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2019) - 키노라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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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 (Midsommar)
드라마 / 2019

개요
드라마, 공포(호러), 미스터리, 미국, 스웨덴, 147분, 청소년 관람불가, 2019.10.03 개봉
감독
아리 에스터
배우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윌 폴터
윌리엄 잭슨 하퍼
아치 매더퀴
빌헬름 브롬그렌
율리아 랑나르손
안나 아스트롬
이사벨 그릴
리브 미에네스
비요른 안데르센
군넬 프레드
시놉시스
한여름, 낮이 가장 긴 날 열리는 미드소마에 참석하게 된 친구들.
꽃길인 줄 알고 들어간 지옥길,
축제가 끝나기 전까지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85.33%
3.47점
키노라이트 분포
11개
64개
별점 분포
예고편
리뷰
38

2019.07.12 01:20:31
오컬트 자체는 공포스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입증. 하지제, 지역 풍습 등에 관심이 많다면 흥미로웠겠지만 관객은 주인공들처럼 논문을 쓰는것도 아니고 암시조차 주지 않은 단서들을 파헤쳐가며 영화를 보지 않는다. <유전>에서의 적절한 완급 조절은 온데간데 없고 늘어지는 서사와 이해할 수 없는 상징들로 가득 찬 욕망의 결과물을 본 듯 하다. 이미지적으로 훌륭하고 뇌리에 남는 부분들은 분명히 존재하나, 두시간반을 채우기에는 흡입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 치디 아나곤예... 이쯤되면 논문은 그만써야...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2019.07.07 23:54:44
'미드소마' 간단 리뷰
1. 영화가 낯선 세계를 만들어내는데 굳이 CG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엄청나게 사랑하는 고전 판타지 영화 '네버 엔딩 스토리'도 CG가 없던 시절에 시각효과와 미니어처만으로 전에 볼 수 없었던 세계를 만들어냈다. 낯선 세계는 상상만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다(가장 편리한 방법이 CG긴 하다). 그렇다면 낯선 세계에 대한 원초적인 감정을 이야기해보자. 남자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누구나 겪는 군입대 상황. 가족의 보호, 친구와의 자유분방함을 떠나 통제된 공간에서 규율을 지키며 생활하게 된다. 그 낯선 공간에 처음 당도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떠올려보자. 실감이 나지 않는 며칠(하루나 이틀)이 지나고 나면 그제서야 엄습해오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그곳은 가족의 보호도 없고 자유분방함도 없다. 자신의 일을 온전히 해내지 못하면 돌아오는 것은 무한한 갈굼과 눈칫밥이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때 찾아오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2.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는 완벽하게 낯선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공간에 들어간 직후, 카메라는 절대 공간을 나가지 않는다. 관객조차 공간 안에 가둬버린 것이다. '미드소마' 속 공간은 대단히 묘하다. 언제라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나갈 수 없다. 아무도 외지인을 위협하지 않지만 그들은 극한의 위협을 받는다. 대니(플로렌스 퓨)의 어두웠던 세계와 달리 이곳은 지나칠 정도로 밝고 환하다. 어둠은 없지만 외지인들은 누구보다 깊은 심연에 빠져있다. '미드소마' 속 인물들은 낯선 공간의 일상과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종교적 의식과 일상이 외지인들에게는 공포가 된다. 그 경계는 그리 두껍지 않다. 이 사실만으로 '미드소마'의 공포는 좀 더 가깝게 다가온다. 이 마을은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최근에 믿게 된 사실: 잘 만든 공포영화는 '공포' 본연의 감정에 충실하다. 리메이크된 '그것'이나 아리 에스터의 '유전', '바바둑', '팔로우' 등 최근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공포영화들은 '공포'라는 감정이 어디서 찾아오는지 탐구하고 있다. 때로 그것은 아이콘처럼 상징성을 갖기도 하고 미지의 세계로부터 찾아오기도 한다. 그것은 찰나의 감정이 아닌 깊고 오랜 것이기도 하며 반대로 찰나에 찾아와 주저앉아 있기도 하다. '미드소마'의 공포는 '차이'로부터 찾아온다. 차이,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르다. 그게 대체 무슨 공포가 될까? '차이' 그 자체는 공포가 되지 못한다. '차이'가 성립하려면 나와 상대방이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차이의 양쪽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나와 상대방은 다르다. 그런데 상대방은 다수이며 그들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간단해진다. 상대방의 다른 점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그 자리에서 도망치거나(나의 다른 점을 상대방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길은 없다. 힘이 없으니깐).

