드라마, 한국,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2019.10.09 개봉
감독
정혁기
배우
엄태구
혜리
김희원
최준영
시놉시스
한때 복싱 챔피언 유망주로 화려하게 주목 받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

그러나 한 순간의 지울 수 없는 실수로 복싱협회에서 영구 제명이 되어버린 그는 ‘박관장’(김희원)의 배려로 체육관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시 복싱을 시작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설상가상 뇌세포가 손상되는 ‘펀치드렁크(punchdrunk)’ 진단까지 받게 된 ‘병구’.

어느 날 ‘병구’가 뿌린 전단지를 들고 체육관을 찾은 신입관원 ‘민지’(이혜리)는 복싱에 대한 ‘병구’의 순수한 열정을 발견하고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민지’의 응원에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이자 자신만의 스타일인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로 결심한 ‘병구’는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가장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다.
70%
3.05점
키노라이트 분포
9개
21개
별점 분포
리뷰
22

2019.10.02 16:50:52
'판소리복서' 간단 리뷰
1. 소위 '흥행하는 영화'를 알아맞추는 능력은 아무나 갖는 것이 아니다. 빨간 뿔테안경의 영화평론가도, 한 문장이 대여섯줄 나오는 평론가도, 유명 영화 커뮤니티 운영자도 영화의 흥행여부를 정확하게 점치진 못한다(경험상 대한극장 인근을 배회하던 영감님들의 적중률이 높았지만 다 옛날 얘기가 아닐까 싶다). 흥행은 다수의 관객이 결정짓는 일이다. 때문에 관객 개인의 선택이 흥행에 영향을 주는 것도 어렵다. 관객의 취향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판소리복서'의 흥행이 몹시 궁금하다. 분명 흥미롭고 세련된 영화긴 하지만 1년에 극장 3~4번 가는 관객들에게는 그만큼 낯선 영화일 수 있다. 귀엽고 애잔한 이야기로 받아들이기에는 이상하고 새로운 지점이 많다. '판소리복서'는 익숙하지만 낯선 영화다.

2. 우선 이 영화는 제목부터 이상하다. '판소리'에 '복싱'을 더했다. 언뜻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처럼 언발란스한 것의 조화를 보여줄 수 있지만 사실 영화는 거기에 별 관심이 없다. 대뜸 '세계 최초 유일무이한 판소리복서가 있다'고 정해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탓에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서 '세계 최초 유일무이'라는 지점은 이 복서가 소수이며 인정받지 못한 존재임을 알려준다. 다만 '판소리복서'라는 낯선 단어의 조합이 안겨주는 익숙한 인상이 있다. '배고프다'는 것이다. 두 단어는 모두 '오래된 것, 잊혀져 가는 것'을 말한다. 병구(엄태구)의 판소리복싱은 펀치드렁크로 기억을 잃어가는 그 자신의 간절함처럼 잊혀져 가는 존재를 붙잡는 것이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잊혀져 가는 존재와 옛것을 붙잡는 과정이다.

3. 오래된 기억을 붙잡는 일은 간절하면서도 괴로운 일이다. 사람들은 오래된 기억을 아름다운 것으로 남기려 하지만 거기에는 이체수수료처럼 부끄럽고 잘못한 일(책임)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는 애써 외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병구의 중요한 순간에도, 그가 떠올리는 것은 행복하고 좋았던 추억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잘못한 일, 실수한 일 등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좋았던 일과 그렇지 않은 일 모두를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원작 단편영화 제목은 '뎀프시롤:참회록'이다. 정혁기 감독은 "참회보다는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참회를 내려놓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움'에 이르기 위해서는 참회를 거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단편에서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그는 참회 이후를 이야기한 것이다.

