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에게 (2019) - 키노라이츠
윤희에게 (Moonlit Winter)
멜로/로맨스 / 2019

개요
멜로/로맨스, 한국,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2019.11.14 개봉
감독
임대형
배우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
나카무라 유코
키노 하나
타키우치 쿠미
야쿠마루 쇼
김학선
한송희
시놉시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99%
3.78점
키노라이트 분포
1개
99개
별점 분포
예고편
리뷰
93

용크 님의 리뷰
2019.11.08 00:27:45
🎬윤희에게

퀴어 무비, 로드 무비 등등 영화를 정의하는 말은 많겠지만, 저는 삶에 갇힌 윤희가 평생 썩혀둔 감정을 마주하는 성장 영화라고 하고 싶습니다.

첫 사랑을 그린 영화 중에서도 <윤희에게>는 가장 고요한 지점을 주목했어요. 강렬한 첫사랑도, 안타까운 헤어짐도, 간절한 재회도 아닌.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져 살아갈 삶, 윤희라는 사람에 대해 주목합니다. 고요히 견디는 듯하지만 가끔씩 그리움에 잠기는 윤희. 그에게 주어진 선물같은 여행을 함께 하는 따뜻한 영화이기도 해요.

눈 오는 겨울이 기다려지는 (막상 겨울이 오면 후회할테지만^^;) 영화입니다. 눈의 도시 오타루의 고즈넉함이 <윤희에게>의 호흡과 잘 어울리고요. 무결의 흰색이 포근하기도 무섭게 고요하기도 했어요.

윤희는 곁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하는 사람입니다. 항상 피곤에 절어 집에 들어가기 전 몰래 피우는 담배 한대가 유일한 위안인 사람이죠. 이혼 후 딸 새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윤희의 딸 새봄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 서울로의 진학을 고민해요. 영화 초반에 새봄은 엄마에게 더 이상 빚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데요. 부모 관계에서 말하기 껄끄러운 대화는 둘의 관계가 보통의 모녀 지간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동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을 윤희가 딸에게 넘치는 애정을 줄 시간까지는 없었을지도 몰라요. 가장 가까운 딸에게마저도 속상한 이야기를 들은 윤희는 외로움을 앓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윤희에게>에서 독특한 지점은 주인공은 분명 윤희임에도, 영화를 이끌만한 에너지가 그에게는 없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행동은 딸 새봄이 하고 있어요.

새봄은 한 통의 우연한 편지를 발견하고 남몰래 결심을 합니다. "비밀스러운 여행"을 말이죠. 앞서 말했듯 새봄은 엄마를 끔찍이 사랑하는 딸이 아니예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은 엄마를 위한 것이기 보다는 엄마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새봄이라는 인물은 그래서 입체적이고 재밌어요. 기존의 모녀관계를 벗어나 친구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함께 살지만 약간은 삐걱거렸던 두 사람의 여행은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의 만남으로 결국 한 사람의 세계가 변한다면 우리는 그걸 사랑이라 말하고 싶어져요. 인생의 변곡점에서 만난 사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윤희뿐만 아니라. <윤희에게>의 인물들은 모두 변곡점에 있는 듯해요. 영화가 끝나도 아련히 남는 여운은 아마 영화 속 모두의 변곡점에, 사랑 속에 함께 했기 때문일거예요.

김희애 배우를 연기로 대단하다고 하는 건 어딘지 말도 안되긴 하지만, 정말 좋습니다. 엄마 캐릭터를 그릴 때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깊은 피로와 권태를 너무 잘 보여줘요. 실제로 윤희가 살아가는 일상을 많이 보여주지는 않지만 김희애 배우의 얼굴로도 충분히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 대사..그 목소리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며!

또 제가 좋았던 점을 한 가지 있어요. 윤희와 쥰이 고등학생 즈음에 만났지만 그 시절의 두 사람은 사진이나 편지 혹은 대화로만 그려질 뿐입니다. 과거 회상을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고 현재의 중년 여성에만 집중한 것. 어떤 판타지를 부각하지 않은 지점이 개인적으로는 좋았어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지만서도 눈이 언제 그치려나, 말해보는 건 어떤 마음인지요.
눈 한 송이는 손에서 금방 녹고 말지만 쌓이다보면 눈사람을 만들 정도로 단단해져요. 단단해진 눈은 쉽게 녹지도, 잊히지도 않아요. 눈이 그치고 봄이 와도 말이죠. 우리가 쌓아온 삶도, 만남들도 다 그렇게 단단해져 잊히지 않는 걸까요.