4. '미드소마'는 설득시킬 수 없는 차이를 마주한 순간의 공포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우리 삶 속에서 꽤 빈번하게 일어난다. 앞서 언급한 군입대의 상황도 마찬가지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일,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일, 혹은 회사를 옮기는 일. 모든 순간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두근거림, 설렘 등으로 포장됐지만 사실 그것은 '공포'다. 이 공포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질서에 적응하거나 도망치는 일이다. 그런데 '미드소마' 속 외지인들은 둘 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고 그들의 질서에 녹아들려 하지 않았다(물론 오랜 시간이 흘러 후자에 이른 사람도 있다). 그만큼 이 마을의 사람들은 위협적으로 굴지 않았다. 이것은 마을의 의식 중 등장한 첫 번째 죽음과도 연관이 있다.

5. 외지인들이 이 마을에서 '첫 번째 위협'이라고 느꼈을 장면은 절벽 장면이다. 여기서 외지인들은 노년의 남녀가 절벽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죽는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마을의 장로는 놀란 젊은이들에게 "우리만의 풍습이다. 그 분들도 기쁜 마음으로 떠나셨다"고 설득한다. 만약 이들이 절벽에 스스로 몸을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목을 메달거나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등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방식의 죽음을 맞았다면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행한 '첫 번째 죽음의 의식'(여기서 실패하면 나무망치를 들고 '두 번째 죽음의 의식'을 행한다)이 절벽에서 스스로 몸을 내던지는 것인 만큼 "원하지 않으면 죽을 일은 없다"고 설득시키기 좋다.

6. 여기까지 읽으면 혹자는 "마지막 장면에서 마을 사람들은 종교의식을 빌어 살의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마을 장로들은 펠레(빌헬름 브롬그렌)에게 외지인(=재물)을 데려오느라 수고했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죽을 사람을 꼬셔온 사람에 대한 감사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의 가치관에 그들은 '죽여야 할 대상'이 아닌, 신에게 바쳐지는 '숭고한 영혼들'이다. 애시당초 생명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기에 이들은 살인이 나쁜 행동이라는 인식이 없다. 이것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에서 임모탄 조(휴 키스-번)에게 기도하고 목숨을 던지는 워보이들과 같다. 생명에 대한 기준과 가치 자체가 다른 셈이다. 그렇기에 이들에 대해 "악의는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

7. 그런데 여기서 대니의 마지막 표정이 재미있다. 5월의 여왕이 된 대니는 재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남자친구였던 크리스티안을 선택한다. 크리스티안은 그들의 의식에 의해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대니는 이 모습을 목격하고 오열했다. 이후 상황은 대니가 재물로 크리스티안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의식을 위한 것으로 포장할 수 있지만 대니의 마지막 미소는 그게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그렇다면 이 마을의 구성원 중 처음으로 '살의를 품고 사람을 죽인 자'가 탄생한 것이다. 이것은 '악의가 없다'고 말한 내 주장에 균열을 낸 것이며 영화 내내 보여준 이 집단의 모습에도 반전을 준 것이다. 이것은 마지막 의식에서 재물로 지목된 남자가 몸에 불이 붙자 비명을 지르는 것과 같다. 결국 의식은 허상이라는 것이다.

8. 가장 무서운 살인마는 어떤 녀석일까? 나는 '살의를 드러내지 않은 살인마'가 제일 무섭다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사람 죽일 것처럼 생긴 녀석과 바퀴벌레 하나 못 죽일 것 같은 녀석 중 후자가 살인마라면 상대방은 대응도 해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미드소마'의 사람들을 후자에 가깝다. 140분 넘게 꽁꽁 살의를 감춘 마을 사람들은 마지막 5분에 이르러 머리카락보다 얇은 틈으로 "널 죽일 생각이 있었어"라며 살의를 드러냈다. 이것은 대니의 미소와 마지막 사내의 비명에서 드러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홀로코스트'의 식인종 집단보다 '미드소마'의 마을 사람들이 더 무섭다.