4. 영화가 관객에게 낯설게 다가갈 지점은 꽤 있다. 먼저 '펀치드렁크'를 묘사하는 과정이다. 펀치드렁크는 복싱선수에게 나타나는 뇌세포손상 질환으로 불안증세나 기억상실, 혼수상태 등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이들은 일정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사물이 다르게 인식되고 환각이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점프컷으로 시간을 건너뛰고 실재를 왜곡하는 등의 시도를 한다. 물론 이것은 여느 스릴러 영화들처럼 심각하고 무섭게 묘사되진 않는다. 때문에 관객들은 어디까지가 진짜고 환각인지 혼돈을 겪게 될 것이다. 이게 스릴러 영화처럼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다면 다행이지만 판소리에 맞춰 복싱하는 영화에서 전개가 복잡해진다면 가드 내리고 있다가 어퍼컷 맞은 것처럼 당황할 수 있다.

5. 다음으로 낯선 지점은 병구와 민지(이혜리)의 캐릭터다. 둘은 일단 만화적이다. 병구는 독한 면이 있는 유망주였다가 사고 이후 '멍청하지만 착한 친구'가 됐다. 민지는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산 존재인지 모르겠지만 한없이 밝고 착하고 사랑스럽다. 흔히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들에 비하면 단순하고 극단적이다. 병구의 경우 단순한 것과 거리가 있지 않냐고 볼 수 있는데 그는 동전의 양면을 함께 보는 것 같은 복잡한 상태가 아니라 동전의 앞면이었다가 뒷면이 된 경우다. 이처럼 단순하고 극단적인 캐릭터들은 극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판소리복서'는 만화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붙어있다. 무엇보다 민지는 캐릭터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진다. 오래전 봤던 '뎀프시롤:참회록'을 떠올려보자면 꽤 심각하고 가라앉은 영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같은 이야기에서 톤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민지의 힘'이다.

6. 무엇보다 가장 낯선 것은 '판소리복싱'이다. 취권같기도 하고 택견같기도 한 이것은 리듬으로 스텝을 밟아야 하는 복싱에 엇박자를 준다. 때문에 상대는 당황할 수 있지만 꽤 어려워보인다. 마치 박정태 현역시절의 '흔들타법'처럼 아무나 따라해서는 안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판소리복싱'을 보는 기분이 묘하다. 어떨 때는 취권처럼 멋있어 보이는데 중요한 순간에는 마치 링 위에 선 찰리 채플린처럼 묘사된다. 감동이 휘몰아 칠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마치 관객에게 감동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태도처럼 보인다. 아마 일반적인 흐름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딱 그 장면에서 정신이 번쩍 들면서 영화를 냉정하게 바라볼 것이다. 이것이 누벨바그 시절처럼 '관객과 거리두기'를 시도한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그 낯선 전개는 관객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걸 각오해야 한다.

7. '결정적 장면에서는 낯선 환기'는 마지막 장면을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현실일 수 있고 병구의 꿈일 수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은 후자에 무게를 두려고 한다. 아마 영화는 낯선 환기보다 훨씬 이전부터 병구의 꿈일 수 있다. 영화는 그런 의도와 거리를 두기 위해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건 정말 꿈이야"라며 거리를 둔다. 그래야 영화가 더 애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이것은 영화 '달콤한 인생'의 나레이션과 같다. 잠에서 깨 울고 있는 제자에게 "슬픈 꿈을 꾸었느냐"고 묻는 스승. "행복한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다"라고 답하는 제자. 해피엔딩이 꿈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지만 영화는 스릴러의 구조를 끝까지 가져간다. 개인적 감상이지만 '판소리복서'의 마지막 장면은 '디센트'의 마지막처럼 오싹한데 슬프기까지하다. 오히려 '디센트'의 마지막보다 더 영화적이다.

8. 결론: 리뷰를 쓰면서 영화를 다시 복기해보니 매력적인 점이 아주 많은 영화다.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것은 이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온전히 다가갈 수 있냐는 점이다. 나는 관객들이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구나"라며 유쾌하고 자비롭게 받아들이길 원한다. 그러나 이 바램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관객의 평가는 세상 어느 것보다 냉정하기 때문이다. '판소리복서'의 흥행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행복한 꿈이 아닐까 염려스럽다.


