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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Moonlit Winter)
멜로/로맨스 / 2019

개요
멜로/로맨스, 한국,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2019.11.14 개봉
감독
임대형
배우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
나카무라 유코
키노 하나
타키우치 쿠미
야쿠마루 쇼
김학선
한송희
시놉시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97.83%
3.83점
키노라이트 분포
1개
45개
별점 분포
리뷰
60

용크 님의 리뷰
2019.11.08 00:27:45
🎬윤희에게

퀴어 무비, 로드 무비 등등 영화를 정의하는 말은 많겠지만, 저는 삶에 갇힌 윤희가 평생 썩혀둔 감정을 마주하는 성장 영화라고 하고 싶습니다.

첫 사랑을 그린 영화 중에서도 <윤희에게>는 가장 고요한 지점을 주목했어요. 강렬한 첫사랑도, 안타까운 헤어짐도, 간절한 재회도 아닌.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져 살아갈 삶, 윤희라는 사람에 대해 주목합니다. 고요히 견디는 듯하지만 가끔씩 그리움에 잠기는 윤희. 그에게 주어진 선물같은 여행을 함께 하는 따뜻한 영화이기도 해요.

눈 오는 겨울이 기다려지는 (막상 겨울이 오면 후회할테지만^^;) 영화입니다. 눈의 도시 오타루의 고즈넉함이 <윤희에게>의 호흡과 잘 어울리고요. 무결의 흰색이 포근하기도 무섭게 고요하기도 했어요.

윤희는 곁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하는 사람입니다. 항상 피곤에 절어 집에 들어가기 전 몰래 피우는 담배 한대가 유일한 위안인 사람이죠. 이혼 후 딸 새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윤희의 딸 새봄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 서울로의 진학을 고민해요. 영화 초반에 새봄은 엄마에게 더 이상 빚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데요. 부모 관계에서 말하기 껄끄러운 대화는 둘의 관계가 보통의 모녀 지간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동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을 윤희가 딸에게 넘치는 애정을 줄 시간까지는 없었을지도 몰라요. 가장 가까운 딸에게마저도 속상한 이야기를 들은 윤희는 외로움을 앓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윤희에게>에서 독특한 지점은 주인공은 분명 윤희임에도, 영화를 이끌만한 에너지가 그에게는 없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행동은 딸 새봄이 하고 있어요.

새봄은 한 통의 우연한 편지를 발견하고 남몰래 결심을 합니다. "비밀스러운 여행"을 말이죠. 앞서 말했듯 새봄은 엄마를 끔찍이 사랑하는 딸이 아니예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은 엄마를 위한 것이기 보다는 엄마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새봄이라는 인물은 그래서 입체적이고 재밌어요. 기존의 모녀관계를 벗어나 친구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함께 살지만 약간은 삐걱거렸던 두 사람의 여행은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의 만남으로 결국 한 사람의 세계가 변한다면 우리는 그걸 사랑이라 말하고 싶어져요. 인생의 변곡점에서 만난 사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윤희뿐만 아니라. <윤희에게>의 인물들은 모두 변곡점에 있는 듯해요. 영화가 끝나도 아련히 남는 여운은 아마 영화 속 모두의 변곡점에, 사랑 속에 함께 했기 때문일거예요.

김희애 배우를 연기로 대단하다고 하는 건 어딘지 말도 안되긴 하지만, 정말 좋습니다. 엄마 캐릭터를 그릴 때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깊은 피로와 권태를 너무 잘 보여줘요. 실제로 윤희가 살아가는 일상을 많이 보여주지는 않지만 김희애 배우의 얼굴로도 충분히 알 수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 대사..그 목소리로도 영화를 볼 가치가 있다며!

또 제가 좋았던 점을 한 가지 있어요. 윤희와 쥰이 고등학생 즈음에 만났지만 그 시절의 두 사람은 사진이나 편지 혹은 대화로만 그려질 뿐입니다. 과거 회상을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고 현재의 중년 여성에만 집중한 것. 어떤 판타지를 부각하지 않은 지점이 개인적으로는 좋았어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지만서도 눈이 언제 그치려나, 말해보는 건 어떤 마음인지요.
눈 한 송이는 손에서 금방 녹고 말지만 쌓이다보면 눈사람을 만들 정도로 단단해져요. 단단해진 눈은 쉽게 녹지도, 잊히지도 않아요. 눈이 그치고 봄이 와도 말이죠. 우리가 쌓아온 삶도, 만남들도 다 그렇게 단단해져 잊히지 않는 걸까요.