혼자 비밀스레 가지고 있던 눈송이를 차마 '그리움'이라 이름 붙이지 못했던, 그런 기억 하나쯤을 들고 사는 사람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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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Vet 님의 리뷰
2019.11.08 01:21:04
달빛 아래서, 눈밭 가운데서, 네 꿈을 꿔.
<윤희에게>를 보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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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참 특이한 존재다. 눈은 쌓인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시간을 안에 품고 있고, 또 모든 것을 덮어 그 아래를 감춘다.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의 감정은 이런 눈처럼 켜켜이 쌓여왔고, 영화는 '새봄'의 시선으로 관객과 함께 그 안을 아주 세심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려 한다. 결국 인물들이 배회하는 눈덮인 일본의 마을은, 하나의 공간으로 가시화된 그들의 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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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하얀 눈과 조응하는 요소는 '달'이다. 달은 그 모양이 변할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다르게 빚어냈고, 그 존재만으로도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자아낸다. 동시에 달은 언제나 어둠의 시간, 꿈의 시간에 세상을 비추며 고유한 낭만을 자아낸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 불완전한 달을 바라보지만, 영화의 절정에서 이들이 서로를 마주할 때 카메라는 보름달을 바라본다. 이 보름달은 어쩌면, 너와 나라는 두 반달의 만남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만남은, 그 달빛 아래서 꾸는 절실한 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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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는 너무나도 섬세하게, 세심하게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 계속 쌓여가는 눈처럼, <윤희에게>는 관객의 마음 속에 시나브로 쌓이는 영화다. 실력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앙상블에, 세밀하면서 정갈한 연출, 그리고 캐릭터를 다루는 애정어린 태도까지, 참 '좋은' 영화를 오늘 만났다. 불이 꺼진 다음에도 나지막히 이어지던 발소리, 그리고 고요하게 울리던 목소리. 그 두 순간의 암전은, 꿈을 꾸기 전에 감은 우리의 두 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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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네 꿈을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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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님의 리뷰
2019.11.07 23:11:22
세상에 존재하는 윤희들에게.


01.

영화 <윤희에게>를 봤다.

뭐라고 해야할까, 그냥 영화를 보고 세상의 모든 윤희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나를 모르는 그녀일 지라도 그녀라면 “그래, 그럴수 있지, 그래서 왜 뭐”라고 말하며 편지를 읽어줄 것 같다. 그래서 쓰고 싶어졌다.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철학적으로 심오하거나, 인간성찰을 다룬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런것 만이 꼭 훌륭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극을 관람하고 나면 윤희에게 혹은 이름모를 대상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이 편지에는 스스로 마음을 확인하는 작업을 동반해야한다.



02.

영화 <윤희에게>는 총 4명의 인물이 나온다.

이 네명의 인물에게는 경수(성유빈)이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4명의 인물은 윤희,새봄,준, 준의 고모를 말한다. 4명의 인물은 성격, 언어, 생김새등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인물들끼리 붙는 장면이 나올때는 충돌한다는 느낌보다는 그 상태를 관람하며 풍기는 분위기를 즐기게 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갖는 다른점들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각자의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상충보다는 상생을 하며 각자 혹은 만남을 이뤄졌을때 다른 분위기가 나온다.



03.

감독의 전작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하늘위를 부유하고 부상하는 느낌을 준다면, 이번 작품은 땅위에 붙어있다. 현실의 인물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일수도 있으며, 그것은 감독이 촬영하는 프레임을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을 선택해 인물들을 멀리 잡아서, 마치 눈속에 다리가 묻힌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일수도 있다.

전작보다 환상이 걷힌 <윤희에게> 보이는 것은 ‘삶’이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아픔을 아프다고 투정부리지도 않고, 기쁨의 설렘을 과장하지 않은 담백한 삶과 아픔이 있다.



04.

가장 좋았던 장면은 전 남편의 결혼 소식을 들었을때 “행복해야해,꼭.”이라 말하자 남편이 왈칵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고, 감독을 좋아하게 된 장면은 준과 윤희의 만남을 단면으로만 보여줬다는 것이다.



05.