추신1) 영화의 흥행에 대해 염려하며 나는 함께 본 여자친구에게 "관객들에게 '염력'처럼 인식될 수 있다"며 "'염력'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염력'은 99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판소리복서'에 99만 관객이 들면 대성공이다. ...그래...99만명만 '판소리복서'를 봤으면 좋겠다.

추신2) '배우 이혜리'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들 중 민지는 가장 사랑스럽다. 어쩌면 이혜리에게 딱 맞는 옷일 수 있지만 배우의 역량을 펼치기에는 부족한 캐릭터다. ...그래도 유쾌하게 봤으니 됐다.

추신3) 사실 단편에 출연했던 조현철 배우는 '복서의 얼굴'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엄태구는 누가 봐도 복서의 얼굴(정확히는 착하고 싸움 잘하는 형)에 가깝다. 정말 잘 고른 캐스팅이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기행 님의 리뷰
2019.10.01 00:48:51
개봉 소식 접하고 일찌감치 기대작이었던 작품. 장점이 너무 와닿아서 아쉬운 단점을 덮어주고 싶다. 사람 냄새나고 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와, 우리와 같은 모지리들을 위한 영화다.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자 어쩌면 꿈 같은 이야기.

신선한 조합이다. 얼마 전까지 ‘뎀프시롤’로 알고 있던 영화 제목이 ‘판소리 복서’로 바뀌면서 판소리와 복서?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대놓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건 확실하다. 탈춤같아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론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보이는 판소리 복싱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엄태구 배우는 ‘밀정’, ‘택시운전사’ 상업 영화에서 카리스마 있고 강렬한 역할들에서 벗어나 변신을 시도했다. 한물간 복서로 예상치 못한 웃음과 짠내를 선사한다. 이혜리 배우는 밝고 명랑한 민지 역할에 제격이지만 덕선이가 그대로 나타난 듯하다. 두 주연역할을 제치고 가장 와닿았던 캐릭터는 김희원 배우가 맡은 박관장이었다. 사연있는 병구를 품어주는 대인배이면서 교회 씬들이 인상 깊었다.

우려되는 점은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 사이에 있는 극의 분위기. 만화적 요소들로 밝게 끌고 가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개인적으로 나는 맘에 들었지만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라 흥행으로 이어지진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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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님의 리뷰
2019.05.11 22:48:11
그 남자의 인셉션
탁 트인 바다에서 판소리 장단에 맞춰 춤인지 복싱인지 모를 기이한 몸동작을 하는 남자. 후경엔 흰 한복을 갖춰 입은 여자가 장구를 치고 있다. 해가 떠오르고 있는 새벽녘 바다의 자연광은 영화 <버닝>의 헝거댄스 시퀀스를 연상케 하며 롱 쇼트로 잡은 남자의 쉐도우 복싱은 비장한 거 같으면서도 왠지 장난 같고 진지한 거 같으면서도 조금 우스워 보인다. 진지함과 우스움의 결합. 이 오프닝의 기묘한 분위기가 2시간짜리 <뎀프시롤>의 톤 앤 매너다.


