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Birthday)
드라마 / 2018

개요
드라마, 한국, 120분, 전체 관람가, 2019.04.03 개봉
감독
이종언
배우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김수진
이봉련
박종환
권소현
성유빈
탕준상
최현진
김계선
선욱현
김현
신문성
윤영
신운섭
신미영
박윤호
소희정
신안진
정종준
시놉시스
"2014년 4월 이후...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 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정일'과 '순남'의 가족. 어김없이 올해도 아들의 생일이 돌아오고, 가족들의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 가족과 친구들은 함께 모여 서로가 간직했던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기로 하는데..

1년에 단 하루. 널 위해, 우리 모두가 다시 만나는 날.

"영원히 널 잊지 않을게."
98.61%
3.64점
키노라이트 분포
1개
71개
별점 분포
리뷰
50

2019.03.19 00:24:58
'생일' 간단 리뷰
1. 정신과 치료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트라우마(혹은 공포증)를 치료하는 과정 중 트라우마 대상과 정면으로 맞닥드리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높은 곳에 매달아두고 닭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양계장에 가둬두는 식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대단히 무식하고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그럭저럭 효과는 있어보인다. 실제로 내 경우에는 어두운 곳을 무서워 했었다. 가로등이 있는 골목길을 지나가더라도 가로등의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을 쳐다보는 것이 무서웠다. 다행히 시골 할머니집에 가서 밤에 화장실을 갈 때 이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 화장실을 가지 않으면 요강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어둠을 이기며 화장실로 향했다.

2. 물론 영화 '생일'은 밤중에 화장실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이 영화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치유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세월호 사건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사건을 겪고 마음을 닫아버린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다. 우선 이 이야기는 순남(전도연)과 정일(설경구)의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순남과 정일은 세월호 사건으로 아들을 잃었고 어린 딸 예솔(김보민)은 하나 뿐인 오빠를 잃었다. 세월호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모든 사람들이 슬프고 아프겠지만 순남의 경우는 그 아픔이 더욱 크다. 해외로 일을 나간 정일은 아들이 사고를 당할 당시 현지 사정으로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사건은 온전히 순남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3. 그 때문에 둘의 관계는 틀어졌다. 순남은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마음을 닫아버렸다. 순남은 아들을 잃은 아픔을 혼자 견디는 과정에서 아들 자체가 트라우마가 돼버렸다. 아픔을 나눌 최소한의 단위인 가족(=남편)이라도 있었다면 조금 상쇄됐을지도 모르지만 혼자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고름과 함께 순남의 가슴 속에 남아버렸다. 특히 사건 당일 전화를 받지 못했고 좋은 운동화 하나 사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남아 트라우마는 더욱 커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지만 그 존재 자체가 떠올리기 싫은 고통이 되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래서 순남에게 남편과 딸의 얼굴, 혹은 아들 친구와 이웃 사람의 얼굴은 아들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된다. 그래서 순남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4. '생일'은 순남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다. 마음의 문을 닫고 모질게 대했던 사람들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것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다. 이 지점에서 전도연의 연기는 가히 놀라울 지경이다. 사실 '생일'은 버릴 배우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예솔이를 연기한 김보민 양 조차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앞서 강조한대로 이 영화는 순남이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다. 문이 열릴 때는 각도나 거리가 존재한다. 여닫이 문으로 예를 들면 5도, 10도, 15도…로 점점 벌어지면서 문이 열린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순남이 마음의 문을 여는 각도가 촘촘하게 보인다. 그런데 쉽게 생각해보면, 그 각도를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영화 촬영을 시간순서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연극처럼 배우가 감정을 끌어올리기 좋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전도연은 대단한 연기를 보여준 것이다(원래 대단한 배우다).

5. 아마 혹자들은 순남의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정일과 예솔을 포함한 주변인들 역시 순남의 감정을 읽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온전하게 읽을 수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는 누군가의 각본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순남은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함이 화내고 나중에 후회하는 변덕으로 드러난다. 이야기에서 감정을 쉽게 읽을 수 없는 캐릭터가 잘 짜여진 캐릭터라는 확신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순남의 속을 내가 온전히 알 수 없어서 이야기를 사려깊게 썼다는 확신이 들었다.