삶에는 아픔이 있다. 아픔은 주관적이지만 말이다. <윤희에게>는 때묻지 않은 소년소녀의 시선,마음으로 혹은 때가 많이 묻었을 것같은 노인의 시선,마음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인물들이 그것에 대해 한줄 두줄 읽어서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려가줄 때, ‘한번 하면 해보고 싶다라는 호기로움’과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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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0 12:27:10
차오르다 못해 흘러내린, 비워낸 형태의 만월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가 I love you를 일어로 번역할 때, ‘달이 참 아름답네요’란 문장으로 옮겨냈다는 일화가 있다. 이전에는 그저 직설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투른 일본인들의 단편적인 정서라 느꼈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영화에 대입해 보면 ‘달의 비유’는 사랑 고백을 할 때조차 자신을 숨기며 에둘러 말할 수 밖에 없는 누군가의 모습이기도 하지 않을까. <윤희에게>의 원제는 ‘만월’이었다고 한다. 영화 속의 달은 구붓하게 이지러진 초승달에서부터 완전한 원형을 갖춘 보름달까지 조금씩 살을 붙여가며 차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만월이 되었을 때, 달과 함께 가득 차오른 도무지 참지 못할 그리움 아래서 윤희와 쥰은 재회한다. 그리움으로 가득찬 달이 아름답다고 한다면 그 문장 뒤에 숨겨진 사랑의 깊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만월이란 단어는 보름달과 그믐달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고 한다. 영화에서 유독 만월의 이미지가 드리우는 것은, 지금껏 외면해왔던 윤희의 감정들이 다시 차오르고 그 감정이 차오르다 못해 넘쳐 흘러내린 뒤, 마침내 비워낸 형태로 새로운 자신의 자아를 찾는 윤희의 모습을 비유한게 아닐까.

영화는 클로짓 게이로서 살아가는 두 여성의 모습을 아주 세심한 포인트로부터 조심스럽게 담아냈다. 아마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료코에게 쥰은 자신이 평생동안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겨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쥰이 숨겨온 것은 그것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는 료코의 마음을 에둘러 거절하며 지금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면 절대 말하지 말라고 잔인하게 충고한다. 쥰 역시 자신이 충고한대로 조금 외롭더라도 자신의 일부를 끝까지 숨긴 채 홀로 과거의 사랑을 간직하길 택한다. 윤희는 20년 전 쥰과의 밀애를 들켜 한차례 상처를 받고 난 뒤, 항상 자신에게 벌을 주는 기분으로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쥰의 편지를 받기 전 윤희는 조금의 생명력도 없이 파삭하게 건조해진 모습이다. 한 때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했던 윤희는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정체를 부정당하고 벽장 속에 숨는다. 원치 않는 결혼은 내내 남편을 외롭다고 느낄 만큼 그 자신도 워낙 외롭게 했을 테다.

하지만 쥰과 윤희는 그 상처를 꾸역꾸역 타인으로부터 다시 치유한다. 각자의 벽장 안 눈보라 속에 우두커니 서있던 둘은 쥰의 고모, 윤희의 딸 새봄을 통해 벽장을 헤치고 나온다. 새봄이 윤희로부터 흡연, 남자친구에 대해 완벽히 숨기지 못해 전부 들통이 났던 것처럼, 윤희와 쥰도 주변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일러주는 하나 하나의 조각들을 꺼내 보인다. 미장센, 음악, 연기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임대형 감독의 전작인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만큼이나 세심하고 따뜻한 겨울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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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 님의 리뷰
2019.11.15 01:31:53
이렇게 아름답고 아련하고 우아한 영화라니.
세상 모든 것들을 가릴 수 있는 한가지. 나무를 보든, 숲을 보든 상관 없이 하나면 무엇이든 가능 한 것.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움의 결정체, 사랑.


<윤희에게>는 그 어떤 특별함도 없다. 그저 단순한 사랑의 이야기다. 그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움의 결정체 말이다. 그래서 좋다. 사랑이라는 무한의 아름다움을 분칠하듯이 치장을 하고 표현을 하지만, 결국 사랑은 한가지의 모습이다.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보고 싶고, 사실 그 모습만으로도 '사랑'의 의미와 모습은 충분하다.