# 기묘함에 힘을 싣는 촬영

<뎀프시롤>은 캐릭터 구성에 단점이 많은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판소리 복서 병구지만 민지와 관장, 병구와 같이 판소리 복싱을 만들어낸 한복소녀 역시 영화의 핵심 인물이다. 하지만 병구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전부 병구를 위한 부속품처럼 활용된다. 민지와 한복소녀는 병구를 각성시키기 위한 제물 혹은 성녀의 역할을 할 뿐이고 관장은 서사에 드라마틱함을 칠하기 위한 윤활유 역할, 배우 김희원의 감탄스러운 연기력에 한껏 기대 개그를 뽑아내는 자판기의 역할을 할 뿐이다. 특히 해리가 연기한 민지 캐릭터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의 그림자처럼 보인다. 이러한 선명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뎀프시롤>은 판소리 복싱만큼 매력적인 영화다. 밸런스를 완벽하게 포기하고 변칙성에 힘을 실어 승부를 보는 프리스타일 복서의 영화답게 캐릭터의 밸런스를 포기하고 촬영과 편집에 힘을 실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다 오프닝 시퀀스는 당연하게도 사방이 탁 트인 열린 공간이다. 과거의 병구는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하는 복싱을 할 수 있었고 아마 그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자유로운 시기였을 것이다. 바다 시퀀스 바로 뒤에 붙은 컷은 병구가 사방이 꽉 막힌 좁은 방에서 일어나는 씬이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좁은 다락방에 사는 현재의 병구는 사랑하는 여자도, 복싱도 잃었다. 이처럼 인물의 상황과 심리에 조응한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의 대비는 러닝 타임 내내 변주되어 등장한다.

<뎀프시롤>은 공간의 대비 말고도 발상의 대비에 조응한 촬영도 선보인다. 독실한 신자인 관장이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씬이 여러 번 반복되는데 이 씬들은 전부 같은 위치에 카메라를 놓고 진행된다. 인물들이 어떤 대화를 하건, 어떤 동선으로 등장하고 퇴장하건 상관없이 항상 카메라는 같은 위치에서 교회 씬을 찍는다. 그러나 단 한 씬, 다른 구도로 찍힌 교회 씬이 등장한다. 교환이 체육관을 떠나고 체육관 마저 재개발 될 위기에 처하자 관장은 시대가 변했다며 모든 것을 포기할 것처럼 한탄한다. 한탄을 듣고 교회를 나간 병구가 교회 창문을 열어젖히고 관장에게 질문한다. “근데 시대가 끝났다고 우리가 끝난 건 아니잖아요?” 바로 이 씬에서 카메라는 집요하게 고집하던 구도를 버리고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구도로 교회 내부를 찍는다. 그리고 드디어 관장은 병구에게 복싱을 하자고 제안한다. 보수성의 상징인 교회 안에서 오래된 체육관에 집착하는 관장의 발상이 전환되는 순간을 촬영으로 영리하게 시각화한 것이다.


# 컷과 컷 사이의 휘몰이 장단

영화의 리듬감은 다양한 연출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리듬감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편집이다. 편집의 힘이 아닌 다른 힘으로 리듬감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는 투박해 보이기 쉽다. 예를 들면 <타짜2>에서 등장하는 카 체이스 씬은 차가 빙글빙글 돌고 배경음악으로 나미의 빙글빙글이 나온다. 음악과 화면의 기계적인 결합이 만든 리듬감은 촌스러워 보인다.

<뎀프시롤>에도 <타짜2>가 보여준 기계적 리듬감을 보여주는 씬들이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그 씬들은 잽에 해당하는 잔기술일 뿐이다. <뎀프시롤>은 휘몰이 장단처럼 살아있는 리듬감의 편집이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 초반, 체육관의 개구쟁이 어린이 콤비가 고장 난 티비를 마대로 쳐서 고치려 하자 병구가 ‘기계는 쳐서 고치는 게 아니야’ 라며 이들을 저지한다. 한참 소동을 피우는 이 세 인물들의 시퀀스는 병구가 실수로 마대를 부숴버리며 마무리된다. 이 컷 바로 뒤에 붙은 컷은 작동하지 않는 세탁기 앞에 선 병구다. 병구는 주먹으로 세탁기를 쳐서 세탁기를 작동시킨다. 그리곤 고물 세탁기의 시끄러운 소음에 맞춰 선보이는 판소리 복싱.