9. 결론: 공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공포는 얼굴을 감추고 있다. '미드소마'는 얼굴을 감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고문을 일삼는 수사집단의 고문방식 중 하나는 '악랄한 형사'와 '좋은 형사'가 교차로 등장하는 것이다. 악랄한 형사는 고문과 폭력으로 압박하고 좋은 형사는 회유와 설득을 진행한다. 이 경우 수사대상은 이들이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생각하게 된다. 어느 쪽을 생각하건 배신당하기 마련이다. 이때 찾아오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꽤 심각하다. 이것은 정신적 고문으로 꽤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미드소마'는 이런 식으로 관객을 옥죄는 영화다. 영화 내내 낮이라고 속지 말자. 이곳의 낯은 도시의 밤보다 더 무섭다.


추신) 리뷰를 쓰면서 어느 순간 '과제'처럼 떠안게 된 것: 기호와 상징을 정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글 쓰는 것을 지양하자. 내 글이 어느 순간부터 기호와 상징에 전복돼 해석만 하려고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글쓰기에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지만 자칫 편협한 글쓰기가 될 수 있다. 매번 이 방식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다행히 '미드소마'에 이르러서야 나는 기호와 상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흐름을 쫓고 분위기를 봐야 한다. 여기에 기호와 상징을 정한다면 한도 끝도 없이 무한대로 불어날 것이다. 만약 어떤 리뷰어나 유튜버가 이 영화에 대해 '해석'이라며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다면 그 사람은 아주 높은 확률로 '헛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애시당초 해석이 불가능하고 해석할 필요가 없는 영화가 있다. '미드소마'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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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 님의 리뷰
2019.07.26 11:35:23
애써 부정해온 욕망을 기어코 파헤쳐버리는 심리적 호러 영화
-엄습하는 운명-

대니는 두 가지 불안을 안고 있다. 첫째는 가족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대니는 조울증을 앓는 동생에게서 꾸준히 불길한 문자를 받는다. 대니는 문자를 보며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감을 받지만, 별일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애써 그 예감을 무시하려 한다. 그러나 그녀의 불길한 예감은 실현되고 만다. 대니의 동생은 곧 부모님도 자신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문자를 보내고, 그 날 대니의 가족은 모두 죽어서 대니에게 크나큰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둘째는 주변 인물의 시선에 대한 위기의식이다. 항상 동생을 의식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대니는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에게 자주 의존했다. 크리스티안은 그런 대니를 부담스러워했고, 크리스티안의 친구들도 대니를 불편해했다. 대니는 친구와 통화를 하며 남자친구가 자신을 싫어할까 봐 불안하다고 토로한다. 크리스티안은 대니가 불안정한 상태일 때 마음 놓고 기댈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한다.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살아가던 대니는 스웨덴에 있는 펠레의 마을로 가는 크리스티안 일행의 여행에 동참하기로 한다. 크리스티안의 친구들은 여행에 끼겠다며 나타난 대니를 피해 자리를 옮긴다. 대니도 그 사실을 알기에 여행길에 오르는 그녀의 마음 한편이 무겁다. 그런데 모두가 대니를 피할 때 유일하게 대니에게 공감해주고 대니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여행의 주동자인 펠레다. 펠레는 대니에게 공감하고, 그녀를 초대할 수 있어 기쁜 기색을 대놓고 보인다. 그녀와 즐거운 대화를 나눌뿐더러, 자신도 부모님을 잃어보았기에 그녀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는 둥 그녀의 심부를 자극하는 말까지 한다. 그 말은 부모님에 대한 대니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잔인하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에게 공감해줄 사람을 갈구하던 대니의 욕망을 달콤하게 충족시켜준다.