모든 로맨스의 영화들은 그러한 모습들을 표현하려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치장해서 장식을 하는 것 뿐이다. <윤희에게>는 그러한 의미에서 그렇게 치장하지도 않은 채 담담하고 바른 시각으로 사랑을 주시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러 가는 단순한 플롯은 그 어떤 왁자지껄한 에피소드나 상황들을 절제 하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데만 집중한다. 그래서 <윤희에게>를 보는 시간은 오롯하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봐왔던 로맨스 영화속의 영화적인 사랑의 장치나 도구들의 모습은 모두 거짓말 같고, 애들 장난 같이 느껴진다. '제이슨 본'이 등장하면서 부터 '제임스 본드'가 참 한심하게 보였던 것 처럼 말이다.


어느쪽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윤희에게>속의 모습은 영화속에서 쉽게 보여주고 소비되는 로맨스 영화속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과, 그렇게 대부분의 에피소드나 장치들을 절제 했음에도 영화에 더 집중하게 되고 본연의 '사랑' 의 모습에 훨씬 리얼하게 가슴을 울리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브로큰백 마운틴>을 봤을때의 그러한 안타까움을 동반하는 알싸한 기분좋음 인데, 그것을 한국 로맨스 영화에서 보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횡재 한 느낌이다.


눈이라는 특성과 일본이라는 장소를 영화적으로 적절히 사용했다지만, 나카야마 미호의 "오껭끼데스까"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거기에 아름답고 간결한 음악까지 더해지니 한국판 <러브레터>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 강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윤희에게>는 분명하게 자신의 색깔과 시각으로 자신만의 영화로 충분히 어필한다.


그동안 김희애의 영화적인 연기에 만족스러운 적은 없었다. 특히 <우아한 거짓말>속의 모습에 너무도 실망하기도 했어서 이번에도 힘들게 살아온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도 아름다운 얼굴이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아닌 걱정을 했는데 <윤희에게>의 윤희와 가장 적절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 아니면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 없다...라고 하는 홍보성 멘트가 아니라, 많은 대사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감내하고 살아왔을, 그래서 살아가는 동안 벌을 받아야 겠다는 윤희의 마음과 사람을 외롭게 한다는 남편의 말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한 초췌하고 고뇌에 찬 그녀의 모습이 영화속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십분 도움이 됐다.

그래서 <윤희에게>는 그러한 모든 것들이 종합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게 만들고 누군가를 무작정 그리워하게 한다. 어느덧 지나온 시간들을 유추하면서 어렴풋하게 기억되는 누군가에게 손편지라도 쓸고 싶을 만큼 말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아련하고 우아한 영화라니. 정말 상상도 못했다. 영화적으로는 <기생충>이 훨씬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는 <윤희에게>가 훨씬 더 좋다. 임대형 감독에게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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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별 님의 리뷰
2019.11.14 22:15:31
나를 맴돌게 하는 너의 부재에게
상실. 이라는 말을 쓰는 게 알맞을진 잘 모르겠다.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슬며시 끼워 넣는 나의 변명 아닌 변명에 덧대어, 자의든 타의든 너의 옆엔 내가 없고 나의 옆엔 네가 없게 되었으니 우리는 서로를 잃었다. 그때부터 맴돌기 시작했다. 많은 감정들 앞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결국엔 스스로를 대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게 맴돌았다. 너의 부재는 궁극적으로 나 자신까지 잃는 나의 부재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제멋대로인 기억 덕분에 그런 부재들에 맞서 살아올 수 있었다 생각한다면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사실인 걸까. 곱씹으면 아려와 몸부림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정에 사무쳐 그대로 젖어들기도 한다. 문득 기억 속에서 너의 향을 꺼내보는 것처럼. 검은 밤하늘에 떠 있는 하얀 달을 응시한다. 그 달을 너라고 생각한다. 하얀 눈 위에 서 있는 검은 누군가를 마주한다. 그 누군가를 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한 게 없는 우리는, 서로를 담을 수 있다. 함께 걸으며 발자국을 새긴다. 새겨지는 발자국에 네가 있는 새로운 출발을 담는다. 이어 행복과 용기 또한 담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믿으며 꾹꾹 눌러서 쓴다. 너에게, 나에게, 그리고 꿈에 나올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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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na09 님의 리뷰
2019.11.14 09:12:55
여성의 상처를 위로하는 여성의 연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윤희에게>는 아날로그, 퀴어, 여성 연대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답게 올해 영화제의 기본 이념인 다양성과 연대를 자연스럽게 추구하게 되었다. 엄마의 마음을 딸이 알아주는 세대 공감이 전반에 깔린다. 아날로그적인 감수성도 소환한다. 손 편지, 우체통, 필름 카메라 등 엄마와 딸이, 그리고 연인과 연결할 수 있는 매개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어지는 김희애의 연기는 배우 자체로 윤희를 맞이했다. 윤희 자체로 변신한 메서드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이번 영화가 데뷔작임을 믿을 수 없는 김소혜는 자신감 넘치고 능동적인 딸로 엄마 윤희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새봄의 남자친구 역을 받은 성유빈은 어린 나이부터 쌓아올린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약간 힘을 뺀 연기가 오히려 활력을 준다. 마치 일본에 살고 있는 또 한 명의 윤희 같은 나카무라 유코의 사려 깊음과 고모역의 키노 하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인장이다.