원투 이후 진도를 더 나가고 싶은 민지가 “코치님“ 하며 병구를 부른다. 동시에 교환이에게 완전히 정신이 팔려 병구는 안중에도 없는 관장은 전화 상대에게 ”임관장“ 하며 교환이의 시합을 잡아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프레임은 ”코치님“을 부르는 민지의 클로즈업과 ”임관장“ 하며 애원하는 관장의 클로즈업을 빠르고 반복적으로 교차하며 그 사이에 낀 병구의 무기력한 얼굴을 보여준다. 이 컷 바로 뒤에 붙는 컷은 병원에서 펀치 드렁크 진단을 받는 병구의 얼굴이다.

‘내용을 형식에 순응 시키기. 의미를 리듬에 복종 시키기.’ 프랑스 영화의 거장 로베르 브레송의 격언이다. <뎀프시롤>의 휘몰이 장단 편집술이라면 브레송 감독의 이 격언에 충분히 부합했다고 생각한다.


# 조작된 플래쉬백. 그리고 플래쉬 포워드

영화 후반 굉장히 이상한 씬이 등장한다. 병구가 교환과 링 위에 맞붙을 때, 영화는 앞에서 보여줬던 기이한 연출들을 전부 포기한 듯 진부한 스포츠 영화, 혹은 성장 영화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위기의 순간에 병구가 지난 기억들을 회상하고, 쓰러질 듯 말 듯하는 병구의 육체는 슬로우 모션으로 포착되며 관장의 걱정어린 얼굴은 클로즈업으로 잡힌다. 그런데 이때 느닷없이 이상한 씬이 등장한다. 병구의 지난 기억들을 회상하는 플래시백 씬에서 일어난 적이 없는 조작된 기억이 회상되는 것이다.

교환과의 시합 전. 병구와 민지가 마지막으로 만난 곳은 체육관이었다. 그곳에서 민지는 장구를 치고 병구는 신명나게 판소리 복싱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에서 민지가 아픈 병구에게 시합에 나가지 말라며 이렇게 다그친다. “왜 이렇게 사람이 이기적이에요?”. 이에 병구는 “죄송합니다. 근데 민지씨가 죽기 전에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하고 싶은거 다 하랬잖아요” 라고 답한다. 이게 관객이 본 병구의 원래 기억이다. 하지만 링 위에 서 있는 위기의 병구는 다른 기억을 꺼낸다. 그 기억에서 병구는 “왜 이렇게 사람이 이기적이에요?” 라는 민지의 질문에 “이번 시합이 아무 의미 없다는거 알아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링 위에서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요”라고 답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민지의 휘몰이 장단 연주와 병구의 판소리 복싱. 병구는 경험 한 적 없는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 이것은 병구가 앓고 있는 펀치 드렁크와는 관련이 없는 증상이다. 뇌세포 손상증의 일종인 펀치 드렁크는 기억을 상실하는 증상은 보여도 기억을 전혀 다르게 왜곡하는 병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넉넉하게 생각해서 건망증이 심해 기억을 살짝 착각했다고 우겨도 앞으로 나올 씬들은 그런 너른 이해를 용납해주지 않는다. 병구의 조작된 플래시백이 나오기 전, 사실 2라운드에서도 병구는 판소리 복싱을 잠깐 선보인적이 있었다. 2시간 동안 함께 한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낯설고 기묘한 이 복싱 기술은 시합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고, 시합 상대인 병구 마저 당황시켰다. 조작된 회상 이후 병구와 판소리 복싱은 동시에 각성하여 2라운드에서 선보인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파격을 보여준다. 심지어 이번엔 진짜 장구로 휘몰이 장단을 연주하는 민지까지 있다. 하지만 경기장의 그 누구도 2라운드와 같은 동요를 보이지 않으며 사실상 경기장에 난입한 거나 마찬가지인 민지를 저지하는 사람 역시 없다. 과연 이것은 현실인가? 이것 역시 조작된 기억인가?