혼자 비밀스레 가지고 있던 눈송이를 차마 '그리움'이라 이름 붙이지 못했던, 그런 기억 하나쯤을 들고 사는 사람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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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Vet 님의 리뷰
2019.11.08 01:21:04
달빛 아래서, 눈밭 가운데서, 네 꿈을 꿔.
<윤희에게>를 보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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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참 특이한 존재다. 눈은 쌓인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시간을 안에 품고 있고, 또 모든 것을 덮어 그 아래를 감춘다. 오랜 시간 동안 두 사람의 감정은 이런 눈처럼 켜켜이 쌓여왔고, 영화는 '새봄'의 시선으로 관객과 함께 그 안을 아주 세심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려 한다. 결국 인물들이 배회하는 눈덮인 일본의 마을은, 하나의 공간으로 가시화된 그들의 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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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하얀 눈과 조응하는 요소는 '달'이다. 달은 그 모양이 변할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다르게 빚어냈고, 그 존재만으로도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자아낸다. 동시에 달은 언제나 어둠의 시간, 꿈의 시간에 세상을 비추며 고유한 낭만을 자아낸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 불완전한 달을 바라보지만, 영화의 절정에서 이들이 서로를 마주할 때 카메라는 보름달을 바라본다. 이 보름달은 어쩌면, 너와 나라는 두 반달의 만남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만남은, 그 달빛 아래서 꾸는 절실한 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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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는 너무나도 섬세하게, 세심하게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 계속 쌓여가는 눈처럼, <윤희에게>는 관객의 마음 속에 시나브로 쌓이는 영화다. 실력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앙상블에, 세밀하면서 정갈한 연출, 그리고 캐릭터를 다루는 애정어린 태도까지, 참 '좋은' 영화를 오늘 만났다. 불이 꺼진 다음에도 나지막히 이어지던 발소리, 그리고 고요하게 울리던 목소리. 그 두 순간의 암전은, 꿈을 꾸기 전에 감은 우리의 두 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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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네 꿈을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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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별 님의 리뷰
2019.11.14 22:15:31
나를 맴돌게 하는 너의 부재에게
상실. 이라는 말을 쓰는 게 알맞을진 잘 모르겠다.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슬며시 끼워 넣는 나의 변명 아닌 변명에 덧대어, 자의든 타의든 너의 옆엔 내가 없고 나의 옆엔 네가 없게 되었으니 우리는 서로를 잃었다. 그때부터 맴돌기 시작했다. 많은 감정들 앞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결국엔 스스로를 대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게 맴돌았다. 너의 부재는 궁극적으로 나 자신까지 잃는 나의 부재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제멋대로인 기억 덕분에 그런 부재들에 맞서 살아올 수 있었다 생각한다면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사실인 걸까. 곱씹으면 아려와 몸부림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정에 사무쳐 그대로 젖어들기도 한다. 문득 기억 속에서 너의 향을 꺼내보는 것처럼. 검은 밤하늘에 떠 있는 하얀 달을 응시한다. 그 달을 너라고 생각한다. 하얀 눈 위에 서 있는 검은 누군가를 마주한다. 그 누군가를 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한 게 없는 우리는, 서로를 담을 수 있다. 함께 걸으며 발자국을 새긴다. 새겨지는 발자국에 네가 있는 새로운 출발을 담는다. 이어 행복과 용기 또한 담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믿으며 꾹꾹 눌러서 쓴다. 너에게, 나에게, 그리고 꿈에 나올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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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tea 님의 리뷰
2019.11.12 16:32:49
'눈'처럼 만지면 차갑지만 바라보면 따뜻한 감정, 사랑과 그리움