포기할 수밖에 없던 엄마의 사랑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혼한 엄마 윤희(김희애), 사회의 편견에 쉽게 사그라든 엄마는 그저 빈 껍데기처럼 살아간다. 자식은 그런 엄마를 인지하지 못했다. “엄마는 뭐 때문에 살아?”라는 질문에 자식 때문에 산다라는 말로 답한다. 자식은 사랑임을 알면서도 이내 부담스럽다. 부모의 삶이 나로서 희생된 건 아닌지 괜한 죄책감도 드는 말이니까.

그런 사이 일본 오타루에서 한 통의 편지가 온다. 딸 새봄(김소혜)은 편지를 뜯어읽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애편지인 것 같다.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나 새삼 궁금해졌다. 엄마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삼촌과 아빠에게 묻는다. 하지만 삼촌은 알아서 뭐 하게란 말로 뭉뚱그릴 뿐이고, 아빠는 좀 외롭게 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새봄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내가 모르는 엄마를 만나길 기대하면서.

둘을 연결하는 또 다른 여성

여행을 통해 모녀는 서로를 알아간다. 낯선 곳에서 좀 더 솔직해진다. 몰래 숨어 피우던 담배도 마음껏 펴보고, 안 부리던 멋도 부려본다. 윤희는 오타루에서 준을 만날 생각에 설레고 걱정도 앞선다. 괜한 짓을 한 건 아닌지 노파심도 든다.

한편, 준(나카무라 유코)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윤희에게 편지를 쓴다. 준은 유년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다. 한국인 엄마와 일본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부모의 이혼 후 무관심한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왔다. 이후 고모 마사코(키노 하나)손에서 큰다. 고모는 엄마 같고 친구 같은 존재다.

준은 마음이 답답하거나 윤희가 꿈에 나올 때면 부치지 못할 편지를 썼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쓴 편지도 우연히 고모 손을 통해 윤희에게 전달된다. 엄마의 비밀을 딸이 눈치챈 것처럼 조카의 비밀을 고모가 눈치챈 것이다. 딸과 고모는 윤희와 준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오작교이면서 든든한 지원군이다. 한없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자연 앞의 인간, 사회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해 포기한 젊음을 새봄과 마사코를 통해 위로받는다.

눈은 조용히 내려 세상을 하얗게 뒤덮는다. 오타루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눈이 많이 온다. 눈은 아름답지만 인간을 무력하게 만든다. 세상과 단절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 오타루다. 사실 준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도망 왔을지도 모른다. 눈 속에 파묻혀 아무도 찾지 못하게 꼭꼭 숨어버렸다.

영화 <윤희에게>는 과거를 상상하게만 할 뿐 플래시백 없이 현재진행형으로 나아가간다. 잃어버린 20년을 훌훌 털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픈 윤희의 의지치다. 윤희에게는 그동안 힘들었냐고 이제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든든히 뒤를 지키는 새봄이 있고, 준에게는 고모가 있다. 아름다운 것만 찍는다는 새봄의 필름 카메라에 엄마의 웃음을 담는다. 훗날 그들은 현상한 사진으로 보며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윤희에게 새봄이 찾아오길 응원한다. 누구의 엄마로 기억되기 보다 윤희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리는 날이 더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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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xixi 님의 리뷰
2019.11.12 18:15:53
나를 숨기고 산다는 것
차가운 눈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따뜻하고 유쾌하며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여운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남은 삶은 형벌이라고 생각했어."
부모는 자식 때문에 산다고 하지만 고등학생 딸 새봄과 둘이 사는 윤희는 일상이 단조롭고 고달프기만 합니다. 아침마다 봉고를 타고 어느 회사의 식당에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엔 집 앞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운 후 집으로 들어가는 생활... 한 번씩 윤희가 좋아하는 간식을 들고 찾아오는 전 남편의 방문도 짜증스럽습니다. 굳이 힘들다고 말하지 않아도 윤희 역의 김희애 배우의 표정과 몸짓에서 특별한 재미도 희망도 없이 오로지 딸을 키우는 엄마라는 역할에만 기대어 살아가는 중년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 근데도 예쁘다아...)