<뎀프시롤>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라는 힐링의 시대에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한다. 사실 치료라기 보단 마취에 가깝다. ‘당신의 잘못이긴한데... 뭐 어쩌라고요. 잊을 순 없겠지만 그냥 다르게 기억해버리세요. 죽을 때 후회하기 싫으면.’ 영화가 제시한 치료법은 역설적으로 치료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우리의 과오를 넘기 위해선 정면에서 응시해야지 잊어버리고 회피하는 것만으로는 치료 할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다. 엔딩 씬, 링 위에서 뻗어버린 병구는 상처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조작된 플래시백으로 아물지 않은 상처를 덮어버린 병구의 앞엔 올 리가 없는 조작된 플래시 포워드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결국 꿈속의 꿈이 아닌가? 병구는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 환상 속에 갇히기를 택했으니 이것은 해피엔딩인가? 아니면 현실을 외면한 3류의 치졸한 정신승리인가? 판단은 관객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갈릴 것이다. 하지만 신명나게 스텝을 밟고 팔을 빙빙 돌리던 병구의 판소리 복싱은 우리의 어떤 방치된 감각을 납치한다. 병구의 토템은 여전히 돌고 있다. 그 토템을 쓰러트리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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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네 님의 리뷰
2019.10.02 22:58:35
수많은 소멸되는 것 중에 병구는 먼지였을까? 아니면 커다란 존재였을까? 단편 '뎀프시롤'의 확장판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더욱 더 풍부해지지 않았나 싶네요. 단편의 이민지 & 구교환, 그리고 조현철 씨 버전만큼 잘 만들었습니다. 재개발로 사라질 건물들, 유기견의 운명처럼 병구의 운명도 바뀌어질 수 없는 운명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엄태구 씨는 그냥 병구를 연기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멋진 연기를 했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와 무뚝뚝해 보이는 상황에서의 따뜻함은 엄태구 씨에게 맞는 옷 같습니다. 이 영화가 단편 자체가 웃기는 영화는 아니었기에 진지함 속에 웃음을 적절히 활용한 것 같습니다. 판소리로만 채운 독특한 OST도 이 영화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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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 님의 리뷰
2019.10.13 22:42:58
이것도 안남시 유니버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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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3 11:46:18
자기 옷을 입은 세 배우가 빚어낸
지는 노을이 꾸는 꿈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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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별 님의 리뷰
2019.10.12 22:42:54
의외성 가득 실은 끈덕진 펀치 한방
판소리와 복싱이라니 조합이 정말 의외라서 하나, 제목마저 노골적으로 지은 게 의외라서 둘, 생각보다 로맨스가 짙은 것이 의외라서 셋, 구도와 색감이 자아내는 풍족한 시각적 만족감도 의외라서 넷, 가볍지 않은 묵직한 생각거리를 제법 얹어주는 것 역시 의외라서 다섯. 그렇게 다섯 손가락을 보기 좋게 말아 쥐고 날리는 주먹은, 신선한 충격을 뿜으며 유연하게 포물선을 그렸다. 겉으로 보면 ‘병구’를 주축으로 성장 영화의 틀을 가져가고 있는 듯하나, 극중 ‘민지’의 말마따나 좀 ‘이상하게’ 구부러져있다. 물론 그런 구부림과는 별개로 스토리는 평이하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흐름으로 전개된다. 그럼에도 툴툴거리지 않고 몰입을 할 수 있었던 건 의외성 짙은 손가락들이 하나하나 잘 말아져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신선한 소재이긴 하나 곧바로 어처구니없음 혹은 진부함으로 직결돼도 딱히 할 말 없는,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고 일반적으로는 떠올리지 않을 ‘판소리’와 ‘복싱’의 조합인데, 영화는 이 두 소스를 섞는 도구로 엄태구 배우를 활용하여 초반부터 그러한 위험성의 싹을 잘라버렸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또렷한 존재감을 뽐냈던 엄태구 배우는 이 영화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진중한 외모와 특유의 짙은 목소리는 병구라는 캐릭터와 시너지를 내며 영화가 가지는 의외성에 막대한 추진력을 보탰고, 다른 배우들 역시 그의 옆에서 안정감을 실어주었다. 특히 오랜만에 본인과 정말 잘 어울리는 역할을 맡은 것 같은 이혜리 배우는 러닝타임 내내 기분 좋은 활력소 그 자체였다.

