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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래빗 (Jojo Rabbit)

코미디 / 2019

개요
코미디, 전쟁, 드라마, 미국,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0.02.05 개봉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배우
스칼렛 요한슨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타이카 와이티티
레벨 윌슨
스테판 머천트
알피 알렌
샘 록웰
아치 예이츠
루크 브랜던 필드
시놉시스
2차 세계 대전 말기,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단둘이 살고 있는 10살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원하던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지만 겁쟁이 토끼라 놀림 받을 뿐이다.

상심한 ‘조조’에게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는 유일한 위안이 된다.

‘조조’는 어느 날 우연히 집에 몰래 숨어 있던 미스터리한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왜 여기에?!

당신을 웃긴 만큼 따뜻하게 안아줄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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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리뷰
69

moviemon 님의 리뷰
2020.01.29 01:42:56
끔찍한 시대를 대하는 두 가지 방법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으며, 곧 다가올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6개 부문(각색상, 미술상, 여우조연상, 의상상, 작품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영화 <조조 래빗> (2019)은 나치 시대라는 끔찍한 시대를 대하는 두 가지 방법을 보여준 작품이다. 우선,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마블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 (2017)에서 보여줬던 유머 감각과 약간 ‘Wes Anderson-ish’한 미장센으로 반혐오 풍자극(anti-hate satire)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전쟁을 일으키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비판과 곤경에 물러서지 않는 자세를 두려움 속에서도 견지해 가는 삶을 일기로 작성한 안네 프랑크(Anne Frank)를 기림으로써 비극적인 사건을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들려주려고 노력했다.

<조조 래빗>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다. 독일 소년단을 지도하는 ‘클렌젠도프(샘 록웰)’의 대사, 무기를 생산해야 하지만 자원이 부족해 동네에서 철을 수집하는 업무를 돕는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의 장면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조조 래빗>은 영화적 허용을 활용해 1940년대에 1920년대와 1930년대 나치 정권의 산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영화에는 1922년에 설립된 히틀러 유겐트(Hitler-Jugend)라는 청소년 조직을 극 중 독일 소년단을 구상할 때 반영했거나 독일 소년단의 캠핑 장면에서는 1933년 5월 나치 정권이 일으킨 베를린 분서 사건(Bücherverbrennung)을 참고했다. 게다가, 원래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안네 프랑크의 은신처를 극 중에서는 최전선 가까이에 있는 독일 마을로 옮겨 반영했다.

