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딜릴리> 19세기 파리를 여행한 기분
'우디 앨런'은 <미드 나잇 인 파리>에서 아름다운 시절이란 의미의 '벨 에포크'시대를 찬양한 바 있습니다. 에펠탑이 처음 세워졌으며, 가난한 화가들이 모여들던 몽마르뜨, 화려하고 우아한 복식과 오브제, 물랭루주의 캉캉춤이 낭만적이었던 시대. '파리'는 전 세계의 예술가들 탐내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개인적으로 '파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라 '파리' 배경 영화면 장르 구분 없이 무조건 챙겨 봅니다. (영화가 엉망이거나 취향에 맞지 않아도 파리를 스크린에서 다시 봤다는 건만으로도 건진) <파리의 딜릴리>에서 나오는 곳곳이 또 행복했던 기억을 소환하는 입가에 미소가 한 가득했던 영화였죠.
예술의 황금기 벨 에포크 시대, 여자아이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연이은 유괴 사건의 공포와 긴장감이 이어지며 사랑스러운 소녀 '딜릴리'와 소년 배달부 '오렐'은 파리 곳곳을 누빕니다. 딜릴리는 아프리카 카나키에서부터 몰래 배에 숨어들어 파리에 왔으며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싶다 말합니다. 그렇게 소녀와 소년을 파리를 누비며 관객을 안내합니다.
영화 <파리의 딜릴리>는 '미셸 오슬로가' 19세기 벨 에포크 시대(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파리로 보내는 러브 레터입니다. 이 영화를 위해 4년 동안 파리에서 촬영했으며 직접 찍은 사진 위에 그림을 그려 2D 느낌의 독특한 애니메이션이 탄생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는 만큼 보인다! 19세기 파리로 몰려든 문화예술계의 핵인싸 100명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리 퀴리, 카미유 클로델, 사라 베르나르,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엠마 칼베, 루이즈 미셸, 수잔 발라동 등 여성 인사부터 알폰스 무하, 앙리 드 툴르즈 로트레크, 모네, 피카소, 마티스, 고갱, 르누아르, 로댕, 파스퇴르, 드뷔시, 마르셀 프루스트 등 유명인을 만나 조언과 영감,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파리의 딜릴리>는 익숙함 속에 느끼는 이질감을 찾는 재미입니다. 파리는 아름다움 외피에 더럽고 추악한 속내를 가진 이중적인 도시입니다. 이를 위해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 속에 지하 하수도와 몽마르뜨 위의 세탁선, 악마의 방앗간을 보여주는 이유죠. 피부색이 다른 딜릴리의 또박또박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딜릴리를 내세워 보통, 일반, 정상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만연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시대. 인권에 대한 메시지는 남성과 여성, 서로 다른 차이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사회적 합의가 애니메이션과 OST 속에서 서걱거리지 않습니다. 또한 흑인이자 여성인 소수자 딜릴리와 딜릴리를 돕는 여성 인사들의 활약과 여성 서사가 빛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덧, <파리의 딜릴리>가 좋았다면 프랑스의 색감을 살린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아멜리에>, <마담 프로스트의 비밀정원>과 최근 개봉한 <콜레트>를 찾아보시는 건 어떤가요?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