6. 순남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끝에 이르러 정일을 향한다. 영화 내내 순남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다가가려고 노력한 정일은 끝에 가서야 아들 잃은 아버지의 울음을 터트린다. '응답하라1988'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덕선(혜리)이 할머니의 장례식에 갔을 때 아버지(성동일)가 해맑은 모습을 보고 속상함과 화남을 느끼는 장면이다. 그러다 멀리 살던 형제들이 모두 모이고, 그제서야 아버지는 어미 잃은 아들의 울음을 터트린다. 아버지는 늘 바쁘다. 외국으로 돈을 벌러 떠나서 바쁘고 한국에서는 그동안 돌보지 못한 아내와 딸을 돌보느라 바쁘다. 그리고 장례식에서는 손님들 챙기고 어미를 무사히 보내드리느라 바쁘다. 쉽게 무너질 수 없었던 정일은 아들의 생일파티에서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울음을 터트린다. 혼자 짊어질 짐이 아님을 느낀 것이다.

7. 영화 내내 눈물 마를 날이 없던 순남은 이때서야 울음을 멈추고 정일을 다독인다. 사고가 있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순남은 그제서야 함께 울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혼자가 아님'을 느꼈기 때문이다. 유가족 모임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울고 있을때 순남과 정일 모두 짐을 조금은 내려놓게 됐다. 순남에게는 아들 그 자체가 트라우마다. 떠올리지 않을 수 없지만 떠올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 때문에 주변 모든 사람도 트라우마의 대상이 됐다(이는 순남을 피한 아들의 친구와도 같은 마음이다). 결국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를 사람으로 극복한 것이다. 같은 결핍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위로가 되고 있다. 영화 '생일'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지점이다.

8 이 영화가 세월호 사건으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전시하듯 사건을 보여주는 일은 애시당초 지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이 겪은 몇 개의 사건을 더 알고 있다. 제발 진실을 찾게 도와달라는 절규를 외면하는 정치인들, 이제 그만하라는 시민들, 단식투쟁하는 앞에서 폭식투쟁을 일삼는 세력들. 세월호 유가족이 걸어온 길은 이 영화보다 훨씬 더 처참하다. 영화는 그것조차도 전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누군가의 말대로 이 영화는 '판타지'다. 출연배우가 무대인사에서 실제 유가족들의 말을 전한 것처럼 "저런 이웃이 어디있냐". 이 영화는 상처를 전시해서 눈물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상처와 아픔을 닫을 수 있는 최대한 닫은채 눈물을 이끈다. 그런데 그것조차 대단히 슬프다.

9 그래서 이 영화는 신파의 법칙도 외면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신파영화라면 전반부에 유쾌하다가 후반부에 무너뜨리는 식이다(ex: '편지', '약속' 등). 그런데 '생일'은 시작부터 가라 앉아있다. 그럼에도 생일파티의 눈물을 폭발적이다. 이것은 영화의 힘이 아닌 실화의 힘이다. 사건 자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없이 가라앉아 있어도 더 가라앉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연출이 한 게 없다는 말은 아니다. 불과 5년전 사건이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가져다 극영화로 만들 자격을 얻은 것 자체가 이 영화는 큰 일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자격을 얻었기에 이 이야기는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10. 결론: 나는 어디가서 늘 "난 울라고 등 떠미는 영화 보면 절대 안 울어"라고 말한다. 이 얘기를 조금 거창하게 풀어보면 "지금의 삶이 만족스런 사람은 슬픈 영화를 보고 울지만 지금의 삶이 불행한 사람은 행복한 영화를 보고 운다"는 말이다. 나는 삶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 행복한 영화를 보고 울어버리는 편이다. 영화 '생일'은 말할 수 없는 상실이 가슴을 후벼파는 슬픈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볼 때 나는 어금니 꽉 깨물고 눈물을 참았다. 아마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에 비하면 나는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여긴 것 같다. 내가 이 영화를 본 2019년 3월 18일은 서울 광화문을 수년간 지키던 세월호 천막이 철거된 날이다. 지나친 이상인지 모르겠지만 상처받고 생채기가 내려앉은 모든 사람들이 사람 안에서 위로받을 수 있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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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알못 님의 리뷰
2019.03.18 21:16:56
뺨 위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서로 닦아주며.
상업영화로선 아직 조심스러운 소재, 그러나 ‘생일’을 보고나면 그 우려를 덜어놓아도 좋다. 다른 의미에서 ‘1987’과 같은 뜨거움을 안겨준다.

