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2019) - 키노라이츠
우리집 (The House of Us)
드라마 / 2019

개요
드라마, 가족, 한국, 93분, 전체 관람가, 2019.08.22 개봉
감독
윤가은
배우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
최정인
이주원
정은경
김준범
김한나
임지형
시놉시스
매일 다투는 부모님이 고민인 12살 하나와 자주 이사를 다니는 게 싫기만 한 유미, 유진 자매는 여름방학,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마음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풀리지 않는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터놓으며 단짝이 된 세 사람은 무엇보다 소중한 각자의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88.04%
3.74점
키노라이트 분포
11개
81개
별점 분포
예고편
리뷰
48

동구리 님의 리뷰
2019.08.23 00:57:45
'어른의 사정'을 대리하는 아이들
*스포일러 포함



5학년 하나(김나연)는 매일 같이 싸우는 부모님과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오빠가 싫다. 그는 부모님을 화해시키기 위해 가족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하나는 마트에서 우연히 유미(김시아), 유진(주예림) 자매를 만난다. 유미와 유진은 함께 일하는 부모님이 멀리 출장을 떠나는 일이 잦다. 게다가 7번째 이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나, 유미, 유진은 하나가 가족여행을 갈 수 있고 유미와 유진의 가족이 이사를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옥상에서 물놀이를 하는 등의 놀이는 이들의 중요한 일과이다. <우리들>로 아이들의 시선과 관계를 보여준 윤가은 감독의 신작 <우리집> 또한 초등학생 나이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제목부터 유사한 그의 두 작품은 마치 같은 동네에서 다른 시간대에 벌어진 두 무리의 아이들을 담아내는 것만 같다.


<우리들>의 장점은 카메라가 아이들의 시점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카메라의 높이는 골목, 학교 복도, 교실, 육교, 집 등의 공간을 아이들의 시점으로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의 어른들은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가은 감독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우리들>의 세계관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가능한 덜어내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반면 <우리집>은 <우리들>의 촬영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영화 또한 골목, 교실, 집, 육교 등의 공간이 등장하지만, 카메라는 꽤 많은 시간을 어른들의 얼굴을 잡는데 할애한다. <우리집>은 <우리들>보다 ‘어른들의 사정’이 중요하게 작동하는 영화다. 당장이라도 이혼할 것만 같은 하나의 부모님의 싸움과 이사를 결정한 유미/유진의 부모님은 영화의 서사를 작동시키는 중요한 존재들이다.


어쩌면 <우리집>에서 어른들의 얼굴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은, 하나의 부모님들이 꽤 많은 시간 얼굴을 비추는 것에 비해 유미/유진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들의 부모님이 출장 간 사이 이들을 돌봐준다는 삼촌조차 프레임 안에 등장하지 않는다. 유미/유진 자매가 겪어야 하는 ‘어른들의 사정’은 오로지 유미의 핸드폰을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조차 등장하지 않는) 대화, 혹은 집주인 아주머니의 통보로만 전달된다. 결국 <우리집>은 하나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세계이며, 하나의 가족뿐만 아니라 유미/유진 자매마저 하나에게 닥친 ‘사정’을 해결하기 위한 존재가 된다.


