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The King's Letters)
드라마 / 2019

개요
드라마, 한국, 110분, 전체 관람가, 2019.07.24 개봉
감독
조철현
배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김준한
차래형
윤정일
탕준상
금새록
최덕문
남문철
정해균
박동혁
정인겸
오현경
임성재
송상은
시놉시스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시대, 모든 신하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의 마지막 8년.

나라의 가장 고귀한 임금 ‘세종’과 가장 천한 신분 스님 ‘신미’가 만나 백성을 위해 뜻을 모아 나라의 글자를 만들기 시작한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
35.21%
2.49점
키노라이트 분포
46개
25개
별점 분포
리뷰
56

영알못 님의 리뷰
2019.07.22 22:09:25
나랏말싸미 역사에 달아 코드가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
위대한 업적을 소재 삼다가 어느 순간 삼천포로 빠져버리는 방향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영화 스스로 갈피를 못잡는다.

대중문화 속 세종대왕 이야기는 이미 레드오션이며,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세종시절 이야기는 웬만큼 알게 된다. 시작부터 ‘한 가지 설에 근거해서 만들었다’고 명시해 창작물임을 강조하지만, 도를 지나치는 왜곡요소가 많다. 이때부터 ‘나랏말싸미’의 장점은 점점 사라진 셈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한글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은 것인지, 인물간 서사와 감정에 초점을 둔 것인지 혼탁해져간다.

그래서일까, 송강호가 분한 세종은 세종이 아니라 송강호가 연기하는 늙고 병약한 왕으로 보이게 된다. 송강호의 호연만 강조될 뿐, 세종에게서 느낄 수 있거나 와닿는 무언가가 없다. 비슷한 맥락으로 신미대사와 소헌왕후를 연기한 박해일, 故 전미선 또한 ‘연기 잘한다’만 느껴질 뿐.

결국 배우들의 재능과 위대한 소재만 낭비된 범작이 되었다.

-2019년 7월 22일 ‘나랏말싸미’ 일반 시사회 관람-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7.23 14:40:17
'나랏말싸미' 초간단 리뷰
1. 워낙 멀어서 자주 가진 못하지만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영릉(세종대왕릉)을 좋아한다. 왕릉 특유의 정돈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가장 잘 살아있는 곳이 영릉이 아닌가 싶다. 영릉의 입구에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그 입구에는 혼천의와 자격루, 양부일구 등 세종대왕의 과학적 업적을 엿볼 수 있는 발명품들이 전시돼있다. 그 업적들을 지나 왕릉 입구에 들어서면 무덤이라기 보다 공원에 가까운 넓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그 공간을 한참 따라 걷다보면 거대한 무덤이 위용을 드러낸다. 영릉은 '무덤'에 어울리진 않지만 맑은 날 나들이 가기 정말 좋은 곳이다. (당연히 후손들이 가꾼 것이겠지만) 영릉은 죽어서도 백성들을 마주하고 싶은 세종대왕의 마음이 담긴 '공원'이 아닌가 싶었다.

2. 어린 시절 위인전 등을 통해 세종대왕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성군(聖君)'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어른이 되고 조금 깊게 그에 대해 알아보면 다소 히스테릭하기도 하고 집착도 심했으며 스트레스도 많고 연약한 '인간 이도'였다. 최근들어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드라마와 책이 나오고 있다.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영화는 한글창제에 대한 여러 가설 중 하나를 재구성한 '팩션'이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의 고뇌와 불안은 꽤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관객들은 위인전에서 보던 어진 임금이 아닌 세종이 꽤 낯설게 다가온다. 히스테릭하고 불안하며 나약한 임금은, 30여년동안 고집해오던 것들에 대한 반영일 것이다. 원래 높은 자리는 스트레스가 많은 법이다.