1. 나치 정권을 비판하고 짓밟는 풍자극

‘조조’를 포함한 독일 소년단원들은 항상 단검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 이 단검은 실제로 히틀러 유겐트 단원들이 지니고 다녔던 유겐트 단검이다. 유겐트 단검에는 전체주의적 슬로건이 새겨져 있을뿐더러 나치즘을 상징하는데,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스스로 나치광임을 자처하는 ‘조조’가 유대인 ‘엘사(토마신 맥켄지)’에게 쉽게 단검을 빼앗겨 굴욕을 당하는 장면, ‘조조’의 친구가 숲 속에서 던진 단검이 나무에 튕겨 다른 친구의 허벅지에 꽂혀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장면 등을 삽입해 나치즘이 청소년에게 세뇌시키려고 했던 ‘피와 명예’라는 슬로건을 짓밟는다. 끔찍한 시대의 산물 및 사건을 전하면서 짓밟는 방식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베를린 분서 사건이 있다. 영화에서 베를린 분서 사건은 독일 소년단의 캠프파이어로 변주되어 소개된다. 소년단원들이 캠프파이어를 위해 책들을 모닥불에 던지는데 캠프파이어 시퀀스가 끝날 때쯤 불태워지는 책들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 구체적인 책 제목이나 작가명을 확인할 수 없지만, 책에 새겨진 어떤 상징체를 클로즈업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1933년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가 독일 국민들의 정신 획일화 및 세뇌를 위해, 그리고 비독일인의 영혼을 정화시키기 위해 태운 책들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래서 극 중 소년단원들의 웃음소리와 캠프파이어의 불빛을 거두면 장면의 심층에서 실제 사건의 참담함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참담함은 나중에 통쾌함으로 전환된다. 왜냐하면 책을 태우는 강렬한 불씨가 후반부 전멸되는 나치군을 휘감는 불씨와 조응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독일 소년단의 캠핑장에서 ‘클렌젠도프’가 무기 사용을 시연하려고 하는데 ‘조조’의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가 그 앞을 뛰어다니는 장면은 레니 리펜슈탈 감독이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의지의 승리> (1934)과 같은 기록물에 담긴 아돌프 히틀러와 정반대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숲 속을 뛰어다니는 히틀러를 토끼의 뜀박질에 등치시켜 히틀러를 우상화하려고 했던 독일 지식인들을 비판하는 동시에, 그를 조롱의 대상으로 깎아내려 웃음을 유발한다. 이뿐만 아니라 중후반부 ‘조조’의 집 시퀀스에서 나치 경례가 대략 50회 실시되는데, 이처럼 남발된 경례는 축적되면서 또 다른 웃음을 유발한다. 원래 나치 경례는 히틀러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모습을 형상을 행위로 표현된 것이고, 손끝이 로우 앵글 쇼트처럼 아래에서 위로 향하므로 이는 그의 권위를 드높이기 위한 나치즘의 산물이다. 근데,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기계적인 반복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인물들이 히틀러에 충성하는 듯한 허상을 만든다.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2019)에서 실제 역사를 수정해 오랜 시간 슬픔에 잠겼던 누군가에게 위로를 안겼던 것처럼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히틀러가 허수아비로 취급받는 시대적 분위기를 만든 후 무고한 시민과 유대인의 재능과 자유를 말살했던 나치 시대를 희생자들을 대신해 짓밟는다.

2. 안네 프랑크에게 바치는 헌시

<조조 래빗>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를 반혐오 풍자적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멈추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갔던 실존 인물의 꿈을 영화에서라도 대신 이루려는 자세를 취한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아마 이 영화는 『안네의 일기』 (1947)를 남기고 안타깝게 일찍 생을 마감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미처 다 피우지 못한 꿈을 대신 펼쳐 바친 헌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배우 토마신 맥켄지가 연기한 ‘엘사’라는 캐릭터는 안네 프랑크와 오버랩이 된다. 왜냐하면 안네 프랑크가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한 건물의 비밀 공간에 은신해 생활했듯이, ‘엘사’도 ‘조조’의 집에 숨겨진 공간에서 숨소리를 죽이면서 살아가고, 간간이 ‘로지(스칼렛 요한슨)’과 ‘조조’의 도움을 받아 의식주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믈론 ‘엘사’는 안네 프랑크처럼 일기를 포함해 어떤 글도 쓰지 않는다. 영화에서 글쓰기는 오로지 ‘조조’의 몫이다. 그렇지만, ‘엘사’에게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생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빠르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그녀에게 안네 프랑크의 재능과 총명함이 투영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가끔 클로즈업 쇼트에 담긴 ‘엘사’의 표정은 자기 내면에 침잠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며 조숙해진 안네 프랑크의 삶을 연상시킨다. 비록 긴 세월이 흘렀지만,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영화를 활용해서라도 춤과 자유를 매개로 재능을 다 발휘할 수 없는 삶을 살았던 안네 프랑크에게 평안과 위안을 주고자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집 바깥에서 ‘엘사’가 조조’와 함께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음악 ‘Heroes’에 맞춰 춤을 추는 시퀀스는 바깥에서 자전거를 타고, 휘파람을 불고, 세상을 구경하고, 청춘을 즐기고, 그리고 춤을 추는 자유를 끝내 만끽하지 못한 안네 프랑크에게 헌정하는 시퀀스다. 무엇보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기 직전에 인용된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의 시 ‘Geh bis an Deiner Sehnsucht Rand(영어 제목: Go to the Limits of your Longing)’의 일부분 또한 힘든 시대 속에서도 꿋꿋이 나름의 행복을 찾아 나섰던 안네 프랑크에게 들려주고 싶은 텍스트일 테다. 그리고 이는 <조조 래빗>을 관람한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다.