영화시점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2년 후, 주인공은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다. ‘생일’이 인상깊었던 건, 단순히 눈물자극을 위해 억지로 끼워맞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있으면서 가족과 추억이 없는 정일의 미안한 감정과 아들을 잃은 슬픔을 여전히 간직한 수남의 감정을 한 단계 한 단계 그려나갔다. 그에 맞춰 설경구와 전도연의 연기력이 더해져 몰입도와 공감대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또다른 슬픔을 안고 있는 유가족과 유가족과 부대끼며 살고 있는 이웃들, 그리고 극적으로 생존한 생존자들 모두 놓치지 않고 담아내는 게 인상적이다. 그래서 그저 흐름만 따라가고 있을 뿐인데, 작은 장면에서부터 자연스러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도 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

‘생일’에서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은 후반부 30분 롱테이크로 촬영한 장면이다. 뜨거운 폭풍눈물이 쏟아지면서 동시에 모든 이들의 하나의 연대로 묶는 결정적인 장면인데, 각자 안고 있는 아픔이나 트라우마와 마주하며 한 단계 극복하는 과정으로 작용한다. 극 중 설경구&전도연이 흘리는 눈물과 감정에 가장 근접히 몰입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와 연관된 사회 문제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명한다. 생존자 장학금 이슈, 유가족 보상금 문제, 희생자들을 기리는 교실 기념 문제와 이를 바라보는 온도 차이도 드러나는데 결코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까지 던져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생일’은 상업영화임에도 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예의를 갖추며 동시에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불편함이 아닌 뜨거운 눈물과 연대를 안겨준다.

-2019년 3월 18일 ‘생일’ 언론/배급 시사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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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군 님의 리뷰
2019.04.07 21:35:07
전도연과 설경구의 얼굴, 그리고 세월호
2014년 4월 16일, 하루 아침에 아들을 잃은 '순남(전도연)' 은 살아가고 있지만 살아가고 있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아들이었던 '수호(윤찬영)' 의 동생인 '예솔(김보민)' 에게 화를내고 홀대하고 거의 없는 아이 취급하기도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예솔을 감싸안으며 살고있다. 순남의 남편이자 수호의 아버지인 '정일(설경구)' 은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남편도 될 수 없고 아빠도 될 수 없다. 그 날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에게 건네는 사려깊은 위로같은 영화.





영화 생일은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가정을 그린 영화다. 아버지는 베트남에 가서 돈을 버시느라 몇 년째 못 본 상태고 혼자 남은 엄마와 이제 초등학교를 들어간 여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신념 아래 수호는 늘 밝고 긍정적이고 힘차게 살아간다. 엄마를 '엄마' 대신 '박순남씨~' 라고 부르던 해맑은 아이는 아빠가 없는 엄마에게 언제나 애인같은 아들이었고 듬직한 남편 같은 아들이었다. 그렇게 아들을 떠나보내고 얼마 뒤 나라와 학교는 '이제 그만 잊자' 며 사라진 아이들의 책상을 빼고 교실을 치우자고 한다. 어떻게 산정됐는지 관심도 없는 아이들의 몸값을 건네주겠다며 '이제 그만 잊자' 고 한다.

3년만에 한국에 들어와, 아들의 사고 소식 때에도 와볼 수 없었던 아빠는 참담한 심정을 애써 꾹꾹 누르며 살아간다. 관심 없는 척, 괜찮은 척 아내를 대하려 하지만 순남은 그런 남편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거실에서 아들을 기다리며 자버릇하는게 습관이 된 순남은 현관의 센서등이 켜지면 아들이 온 줄 알고 밤마다 잠이 깬다. 그런 엄마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예솔과 정일은 순남의 슬픔을 섣불리 위로할 수 없는 슬픔에 하루하루 지쳐간다.



그리고 어느날부터 희생자 아이들의 '생일' 때 자식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학부모들끼리 만나 아이들의 생일을 해주자며 모이기 시작한다. 같은 배에 타고 있다 졸지에 '생존자' 가 되어버린 자녀들의 친구들부터 서로가 기억하는 아이들의 모습들, 그리고 희생된 아이의 부모가 남긴 자식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나누며 슬픔과 아픔, 그리움을 공유한다. 그런 행위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애초에 희생자 부모 모임에도 나가지 않던 순남은 자식들의 죽음에 애써 태연하려고 하는 그네들의 정신머리가 이해하지 못해, 수호의 생일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남편과 주위 사람들의 끈질긴 권유로 겨우겨우 수호의 생일을 하게된다. 풋풋한 아들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정신병원 신세까지 지게된 순남이었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수호의 생전 모습을 기리는 생일 자리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아들을 그리워한다.