극 중 하나는 생각보다 이기적인 캐릭터이다. 처음엔 길을 잃은 유진을 언니에게 데려가 주기 위해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며, 집에 보호자가 없는 자매를 위해 이런저런 요리를 해주고 함께 놀기도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결국 자신에게 닥친 ‘사정’을 향해 도망간다. 유미/유진 자매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하나에 대한 리액션만을 보여준다. 유미가 처음으로 하나의 독단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처음으로 싸운다. 영화는 이 사실을 무마하려는 듯 하나와 유미를 간단하게 화해시킨다. 그 방법으로 이들이 함께 만든 종이집을 박살 내는 것이 제시된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집’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유미에게 ‘집’은 곧 이사를 떠날, 언제든지 새로운 곳으로 바뀔 공간이다. 반면 하나는 비록 부모님이 싸우고 꼴 보기 싫은 오빠가 있을지라도, 집이 있다. 물론 이들은 각자의 집을 ‘우리집’이라고 쉽게 부르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만의 ‘우리’집을 주워 온 박스들로 만든다. 여기서의 ‘우리’는 하나, 유미, 유진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집’은 한쪽에겐 고정된 장소이고 한쪽에겐 유동적인 공간이다. 이것을 박살 낼 때 하나와 유미가 각각 느낄 감정의 층위는 분명 다르다. 그럼에도 영화는 하나가 먼저 종이집을 짓밟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이 종이집을 박살 내는 장소는 하나가 그토록 가족여행을 떠나오고 싶어 하던 바다이다. 세 명의 아이들끼리 떠난 이 여행은 표면적으로는 유미/유진의 부모님을 찾아 떠난 여행이다. 하지만 이들이 도착한 해변의 모습은 하나의 가족사진 속 바다와 유사하다. 유미와 유진은 하나의 가족여행을 대리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가 촉발한 싸움, 하나가 시작한 종이집 박살내기는 하나의 독단을 무마하는 화해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하나와 유미의 싸움은 명백히 하나의 부모님이 벌이는 싸움의 대리전이다. 아직 영화의 첫 쇼트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들려오는 부모님의 격한 싸움에선 제대로 된 대화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들은 어떤 정보 값을 주고받으면서 싸우는 대신, 서로의 말을 듣지 않으며 각자의 피로한 상황만을 소리친다. 하나와 그의 오빠는 이러한 상황을 수차례 보면서도 부모님이 왜 싸우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나와 유미의 싸움도 양상은 비슷하다. 유미는 하나의 독단적인 여행이 실패했다고 여기면서도 결국 이름 모를 해변가까지 오게 된다. 하나는 가족여행이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유미에게 계속 숨긴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이 서로에게 실망한 것을 말하지 못해 싸운다. 종이집을 부수는 행위는 이에 대한 설명이 아닌 해소이며, 영화는 이들이 화해하는 과정을 하룻밤의 야영으로 가볍게 다루고 넘어간다.


세 사람은 동네로 돌아온다. 이사가 거의 확정된 유미는 자신과 유진을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하나에게 “이사 가도 우리 언니 해줄 거지?”라고 물어본다. 하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래”라고 대답한다. 하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하룻밤 동안 사라져 있던 하나를 찾아 온 가족은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 하나는 빈 집에서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차린다. 집에 돌아온 가족들은 하나를 보고 놀라지만, 결국 식탁에 앉고 하나의 바람대로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하나는 유미/유진 자매와 함께한 긴 여정을 통해 자신의 가족을 동시에 식탁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쇼트 이후 암전 된 화면에서 들려오는 식사 소리는 이들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한 가족으로 봉합되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유미/유진은 어떠한가? 자매는 불확실한 이사 여부에 대한 부모님의 답변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같은 상황을 거친 세 캐릭터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하나에겐 당장의 (짧게 지나갈지도 모를) 봉합이 찾아오지만, 유미/유진 자매는 부모님의 답변이든, 하나와의 관계든 전적으로 상대방을 기다려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하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위치로 성장했지만, 유나는 도리어 기존의 하나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하나의 집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하나의 집에서 마무리된다. 결국 유미/유진은 끝까지 하나의 행동에 대한 리액션을 반복하고, 그것은 부모의 싸움에 대한 하나의 리액션이라는 구조의 반복이다. ‘어른들의 사정’을 대리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구조의 반복을 맞이한다. 이 이야기의 끝엔 하나가 보여준 독단, 그 독단이 만들어낸 이기적인 관계가 남는다. 그 지점이 <우리집>과 <우리들>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CineVet 님의 리뷰
2019.08.13 23:47:35
우리집(house)과 우리집(home)이 파괴될 때, 연대를 통해 피어나는 작은 희망
<우리집> 추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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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역시 최고다. <우리들>과 무관하지 않은 유니버스를 구축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한다. 동어반복이 될까 걱정했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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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하나'와 '유미'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넉넉한 집에서 지내지만 부모님 간의 갈등이 심한 하나네와, 화목한 가정이지만 집세 낼 형편이 안돼 떠도는 유미네를 동시에 비추는데, 둘을 반목시키거나 경쟁시키지 않고 다만 병치한다. 두 인물이 서로를 알아가며 각자의 결핍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하면서 영화는 연대의 목소리를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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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발휘되는 윤가은 감독의 최대 장점은 '어린아이의 시선'이다. 철저하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진 카메라, 어려운 사건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맞춰지는 초점. 결국 윤가은 감독은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조명하며 아픔과 사랑 모두 가장 순수하게 담아낸다. 윤가은 감독은 각본도 같이 담당했는데, 지극히 생활적이면서 자연스러운 대사로 <우리집>이란 영화를 우리의 일상에 밀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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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무력감'이다. 이 험한 어른의 세상 속에서, 어리고 여린 아이들이 본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 속 어른들로 이어진다. 극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대사는 "알아서 한다"와 "어떻게 알아서 하겠다는 건데"의 대립이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결국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무력해지고, 어른들은 사회 속에서 무력해진다. 그리고 <우리집>은, 그 무력감을 '연대'을 통해 버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영화 내내 아이들은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 본질은 '연대를 향한 외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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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결국 하나네 '우리집(home)'이 분열되고, 유미네 '우리집(house)'이 침식당하며 아이들은 각자의 '우리집'으로부터 탈출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우리집'을 부순 뒤, 누군가가 쳐놓고 간 텐트에서 '가짜 우리집'을 잠시 즐긴 뒤 현실로 돌아간다. 하지만 유미가 하나에게 "우리 언니 해줄꺼지?"라고 물어보면서, 하나가 가족에게 "우리 같이 밥 먹자"라고 말하면서, 영화는 희망의 불씨를 남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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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포르노식으로 소비하지 않으면서,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치 않는 영화의 결말은 아프면서도 희망적이다. 이토록 아프고 따뜻한 동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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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익 님의 리뷰
2019.09.11 14:22:46
먹고 사는 문제. 살아남기보단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
단편부터 따지면 벌써 다섯 번째다. 미성년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여행하고 바라보던 윤가은 감독은 장편 영화의 영역에서도 얼핏 보기엔 비슷한 영화들을 찍어내고 있다. 특히 장편 두 편, <우리들>과 <우리집>만 놓고 보면 동네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생 아이들의 모험과 우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유사성은 굉장히 크다. 하지만 윤가은 감독은 비슷한 영화를 찍어내고 있음에도 작은 포인트에 변화를 주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이번에는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차이를 두었다. <우리들>과 이미 유사한 형식을 가진 <우리집>은 아이들만의 관계에서 한정된 세계를 세밀하게 바라본 전작에서 더 광범위한 가족 문제를 끌어와 그 세계를 확장했다. 그렇게 탄생한 <우리집>은 절박함을 가득 안은 가족 영화가 되었다.