3. 그렇다면 세종이 임금으로 지내던 내내 해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세종대왕의 업적은 한글창제뿐 아니라 과학분야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앞서 언급한 혼천의나 자격루, 양부일구 등 천문과 역법, 기상관측 등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이것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별을 관측해 시간을 깨우치고 날짜를 계산해 자연의 흐름을 알고 기상을 관측해 비의 양을 계산한다. 이것은 자연에 기대서 사는 인간, 농사에 필수적인 것들이다. 즉 세종의 과학적 업적들은 백성들이 풍요롭게 농사를 지어 배불리 먹고 살게 하기 위한 것들이다. 한글 역시 이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영화에서 세종(송강호)이 내내 말하는 대로 한글은 백성들에게 지식을 나눠주기 위한 문자다. 이를 통해 백성들은 과학을 익히고 뜻을 깨치며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4.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랏말싸미'에서는 한글을 창제하려는 세종의 의도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영화는 세종을 중심으로 한 왕실과 신미(박해일)를 중심으로 한 승려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백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영화는 다른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한글창제'라는 키워드보다 더 비중있게 다뤄지며 조선시대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된 축은 세종과 신미의 갈등과 협업이다. 세종은 공자의 나라에 사는 왕이며 신미는 부처의 제자(승려)다. 초기 조선시대를 감안한다면 이들은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사이다. 그리고 협업을 위해 누구 하나가 양보하지도 않는다. 신미는 "나는 부처를 등에 업을테니 주상은 공자를 등에 업으십시오"라고 말한다. 이 말은 나중에 세종대왕이 신하들에게 "너희들은 너희의 일을 하거라, 나는 나의 일을 할테니"라는 말과 통한다. 이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이자 정치적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5. 나는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이 등장해도 야당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라는 권력의 달콤한은 제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이 볼 수 있는 영역만 보게 된다. 여기서 야당의 역할은 대통령이 보지 못하는 지점을 보고 거기에 대해 직언을 하며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아는 정치사(史)에서는 그런 야당을 본 적이 없다(이 말은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의 여당도 야당 시절에 역할을 잘 했는지 돌이켜보면 "글쎄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랏말싸미'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야당(보수층)이 제 할말을 한다. 왕이 그것을 내버려두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여느 사극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권력을 가진 신하들이 뒤에서 음모를 꾸며서 중전을 독살하는 등의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이들의 싸움은 기이할 정도로 편전 안에서만 이뤄진다. 심지어 승려들이 사대문 안에서 행진할 때 개인 군대라도 동원해 막을 법 하지만 내버려두고 편전 안에서만 뭐라 한다. 이상할 정도로 모범적이다.

6. 이 모범적인 태도는 정치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갖춰야 할 덕목을 보여준다. 흔히 '혐오'라고 불리는 것,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을 경계하고 어떻게 해야 모범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데 영화의 상당 부분을 할해하고 있다. 심지어 세종과 신미가 나란히 선 마지막 장면은 이게 사극인가 싶을 정도지만 두 사람이 계속 자기 할 일만 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함께 해야 할 부분은 함께 하지만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는 정인지(최덕문)와 세종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세종을 도와 '칠정산내편'을 만든 정인지는 승려들을 끌어들여 한글을 창제하려는 세종의 의도에 격분하면서도 그를 돕는다. 다름을 인정하는 협업은 영화 속 곳곳에서 드러난다. 관객들은 이게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가장 당연한 형태이며 이상적인 모습이다.

7. '나랏말싸미'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진취적인 메시지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좋은 영화'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이 메시지(혹은 그 이상의 것)를 영화에 녹여내려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놓쳤다. '나랏말싸미'의 최고 단점은 '이야기가 심심하다'는 것이다. 큰 갈등도 없고 큰 감정변화도 없다. 이는 '보헤미안 랩소디'와 닮은 꼴이다. 다른 점이라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명곡들이 수를 놓는 반면 '나랏말싸미'는 메시지가 수를 놓는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관객에게 다가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간간히 개그를 치는 걸 보니 흥행 욕심은 있는 모양이다(감독의 의도인지 투자자의 강요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런데 그 개그조차도 마음에 안든다. 개그를 드러내고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더 힘을 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8. 결론: 요즘 국제정세는 차라리 '국뽕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하고 싶다. '나랏말싸미'는 좋은 국뽕영화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좋은 국뽕영화'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안 좋은 국뽕영화가 되느니 국뽕을 빼겠다"며 힘을 뺀 눈치다. 그런데 이야기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많지 않다. 훌륭한 메시지를 끄집어내기 위해 1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지루한 110분을 견뎌야 할 이유를 쉽게 찾기가 어렵다.