병구와 민지의 케미는 박수를 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병구가 몸을 배배 꼬고 비틀 때마다 나두 같이 배배 꼬고 비틀었으므로 꽤나 달달했음은 틀림없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의외였던 건 구도와 색감이었다. 몸 전체보다 발을 주목한다든지, 멀리 떨어져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든지, 거울이나 타자로 인물을 드러낸다든지. 노을빛으로 얼굴을 감싼다든지, 어두운 밤 창밖의 주황색빛과 청색빛을 양쪽에 가지런히 옮겨놓는다든지, 운동복과 한복으로 흑백을 대조시킨다든지. 더불어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구수한 경종은 인물, 장소 등과 연계되어 나름 진지한 생각의 바다에 잠기도록 만들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언제 마지막으로 들었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이 말이 괜스레 새롭게 들리기도 했음은 물론이다. 또한 나름 복싱 영화 치곤 호쾌한 타격감은 부족한 편이나, 대신 장구와 판소리가 섭섭지 않게 청각적 타격감을 전달해준다. 해서 후반부의 내용이 앞서 나열한 신선한 의외성들을 와장창 쏟아버리는, 제발 제발 설마 설마하는 우려 그대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했는데, 여지없이 정직하게 꽂히는 것을 보고 상당히 아쉬웠다. 어쩌면 이 영화의 막판 전개 방향은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질 수밖에 없을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 운명을 부수길 바랐던, 다섯 손가락을 잘 말아 쥐고 뻗은 주먹이 꼭 ‘의외로’ 적중하길 바랐던 개인적인 욕심이 생각 이상으로 강했음을, 그 어떤 때보다도 더 여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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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aSi 님의 리뷰
2019.10.12 19:10:16
단편의 소재로 만든 장편
가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을 겪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묘하다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비교적 어울린다고 생각된다면 절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소리와 복싱이라는 소재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판소리가 보여주는 한국 특유의 장단과 복싱이 어울릴 것이라고 그 누가 생각했을까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소재를 통해서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지나간 전성기

영화의 주인공인 병구는 어린 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일찍 전성기를 보낸 인물입니다. 권투 선수로 유망한 미래를 보여주었지만, 그는 어떠한 사고로 인해서 권투 선수를 그만두게 됩니다. 현재의 병구는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체육관도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합니다. 회원이라고는 아이 2명과 선수 1명뿐이었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인물들과 공간은 모두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그들의 전성기가 지나갔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하다못해 권투라는 종목도 과거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는 종목은 아닙니다. 인물, 장소, 종목 모두 한 때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별 볼일 없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체육관이 있는 곳을 재개발을 한다고 하죠. 이것이 현실 사람들의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래되고, 사람들이 찾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죠.

이 체육관에 있던 유일한 선수였던 교환(구교환 배우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또한 그렇습니다. 자신이 시합을 뛰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체육관으로 옮기게 됩니다. 물론, 그가 체육관을 옮긴 이유는 체육관이 오래되었다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잊힌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몇몇 인물들이 보여주는 태도 또한 그렇습니다. 그들의 사연에는 크게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인물도 있습니다. 바로 민지라는 인물이죠. (민지는 이민지 배우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민지의 관심

영화의 첫 사건은 민지가 체육관에 등록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체육관에 관심을 보인 민지는 병구와 같이 전단지를 붙이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면, 넉넉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 않고,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녀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상처를 받은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결국 주목받는 사람이 아닌 사람밖에 없습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오래된 것을 어떻게 해서 새롭게 만들고, 자신들이 돈을 버는 것인가죠. 물론, 발전을 시킨다는 이유로 재계발이 이뤄지겠지만, 이러한 계발이 과연 기존 사람들의 충분한 동의로 인해서 시작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등장하는 민지의 집도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습니다. 현실의 시각에서 본다면 당장 재개발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죠. 그럼에도 민지는 그런 내색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주는 인물로, 병구와 관장님 식구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줍니다.