<미드 소마>는 예상하기 쉬운 영화다. 이는 <미드 소마>의 서사가 클리셰로 들어차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본심을 꾸준히 암시하고 구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부 알고도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만 하는 무력감을 선사한다. 마을의 문화를 조사해서 논문으로 쓰려던 조쉬는 마을 경전을 찍기 위해 규율을 어기고 죽는다. 전반부 내내 여자 이야기만 하던 경박한 친구 마크는 수상한 여자를 따라가 죽는다. 여자친구에게서 해방되고 싶어 했던 크리스티안은 마을 여인 마야와 성관계를 맺는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줄 사람을 원했던 대니는 자신을 불편해하던 모든 사람이 거세된 마을의 구성원이 된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기 한참 이전부터 등장인물에겐 저마다의 끔찍한 운명이 주어져있었다. 그들이 처음부터 욕망을 향해 내달리지 않는 것은 자라오면서 배운 사회윤리적 통념 때문이다. 크리스티안은 여자친구와의 의리 때문에 마야와 관계를 맺는 것을 주저한다. 대니는 남자친구가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해도 남자친구를 저버리고 펠레와 마을을 선택하지 못한다. 윤리적 통념에 어긋나는 자신의 흉한 본심을 짐짓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드 소마>는 인물이 어떻게든 모른 척하던 본심을 긴 시간에 거쳐 기어코 파헤치고 만다. 실현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가차 없이 실현되고 관객들은 그 과정을 아무것도 못하고 지켜보아야만 한다. 이때 아리 애스터가 관객의 무력감과 고통을 배가하기 위해 선택하는 연출적 수단은 다가오는 끔찍한 운명의 지연이다. 가령, 절벽에서 노인이 떨어지는 씬에서 관객들은 절벽을 비추는 롱숏과 손을 베는 선혈의 이미지, 절벽 위에서의 아득한 부감 숏을 통해 노인들의 죽음을 예감할 수 있다. 한데 노인들은 바로 뛰어내리지 않고 지독하게 긴 의식의 과정을 밟는다. 한 명이 뛰어내려 죽고, 예감은 확신이 된다. 그런데 노인 한 명이 죽고도 씬은 끝나지 않고, 나머지 한 명이 또 절벽 위에 선다. 심지어 그는 절벽에서 뛰어내려서 죽지 못한다. 관객이 미리 보았던 망치를 든 사내가 죽지 못한 노인을 향해 걸어간다. 관객의 감정을 끝도 없이 배가하는 짓궂은 장난. 이때 떨어져 죽는 노인을 지켜보는 인물들은 사건에 개입할 수 없는 관객과 같은 처지에 있다. 끔찍한 사건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인물들의 표정이 스크린에 구현된다. <미드 소마>에는 이런 지독한 리액션 숏이 많이 있다. 곰이 불타는 그림을 두 눈으로 보았는데도 아무것도 못하고 곰 안에 들어가게 되는 크리스티안의 눈빛. 곰 탈을 쓰고 자신의 주변을 휘감아오는 불을 지켜보기만 하는 크리스티안의 눈동자. 제물이 된 크리스티안을 지켜보는 대니의 망연자실한 표정. 불타는 신전 안에서 불을 지켜보는 마을 주민.