추신) 영화 속 안평대군(윤정일)과 수양대군(차래형)은 케미가 아주 좋다. 이 영화만 봐서는 나중에 수양이 안평을 죽인다는게 쉽게 와닿지 않는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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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빈 님의 리뷰
2019.07.22 23:04:07
한국 역사상 가장 감명 깊은 사건 중 하나를 가장 지루하게 풀어낸다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과 신미 스님이 훈민정음 창제를 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한글의 태생과 관련하여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다가 송강호와 박해일의 투톱 연기가 기대됐고, 지난 몇년 간 나온 사극 중 가장 훌륭한 작품 중 하나인 '사도'의 각본가였던 조철현 감독의 활약도 기대됐다. 하지만 '사도'의 장점은 완전히 사라지고 공허한 구멍만 남은 이 영화는 너무나도 밋밋했다.

가장 믿었던 부분인 연기는 역시나 가장 탄탄했던 부분이었다. 국민 배우 송강호가 연기를 잘한 점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묘사한 세종의 캐릭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늙고 노쇠하여, 이젠 몸이 열정을 못 감당하는 나이가 된 세종의 강단있는 추진력과 동시에 불안함도 많은 모습은 고뇌하는 리더상에서 '사도'에서도 보여준 송강호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감독도 송강호에 많이 의존하고 신뢰했는지, 송강호이 열연할 때에는 리버스 숏으로 컷을 안 하고 그대로 감정을 살리는 인상적인 원테이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전미선 배우와 함께 보여준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의 묘사였다. 한 나라의 왕과 왕비가 아닌, 정말 오랜 세월동안 함께 인생의 희로애락을 해온 두 부부처럼 묘사한 점은 굉장히 신선했으며, 아마 전미선 배우의 소헌왕후는 한국 사극의 중전 역할들 중 가장 인간미가 넘치는 캐릭터로 남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 못지 않게 활약이 돋보이며 가장 감정적인 순간들을 주도한 배우는 전미선이었고, 이 작품이 유작이 된 것은 그렇기에 더욱이 안타까웠다. 반면에 일부 조연들, 특히 스님들의 연기들이 전반적으로 조금 아쉬웠다. 예를 들어 어린 스님인 학조 역을 맡은 탕준상 배우의 발성과 발음은 너무 또박또박해서 어색했고, 궁녀 중 한 명인 금새록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는 내가 정말 안 좋아하는 전기 영화의 흔한 실수를 저지른다. 바로 영화를 중심 인물이 아닌 업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한글 창제가 어떤 과정과 원리로 이뤄졌냐에 대해서는 굉장히 자세히 묘사를 한다. 하지만 그 창제의 인간적 동력, 즉 인물들의 동기들에 대해서는 알맹이가 별로 없다. 세종대왕은 애민 정신으로, 신미 스님은 불교 정신으로 무장한 투사들로만 묘사되고, 인간미와 드라마가 거의 없다. 하나의 정치적, 역사적 상징으로만 존재할 뿐, 한 때 살아 숨쉬고 이 땅을 거닐던 한 명의 인간이자 인격체로서의 묘사는 거의 없다. 그나마 세종은 소헌왕후가 있어서 한 명의 남편으로서의 면모가 보였지, 그것마저 없었으면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특히나 신미 스님은 결국 영화 내내 한글 창제를 위해 돌진하는 기계에 불과하며, 그의 갈등은 오로지 지적인 고뇌와 세종과 가끔 있는 의견 충돌 외에는 거의 없다. 이 마네킹 같은 캐릭터 앞에서는 박해일도 배우로서 인상적인 연기를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결과 영화에는 흥미진진한 상황은 존재하지만, 그 상황의 흐름에 따라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나 관계는, 세종대왕-소헌왕후 외에는 없다. 요컨대, 영화는 한글 창제라는 대업적을 세운 인물들을 해석함으로써 그 업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업적을 통해 인물들을 설명하며 이들을 명석한 기계 부품으로 정도 밖에 취급하지 않는다.