다시 <우리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선[최수인 분]과 지아[설혜인 분]를 통해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는 전부와도 같았던 친구 관계를 파고 든다. 학교에서 피구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시간만 다를 뿐, 같은 장면으로 마무리하는 이 영화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탐구한다. 그들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른의 시선, 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가 개입할 여지는 그리 많지가 않다. <우리들>과 비슷하게 유사한 장면으로 오프닝과 엔딩을 구성한 <우리집>은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현실적인 문제가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가족들의 분위기를 집안의 막내인 하나[김나연 분]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영화는 순진하지만 더 극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보여준다.



우연히 만난 유미[김시아 분], 유진[주예림 분] 자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가족과의 관계는 좋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이사를 자주 다니는 유미 유진 자매는 자신과는 정 반대의 위치에 있는 하나와 교감하고 의존하며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려 한다. 이렇게 합쳐진 세 인물들은 자신들의 시선에서 각 가족에게 닥친 현실의 문제를 바라보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그 문제에 부딛힌다. 영화는 사건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과 문제 해결 방식의 기상천외함, 그리고 이러한 행동들이 가지는 긍정적인 에너지들을 아주 잘 전달한다. 무엇보다 윤가은 감독의 연출은 아이들의 감정과 행동을 충분히 이해하고 세심하게 그려낸 느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행동들부터 영화 후반부에 그려지는 갈등과 영화 전반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까지, 한 시간 반 가량의 짧은 러닝 타임동안 아주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행동이나 감정선에 관한 각본의 탄탄함과 연출적인 세심함도 그렇지만 윤가은 감독의 전작들에서부터 이어져온, 아이들의 시선을 구현하는 시각적 연출과 촬영 역시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굉장히 답답할 정도로 화면을 꽉 채워서 아이들을 배치하는 구도들이 유독 많이 나온다. 또한 시청각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역동적인 사건들이 벌어지더라도 그 사건을 보여주기보다는 이를 보거나 듣고 있는 아이들에게 포커스를 주려고 한다.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혹은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화면에는 얼굴이 다 나오지 않거나 목소리가 조금 작게 들리는 등 영화는 아이들 외의 요인들을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연출들을 통해 영화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도록 유도해낸다. 사건을 보여준 뒤 그에 대한 리액션으로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줘 일종의 공식과도 같은 감정적인 부분을 유도하기 보다는 처음부터 아이들의 리액션을 보여준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 표정이 굳는다'라는 법칙같은 감정의 변화보다 관객들이 오로지 아이들만을 바라보도록 한다. 오프닝에서부터 이러한 기조를 깔고 이후에도 유사한 앵글을 기본으로 하여 장면을 구성해 아이들을 바라보고 그들이 세상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라보도록 한다. 그렇게 영화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는 전작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오프닝과 비슷한 장면에 조금의, 긍정적인 방향의 아주 작은 변화를 넣어 영화를 마무리한다. 일종의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다시 한 걸음 나아가는 느낌의 <우리들>과는 다르게 <우리집>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혹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남겨둔 채 한 걸음 나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마무리에 있어서는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니라 일종의 절박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당연히 그 차이는 앞서 언급한, 이 영화가 바라보는 것의 차이에 있다. 그 나이대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더 큰 세계로 나와 그 문제를 바라보고 부딛혀보는 <우리집>은 윤가은 감독의 전작들과 같은 영화이면서도 확연하게 다른 차이점을 가진 영화였다. 무엇보다 여전히 윤가은 감독 특유의 아이들 영화는 유효하고 이런 식이라면 아마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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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준 님의 리뷰
2019.08.08 17:52:54
너무 맑아서 시리고, 너무 고와서 쓰린, 그럼에도 끝내 투명하고 단단한 마음. 삶이 무뎌지고 혼탁할 때 한번씩 꺼내서 비춰보고 싶은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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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님의 리뷰
2020.01.02 23:29:56
전작보단 다소 약하나 여전히 살아있는 윤가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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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님의 리뷰
2019.12.04 10:44:55
‘우리’라는 집, 우리집
[우리집]