Lass dir Alles geschehn: Schönheit und Schrecken.
(Let everything happen to you: beauty and terror)

Man muss nur gehn.
(Just keep going.)

Kein Gefühl ist das fernste.
(No feeling is final.)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Geh bis an Deiner Sehnsucht Rand’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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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3 12:28:23
히틀러 분장으로 나온 감독의 재능과
재치 그리고 연기는 MSG 빡빡 뿌린
영화에 더 감칠맛을 냈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doona09 님의 리뷰
2020.01.28 09:23:10
아이의 눈으로 들여다본 전쟁의 참상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처럼 어릴 적 만들어 낸 상상 속의 친구가 있었는가. 우리는 자라면서 안타깝게도 그 친구들과 하나둘씩 이별하게 된다. 영화 <조조 래빗>은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상상의 존재를 소환한다.

<조조 래빗>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을 포함해 6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어 있는 범상치 않은 영화다.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는 유년 시절 읽었던《닫힌 하늘》을 각색했다. 연출뿐만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히틀러로 변신해 연기까지 선보였다. 영화를 관통하는 분위기는 코미디를 가장한 사회비판이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의 참상은 서서히 커지는 악의 균열을 초래한다.

조조의 첫 번째 멘토 엄마 로지

2차 세계대전 막바지 독일에 사는 열 살 꼬마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나치광이다. 독일의 자랑스러운 소년단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마음 여린 소년일 뿐이다. 겁쟁이라 놀림당하지만 자신의 영웅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거침없다.

조조는 엄마와 단둘이 동화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는 밖에서는 강하지만 조조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친구 같은 엄마다. 열 살 조조에게 전쟁이 좋다 나쁘다는 이념적인 교육보다 “삶은 신의 선물이니 즐겨라”라는 조언으로 대신하는 멘토기도 하다.

로지는 마치 전쟁을 일종의 게임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아빠(로베르토 베니니)가 생각나는 캐릭터다.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인 로지는 전쟁을 반대하는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다. 아마 남편 또한 운동권으로 죽었겠지만 조조에게는 나라를 위해 전쟁에서 싸우고 있다고 둘러대고 있다.

전시(戰時)라는 공포를 전혀 알 수 없게끔 깊은 사랑과 뛰어난 패션 감각, 따스한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녹아들게 하는 핵심 인물이다. 식탁은 스위스 같은 중립지대라 정치 얘기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이데올로기, 종교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삼간다.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춤을 추길 좋아하고, 아빠 역할극도 멋들어지게 소화하는 유머를 품고 있다. 소년단에서 잘 못 던진 폭탄으로 얼굴에 상처를 입은 조조에게도 상처는 곧 아물기 마련이라며 사람들의 시선을 즐길 것을 당부한다.

조조의 두 번째 멘토 유대인 엘사

로지는 조조에게 말 못 할 비밀을 품고 있었다. 바로 유대인 소녀를 숨겨주고 있었던 것. 조조는 벽 속에 사는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와 우연히 마주한다. 마치 《안네의 일기》속 안내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귀신인 줄 알 만큼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었지만 유대인 소녀가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자 당황한다. 순결한 피가 흐르는 아리안 족 만이 최고이며 불결한 유대인은 없애 버려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체 없는 공포, 맹목적 충성은 히틀러라는 괴물을 만들어 냈다.

서서히 엘사와 서서히 마음을 열며 누나이자 친구,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간다.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마침 유대인에 관한 책을 쓰는 데 도움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소녀를 묵인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유대인에 대해 알려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엘사의 남자친구 네이선을 가장해 편지를 쓰기도 한다. 엄마가 말해도 이해 가지 않았던 마음에 나비가 생기는 까닭도 스스로 깨친다.