사극답게 의상와 분장과 미술은 역시나 탁월했다. 특히나 미술과 소품을 통해 한글을 만들기 위해 씨름을 했던 고민의 흔적과 결과를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달파란 음악감독의 스코어도 상당히 좋았으며, 훈민정음을 조금씩 지어올리는 영화의 상승적 분위기를 굉장히 잘 살려줬다고 생각한다. 무용과 노래 등을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우리나라의 문화와의 조화를 표현한 점도 나름대로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전반적으로 '나랏말싸미'는 소재와 주연 배우의 힘으로 볼만한 수준은 된다. 송강호와 전미선 배우의 활약이 이 극 영화에 그나마의 "극"을 부여했고, 한글 창제와 신미 스님에 대한 내용도 이런 내용을 처음 들은 사람들에게는 "아 이런 해석도 있구나"하는 정도의 교육적인 면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캐릭터와 갈등의 부재는 결국 몰입감이 없는 밋밋한 사건의 연속이라는 결과를 나으며, 한국 역사상 가장 감명 깊은 사건 중 하나를 가장 지루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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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언 님의 리뷰
2019.07.19 00:20:20
나랏말싸미
CGV 용산에서 진행된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한글창제에 관한 여러 썰중 신미대사가 한글창제를 했다는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을 소재로 한 작품인지라 사실 관람전부터 내심 불안불안했는데 역시나 더군요.

영화 자체는 중간중간 피식거릴만한 씬들이 적절히 들어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드라이 한 분위기속에서도 나름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잘 해줬고 전체적으로 무난한 작품이었는데 워낙 내용이 픽션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만큼 허구로 가득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라 보면서 굉장히 불편했네요.

이 영화는 신미대사가 한글을 창제했다는 음모론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신미대사가 한글과 한자로 집필한 원각선종석보라는 불교고서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보다 8년정도 빠르다는 것이 그 주장의 핵심이었으나 이미 원종선종석보 자체가 위작이라고 밝혀진데다 서체의 시대도 맞지 않고 결정적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이 나오면서 이 음모론은 완전히 박살이 났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창제원리를 다른 사람이 제공했다(신미대사)는 식으로 끝도없이 음모론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태고 이 영화는 그 음모론을 근거로 만든 작품인지라 도무지 몰입이 안됐네요.

보는 시각에 따라 충분히 다른 해석이 될 수 있는 역사를 픽션으로 만든거라면 수긍하겠지만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는 음모론을 소재로 한 작품인지라 개인적으로는 주변에 추천하기 어려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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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군 님의 리뷰
2019.07.27 23:23:02
역사왜곡의 현장으로 놀러오세요♥︎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글을 온 백성에게 전파하고 팠던 '세종대왕(송강호)' 과 '산스크리트어' 의 달인인 '신미 스님(박해일)'이 만나, 한글을 창조했다는 이야기.





1443년, 한글을 창제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내용을 영화로 옮겼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로는 세종대왕님께서 1443년에 우리의 고유문자이며 표음문자인 한글을 만드셨고 1446년에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훈민정음'을 반포하셨다는게 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영화 나랏말싸미는 백성을 아끼기만 하여 '한글을 만들어야 겠다' 고 생각한 사람이 세종대왕이고 '한글이 지닌, 체계적이자 거의 모든 구조적 창제' 는 신미 스님이 완성했다는 데에서 역사왜곡 문제가 생겼다.



영화적 범주 안에서 봤을 때엔 백보 양보해서 상당히 창조적이고 판타지적인 발상일 수 있으나 한글을 만든 사람은 세종이 아니라 신미 스님 이라는 엄청난 무리수를 던지는 영화다. 조선왕조실록엔 신미에 대해 이렇게 적혀있다.



문종 즉위년 경오(1450) 4월6일(기묘), 영의정 하연 등과 신미의 관직 제수와 영응대군의 거처 등을 의논하다.