‘우리’라는 집, 우리집

한참 가을방학 류의 인디 음악에 빠져 살 때가 있었다. 그 음악들은 담담하지만 진심어린 가사를, 화려하지 않은 보컬이 부른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아주 영리한 방법인데, 이런 음악을 들으면 뮤지션이 하고자 하는 말이 휘발하지 않고 스며든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취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신파 영화들이 세상이 끝날 것처럼 부르는 일명 ‘세기말 발라드’라면, [우리집]은 앞서 말한 종류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주인공 하나가 집을 부순다. 진짜 집은 아니고, 유미-유진 자매와 함께 만든 종이 집이다. 유미는 이에 동참한다. 그리고 셋은 꺼이꺼이 운다. 정말 지키고 싶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노숙인이 무서움에도 용기를 내어 주워온 종이집인데. 그 집을 부수니, 다른 집이 나온다. ‘우리’라는 집이다. 이 세 명은 하나의, 혹은 ‘하나’의, 집이다. 지키고 싶었던 집 때문에 ‘우리’라는 집을 부술 뻔 했다.

하나가 그토록 함께 먹고 싶어 했던 밥은 유미-유진과 먹게 됐다. 또 그토록 함께 가고 싶었던 가족 여행도 마찬가지로 두 자매와 다녀왔다. 잔인하게도, 하나가 가족들과 밥을 먹는 장면은 소리로만 들을 수 있을 뿐이고 여행을 갔을지는 알 수 없다.

살짝 아쉬운 점은 유미-유진이다. 아무래도 감독의 전 작품과 비교하게 되는데, 유미-유진의 이야기나 캐릭터가 지아와 비교된다. 지아는 분명히 선이와 동등한 위치였는데, 유미와 유진이는 절정 부분에서 화를 내며 싸우기 전까지는 특별히 캐릭터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하나의 주체로 보게 하는 것은 연출의 힘이다. 배우들의 대사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한 연기 디렉팅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따뜻한 분위기의 조명, 자잘한 곳까지 신경쓴 듯한 소품들도 한 몫 했다.

나는 아직 평양냉면의 맛은 모르지만 평양냉면의 맛을 아는 사람들은 함흥냉면을 냉면으로 치지 않는다고 한다. 자극적인 맛의 함흥식 냉면과 달리 평냉은 천천히 음미할수록 풍성한 향이 난단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들이 음미할수록 풍성한 평양냉면 맛집으로 자리잡아갈 거라고 확신한다.

+) 일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있다는 것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윤가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기대해봐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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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4 23:54:58
공간을 넘어선 관계
집이라는 공간을 넘어 모인 우리들이 우리집을 My house가 아닌 Our house로 바꿔가는 아이들의 여정은 가치 있고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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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0 02:57:20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는 집이라는 공간
가정, 집 그리고 밥. 아이들에게 있어서 집이란 상당히 소중한 공간으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하나는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모님은 계속해서 싸우고 하나는 계속해서 부모님을 달래고 다 같이 밥을 먹자고 한다. 이 밥은 가족끼리 다같이 먹는 밥으로써, 일종의 화해의 창을 열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 밥 한번 먹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유미는 이사를 가기 싫다. 자주 이사를 가는 것은 물론, 한 곳에서 자신의 유년시절을 보내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집을 지키고자 한다.