전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아버린 세월호 참사였지만 '지겹다',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이냐', '천안함 국군 장병들은 추모 안하냐' 라고 윽박지르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는 세월호를 정치에 써먹어가며 비열하게 굴고 있고 누구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꺼내기를 거부한다. 영화 생일은 그런 사람들에게 '왜 아직도 그리워 해야 하는가' 라는 답을 보여주는 영화다. 차라리 죽는게 나을 정도로 힘든 삶이라면, 살아가는 의미가 자체가 없는 삶이라면, 그래도 그래도 살아야 하는 삶이라면 과연 누가 제정신을 부여잡고 살아갈 수 있을까. 세월호에서 죽은 아이들의 부모들은 가슴 한켠에 무거운 추를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일게다. 아이의 시신을 수습한 부모든, 그렇지 못한 부모든.



영화 생일에서 전도연은 거의 절반 정도 미쳐버린 엄마의 역할을 너무 절절히 표현한다. 아들 나이 또래의 아이들만 보면 아들이 생각나고 밤이면 야자가 끝나고 늦게 들어오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늘 현관문을 본다. 영화에서 거의 자주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무심히 일을 하던지 집안일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사 하나 없이 표정만으로 어쩜 그런 감정을 그려내는지. 괜히 전도연이 아니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연기를 보여준다. 거기에 더 대단한 건 아빠 역을 맡은 설경구의 끝까지 참으며 오열하는 씬이다. 영화 전체에서 정일은 아들에 대한 감정이 거의 없는 식으로 표현된다. 그렇다고 순남에게 무조건적으로 위로를 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하게 아내 옆에서 살아간다. 그런 정일이 수호의 생일에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한 번에 폭발시켜버리는데, 정일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 맞게 감정을 끝까지 최대한 꾹꾹 눌러가며 울음을 터뜨리는 연기를 보여주는 설경구를 보면서 진짜 연기로는 깔게 없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순남이 가슴과 머리에 떠오르는 감정을 그대로 내지르는 캐릭터라면 정일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절제하는 캐릭터인데 두 배우 모두 말이 안나올 정도로 연기를 잘해, 영화의 후반에 가서는 극장에 있던 거의 모든 관객들이 눈물바다가 되는 진풍경을 낳는 영화다.





마지막으로 수호의 여동생 역할을 맡은 김보민 배우의 발견은 미래가 촉망되는 아역배우의 희망이다. 오빠를 잊지 못하며 살아가는 엄마에게 무심코 홀대받는 둘째인데도 그저 엄마를 바라만 본다. 이유없이 자신을 혼내고 때리는 엄마에게 원망섞인 말을 할 법도 한데 그냥 엄마가 하는 모든 것들을 받아준다. 거의 없는 자식 취급하는 엄마인데도 그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아는지 어린이의 태도라곤 전혀 보여지지 않는 어려운 연기를 정말 잘 해냈다. 김보민 배우의 이런 연기 덕분에 그저그런 코믹하고 휘발력 짙은 화제성 아역배우들보다 그녀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지금도 세월호를 떠올려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참 살만한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든다. 참사가 일어난지 5년이나 지난 지금도 세월호 침몰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 여러 바퀴벌레 같은 종자들은 세월호로 자기들 잇속을 꾸준히 채웠고 이제는 누구도 관심갖지 않는, 철지난 이슈가 되버어렸다. 끝끝내 돌아오지 못한 다섯 명의 넋은 누가 달래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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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님의 리뷰
2019.03.19 16:20:47
관람이 망설여지는 분들께...
세월호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아직은 시기상조 아닌가 싶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런 국가적 비극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인 올해, 많은 분들에게 기억되어야 할
진정성 있고 조심스러운 애도를 담은 치유의 영화입니다

영화는 세월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당시 사건을 재연한다든가, 선체 인양 과정을 보여준다든가, 정치 성향을 드러낸다든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아픔을 달래고 삶을 견디며 살고 있는지 보여줄 뿐입니다
대부분 유가족들을 그리고 있지만, 여기엔 친구들, 이웃들, 생존자들, 그리고 관계가 없는 사람들까지 포함됩니다