-추레한 본심-

절벽에서 떨어지는 노인을 본 대니는 충격을 받고 마을을 떠나려고 한다. 그때 펠레가 짐을 싸는 그녀를 잡는다. 펠레는 대니에게 크리스티안은 좋은 녀석이지만, 그가 너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냐고 묻는다. 대니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펠레는 대니를 이해한다고 말한다. 자신 역시 부모님을 잃었다고, 그러나 자신은 상실감을 느낄 틈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가 부모님이 죽자마자 마을에 들어와 모두를 가족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드 소마>의 무대가 되는 마을은 극단적인 파시즘적 매혹을 품고 있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가족이고 동질적 구성원이다. 전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잠을 잘 때도 프라이버시가 없다. 섹스를 하면 옆에서 수많은 사람이 함께 신음소리를 내며 공명(共鳴)하고, 오열을 하면 마을 구성원이 함께 슬퍼한다. 한 사람이 운다고 해서 모두가 함께 땅이 꺼질 듯이 분노하고 오열하는 모습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대니의 트라우마와 결핍을 해소하는 이 부자연스러운 이미지는 과장된 집단 감성으로 가득 차서 기괴하다. 예견된 일이 거의 다 일어난 후에 대니는 결국 크리스티안을 저버리고 펠레와 키스를 한다. 그녀는 그토록 원했던 가족을 얻었다. 미소를 짓는 그녀의 해괴한 모습. 저마다 내밀한 욕망을 품고 있는 관객들은 그런 부류의 욕망이 이미지로 생생하게 새겨지는 것을 보고 섬찟함을 느낀다. 그 순간 관객이 느끼는 것은 자신의 추레한 본심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듯한 공포스러운 감각이다. <미드 소마>가 우리에게 끔찍하게 와닿는 것은 말초적 공포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애써 부정해온 욕망이 끝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심리적 공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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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ue 님의 리뷰
2019.07.13 00:42:02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며칠 전 용기 내어 챙겨봤던 <유전>. 오히려 그게 독이었던 것일까. <유전>이 생각보다 깔끔하고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기에, <미드소마>가 담고 있는 게 다소 많아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영화의 중반부까지 가졌던 기대감과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잃어버렸던 건지 잘 모르겠다. 아마 대니가 5월의 여왕이 되고 나서부터 약간의 실소를 터뜨렸던 문제의 배드신까지, 너무 버겁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고. 동공지진의 연속이었달까. 길을 잃은 채 영화 속에서 헤매고 있는 기분이었지만 묘하게 재밌어서 너무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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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리 에스터 감독의 ‘공포 영화’가 마음에 든다. 내가 생각보다 공포 영화를 잘 보는 사람이었던 건지 아니면 이 감독의 이런 색깔이 좋은 건지 구분할 능력은 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왠지 그냥, 좋은 것만은 분명하다. <유전>을 곱씹으며 그리고 <미드소마>의 초반 대니의 아픔을 가만히 지켜보며 확신을 가졌다. 그저 어떤 시각적 징그러움이나, 청각적 자극만을 가지고 사람들을 놀라게 할 생각이 아니라 그는 영화 속 인물의 트라우마를 통해 관객에게 진심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는 보호받지 못한 채, 어쩌면 안쓰럽게 방치된 채 또 다른 이름의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의미의 ‘공포 영화’라면, 나는 세상의 어떤 영화보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영화가 제일 무섭다고 확언하겠다. <유전>의 ‘애니’가 자신의 엄마에게 느꼈던 그 공포의 기억을 어느새 자신의 아들에게 되풀이하고 있었다는 것은, 결국 그 트라우마조차 ‘유전’되었다는 것은 내게 슬픔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했었고 <미드소마> 속 대니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 역시 이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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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전>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적인 공간의 구분이 없었기에 이야기의 흐름이 쉽게 이해가 되었고, 그에 따른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에도 버겁지 않았다. 하지만 <미드소마>는 대니의 개인사와 연인 사이의 감정싸움, 친구들끼리의 다툼, 새로운 문화와의 충돌 등 끊임없이 끼어드는 다양한 소재들이 영화의 커다란 중심을 조금씩 흔들어놓는 느낌이 들어서 정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꽤 많은 죽음을 듣고, 목격하는 대니가 끝없이 슬픔을 표현하다가 마지막엔 결국 웃음을 보인다던지, 그들 부족의 문화에서는 결국 ‘사람을 포함한 만물은 모두 순환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등 다양한 중심 주제를 흐트리지 않고 지켜가는 것이 보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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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준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감독님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것 역시 아주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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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tti 님의 리뷰
2019.09.10 12:38:49
난 유전을 정말 인생영화급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도 엄청 기대했는데 유전 정도는 아니었다.

유전은 영화 내내 긴장감을 천천히 쌓아올리다가 중간중간 미친듯이 빵빵 터뜨리는 편인데 (좀 이상한 비유이긴 한데 edm음악이 비트를 쌓아올리다가 드랍을 터뜨리는 거랑 비슷한 느낌ㅋㅋ) 미드소마엔 그런 드랍더비트적 모먼트가 거의 없다. 게다가 전개 자체가 예측이 불가능해서 더더욱 롤러코스터 느낌이던 유전과 달리, 이 영화는 포스터나 예고편만 봐도 사이비 컬트 이야기인 걸 알 수 있고, 보면서도 이후의 전개를 충분히 짐작 가능한데도 일부러 한결같이 아주 느린 페이스를 유지하는지라 중간중간 꽤나 지루하고 처진다. 좀 더 본격적인 있어 보이고 무거운 아트하우스 필름 느낌. 근데 신기하게 중간중간 골때리게 웃기기도 하다.



어쨌든 감독의 드럽고 사악한 취향은 여전해서 좋았다. 가령 유전에서 떨어진 머리를 굳이 클로즈업해서 보여줬던 것처럼 여기서는 한 번의 신체 훼손 과정을 굳이 자세히 묘사하고, 반복편집해서 보여주고, 클로즈업해서 다각도로 보여주고 심지어 뒤로 되감기해서 다시 보여준다. 단순히 농담같은 고어씬 느낌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끔찍한 장면을 일부러 관객들 기분 더러우라고 계속 돌려 보여준다고. 진심 미친놈 아냐 ㅋㅋ (그래봤자 유전만큼의 대충격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난 관객들과 캐릭터들을 괴롭히겠다는 이 감독의 강력한 의지, 집요한 사악함이 너무 좋아서..이 맛에 아리 에스터 영화 봅니다.