하나와 유미는 각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집을 지키고자 한다. 그 집이란, 이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집이란 안식처와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그 집을 지키는 것은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지키는 과정 역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 집을 지켜내면 좋겠다는 응원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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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키 님의 리뷰
2019.10.16 13:27:09
사려 깊고 다정한 윤가은의 ‘소녀시대’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친구가 나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붕괴될 수 있고, 가족이 흩어진다는 것으로는 지평을 잃는 일이 될 수가 있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사소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할 수 있는 일들뿐이지만, 떠나온 시절을 상기해보면 우리 모두 그런 아이들일 때가 있었다. 그리고 기어코 우리를 유년시절의 교실문 앞에 들어서게 하고, 그 시절의 집안 공기마저 감각하게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윤가은 감독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는 이를 그 시절로 회귀시킨다.



부모님의 이혼을 막고, 이사를 미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나 또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 앞에서 마음을 다하고, 그 마음이 꺼지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세상에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결국 아이들을 무력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영화의 막바지에서 웃음기 띈 아이의 얼굴에 쓴맛을 느끼게 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전작인 <우리들>이 철저히 아이들의 세계에서 그들 스스로가 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이야기였다면, <우리집>은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아이들은 어른들 세상의 일을 해결해낼 수 없음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것은 곧 아이의 흐릿한 미소가 그만큼 무겁고, 그 얼굴이 무력을 알게 된 표정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를 슬픈 이야기라 명명할 수 있을까? 어른의 시선에서 볼 때 씁쓸하고 착잡한 감정을 숨길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인 시선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바라보게 되지는 않는다. 시선 너머에서 윤가은 감독의 사려 깊고 다정한 손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세상을 작은 입자 하나 놓치는 법 없이 포착해내는 그녀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어른의 잣대로 함부로 재단하지도, 긍정하지도 않는다. 단지 아이들의 말간 얼굴에 그늘이 하나둘 생겨날 때를 지그시 지켜볼 뿐이다. 그녀의 카메라는 속삭이고 있는듯하다. 너는 지금 자라고 있구나. 나는 네 마음이 최대한 덜 다쳤으면 좋겠어, 하고. 그 따스함이 영화 내내 환히 내리쬐는 빛에서 느껴져, 끝내는 안심하게 된다. 이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겠구나, 내가 그랬듯이. 그리고 바라게 된다. 그들이 그 시절의 나보다 이 세상을 더 무사하게 느끼며 유년을 보내게 되기를. 그 시절, 그들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둔 집이 되도록 허물어지는 일 없이 건재하기를. 그 집이 무너지는 일이 있더라도, 최대한 그 파편에 상처 입는 일이 없기를.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용크 님의 리뷰
2019.10.09 17:41:42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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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의 유니버스는 사람을 마냥 아름다운 추억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지나 온 어떤 순간들은 -그때는 모르지만서도- 인생의 단계로서 깃발이 꽂힌다. 잠 못 드는 밤 타임머신을 타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그 깃발들을 스친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깃발이 꽂혀있는 순간들이 아름답기만 하면 좋으련만. 왜 그렇게 슬프고 아프고 화나고 후회되는 순간들에게도 깃발이 척척 꽂혀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윤가은의 유니버스는 숨겨진 깃발들을 소환한다. 그의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인생의 깃발을 마주하고, 나도 몰랐던 깃발을 발견하기도 한다. 별 거 아니라고 지나갔던 감정은 사실은 별 거 였고 조금만 아프고 말거라던 상처들은 여전히 지금도 조금만 아프다.

윤가은의 영화는 매번 내 삶의 어떤 깃발에 내려준다. 그러면 나는 그 앞에 쪼그려 앉는다.윤가은 유니버스의 주인공들처럼 용기를 내본다. “그랬구나. 그런 마음이었구나.” 깃발에게, 지나쳐온 순간에게, 그때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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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을 보면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던 동네가 떠오른다. 동네를 함께 쏘다녔던 동생,친구,언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집을 재밌게 봤다면 <우리들>도 좋지만 <콩나물>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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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가 왜 이렇게 좋을까😇 ‘어린아이여서 순수하다’기 보다는 ‘솔직하고 용기있는 사람’이다. GV에서 김시아 배우의 상자 이야기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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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즈 킹덤>에 소녀소년이 해변가에 놔두고 온 킹덤이 떠올랐다. ‘우리집’은 정말 좋은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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