너무 무겁지 않을까, 또는 심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관람이 망설여지는 분들께...
무겁고 심적으로 힘든 영화라는 말씀을 우선 드립니다
배우들도 정말 고생이 많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렇지만 <생일>은 정말 강력한 위로를 담은 힘 있는 영화입니다
슬픔은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수록 더욱 좋아질 수 있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복했던 시절 속 작은 기억들의 조각을 모아 생기를 불어넣는 추모
저 또한 눈시울이 붉어져 정말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유가족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없었다면 만들지 못했을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치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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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8 22:49:03
아프다고 가리고 숨기면 오히려 덧난다. 아무렇지 않은 게 이상한거다. 신파라고 단정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작과정도, 영화도, 함의도 정중하고 엄숙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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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17:16:59
그날 이후, 우리는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by 영화 읽어주는 남자

세월호 참사는 이번 세기에 있었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고, 이는 그날을 목격한 이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변화시켰다. 그날의 기억은 하나의 근원처럼 곳곳에서 소환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사건이 다른 대형 사고들과 가장 달랐던 건, 누군가의 죽음을 많은 국민이 동시에 목격했다는 데 있다. 미디어를 통해 모두가 배가 서서히 잠기는 모습, 희망과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걸 보고 있었다. 그 잠식하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 무기력했던 산 자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순간을 견뎠고, 이는 훗날 모두의 트라우마로 돌아왔다.