조조의 세 번째 멘토 상상의 친구 히틀러

조조가 히틀러는 찬양하는 이유는 순수하기 때문이다. 조조는 아버지가 없어 히틀러를 보고 배울 롤모델로 삼았다. 당시 독일에서 가장 멋지고 강한 인물은 히틀러였기에 이유를 떠나 단순히 닮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비록 살아있는 토끼를 죽이라는 명령에 불복종해 겁쟁이 토끼 ‘조조 래빗’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결코 부끄럽지 않다. 히틀러는 하찮아 보이는 토끼라도 가족을 위해 매일 당근을 사냥하는 당근 사냥꾼이라는 해석으로 조조의 상처를 위로한다. 상상 속의 친구이자 유일한 친구 히틀러는 그냥 열 살 꼬마에겐 말 하나하나가 진리이고 삶의 버팀목이다. 다행인 것은 히틀러를 친구이자 영웅으로 삼았지만 좋은 어른들을 통해 정의가 무엇인지 배워간다는 점이다.

조조는 전체주의 국가의 전형적인 독일 국민을 대변한다. 유대인은 머리에 뿔이 달리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괴물, 여왕 한 마리가 알을 낳아 번식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거짓 믿고 따르는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다. 히틀러와 나치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한 까닭이며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자각조차 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것이다. 철저하게 세뇌당해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당시 독일인들 같다.

그래서 직접적인 모습보다 간접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다. 길거리에 교수형을 당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전시되고, 전쟁으로 불구가 된 사람들과 수영장에서 치료를 받으며, 게슈타포들이 보통 사람처럼 그려지는 악의 평범성을 보여준다.

영화 <조조 래빗>은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쟁 속에서 판타지를 차용해 사랑과 자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사랑이 필요함을 힘주어 말한다.

조조는 처음에는 신발 끈 하나도 혼자 묶기 힘든 아이였지만 스스로는 물론, 엘사의 신발 끈까지 묶어주며 성장한다. 신발은 각각 신발 끈을 묶어야만 제대로 걸어갈 수 있다. 두 짝의 신발 끈을 서로 묶었을 때는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결박 상태가 된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벽장 속에 숨어 살던 엘사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갈 때의 자유. 살면서 얼마나 자유가 소중한지를 자각하지 못하는 자유. 사랑과 자유는 보이지 않아 알지 못할 뿐 늘 존재하고 있었다.