임금이 영의정 하연, 좌의정 황보인, 우의정 남지, 좌찬성 박종우, 우찬성 김종서 좌참찬 정분, 우참찬 정갑손을 불러 도승지 이사철에게 명령해 의논케 하기를, "대행왕(세종대왕)께서 병인년(1446: 훈민정음 반포년도)부터 비로소 신미의 이름을 들으셨는데, 금년(1450)에는 효령대군의 사제로 옮겨 거처해 정근할 때 불러 보시고 우대하신 것은 경들이 아는 바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훈민정음이 반포된 뒤인 1446년에야 '신미' 라는 이름을 알게된다. 신미의 이름은 실록에 총 66번 나온다. 처음 등장한 것은 세종 왕비 소헌왕후의 장례 기간인 1446년 5월 27일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단독 창제한 해는 1443년이고 세상을 떠난 해는 1450년이다. 따라서 신미 스님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거나 세종을 도왔다는 영화속 설정은 모두 거짓이자 허구다.



이런 빼도박도 못하는 역사적 사실을 감독의 말처럼,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 이라고 치부한다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빨갱이들의 폭동이요, 일본은 그 당시의 조선이 원해서 식민지화를 한게 맞을 수도 있게 된다. 심지어 영화를 시작할 때 '창제설' 운운하는 텍스트가 떡하니 박히는데 감독 스스로는 자막을 넣고싶지 않았단다. 나랏말싸미를 감독한 조철현 감독은 그냥 스님이 한글을 창제했다고 믿고싶어하는 아해 중 하나다(영화 나랏말싸미의 감독, 각본, 각색을 다 했다).



영화에서는 대중의 이런 시선을 의식했는지 자기변론도 스스로 한다. '훈민정음' 의 원래 이름이 '언문' 이라고 하는 것과 한글을 창조한 자신의 중요한 업적은 가린채, 집현전 학자들과 손을 잡고 훈민정음을 반포하려는 세종의 의중을 보고 신미 스님은 '왕인 당신의 입장이 그러하니 내 봐주겠소' 하는 태도다. 당시엔 유교 사상과 불교 사상이 맞붙어, '나라의 개' 취급 받던 한낱 스님이 한글을 창제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집현전 학자들과 만들었다고 해야 위신이 설테니 그렇게 후세에 알리라는 꼴이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정말이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영화다.



영화가 꼭 사실만을 말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역사의 아주 중요한 한 페이지를 가지고 이정도로 판타지 스럽게 주조해내는 재주가 있는 감독에게 sf영화의 시나리오와 감독직을 제안하고 싶다. 훌륭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을 데리고 무리수를 한사발 들이킨 괴작, 영화 나랏말싸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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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7 22:21:18
진중한 태도 속 불손한 마음
<나랏말싸미>는 이순신 장군과 함께 100년 이상을 사랑받고 있는 양대 산맥,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인 "훈민정음"의 첫 문장이다. 제목은 물론 예고편과 포스터 그리고 홍보 영상으로 보아 한글 창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은 한글을 사용하는 누구나 일말의 고민도 없이 하게 된다. 그렇지만 예상 외로 기우제를 지내는 세종에 이어 일본 승려들이 "팔만대장경" 원판을 가져가기 위해 담판 짓는 세종을 담은 장면으로 시작한다. 곧바로 시작해도 될 이야기에 연관성이 없는 장면을 넣은 이유는 '이 영화는 세종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라는 서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뭄과 흉작으로 고심하던 세종은 미루고 미루다가(후에 한 신하의 발언으로 밝혀진다) 기우제를 지내는데 행동과 표정은 대놓고 부정적인 모습으로 일관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른 콘텐츠에서 많이 본 총명하고 의욕 넘치는 성군의 자질은 보여주지 않는다. 어딘가 지쳐 보이고 예민한, 그래서 노쇠한 모습의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후 소헌왕후와의 대화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된다. 재위 이후 편찬해오던 서적들을 빗속에 던져 버리면서 신경질적으로 한탄하는 세종에게 소헌왕후는 신하들과 함께 의논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알량한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신하들을 믿지 않는 세종의 굳은 의지를 걱정스럽게 보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갈피를 잡지 못해 걱정하는 세종, 차분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행동하는 소헌왕후. 잠깐 등장하는 세종과 소헌왕후의 대화는 작품 내에 존재하는 갈등과 해결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려주는 선언과 다름없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종과 신하들이 모여있는 자리에 일본 승려 사절단이 방문하고, "팔만대장경" 원본을 요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미 일행을 일본 승려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보낸다.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인사를 단칼에 무시하고, 곧장 사절단 사이에 들어가서 독특한 언어 - 아마 산스크리트어로 담판 짓는다. 담판을 마무리하고 궁궐 안으로 들어온 신미 일행은 세종과 소헌왕후를 보고서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세종은 이에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자 "개가 사람에게 인사하는 거 봤습니까?"라는 답이 돌아온다. 자신을 개라 칭한 이유는 불교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개 취급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에 세종은 흥미를 느끼고, 사절단과의 담판에 대해 이야기하다 산스크리트어와 소리 문자로 주제가 옮겨진다. 이를 계기로 한 나라의 임금과 한 나라의 승려가 만나 하나의 문자를 창조하는 첫걸음을 떼게 된다. 이 장면에서 신미는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학자이자 권력에 굽히지 않는 강단과 소신을 지닌 인물임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더불어 조선 시대, 적어도 세종이 즉위하는 시대는 불교는 천시되고, 유교가 활발했음을 팔만대장경을 대하는 신하의 반응과 세종에 대한 신미의 행동으로 분명하게 알려준다.


