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시작
- ‘캐서린 건’의 실제 이야기
영화 [오피셜 시크릿]은 영국 정보부의 근무를 하던 ‘캐서린 건’이라는 인물이 기밀사항을 사람들에게 공개하게 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국가의 기밀사항을 누설한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될 정도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분들이 계실 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한 영화는 아닐 겁니다.
- 이라크 전쟁, 그 시작
이미 많은 영화로 제작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그리고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감독인 캐서린 비글로우의 [허트 로커]나 90살의 나이에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과시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도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다룬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영화는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그 전쟁의 시작을 다루고 있습니다.
- 실화를 기반으로
실화를 다룬 영화 중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블랙머니]를 살펴보면, 실제 사건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 보다는 사람들이 관심을 유도하는 느낌이었다면, [오피셜 시크릿]은 상당히 르포의 성격이 강한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이 이라크 전쟁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라면 영화에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다 영화적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가 존재하는 영화도 아니니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이러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를 막으려고 했던 사람들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보다는 자신이 범죄자가 될 수도 있음에도 언론에 이러한 사실을 알린 ‘캐서딘 건’. 실제 사건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그녀가 제보를 했던 기자인 ‘마틴 브라이트’ 그리고 그녀의 변호사 ‘벤 에머슨’입니다.
- 용기로 힘을 합치다
영화의 초반은 ‘캐서린 건’이 미국이 불합리한 방법으로 전쟁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 그 사실을 폭로하게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 뒤로 ‘마틴 브라이트’가 제보를 받아서 기사를 작성하게 됩니다. 그 뒤로 그녀를 변호하게 된 ‘벤 에머슨’이 등장하면서, 한 사람의 용기로 시작했던 이 일이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되는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주인공의 인원 수는 다르지만, 영화 [1987]에서 보여준 것처럼 시작은 한 사람에 의해서 시작되었지만, 그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식의 내용 구성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영화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바로 ‘캐서린 건’입니다. 영화의 시작이 된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녀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시작이 되었기 때문이죠.
세상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아마 용기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캐서린의 경우 정보부의 특성상 근무 중 알게 된 사실을 누설하게 되면, 처벌을 받는다는 사내 규정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서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 남편이 무슬림 난민이라는 점은 그녀에게 더더욱 불리하게 작용되었죠. 자칫하면, 그녀의 남편이 추방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죠.
- 무게로 밀어붙이기
영화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사건 진행을 무게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개를 위한 설정들이 필요합니다. 영화를 반으로 나눠서 생각해보면, 전반부에는 이러한 설정들을 구축하는 단계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화의 흥미보다는 사건의 전개를 위한 발단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 때까지는 인물의 내적 갈등 및 부부간의 갈등으로 그 규모 자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죠. 이러한 부분들이 지난 후반부에는 상당한 집중력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벌써 끝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변호사인 ‘벤 에머슨’이라는 캐릭터가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매력적인 ‘벤 에머슨’
‘벤 에머슨’을 연기한 ‘랄프 파인즈’는 많이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쉰들러 리스트]에서 ‘애몬 괴트’를 연기한 것을 시작으로 앞서 소개한 [허트 로커]에서도 출연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강렬했던 것은 이 분이 바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입니다. 믿어지십니까? ‘벤 어머슨’은 흔히 말하는 차도남 같은 스타일로 등장합니다. 냉철한 모습을 보이지만,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가 등장하면서, 무겁던 영화의 분위기를 조금 풀어주는 장면들이 조금씩 등장합니다.
- 재미있는 결말
영화의 결말은 개인적으로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물론, ‘캐서린 건’의 폭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신 분이라면 결말을 이미 알고 계시겠죠. 저는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는 모른 상태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결말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이 재미있었다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는데, 이 부분은 영화를 통해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캐서린 건’이 폭로를 한 이유일 것입니다. 소수를 잡기 위해서, 다수를 희생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는 것이고, 이는 전쟁의 참혹함이라는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영화의 내용만 보면 전쟁의 참혹함보다는 국민을 속이려는 정부의 거짓말에 초점을 둘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을 속여가면서까지 전쟁을 일으킬 명분이 충분했냐는 의문을 던질 수 있는데, 그 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그 어떤 명분이 있더라도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합니다. 그 이유는 이라크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가까이에는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많은 분 유공자분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한국은 아직까지도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