마음에 생긴 나비의 날갯짓이 만든 나비효과는 단단한 산도 움직일 수 있다. 세상은 아이러니한 일들의 연속이고, 누구도 변화 앞에서 버틸 수 없다. 판도라가 열고 닫았던 상자 속의 남은 희망처럼. 나비를 쫓아가는 여정이 아무리 고될지라도 사랑이 있어 오늘도 견디는 건 아닐까. 미움이 만들어 낸 전쟁을 끝내는 것은 오로지 사랑이다. 사랑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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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4 16:14:25
Nothing really makes sense!
전쟁에 관한 가장 통쾌하고도 먹먹한 묘사. 사랑은 놓아주는 것이라 말하며 동화도 놓치지 않는 센스까지. 타이카 와이티티의 연출과 재치에 그저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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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lue 님의 리뷰
2020.02.17 01:24:37
짐작으로 얼룩진 시선을 거두면 사랑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내 몸 안에도 나비가 가득 차는 듯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너무 따뜻해서. 전쟁의 참혹함을 아이의 시선을 통해 표현한 덕분에 그릇된 신념에 대해, 그 신념이 생기는 '처음의 시간'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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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조 래빗>은 '토끼처럼 겁이 많아' 놀림을 당하고 상처까지 입는 조조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조조의 신체적 시선은 낮아서, 낡고 닳아버린 엄마의 신발이 걸음을 멈춘 걸 목격하게 되지만 정신적 시선은 어쩌면 소위 어른이라 정의되는 인물들 그 이상을 유영한다. 정복과 죽임만이 위대한 것이라 믿는 전쟁 속에서 유약한 피해자가 될 수도, 위대한 성인(聖人)이 될 수도 있는, 어쩌면 그 어떤 현재의 일보다 가장 희망적이고 사랑스러운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존재가 중심을 차지하는 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확고하고 단단하게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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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끝없이 터지는 폭탄과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총소리를 들려주고 그사이에 나약하게 방치된 약자들을 조명한다. 끌어안는 행위가 사랑이 아니라 죽음의 기억으로 새겨질 아이부터, 어설프게나마 총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동네 아낙네들까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 떠오르지만, 아무리 물어도 대답해줄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이에서 조조는 그 어떤 장애물도 문제없을 '사랑'을 배운다. 마냥 괴물처럼 생각하고 있던 존재에게서, 피도 눈물도 없는 줄만 알았던 전쟁의 영웅에게서 말이다. 총과 칼을 겨누는 와중에도 감정은 죽일 수 없었다는 걸, 나비는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서도 꽃을 찾아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조조는 깨달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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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때도 지금도 짐작으로 얼룩진 시선을 거두면 사랑이 있다.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고, 그 끝에서 우리는 함께 발을 구르며 춤을 출 수 있다. 누군가가 사랑을 담아 묶어준 신발 끈을 떠올리며, 또 다른 누군가의 신발 끈에 마음을 담아 꽉 묶어줄 수 있을 때까지, 서로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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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누키 님의 리뷰
2020.02.14 04:54:44
나비가 들끓는 세상에서
나치 소재의 영화로서 항상 손에 꼽는 작품은 인생은 아름다워였습니다. 물론 바스터즈 등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홀로코스트 소재로 들어가면... 하지만 이제 조조 래빗을 더해야겠네요. 인생은 아름다워가 아버지의 이야기였다면 조조 래빗은 어머니의 이야기로 정말 눈물이 펑펑 ㅠㅠ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작품들과 트레일러때문에 신나게 금기를 부시는 반전영화인줄 알았다가 와...기조가 깔려있으면서도 너무 잘 만들었네요. 엄근진하신 분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추천드릴만한 작품입니다.

아카데미 조연상에 조조 래빗으로 스칼렛 요한슨이 올라가 주연상에 이어 두개나 올렸다고 구설수가 있었는데 아직 결혼이야기를 못 보고 있지만 조연상 후보에 충분히 올릴만하네요. 점점 멋진 언니가 되어 가시는 ㅠㅠ
이하부터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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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바타 님의 리뷰
2020.02.09 22:47:18
조조와 요키의 우정이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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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9 22:34:37
전쟁(나치, 홀로코스트)의 냉혹한 현실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 편의 동화 같지만 그 속에 날 선 이야기를 다루며 곳곳에 깃든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발상들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그런 영화다 특히 초반 15분은 정말 말이 안 나올 만큼 완벽 그 자체 그리고 음악 I want to hold your hand, Everybody’s gotta live, Jojo’s theme , Heroes는 정말 끝판왕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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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님의 리뷰
2020.02.08 21:42:40
나치의 야만적 범죄가 인류 역사에 남긴 큰 충격을 영화로 표현하는 것은 많은 감독과 작가들에게 도전이 되어왔다. 나치가 패망하기 전에 나온 [위대한 독재자]를 필두로 유대인 박해와 홀로코스트의 참상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 90년대 이후론 [쉰들러 리스트], [피아니스트], [사울의 아들], 그리고 [조조 래빗]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생은 아름다워]에 이르기까지 많은 감독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히틀러와 그를 지지한 이들의 광기가 낳은 거대한 죽음을 묘사해왔다.