초반 10여 분의 장면들에서 보이는 인물의 성격과 갈등 양상은 좋게 말하면 분명하게, 나쁘게 말하면 노골적이다. 이는 후반 소헌왕후의 죽음을 기점으로 다시 반복되면서 더 명확하고 강하게 전달한다. 초반과 후반 사이에 한글 창제 과정이 구성되어 있으나 상대적으로 의기소침한 분위기를 풍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애초에 관심이 없었는가 싶다. 산스크리트어에서 한글로 넘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여 이해시키기보다 사지선다 시험에서 원리는 중요하지 않으니 그냥 외우기만 하면 된다는 선생의 태도로 일관한다. 그러다 보니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 세종과 신미는 물론이고 수양대군과 안평대군, 승려들과 궁녀까지 새로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말하지만 정작 관객은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거기에 재미에 'ㅈ'자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웃음 요소(궁궐 마당 모랫바닥에 쓰인 'ㅋㅋㅋ'가 절정), 한없이 진지하기만 한 국사 수업을 듣는 듯한 경직성이 더해져 집중하기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진중한 태도가 불손한 의도를 포장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점이다. 특정 매체의 인터뷰에서 감독이 보여준 태도는 "확신"이었고, 이는 영화 속 신미가 가진 강단과 소신 그대로다. 다른 점은 신미의 태도는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 올바름인데 비해 감독의 태도는 특정 종교가 주장하는 거짓을 설파하기 위한 그릇된 신념이라는 점이다.


훈민정음 반포를 권하는 어명을 아무 말도 없이 단칼에 거부하는 신하들, "역모에 몰려 사형당한 자의 자식을 왕후로 삼으니 좋습니까?"라고 역린을 건드리는 신미 그리고 "두 졸장부 - 세종과 신미"를 다시 모이게 한 "대장부 - 소헌왕후" 등의 상황들은 신분이 명확하고, 임금과 신하의 위계가 분명한 조선시대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라 좋게, 아주 많이 봐줘서 이해할 수 있다. 지루한 다큐멘터리 같은 완성도와 별개로 도입부에 밝힌 대로 한글 창제에 관한 가설 중 하나를 영화화한 것에서 멈추었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특정 매체의 인터뷰와 불교계의 반응으로 불손한 마음을 드러냈으니 경계할 수밖에 없다. <나랏말싸미>에서 가장 큰 잘못은 불손한 마음을 진중한 태도로 감추었다는 것이다. 위선 떨지 말라는 신미의 말을 감독에게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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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 님의 리뷰
2019.07.27 15:02:13
이건 언어학 차원에서 분개하고 일어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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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님의 리뷰
2019.07.25 16:52:11
[ 나랏말싸미 ] 후기 - 누군가의 유작이, 역사 왜곡이 되어버렸다.
극장가 성수기 시즌 사극영화가 빠질 수 없는데, 이번 여름 시즌에도
섭섭하지 않게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관한 영화로 <나랏말싸미>가
우리의 곁을 찾아왔다. 드라마를 애청했던 분들에게는 세종(=이도) 하면 떠오르는 한석규의 <뿌리깊은 나무>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랑 소재 하나 빼고는 어떤 연결고리 하나조차
없지만, 드라마가 워낙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영화도 큰 기대감을
품고 보게 되었다.