...

윤희는 오랫동안 일한 회사에 며칠 휴가를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가 영양사에게서 자리를 책임져주지는 못한다는 말만 듣습니다. 사회는 그렇게 개인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는 냉혹한 곳으로 그려지는데요, 윤희가 지나온 삶에선 가족도 사회도 항상 그렇게 닿으면 시리도록 차가운 울타리였다는 것이 영화 후반부에 짧게 언급됩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윤희는 냉정한 회사를 뒤로하고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지요.

"난 네 엄마야."
엄마가 자신이 남자친구가 있는 것은 물론 남자친구 이름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새봄에게 윤희가 하는 말, "난 네 엄마야." ㅋㅋㅋㅋ

대학 가면 이 집에 살지 않을 거라 말하고 손목을 아파하는 엄마에게 빨리 병원에 가보라 잔소리하면서도 절대 캐리어를 대신 끌어줄 생각은 하지 않는 새봄과 윤희 사이에서 정말 평범한 모녀 사이에 있는 무심한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새봄은 일본 여행을 가서도 엄마 몰래 남자친구 경수와 스파이 뺨치는 비밀 접선을 하는 등 알콩달콩 데이트를 즐기는데요, 결국 엄마에게 걸리는 등 속이 깊은 듯하면서도 제 나이 또래에 맞는 이런 어설픔과 발랄한 당돌함이 영화가 윤희의 외로움과 쓸쓸함으로만 채워지지 않게 유쾌하게 끌어갑니다. ^^

"나도 네 꿈을 꿔."
첫사랑은 어설프고 쓰리기 마련입니다. 첫사랑 이후 가족도 세상도 자신에겐 차갑기만 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윤희에게는 더욱 가혹했던 첫사랑입니다. 오빠가 소개해준 남자와 결혼을 하고, 오빠가 소개해준 일자리에서 일을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철저히 숨기고 살아야 했기에,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시간들이었을 테죠. 내 인생에 내가 주인공이 되기는 커녕 단역으로라도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살아야 했던 서글픔과 고단함은 윤희에게 형벌과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윤희가 첫사랑과 다시 만나는 장면은 지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라기보다 자신을 스스로 안아주는 그런 위로처럼 느껴졌어요.