[조조 래빗]은 그 중에서도 가장 도전적인 영화 중 하나다. 아돌프 히틀러를 상상친구로 둔 10살짜리 히틀러 유겐트가 집에 숨어있던 유대인 소녀와 우정을 만들어가며 또 전쟁의 참상을 깨닫는다는 줄거리는 사람들이 잘못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다. 나치가 저지른 일들을 지켜보는 독일인 화자를 세뇌된 어린아이로 설정하여 책임문제를 축소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나치 중 하나의 악행은 웃음으로 넘긴채 선행을 강조하는 각본과 연출에 대해 불쾌하게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조조 래빗]이, 유대인과 마오리 혼혈이면서 차별에 대해선 알만큼 아는 타이카 와이티티는 2차대전의 적확한 역사적 의미를 투영하여 표현하기보단 어린 조조와 주변인을 통해 쌓아가는 내러티브에 더 많은 의미를 둔 것 같다. 여러 포비아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공포에 뿌리를 둔 혐오의 말들을 쏟아내는 정치 지도자가 늘어나는 지금 그에 현혹된 친구가, 가족이, 동료가 돌아올 수 없는 괴물로 변해버렸다는 생각은 우리나 영화 안의 로지 베츨러나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혐오와 공포로 가려진 눈을 다시 뜨면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믿음.

영화 안의 여러 캐릭터가 빛나지만 역시 조조의 어머니인 로지 베츨러 역할의 스칼렛 요한슨을 얘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미쳐버린 세상 속에서 희망과 자유에 대해 얘기하고 마지막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다하던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연기는 그 캐릭터의 운명이 드러날 때 관객이 더 큰 상실감과 충격을 느끼게 해준다. 타이카 와이티티가 상상 속의 히틀러 역할로 나와 펼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말도 있지만 10살 소년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이상화된 독재자의 모습으론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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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님의 리뷰
2020.02.17 19:49:36
흥미로운 소재, 위트 있는 연출, 좋은 배우들, 그런데도
영화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는 아마도 1944~45년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영화는 몇 가지 사실을 전한다. 연합군이 쳐들어오는데 같은 편은 일본뿐이며, 그 상대로 소련과 미국을 언급한다. 그리고 전세가 기울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걸로 보아 이미 히틀러 암살이 실패한 사건은 일어났거나 거론되지 않고 지나간 듯하다. 그 시기가 1944년 7월 20일이니 그 즈음부터 히틀러가 죽은 후까지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영화는 이런 배경 아래 흥미롭게도, 존경하는 히틀러를 위해 독일 소년단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예기치 않은 총기 사고를 맞닥뜨린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얼굴에 흉터가 크게 질 정도로 사고를 당했음에도 조조의 히틀러 사랑은 변치 않는다. 그렇게 나치주의자로 굳어질 것만 같던 조조에게 영화는 우연한 만남을 선사하는데, 그 대상은 조조의 입장에서 괴생물체나 다름없는 유대인 엘사(토마신 맥켄지)다. 이 불편한 동거가 이 영화의 본격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순간부터 엄마인 로지의 정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소재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떠올리게 하는 위트 있고 아기자기한 연출 여기에 서툴지만 귀여운 연기가 매력적인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와 떠오르는 신예 토마신 맥켄지 그리고 <결혼 이야기>에 이어 또 한 번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스칼렛 요한슨을 보는 맛이 쏠쏠한 작품이다. 추가로 말하면 큰 틀에서 영화는 조조와 엘사, 두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내게 <조조 래빗>은 로지, 스칼렛 요한슨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영화다. 이는 스칼렛 요한슨의 연기에도 이유가 있지만 그보다 그녀가 연기한 로지라는 캐릭터가 멋짐 그 자체다. 좀 과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 모든 장면이 의미 있었다.

단, 그럼에도 난 이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지 못했는데, 그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쨌든 ‘남 얘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입에 오르내리는 무시무시한 인물과 사건을 다룬 영화를 비록 위트 있게 그려 내기는 했으나 이토록 차분하게 볼 수 있을 줄이야. 심지어 초중반에는 졸음까지 밀려 왔다. 그저 딴 세상 얘기로 나도 모르게 치부하는 것이다. 영화 초중반에 사건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물론 영화가 그 사건을 조조 그리고 조조의 엄마인 로지(스칼렛 요한슨)를 통해 자극적이지 않게 그려 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감정의 동요 없이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어쩌면 연출의 방식이 맞지 않은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나의 심리 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나는 생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만 해도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별로 없다 보니 전보다 훨씬 경각심이 줄어든 상태다. 중국은 물론이고 이웃 나라인 일본마저 난리가 났는데도 말이다.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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