겨울은 우리의 내면과 가장 솔직하게 만날 수 있는 계절이다. 봄은 향기로운 꽃들에, 여름은 울창한 나무들에, 가을은 알록달록 물든 단풍에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뺏기게 된다. 하지만 ‘겨울’은 다르다. 아무 소리 없이 내려와 차곡차곡 쌓이는 눈과 날카로운 바람은 평소에 우리가 마음속에 가지고만 있었던 외로움과 그리움, 많은 생각들을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꺼낸 다음 다시 짚어준다. <윤희에게>는 이렇게 아프지만 개운한 계절인 ‘겨울’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깊고 담백하게 마음속으로 다가온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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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것은 주인공 윤희가 아닌 ‘눈’이었다. 영화 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재인 ‘눈’은 영화를 보기 전 싱숭생숭하고 건조한 마음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마치 ‘그리움’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 혹은 사랑은 사실 우리도 모르는 채 마음속으로 불쑥 들어온다. 그리고 소리 없이 마음속을 헤집고 혼란스럽게 한다. 때로는 우리 스스로도 주체 할 수 없는 이 강렬한 감정에 곤란해질 때도 있다. ‘눈’도 마찬가지다. 밤새 소리도 없이 우리 곁에 살포시 내려앉고는, 하얗고 광활한 풍경으로 우리 마음을 놀라게 한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눈은 어느 새인가 모르게 뭉쳐지고 딱딱해져 길을 막아 우리를 곤란하게 하고, 쉽게 처치할 수 없다.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라는 대사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사랑이나 그리움은 영원히 마음속에서 그치지 않죠, 우리는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버티고 사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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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 속 중요한 장치는 바로 ‘기차’와 ‘편지’이다. 기차와 편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누군가와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 만나고 돌아올 때 그 설레고 아쉬웠던 감정들을 ‘기차’라는 수단 자체에 담는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꼭꼭 담아 전하고 보내는 그 두근거림, 답장을 기다리는 초조함, 답장을 받았을 때의 행복 또한 우체국, 편지지, 편지 세 가지 모두에 담는다. 그 후에 우리 곁으로 어떤 기차가 지나가거나 우연히 어떤 우체국이나 우체통 앞으로 지나갈 때,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그 감정은 다시 폭풍처럼 되살아난다. 다시 말해, 몸이 떨어져 있어도 혹은 기억이 잠시 멈춰있어도, 그 순간을 시작으로 우리는 그 상대방과 길고 긴 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줄은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다. 그 감정의 진실함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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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리움’이라고 하면 슬프고 우울한, 다소 어두운 감정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하지만, <윤희에게>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지금은 만날 수 없어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 갈 용기를 준다. 때로는 그 희망 자체가 꿈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의 마음은 단단해지고, 더 성장하게 된다. 더 이상 ‘그리움’은 어둡고 무서운 감정이 아니다. 내리는 눈처럼, 만지면 차갑지만, 바라보면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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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분들의 연기도 잔잔하면서 힘이 있었다. 김희애 배우는 대사가 그렇게 많이 있지 않았지만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에 묘하고 슬픈 분위기가 스며들어 있다. 윤희가 거리를 걷는 모습만 보아도 괜히 마음이 울컥해지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고민과 분석이 뛰어났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김소혜 배우와 성유빈 배우만의 순수하고 맑은 연기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축이 되었다. 보는 내내 따뜻하고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영화가 끝나고, 윤희뿐만 아니라 새봄이와 경수의 이야기도 너무 궁금했다. 그만큼 좋은 연기였다고 생각했다.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은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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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는 올 한해를 마무리하기 좋은, 따뜻하고 먹먹해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 겨울의 포근함을 모두 담았기 때문에 연인, 가족, 친구 모두와 함께 보아도 손색없는 겨울 로드무비이다. <기생충>에 이은 올해 가장 좋았던 한국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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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님의 리뷰
2019.11.12 09:25:42
손편지 같은 영화. 펜을 쥐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써 자국이 깊게 남은 편지를 읽는 것처럼. 누군가의 진솔한 마음을 담담하게 들여다보게 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삿포로 오타루 풍경에 눈이 탁 트였다. ‘눈’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시골 할머니집. 내가 사는 곳은 겨울에 눈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아마도 설 연휴에 할머니집을 가면 보는 밤새 펑펑 내린 눈이 지붕 위에 소복이 쌓인 풍경이 좋았다. 눈사람은 만들기 힘들었지만 사람의 발자국이 아직 닿지 않은 눈을 뽀드득뽀드득 밟으며 행복해했다. 잊고 있던 그 풍경이 생각났고 억지로 잠재운 여행본능이 되살아나 버렸다. 눈 많이 내린 곳이면 더 좋겠다.