윤희의 과거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관객이 현재의 일상에서 주고받는 평범한 대화 속에서 하나씩 알게 되고, 눈 내리는 하얀 풍경 속에서 소리 없이 그 감정들을 스스로 곱씹어 보는 여운을 갖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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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tea 님의 리뷰
2019.11.12 16:32:49
'눈'처럼 만지면 차갑지만 바라보면 따뜻한 감정, 사랑과 그리움
겨울은 우리의 내면과 가장 솔직하게 만날 수 있는 계절이다. 봄은 향기로운 꽃들에, 여름은 울창한 나무들에, 가을은 알록달록 물든 단풍에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뺏기게 된다. 하지만 ‘겨울’은 다르다. 아무 소리 없이 내려와 차곡차곡 쌓이는 눈과 날카로운 바람은 평소에 우리가 마음속에 가지고만 있었던 외로움과 그리움, 많은 생각들을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꺼낸 다음 다시 짚어준다. <윤희에게>는 이렇게 아프지만 개운한 계절인 ‘겨울’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깊고 담백하게 마음속으로 다가온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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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것은 주인공 윤희가 아닌 ‘눈’이었다. 영화 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재인 ‘눈’은 영화를 보기 전 싱숭생숭하고 건조한 마음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마치 ‘그리움’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 혹은 사랑은 사실 우리도 모르는 채 마음속으로 불쑥 들어온다. 그리고 소리 없이 마음속을 헤집고 혼란스럽게 한다. 때로는 우리 스스로도 주체 할 수 없는 이 강렬한 감정에 곤란해질 때도 있다. ‘눈’도 마찬가지다. 밤새 소리도 없이 우리 곁에 살포시 내려앉고는, 하얗고 광활한 풍경으로 우리 마음을 놀라게 한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눈은 어느 새인가 모르게 뭉쳐지고 딱딱해져 길을 막아 우리를 곤란하게 하고, 쉽게 처치할 수 없다.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라는 대사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사랑이나 그리움은 영원히 마음속에서 그치지 않죠, 우리는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버티고 사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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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 속 중요한 장치는 바로 ‘기차’와 ‘편지’이다. 기차와 편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누군가와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 만나고 돌아올 때 그 설레고 아쉬웠던 감정들을 ‘기차’라는 수단 자체에 담는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꼭꼭 담아 전하고 보내는 그 두근거림, 답장을 기다리는 초조함, 답장을 받았을 때의 행복 또한 우체국, 편지지, 편지 세 가지 모두에 담는다. 그 후에 우리 곁으로 어떤 기차가 지나가거나 우연히 어떤 우체국이나 우체통 앞으로 지나갈 때,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그 감정은 다시 폭풍처럼 되살아난다. 다시 말해, 몸이 떨어져 있어도 혹은 기억이 잠시 멈춰있어도, 그 순간을 시작으로 우리는 그 상대방과 길고 긴 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줄은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다. 그 감정의 진실함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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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리움’이라고 하면 슬프고 우울한, 다소 어두운 감정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하지만, <윤희에게>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지금은 만날 수 없어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 갈 용기를 준다. 때로는 그 희망 자체가 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의 마음은 단단해지고, 더 성장하게 된다. 더 이상 ‘그리움’은 어둡고 무서운 감정이 아니다. 내리는 눈처럼, 만지면 차갑지만, 바라보면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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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분들의 연기도 잔잔하면서 힘이 있었다. 김희애 배우는 대사가 그렇게 많이 있지 않았지만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에 묘하고 슬픈 분위기가 스며들어 있다. 윤희가 거리를 걷는 모습만 보아도 괜히 마음이 울컥해지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고민과 분석이 뛰어났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김소혜 배우와 성유빈 배우만의 순수하고 맑은 연기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축이 되었다. 보는 내내 따뜻하고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영화가 끝나고, 윤희뿐만 아니라 새봄이와 경수의 이야기도 너무 궁금했다. 그만큼 좋은 연기였다고 생각했다.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은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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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는 올 한해를 마무리하기 좋은, 따뜻하고 먹먹해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 겨울의 포근함을 모두 담았기 때문에 연인, 가족, 친구 모두와 함께 보아도 손색없는 겨울 로드무비이다. <기생충>에 이은 올해 가장 좋았던 한국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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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님의 리뷰
2019.11.12 09:25:42
손편지 같은 영화. 펜을 쥐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써 자국이 깊게 남은 편지를 읽는 것처럼. 누군가의 진솔한 마음을 담담하게 들여다보게 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삿포로 오타루 풍경에 눈이 탁 트였다. ‘눈’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시골 할머니집. 내가 사는 곳은 겨울에 눈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아마도 설 연휴에 할머니집을 가면 보는 밤새 펑펑 내린 눈이 지붕 위에 소복이 쌓인 풍경이 좋았다. 눈사람은 만들기 힘들었지만 사람의 발자국이 아직 닿지 않은 눈을 뽀드득뽀드득 밟으며 행복해했다. 잊고 있던 그 풍경이 생각났고 억지로 잠재운 여행본능이 되살아나 버렸다. 눈 많이 내린 곳이면 더 좋겠다.

윤희와 새봄 모녀, 새봄 커플, 쥰과 고모. 주로 두 인물이 화면 안에 들어오는데 인물들의 표정만으로 화면을 꽉 채운다. 누구 하나 버려지는 인물이 없었다. 과거 사랑했던 사람이 영화관 화장실 방향제 냄새가 난 것을 평생 기억하는 고모 이야기도 애틋했다.

2년 전 추운 날 인디스페이스에서 임대형 감독의 전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보고 따뜻해졌던 기억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어졌다. 재관람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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