* 해당 부분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역사를 새롭게 보는 시도는 좋았지만, 의도가 불순했다.

훈민정음 창제 미스터리로 3가지의 가설이 있다고 한다.
1) 세종대왕 단독창제 2) 집현전 학자들과 공동창제 3) 제3의
인물 협력창제설 이번 <나랏말싸미> 에서는 '제3의 인물 협력 창제설'로 훈민정음과 세종대왕에 대해 철저히 가설에 근거하여 접근
하였다. 영화에서는 제3의 인물로 '신미 스님'을 지칭하였고, 신미 스님이 한글을 어떻게 탄생시키고 만들어가는지 과정을 보여줬다.
제3의 인물 가설이 있으니깐 왜 이런 가설이 생겼는지에 대해 영화로 해석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어디까지나 가설에 관해서 설명해주는 것이니깐! 영화 오프닝에서도 해당 영화는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의 가설로 만들어졌다'라는 식으로 영화에 관해 설명
해주는 자막으로 영화 창작 의도를 설명해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기자간담회에서 감독의 발언이었다.
영화 오프닝에서 나온 문구 내용에 대해서 "감독으로서 알리고
싶지 않은 문구였지만,역사의 판단은 대중들의 판단과 몫이라 문구를 넣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해당 발언은 감독 자신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아닌 신미 스님의 훈민정음이 맞다 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다.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제작사나 배급사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설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과 뭐가 다른가?
애당초 제작 의도는 신미 스님의 훈민정음인것을….

■ 논란 속에서도 영화의 완성도는 좋다.

시사회 후기들이 대부분 묵직한 분위기라고 하여, 지루해지거나 어려운 영화일 줄 알았으나,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영화의 스릴감을 불어넣어 전혀 느리게 흘러가지 않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박해일 - 송강호 - 故전미선 믿고 보는 3인 파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가 빨린다고 해야 하나? 스크린에서 눈을 못 떼도록
쉴 틈 없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된 배경부터
과정 그리고 결말까지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라인은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 법한데, 이런 부분을 의식한 듯이 창제
과정에서 배우들 간의 삼파전 연기대결을 선보이면서 스릴감과 속도감을 높여 다큐멘터리가 아닌 상업영화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였다. 감독의 발언만 아니었다면, 가설영화로서는 상당히 완성도 있는 영화로서 호평과 극찬을 하였을 것인데, 그저 허망함과 배신감이 들게
된다.

■ 아름다웠고 빛이 났던 故 전미선 배우님

6월 말 안방극장과 스크린 그리고 공연까지 다재다능한 연기력으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던 전미선 배우님이 하루아침에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되어 너무나 충격이었다.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 및 프로그램 인터뷰 영상에서 해맑게 웃으면서 인터뷰를 하셨는데, 더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 한없이 아쉽다.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린 <나랏말싸미> 가 천만 관객까지는 아니더라도 손익분기점이 넘어 흥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는데, 역사 왜곡 작품이라는 오명으로 남게
되어 안타까울 뿐이다. 부디, 이승에서 힘들었던 것들을 모두 내려
놓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아름답고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故 전미선 배우님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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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mon 님의 리뷰
2019.07.25 13:09:29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를 둘러싼 여러 가설 중 하나를 영화로 풀어낸 작품이다. 문제는 학계 정설을 무시했다는 것보다 잘못된 증거로 폐기된 가설을 특정 종교를 향한 사랑과 결부시켜 일종의 팬픽션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또한, 만약 신미 스님 창제설이 폐기되지 않은 가설이라고 가정한다 해도, 영화는 불교를 향한 사랑과 세종을 제거해버릴 정도로 지나치게 커진 소헌왕후의 전사 때문에 이미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설민석 강사나 강민성 강사가 개봉 전에 나서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볼 때 <나랏말싸미>의 수준을 미리 유추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끝으로 신미 스님 창제설에 슬쩍 숟가락을 얹는 불교계 인사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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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4 23:14:26
야사를 정사처럼 다루는 '불쾌한 골짜기'
벌써 중복도 지나고, 각 회사의 자존심을 건 한국 텐트폴 영화들이 하나둘 공개되는 걸 보면 여름은 여름인가보다. <나랏말싸미>는 이런 여름 성수기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영화다. <사도>로 호흡을 맞췄던 조철현 감독과 송강호가 이번에는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라는 소재로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사실 여름 시장에 맞지 않는 무거운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끌릴 만한 내용과 송강호와 박해일이라는 든든한 투톱은 시기를 막론하고 흥행할 만한 카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랏말싸미>는 야사를 정사처럼 그려내며,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만 안겨주며 제 꾀에 제가 넘어가고 만다.