윤희와 새봄 모녀, 새봄 커플, 쥰과 고모. 주로 두 인물이 화면 안에 들어오는데 인물들의 표정만으로 화면을 꽉 채운다. 누구 하나 버려지는 인물이 없었다. 과거 사랑했던 사람이 영화관 화장실 방향제 냄새가 난 것을 평생 기억하는 고모 이야기도 애틋했다.

2년 전 추운 날 인디스페이스에서 임대형 감독의 전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보고 따뜻해졌던 기억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어졌다. 재관람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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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니 님의 리뷰
2019.11.08 23:34:58
시대의 억압과 폭력에 숨어야 했던 당신들을 위한 영화.
퀴어영화라느니 성장영화라느니 하며 이 영화의 성질을 단정짓고 싶지 않다. <윤희에게>는 누군가의 과거였고 누군가의 현재이며, 그들을 위한 미래의 바람이다. 잘못한 것이 없었던 사람들을 위로하며 그들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앞으로 밀어주는 다정한 영화다. 마음을 털어내기보다는 품에 안으며 담담히 꾹꾹 눌러쓴 편지의 글귀는 기어이 관객을 울리고야 말 것이다. 우리가 윤희의 꿈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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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빈 님의 리뷰
2019.11.08 01:19:00
'윤희에게'는 과거 인연에게서 온 편지를 읽은 딸의 권유에 추억이 깃든 장소로 여행을 가게 된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김희애라는 탄탄한 주연을 내세운 이 영화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영화라는 점에서 아마 이국적이지만 친근하기도 한 장소에서의 새로움과 익숙함을 통해 자신을 찾는 흐름으로 갈 것임을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인간미와 따뜻함과 사랑이 넘치는 감수성은 꽤나 놀라웠다.

과거의 새하얗게 지운 눈 속 일본 풍경에서 그리운 그 과거의 발자국을 한 번 따라가보는 이 특이한 여행기의 가장 큰 감동이자 재미는 과거와 현재가 만날까 말까한 그 아슬아슬함이다. 상당히 복잡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잘 소개하고 암시하는 이 영화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펼치지 못한 꿈들에 자신도 모르게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고, 이를 깨달으며 다같이 한걸음 더 성장하는 휴먼 드라마다. 김희애는 엄마로서의 강인함과 따스함을, 그리고 과거와 사랑을 그리는 한 여인으로서의 쓸쓸함과 망설임을 모두 담으며 순식간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보인다. 모든 씬마다 그냥 시선을 잡아먹는 엄청난 존재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발견은 딸 역의 김소혜가 아닌가 싶다. 능청스럽고 귀엽지만 당돌하고도 사려깊은 10대 소녀의 캐릭터를 연기한 김소혜는 김희애가 가진 무게감과 카리스마는 아직 없을지언정, 그에 못지 않는 마력과 재치가 있는 굉장한 신인이다.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와 성유빈과의 각양각색의 호흡을 선보이며 이 영화의 흩어진 플롯들을 모두 이어주는 김소혜 배우의 공은 매우 크다. 김희애와 나카무라 유코가 이 영화의 주 감정선을 잘 그려냈지만, 김소혜가 넓고 깔끔한 도화지를 깔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페이스가 도입부에서 좀 너무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이 있긴하나 (이는 감독의 전작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에서도 아쉬웠던 부분이다) 2막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하고 캐릭터들이 마음껏 활개치고 호흡을 맞추면서, 추억과 사랑과 아쉬움과 희망에 대한 깊고 잔잔한 여운이 마음 속에 자리잡기 시작한다. 영화의 잔잔한 톤과 시원한 클라이막스에 맞춰 흐르는 음악, 눈밭 겨울 풍경 속에서도 따스하게 피어나는 배우들의 감정과 외로움과 교감의 연출, 숨겨지고 가려진 마음을 조금씩 드러내며 격려하는 손길. 영화가 끝나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그 감성이 진해지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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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님의 리뷰
2019.11.07 23:11:22
세상에 존재하는 윤희들에게.


01.

영화 <윤희에게>를 봤다.

뭐라고 해야할까, 그냥 영화를 보고 세상의 모든 윤희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나를 모르는 그녀일 지라도 그녀라면 “그래, 그럴수 있지, 그래서 왜 뭐”라고 말하며 편지를 읽어줄 것 같다. 그래서 쓰고 싶어졌다.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철학적으로 심오하거나, 인간성찰을 다룬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런것 만이 꼭 훌륭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극을 관람하고 나면 윤희에게 혹은 이름모를 대상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이 편지에는 스스로 마음을 확인하는 작업을 동반해야한다.



02.

영화 <윤희에게>는 총 4명의 인물이 나온다.