이 사건을 소환하는 <생일>은 마주하기 힘든 영화다. 객석에 앉기까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며,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아픈 영화다. 국내 평점 사이트 키노라이츠에서 95.2%라는 높은 지수를 기록 중인 <생일>은 세월호 사건 이후 남겨진 이들의 시간을 따라간다. 카메라는 세월호 희생자 수호(윤찬영)의 가족, 친척, 이웃, 그리고 친구들을 담으며 그 사건과 수호의 부재가 만든 일상의 균열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엔 수호의 기억과 흔적이 묻어 있고, 영화 속 모든 인물은 떠도는 망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의 부재는 현실에 큰 공백을 만들 것 같지만, 오히려 부재한 자의 환영은 모든 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남겨진 자는 어디에서든 그의 부재를 인지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수호는 없지만, 엄마인 순남(전도연)은 수호의 방을 그의 물건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아직도 수호의 새 옷을 사오는 등 그녀는 아들의 부재를 그의 물건으로 대신하려 한다. 수호의 동생 예솔(김보민)은 좋아하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맘 편히 다 먹지 못한다. 일부는 수호의 것이라며, 늘 오빠를 챙기고 있다. 여전히 그의 몫을 두는 것, <생일>의 가족은 망자를 그렇게 붙잡고 있다. 수호의 친구들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떠난 자를 기억한다. 그들은 수호의 공간에 머물며, 수호가 하던 행동을 한다. 그들은 수호 대신 살아남았다 생각하고, 그처럼 살면서 떠나간 친구의 삶을 연장시키고 있다. 그렇게 <생일>은 떠난 이와 이어지려는 살아있는 자들의 발버둥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타인의 일로 머물 수도 있던 <생일>은 전도연과 설경구의 얼굴을 경유하며, 모두가 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두 배우의 연기는 유족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하며, 관객을 큰 감동으로 안내한다. 순남과 정일(설경구)이 세월호 이후의 시간을 견디는 방법은 사뭇 다른데, 순남은 수호가 여전히 있다는 듯 행동하고, 감정의 변화가 크며 이를 잘 숨기지도 못한다. 이와 비교해 정일은 무심하게 아들의 죽음을 잊은 듯하면서도, 홀로 아들과의 추억을 마주할 때면 갇혀 있던 감정을 폭발시킨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버티고, 시간을 흘려 보내는 가족을 통해 <생일>은 세월호 사건이 모두에게 상처를 안겼고,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견디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들의 쓰라린 일상을 비추며, 그날 바다엔 피해자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인생 일부도 가라앉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영화의 가장 뜨거운 장면은 마지막 생일 파티 장면이다. 죽은 수호의 기억과 함께 살아왔던 이들이 결국엔, 그를 산 자의 자리로 데려와 쌓였던 감정을 모두 쏟아낸다. 따뜻함 속에 슬픔이 있고, 이를 통해 다시 삶을 이어갈 힘을 찾는 이들의 모습이 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면 안다. 모두가 아팠고, 지금도 아프며, 앞으로도 아프지 않을 수 없다는 걸. 그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다시 힘내서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마주하기 힘든 영화임에도, 그 한 걸음을 응원하기 위해서 보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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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Vet 님의 리뷰
2019.03.18 23:25:31
안산 시민으로서 느꼈던 <생일>은.
"그 센서등은 앞으로도 종종 켜질꺼에요. 우리 마음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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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서 두 번째 단락에 특정 장면 묘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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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내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그 때.
2교시였나 3교시였나, 사회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오시면서 깜짝 놀라게 하셨던 그 때.
들어오셔서 노트북으로 뉴스 생중계를 보여주셨던 그 때.
저녁에 집에서 부모님과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보고 안도했던 그 때.
그리고, 잊히지 않는 아픔으로 남아있는 그 때.
<생일>은 그 때의 후유증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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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산에서 14년 가량을 살았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시절 중에는 안산을 떠난 적이 없다. 평소처럼 중학교에 가서 수업시작 종이 친 후에 책상에 앉아있는데, 사회 선생님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신다. "TV에 안산이 나온다" 이러시면서 뉴스 생중계를 노트북으로 보여주셨다. 뉴스를 보는 순간, 안산이 아니라 바다와 웬 뒤집힌 배가 나오는데, 자막에 익숙한 학교 이름이 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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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랑 교육구가 달라서 진학할 확률도 낮고, 동네도 좀 거리가 있어서 잘 모르는 학교였지만 이름은 자주 들어본 곳이었다. 별 볼 일 없는 도시 안산의 고등학교가 뉴스에서 주목받는다는 신기함, 예상치 못한 큰 사고를 목격한 충격, 사고 한가운데 있는 학생들을 향한 걱정, 그리고 다 구조될 것이란 기대. 이 모든 것들이 어린 내 마음 가운데에 있었다. 그 기대는 무너졌고,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안산의 가장 큰 축제인 거리극 축제가 취소됐고, 화랑유원지 주차장에 커다란 분향소가 들어섰고, 알던 사람이 그 배에 있었다는 주위 사람들의 얘기가 귀에 맴돌았고, 평소에 한산하던 장례식장에 차가 빼곡히 들어섰던 그 해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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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고의 그 날도, 그 희생자도 비추지 않는다. 다만 남겨진 사람들을 비출 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우려가 컸다. '벌써부터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고?'란 질문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족들을 대상으로 사전 스크리닝 시사회에서 반응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안심하기로 했다. 그리고 <생일>은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조심스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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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씩씩하게 이겨내는 가족들, 아직도 매일 울부짖는 가족들, 보상금을 받고 타협한 가족들, 끝까지 싸우는 가족들... 모두를 비추고 있지만 그들을 향한 카메라는 유가족들이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영화는 잊지 않는다. 유가족들의 모습을 '상처에 허덕여 매일 우는 사람'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분 좋을 때는 웃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그 아물지 않은 상처를 무시하거나 간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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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바람직한 태도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아들의 교복에 새로 산 겉옷을 입혀주다가, 순남(전도연)은 오열하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그 소리를 들은 수호 아빠(설경구)는 집으로 달려오며 순남에게 물을 건넨다. 하지만 순남은 물컵을 치며 계속 운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더니, 옆집 이웃 우찬엄마가 달려 들어와서, 먼저 안아준다. 안아주면서 조금 달랜 후, 물컵과 함께 수호 아빠가 모르던 약을 함께 건넨다. 순남은 그 약을 받아 물과 함께 먹는다.
진정한 위로는, 물보다 포옹을 먼저 건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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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비극 앞에서, 생일을 챙긴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뭉클하다. 죽은 사람은 흙으로 돌아가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더라도, 남겨진 사람들의 가슴에는 항상 추억으로 남아있다. <생일> 속 수호의 생일은, 그 추억의 조각들을 모아 생기를 불어넣는 날이다. 그리고 그 기운은 잠깐동안 센서등을 킨다. 깜빡.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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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님의 리뷰
2019.07.22 17:52:22
생일
생일: 다독인다는 것에 대해



- 들어가며

영화 <생일>은 결핍된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결핍과 부재를 보상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는 관람을 통해 일종의 다독임을 받았다고 인지하게 됐다. 영화 <생일>은 두가지의 방식으로 재난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유도한다.