<나랏말싸미>라는 영화를 처음 접하면 누구나 품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 바로 왜 한글을 다루는 영화인데도 한글날이 아니라 굳이 여름 시장에 이 영화를 꺼냈을까 라는 질문이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이 답을 가지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신미 스님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한낮 야사에 불과한 이야기를 굉장히 진지한 톤으로 그려낸다. 개봉과 동시에 영화의 역사왜곡에 대한 이야기가 슬슬 나오는 판국에, 만약 한글날에 개봉했다면 뒷감당이 안 될 만큼 엄청난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시작부터 한글 창제에 대한 가설들 중 하나를 바탕으로 만들었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유독 이 영화에 반감이 드는 이유는, <미인도>나 <광해 : 왕이 된 남자>처럼 설정만 비튼 팩션이 아니라, 마치 자신들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진짜인 것처럼 묘사하는 진지한 태도 때문이다.

영화는 세종대왕의 조력자로 신미 스님이 활약한 것이 아니라, 신미 스님의 주도적인 지휘 아래, 아니 엄청난 하드 캐리로 한글이 창제된 것처럼 그린다. 게다가 당장 훈민정음 해례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한글 창제 원리는 많이 헐거워 보인다. 과학적으로 시작하나 싶더니, 곧 우연과 재치로 한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저게 경복궁에서 창틀보고 한글 만들었다는 무허가 조선족 가이드들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을 정도다. 그리고 <나랏말싸미> 속 세종은 무르다 못해 무능해 보일 지경이고, 신미 스님은 까칠하다 못해 간이 배 밖에 나온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건방지다. 세종 바로 이전 왕인 태종이 어떤 왕인지만 떠올려봐도 신미 스님과 신하들의 태도는 영화적 허용이라고 하기에도 선을 많이 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역사왜곡보다 더 아쉬운 건, 이 황당한 가설을 제외하곤 영화에 그리 남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세종과 신미 두 사람이 한글을 창제하는 동기가 잘 와 닿지 않는다. 각자 애민정신과 불교 정신을 계속 되뇌나, 두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깊은 고뇌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세종은 소헌왕후가 옆에 있었기에 다른 면모를 조금 엿볼 수 있었지만, 신미 스님의 딱딱한 모습은 끝내 영화의 가설 마냥 그리 큰 설득력과 이해를 안겨주지 못한다. 이처럼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에 대한 흥미로운 야사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며 어설픈 웃음과 설익은 감정만을 남긴 채, 왜곡에 대한 불편함에 대해서 곱씹게만 만들 뿐이다.

세종대왕은 이순신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고 또 가장 잘 알려진 위인들인데, <나랏말싸미>는 어쩌면 한국사에서 건들면 안되는 역린을 건드려서 더 화를 자초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국뽕으로 풀어도 모자랄 판국에, 세종대왕의 업적을 깎아내리면서 무리하게 야사를 메인으로 집어넣은 <나랏말싸미>의 시도는 실패로 보인다. 교육용 영화로는 비교육적이고, 오락 영화로는 지루한 <나랏말싸미>과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지 내심 기대가 되긴 한다. 그리고 올해 세종대왕님은 <천문 : 하늘에 묻는다>로 다시 한번 스크린 나들이를 할 예정인데, 이 영화는 또 어떤 평가를 받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P.S. - 이러다 '사실은 정의공주가 한글 만들었다'라는 영화가 나오는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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