난 에스터가 인간 감정의 어두운 부분과 오컬트/고어물을 연결지어 탐구하는 것도 엄청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초반부 등장인물들의 묘사를 보면 셜리 잭슨의 단편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현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거짓말로만 겨우겨우 유지되는 연약하고 부실한 인간관계를 너무 잘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인공 대니와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은 단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낼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억지로 연인관계를 유지할 뿐이고, 크리스티안의 친구들은 대니를 불편해하거나 싫어하지만 크리스티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리에 끼워주는 식이다. 대니도 내심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 크리스티안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거기로부터 일부러 눈을 돌린다. 중간에는 크리스티안과 크리스티안의 친구(이름 생각 안남) 사이에마저 논문 문제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건 크리스티안이나 그의 친구들이 딱히 엄청난 악의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관계가 된 게 아니다. 현실에도 이렇게 부실한 관계는 널리고 널렸다.



영화 속 미드소마 의식은 대니가 사이비에 귀의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무익하고 허위와 가식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로부터 탈피해 새로운 공동체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감독은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라, 대니의 구원서사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음. 컬트집단은 그냥 (감독의 드러운 취향이 반영된...) 소재일 뿐이다. 그래서 미드소마 의식 자체가 막 거대한 공포와 악의 집회로 묘사되기보다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대단히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면이 있다. 현실의 사이비도 원래 외부인이 보면 웃기니까..

아무튼 컬트집단이 얼마나 비정상인지, 주변인들이 얼마나 썰려나가는지는 대니 자신에겐 별로 상관이 없음. 비극의 상처를 치유하고, 가식적인 인간관계와 후진 전남친으로부터 벗어나 (펠레가 대니를 꼬드길 때 말했듯이) 진짜로 자신을 위해 슬퍼해주고 심지어 같이 울어주는 새로운 가족과 공동체를 찾았다는 게 중요한거다. 심리적으로 위태로운 사람이 왜 사이비에 잘 속아넘어가는지 딱 여기서 납득가게 제대로 묘사됨.



+내심 연출이 전체적으로 엄청 과하다는 생각이 좀 들었는데 종교의식 특유의 혼미함과 고양감을 연출하고 싶었나봄. 근데 정말 성공적이었냐면 솔직히 잘 모르겠음 걍 지루한 느낌이 더 커서... 좀 심하게 말하면 감독의 자의식과잉도 느껴지고.... 그래도 실제로 5월 여왕 뽑는 장면쯤부터 나도 덩달아 혼미해지긴 한다..



+플로렌스 퓨의 연기가 미쳤다. 초중반 내내 나오는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는 그냥 그랬는데(유전에서 토니 콜렛의 미친 오열 연기 때문에 눈이 높아짐) 후반으로 갈수록 그냥 혼자 영화를 씹어먹는다. 특히 신전 태울 때 ☹️이러던 표정(ㅋㅋ)은 대박이라고 느낌...괜히 여기저기 캐스팅되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크리스티안 역 배우는 초반 내내 심각할 정도로 매력 없어 보여서 조금 짜증났었는데 보다 보니까 약간 곤걸의 벤 애플렉st 로 무책임하고 재수없고 전혀 의지가 안 되는 무능한 역할이랑 찰떡이라 정말 기가 막히게 캐스팅했군 싶더라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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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희 님의 리뷰
2019.08.13 00:18:57
오~ 이 광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단순히 갑툭튀의 타이밍이나 잔인한 장면들의 나열로 깜짝 놀래키는 것이 아니라 늪에 빠진 듯 내 안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에 잠식당하는 기분이다.

꿈이줄 알면서도 아무런 저항도 못한채 내 목을 조르는 손길만큼은 또렷하게 느껴야만 하는 악몽.