- 무중력의 공간에서 성장하다

<생일>은 세월호라는 사건을 통해 가족구성원의 부재를 겪는 이들에게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만을 주며 그 부재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에 극중에서 슬프고 고통스러운 지점을 누구나 처음 겪는 일이라는 것에서 그린다. 사람들이 맞는 하루하루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자신의 삶으로써도 처음이며, 누군가의 무엇이라 불리며 자신을 구성하는 호칭의 삶도 매일매일이 처음이다. 처음인 하루는 서툼의 또 다른 표현이며, 시간의 누적을 통해 서툼이 익숙해져간다. 수호(***)의 부재를 겪는 엄마, 아빠는 이 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가 멈춘다. 여기서 시간은 사람이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것과 육체적으로 성숙하는 것으로 구분지을 수 있다. 그리고 필자가 지칭하는 시간(=하루)는 정신적으로 성숙할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수호의 엄마(전도역), 아빠(설경구)에게는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이 멈춘것으로 그린다. 그러나 유일하게 해솔이만큼은 육체적, 정신적 시간이 흘러가는 것으로 그린다. 다만 오빠의 부재와 함께 부모에게 받았어야할 사랑도 결핍이 된채로 성장한다. 그것 또한 예솔이의 삶이며, 그 삶은 결코 동화가 될수 없다. 죽음으로 인해 발생한 부재에 대한 충족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예솔이의 삶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부모의 시간이 정지된 공간에서 자라나는 예솔이는 부재를 안고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첫번째 세대가 되기 때문에 수호와는 다른 의미가 된다.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 가족들은 부재의 공허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데 이때 가족들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관객은 희망을 느낀다.



- 슬픔을 나누는 세레머니

영화는 생일잔치라는 일종의 세레머니를 향해 가게끔 만들어졌다. 이 세레머니를 진행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부재를 기억한다는 것과 어찌할바 몰랐던 슬픔을 표현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의 진짜 이유는 낭송되는 한편의 시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시를 만든 시인은 아마 우찬(탕준상)이나 예솔이일 것으로 추측된다. 극중에서 연필을 잡으며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우찬과 예솔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우찬이는 공부를 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예솔이는 오빠의 서랍장에서 필통을 꺼내 어떤 행동을 한다. 그리고 엄마 순남의 기척이 들리자 빠르게 정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세레머니에서 예솔이만이 유일하게 오빠와의 추억을 이야기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 시인이 쓴 시를 통해 우리는 센서등이 켜지면 등장인물은 수호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 낭송으로 통해 관객은 수남의 여러 행동을 통해 센서등이 갖는 메타포에 대해 ‘재’확인을 하게 된다. 시의 낭송 전까지 센서등을 통해 갖는 감정은 슬픔 뿐이었다. 관객은 그 센서등을 바라보는 순남을 통해 수호의 부재를 계속 알게 되기때문이다. 그러나 낭송된 시로 인해 관객과 순남은 센서등이 켜지는 것은 부재의 신호가 아닌 방문의 신호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해솔의 가족과 관객에게 정립된다. 엔딩시퀀스에서는 인물들이 정신과 육체가 성숙하는 완벽한 시간을 살고 있으나, 아무도 센서등이 켜지는 것을 보지 못한다. 이것을 바라보는 것은 관객뿐이다. 관객은 기계의 결함은 정일이 수리한 것을 보았으니 고장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장면을 선택한 이유는 세레머니를 통해 슬픔을 같이 공유한 가족들은 사라지지 않는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으나, 이것을 지켜보는 관객은 그 시간을 공유했으나 그 삶을 살아갈수 없으므로 홀로 센서등이 켜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기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리고 그렇게