그런 민지의 관심 덕분에 병구는 다시 권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녀의 관심이 모든 원인이라 할 수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병구의 변화를 만들어준 가장 큰 공신은 그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준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새로운 느낌의 늘이기

이 영화를 연출한 정혁기 감독은 [판소리 복서]를 연출하기 이전에 같은 소재를 가지고 만든 단편 영화 [뎀프 시롤 : 참회록]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단편영화로 제작되었다가 장편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몇 편 있습니다. 이 영화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영화가 늘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도 길게 쓴 것을 줄이는 쪽으로 하려는 이유가 짧은 것을 늘리려고 하면 괜히 필요 없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굳이 없어도 되는 장면들이 추가되는 것이죠.

[판소리 복서]에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약간 늘어질 수 있다는 점을 B급 영화 같은 연출을 통해서 지루함을 타파하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이러한 시도 자체는 좋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근 영화 [메기]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통통 튀는 듯한 연출이 매력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부족한 스토리를 연출로 커버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처음부터 이러한 연출 방식을 고려했다면,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는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영화의 후반부에 갑자기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그 모습에 이입이 안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독특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후반을 대비해서 그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영화가 보여주는 소재 자체는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그 신선함이 늘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죠. 아무리 신선함 산지에서 구매한 식재료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싱싱함이 살아지는 것처럼 이러한 영화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승부를 봤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복싱과 판소리의 조합 그리고 영화 속에서도 판소리를 OST로 사용하는 등의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이러한 느낌의 영화를 보는 것이 반갑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양호했습니다. 엄태구 배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비교적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 혜리의 연기는 양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연기를 못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옷들을 완벽하게 소화했을 때, 다른 연기에 도전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녀가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을 때, 다른 연기에 도전하는 걸그룹 멤버들보다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심 그녀를 응원하게 됩니다.

이런 매력들과는 별개도 영화가 보여주는 스토리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장편영화에서는 단편영화에서 보여주는 수 있는 매력과는 확실히 다른 형태의 매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성 있는 연출을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의 중후반까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스토리와 탄탄한 캐릭터 그리고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기는 하나의 큰 사건이 필요한 것이죠. 그러한 점에서 [판소리 복서]는 여운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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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곰 님의 리뷰
2019.10.12 01:49:48
참신함은 좋았는데
그래도 권투영화는 KO 승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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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mon 님의 리뷰
2019.10.10 22:18:12
영화 <판소리 복서> (2018)를 관람한 감상은 한마디로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였다. 무려 12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에 달하는 길이로 확장되면서 단편영화 <뎀프시롤: 참회록> (2014)의 독특함과 섬세함 중에서 독특한 설정만 장점으로 남는다. 물론 판소리와 복싱의 독특한 결합으로 사라져 가는 것, 서로에게 빚진 감정 등을 떠나보내는 자세를 그려내는 힘을 어느 정도 유지했지만, ‘병구(엄태구)’와 ‘민지(혜리)’의 로맨스가 너무 짙어지면서 전반적인 짜임새를 잃은 감이 없지는 않다. 캐스팅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개성 있는 마스크와 목소리의 힘을 더 강하게 보여준 영화는 <판소리 복서> (엄태구, 혜리, 김희원, 최준영, 이설)보다 <뎀프시롤: 참회록> (조현철, 이민지, 구교환)이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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