영화의 색감은 전혀 다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을 닮았고, 결론이 정해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라는 점에선 아리 애스터 감독의 전작 <유전>의 D.N.A를 물려받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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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현 님의 리뷰
2019.08.04 19:41:36
나는 이렇게 머리보다 몸으로 이해하는 공포영화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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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0 16:09:05
잘 만든 영화임에 분명한데 보고 나서 느낌은 참 찝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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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6 02:59:48
<유전>에 이어 자신의 세계관을 뚝심있게 끌고 와 전작과 비슷한 듯 다른 이야기를 비슷한 듯 다른 방식으로 펼쳐내는 <미드소마>는 "아리 에스터"라는 이름을 관객의 뇌리에 똑똑히 각인시키는 영화다. 그의 전작 <유전>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였는데 이 영화는 더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조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전작 <유전>이 별로였던 사람은 이 영화도 별로일 것이고, 그것이 좋았던 사람은 이 영화도 좋아할 확률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좋아할 확률 또한 높다고 자부하지는 못하겠다. 더욱 분명한 건 일반적인 점프 스케어 무비를 기대하고 본다면 분명 엄청난 실망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좋게 봤으나 솔직히 말해서 공포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데 이 영화를 관람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유전>에서의 액자식 구조를 넘어 겉플롯과 속플롯을 뒤엉키게 하는 이중구조 방식의 전개를 택하는 영화를 통해 감독은 이번에도 "관계"와 "트라우마"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영화는 <유전>의 미니어처 모형이 생각나게 만드는 그림으로 시작해 결말까지 차분하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의 연출에서 감독의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감독은 다음 전개될 내용을 계속해서 "암시"하여 관객의 예감을 적중하게 하며 그러함으로써 익숙한 것, 아는 것에서 오는 공포감을 조성해내는데 그 변칙적이고 야심찬 시도에 놀라면서도 거기에서 알 수 없는 어떤 공포감과 무력감의 감정이 크게 왔다. 영화를 다 보고 찝찝한 우화 한 편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나온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속플롯의 내용과 그 전달 방식에 있어서 전작보다는 덜 와닿는 감이 있었고 그 내용이 감독의 개똥철학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꽤나 들기도 했는데 그 점과 영화가 다소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걸린다는 점을 뺀다면, 결론적으로 <유전>에 이어 이 영화 또한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고, 아리 에스터 감독의 앞으로의 뚝심있는 행보가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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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3 19:17:36
약에 취하면 아름답게 '보일' 파스텔 톤의 종교적 제사.
이 리뷰는 <미드소마>와 아래에 언급된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전>, <킬리스트>, <위커맨>, <더 위치>, <리추얼>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은 호러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심지어 <악마의 씨>나 <엑소시스트>이래 가장 뛰어난 오컬트 영화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여럿 있었다. 현재 가장 잘나가는 호러 영화감독인 제임스 완은 악령, 엑소시즘과 같은 익숙한 이야기를 장르적으로 재치있게 풀어낸다. 반면, 아리 에스터 감독은 정형화된 장르 질서와는 다른 원초적인 공포의 기원을 담아내는 재능이 있는 감독입니다.

감독의 전작 <유전>은 악마의 강림을 다룬 오컬트 영화다. 그의 세계에서는 인간은 미지의 존재를 위해 놓인 재물에 불과하다. 인간의 의지나 반항 따위는 그저 헛될 뿐이다. <미드소마>의 서사는 정확히 유전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연출의 방식과 소재가 다를 뿐 기본적으로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유전>을 기대하고 본다면 큰 오산이다. <미드소마>는 오컬트 장르 영화라고 보기 힘들다. <미드소마>는 감독의 자아실현을 위한 작가주의 영화이자, 실험적인 예술 영화에 가깝다. 분명 <유전>과 <미드소마>는 둘 다 호러로 분류될 영화들이지만, 표현방식은 완전히 상이하다. <미드소마>는 일부 잔혹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호러 장르의 규범이나 연출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사실 종교적 의식을 소재로 다룬 호러 영화는 생각보다 많다. 감독의 전작 <유전>은 말할 것도 없다. 다리오 아리젠트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서스페리아>는 마녀 강림의 거대한 춤사위였다. 영국의 호러 영화 <킬 리스트> 역시 이교도의 의식으로 <미드소마>와 비슷한 클라이맥스와 결말을 다룬다. 주인공이 악과 일체화된다는 점에서 <킬 리스트>뿐만 아니라 같은 독립 영화 배급사 A24의 호러 영화 <더 위치>도 닮은 점이 있다. <더 위치>는 세일럼 사건을 바탕으로 순결한 처녀가 마녀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미드소마>는 기괴한 소재를 다룬 예술 영화라는 점에서 언급된 영화들과 사뭇 닮았다.