영화를 관람하며, 영화라는 매체를 소비한 것은 맞다. 그러나 소비를 통해 발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재난의 당사자들과 그외의 타인들에게 슬픔, 결핍과 부재의 부채는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그것과 함께 삶을 살아가야한다는 삶의 지속성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다. 그리고 이 영화는 세월호라는 재난을 되돌아보는 첫 계기, 발걸음이라는 가치를 갖게됐다. 그리고 큰 장점은 영화 <생일>은 암전되며 종료됐으나, 관객의 마음에는 센서등이 켜지며 영화로부터 다독임을 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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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 님의 리뷰
2019.07.01 18:10:02
세월호 5주기가 생일인 에디터가 본 영화 '생일'
2014년 4월 16일,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에디터는 '내 생일'이 무언가 지인들에게 축하 인사하나 더 받고,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는 날로만 여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부터 에디터의 생일은 단순한 생일이 아니었다. 구조 수색이 벌어지던 그날 밤, 유가족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뉴스 속보를 통해 들으며, 에디터는 내 앞에 놓인 생일 케이크를 죄책감의 상징처럼 받아들이게 됐다. 그 죄책감은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9/04/05 CGV 목동
--- 이하 리뷰 전문은 알려줌 하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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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님의 리뷰
2019.05.02 07:01:08
아픔을 나누는 방법
1.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집단적 아픔 혹은 트라우마가 존재하곤 한다. 예를 들어 2011년 당시 동일본 대지진과 이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많은 일본 사람들이 결코 잊지 못할 악몽이다. 이러한 악몽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수단 중 하나가 영화다. 이는 과거 제의 혹은 종교가 사회에 통일감과 안정감을 부여하는 기능을 현대에는 영화가 일부 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는 일본 사회 구성원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이를 판타지적으로 극복하는 기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생일> 또한 공동체의 상실, 아픔, 슬픔의 기억을 위로해주고 보듬어 주는 사회적 기능이 두드러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2. <생일>의 첫인상은 '신중함'이다.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 모두 굉장히 조심스럽다. 사실 세월호 사건이라는 소재가 촉발시킬 수 있는 논란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세월호 사건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의 어두운 일면과 부조리들이 곪아 터진 재앙이라는 점, 즉 단순한 인재가 아니라 언젠가 발생할 줄 알았던 예정된 일이라는 점은 대부분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며, 실제적인 책임자를 비롯한 사고 원인, 이후 보상 및 대처방식을 두고 여전히 정치적 논쟁이 발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렇듯 소재로부터 발생 가능한 논란을 <생일>은 '희생자'들이 아닌 '생존자'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며 피해 간다. <타이타닉>과는 정반대의 선택이다. <타이타닉>은 침몰하는 배, 탑승자들의 분투 및 사망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나 <생일>에서는 배 한 척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타이타닉> 같은 연출이라면 영화의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할 수는 있었겠지만, 타이타닉의 침몰과는 달리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상처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묘사는 하지 않은 듯싶다.



이렇듯 직접적인 사건 묘사의 부재는 자연히 남은 자들, 생존자들의 심리 묘사로 이어진다. 세월호 탑승자들의 가족, 친구, 이웃, 그리고 그 외의 사회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여러 단면들은 그간 목격해온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상적인 것은 이러한 여러 단면을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적 측면이 아닌, '수호'라는 단원고등학교 학생의 부재를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보여주며 다층적인 형태로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로 인해 비슷비슷한 에피소드들이 반복되고 특정 대목은 지나치게 극적이다 보니 영화가 다소 지루한 듯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남은 자들의 슬픔, 상실감, 죄책감, 트라우마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3. <생일>은 극적인 사건이나 강렬한 서스펜스가 없는 영화다. 대신 인물들의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가는 영화이고, 그렇기에 이 감정을 전달할 배우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설경구와 전도연의 캐스팅은 좋은 한수였다. 설경구는 감정을 억누르고, 전도연은 감정을 터뜨리는 연기를 통해 각자의 아픔을 전달하는데 이러한 대조적인 연기 방식은 우리가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점과 맞닿아 있으며 아마 어느 쪽이든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다만 배우의 연기와는 별개로 캐릭터 구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도연의 '순남'은 충분히 인물의 사연이 소개가 되기에 관객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설경구의 '정일'은 특정 사건 외의 시간에 행적이 모호하게 느껴지며, 특정 사건의 전개를 위한 도구적인 인물로 보이다 보니 그의 감정은 공감하기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단순한 대사가 아닌 시각적인 방식으로 그의 사연을 제시할 수 있었다면 '정일'이 감정을 참아내다 종국에 터뜨리는 모습이 더욱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4. <생일>의 하이라이트는 당연 후반부 수호의 생일파티다. 이 생일파티는 해준 게 없어서, 해주고 싶은 게 있어서, 도와주지 못해서, 도움을 받아서 미안하고 죄스러운 이들이 아픔을 나누고 한바탕 울음을 터뜨리며 치유받는 카타르시스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비슷하고, 담담하게 쌓아 올린 모든 인물들의 감정선이 만들어내는 아픔의 공유와 치유의 마법인 셈이다. 동시에 영화 속 단 한 인물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시퀀스가 이 생일파티 시퀀스이기도 한데, 세월호 사건의 트라우마가 단지 보이는 사람 외에도 많은 이들에게 남아있다는 의미가 담긴 연출이지 않나 싶다. 약보다 위로가 더욱 필요한 이들에게, 털어놓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안아주는 따뜻한 영화, 바로 <생일>이다.

A(Acceptable, 무난함)
흥미로운 지점은 일본의 <너의 이름은.>과는 달리 우리는 아픔을 판타지적으로나마 극복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끌어내고 담아 안고 이겨낼 뿐. 우리네 '한'은 여기서도 숨길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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