이 네명의 인물에게는 경수(성유빈)이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4명의 인물은 윤희,새봄,준, 준의 고모를 말한다. 4명의 인물은 성격, 언어, 생김새등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인물들끼리 붙는 장면이 나올때는 충돌한다는 느낌보다는 그 상태를 관람하며 풍기는 분위기를 즐기게 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갖는 다른점들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각자의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상충보다는 상생을 하며 각자 혹은 만남을 이뤄졌을때 다른 분위기가 나온다.



03.

감독의 전작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하늘위를 부유하고 부상하는 느낌을 준다면, 이번 작품은 땅위에 붙어있다. 현실의 인물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일수도 있으며, 그것은 감독이 촬영하는 프레임을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을 선택해 인물들을 멀리 잡아서, 마치 눈속에 다리가 묻힌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일수도 있다.

전작보다 환상이 걷힌 <윤희에게> 보이는 것은 ‘삶’이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아픔을 아프다고 투정부리지도 않고, 기쁨의 설렘을 과장하지 않은 담백한 삶과 아픔이 있다.



04.

가장 좋았던 장면은 전 남편의 결혼 소식을 들었을때 “행복해야해,꼭.”이라 말하자 남편이 왈칵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고, 감독을 좋아하게 된 장면은 준과 윤희의 만남을 단면으로만 보여줬다는 것이다.



05.

삶에는 아픔이 있다. 아픔은 주관적이지만 말이다. <윤희에게>는 때묻지 않은 소년소녀의 시선,마음으로 혹은 때가 많이 묻었을 것같은 노인의 시선,마음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인물들이 그것에 대해 한줄 두줄 읽어서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려가줄 때, ‘한번 하면 해보고 싶다라는 호기로움’과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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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7 22:31:11
그냥 매혹당한 기분이다
솔직히 초반부는 아리송했고
어떤이야기를 할까 궁금했다
시간이 갈수록 편히 빠졌다

모든 연기자의 연기도 좋고
부담스럽지도 과하지도 않은
색다른 매력이 있는 영화였다

힐링영화는 아닌데 묘하게
기분좋게 상영관을 나섯다
지금도 살며시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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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ue 님의 리뷰
2019.11.15 23:52:19
사랑, 사랑, 더없는 사랑
눈물이 고인 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윤희에게>는 눈을 한번 깜빡이면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 같기도 하고, 천천히 흩날리는 눈 같기도 하다. 고요히 휴지를 적시고, 고요히 쌓여 새하얀 천국을 만드는 눈과 같이 느껴진다. 그만큼 조용하면서도 애틋하고, 아련하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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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형 감독의 전작이자 첫 번째 장편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다. 그 작품은 기주봉 배우를 필두로 오래 간직했던 꿈, 아버지와 아들의 무뚝뚝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그리고 있다. <윤희에게> 역시, 오래 간직한 비밀스러운 마음과 엄마-딸(왠지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고 쓰고 싶다)의 관계를 그려나간다. 이 영화의 매력은 이런 점에서 배가된다. '퀴어' 서사만을 주목하고자 했다면 쥰과 윤희의 이야기를, 그들이 재회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고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중심에 그들의 애틋한 감정을 단단히 심어놓고, 윤희의 딸 새봄을 통해 시대와 세대의 인식 변화를 함께한다. 어떻게 보면 새봄이 편지를 발견하고 그들의 만남을 이뤄내기까지 모든 서사는 예측이 가능한데, 그 예측 가능한 서사가 결국 '세상의 모든 사랑을 향한 응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더는 '사랑해'라는 말이 편지에만 쓰이지 않도록, 침묵을 지속하지 않도록, '새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 것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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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의 엄마가 생각났다.
영화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속 지역은 내가 어렸을 적 살았던 곳이다. 공교롭게도 그때 우리 엄마의 직업은 중학교 조리사였다. 게다가 나 역시 첫 필름카메라는 우리 집 서랍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던 '미놀타'였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끼워 맞추다 보면 이어지겠지만)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영화를 보는 동안 자꾸 엄마가, 이모가 떠올랐다. '나의 엄마도, 나의 이모도, 나의 할머니도 평생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누군가의 꿈을 꾸겠지'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나왔다. 어떤 꿈이든, 그 꿈속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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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속 윤희와 쥰은 서로를 향해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말 한마디 하지 않지만, 그들의 어떤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사랑, 사랑, 더없는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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