사실 이런 소재는 장르 색이 짙은 영화 중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넷플릭스 영화 <리추얼>은 <미드소마>와 같은 북유럽 고대 종교를 공포 소재로 사용했다. 하지만 가장 닮은 영화는 <위커맨>이다. <위커맨>은 오래된 드루이드교의 인신공희를 다룬 작품이다. <위커맨>과 <킬 리스트>의 결말이 합쳐진다면 <미드소마>의 이야기가 탄생할 것이다. 단, <위커맨>이 상업 영화의 형식을 유지한 영화라면 <미드소마>는 리얼리티 쇼를 지켜보는 내부자 시선의 연출이라는 점은 다르다.

<미드소마>의 플롯은 사실 별것이 없다. 감독의 전작을 보고 이번 작품의 예고편을 본 사람이라면 예상 가능한 그런 이야기다. 근데 영화가 꽤 길고 호흡이 늘어지는 반면에 자연 전경을 비추는 영상미는 매우 아름답다. 사람이 죽기 시작하는 중반 이전까지는 이 영화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다큐멘터리나 예술 영화처럼 담담하게 인물들을 비추고 중반 이후 의식이 벌어져도 잔혹한 장면조차 아름다움의 일부인 양 묘사한다. 호러 영화로 보기에는 상당히 이질적인 연출이다. 마치 의식에 참여하는 누군가가 영화로운 기록을 남기기 위해 촬영한 느낌도 받는다.

영화가 담는 신화적 장면을 위해 ‘룬’ 문자나 고대의 그림 같은 상징적인 이미지를 나열하고 있지만,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어렵고 깊은 은유보다는 필터링이 없는 구약성서의 구절과 같이 노골적인 묘사에 가깝고 관객도 쉬이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하나의 쇼로 펼쳐진다.

시종일관 등장인물이 약에 취한다. 이때 보이는 초현실적 표현은 <테이킹 우드스탁>처럼 화려하거나 기괴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한 묘사다. 죄를 저지른 이들이 드라마 <한니발>에 나오는 미형의 신체 조각물처럼 전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묘사들이 과연 효과적일까? 이미 수많은 영화나 게임 등에서 등장인물이 약에 취해서 보는 환상세계를 표현했다. <미드소마>의 ‘하이(high)’한 세계는 신선해 보일까? 의구심은 남지만, 전체적인 연출 톤과 비교하면 찰떡같이 어울리는 연출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의 서사 구조는 단순하다. 힐링, 연구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북유럽 마을을 찾은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제물이 되는 비교적 쉬운 이야기다. 단지 그것을 풀어낸 방식이 실험적이고 딱 연출 시도 자체의 예술적 가치를 목적으로 만든 영화다. 대단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도 아니고 상업성은 0.1g도 없다.

<미드소마>는 잔혹한 소재의 내용물과는 상반된 이미지로 연출된 실험 예술 영화에 가깝다. 낯선 이교의 종교적 제사를 꽃내음 그윽한 파스텔 톤으로 묘사했을 뿐이다. 단지 그 제사 의식이 예수가 언급한 지옥, ‘게헨나’를 연상시키는 인신공희의 장이었을 뿐이다. 관객이 술이나 약에 취해서 영화를 봤다면 그 장면조차 아름답게 보일지 모른다.

이 영화는 일단은 호러 영화지만 호러 장르의 규범이나 클리셰와 같은 장르적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감도의 자아실현을 위한 예술 영화, 작가주의 영화로 분류될 영화에 가깝다. 호러 장르 자체가 원래 호불호가 심하다. 하지만 <미드소마>는 호러 마니아 상에서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어쨌든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 영화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뻔한 호러 영화이거나 형편없이 잔인하기만 고어 영화는 절대 아니다. 이 영화는 <유전>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관객에게 괴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다 분명 독특한 시도이며, 잘 정돈되고 깔끔한 완성도의 영화다.

어찌되었든 <미드소마>는 올해 가장 불쾌한 영화 중 하나다. 영화는 확실히 흥미로운 지점이 많지만, 상당수 관객은 긴 상영 시간 내에 시계를 쳐다봤을 것이다. 일반 대중 관객에게는 매우 힘든 시간일 것이고, 장르적이지 않은 만큼 호러 마니아도 버거울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지적인 탐구심이나 영상 문법의 예술적 가치를 찾는 데 재미를 느끼는 사람에게만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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