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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슬립 (Doctor Sleep)
스릴러 / 2019

개요
스릴러, 미국, 152분, 15세 이상 관람가, 2019.11.07 개봉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배우
이완 맥그리거
레베카 퍼거슨
카일리 커란
제이콥 트렘블레이
에밀리 엘린 린드
클리프 커티스
브루스 그린우드
잔 맥클라논
조셀린 도나휴
칼 럼블리
알렉스 에소
로버트 롱스트리트
시놉시스
어린시절 아버지가 남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니는 자신이 가진 샤이닝 능력으로 죽음을 앞둔 이들을 돕는 닥터 슬립으로 불리며 살고 있다.

우연히 누구보다 강력한 샤이닝 능력을 지닌 12살 소녀 아브라 스톤을 만나게 되면서, 샤이닝 능력자들을 먹고 영원한 생명을 이어나가는 트루 낫이라는 비밀조직과 맞서게 되는데…
84.62%
3.51점
키노라이트 분포
6개
33개
별점 분포
리뷰
28

동구리 님의 리뷰
2019.11.10 20:35:04
큐브릭과 킹 사이의 매끄러운 절충안
무려 39년 만의 속편,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속편인 <닥터 슬립>이 공개되었다. 스티븐 킹의 동명 원작 소설 또한 전편이 출간된 지 36년 만인 2013년에 공개되었으니, 영화와 소설의 시차가 그렇게 크진 않은 편이다. 영화는 오버룩 호텔에서 벌어진 사건 이후를 다룬다. 호텔 요리사 딕(칼 럼블리)을 통해 자신이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이야기를 하거나 들여다볼 수 있음을 알게 된 대니(유안 맥그리거)는 오버룩 호텔에서 멀리 벗어났음에도 그를 쫓아오는 호텔 안의 존재들을 자신의 머릿속 박스 안에 가두어 버린다. 성인이 되서까지 그러한 존재들과 기억에 시달리던 그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그러한 자신을 바꾸기 위해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난다. 그러던 중 대니는 우연히 자신처럼 강력한 샤이닝을 할 수 있는 소녀 아브라(카일리 커란)를 알게 된다. 한편, 샤이닝 능력을 먹이 삼아 이들을 사냥하는 의문의 조직 ‘더 낫’의 로즈(레베카 퍼거슨)가 아브라의 존재를 알게 된다. 대니와 아브라는 로즈와 대면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되고, 이들은 격돌하게 된다.


<닥터 슬립>은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이 있음에도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속편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이는 <샤이닝>을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인, 어린 대니가 오버룩 호텔의 복도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장면을 영화의 시작으로 삼은 것에서부터 드러난다. 하지만 마이크 플래너건은 큐브릭의 영화만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닥터 슬립>은 <샤이닝>을 놓고 격한 대립을 겪은 큐브릭과 킹에게 화해의 장을 열어주는 작품과도 같다. 큐브릭이 자신의 영화에서는 언급만 하는 수준으로 지나친 ‘샤이닝’이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영화의 곳곳에는 큐브릭의 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와 소설의 팬들 모두 만족시키려는 욕심을 부리는 것이지만, 마이크 플래너건은 이를 능숙하게 해낸다.


어느새 장르 영화 팬들에게 믿고 보는 감독이 된 마이크 플래너건은 여러 편의 호러/스릴러 영화와 한 편의 드라마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허쉬>를 통해서는 캐릭터의 특징을 살린 슬래셔 액션을, <제랄드의 게임>에서는 인물이 지닌 트라우마가 분출되는 과정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는 한 가족을 다루며 이들의 과거와 트라우마적 공포를 건축적으로 쌓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플래너건의 필모그래피의 연장선상에서, <닥터 슬립>은 그가 시도해왔고 성취해왔던 장르적 시도들의 집합이다. 이번 영화는 초능력자들이 ‘대결’하고, 대니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통제함과 동시에 ‘표출’하고, 결국엔 오버룩 호텔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 요소들을 ‘쌓아’ 올린다. 특히 <힐 하우스의 유령>의 ‘힐 하우스’에서 초현실적인 존재들이 주는 압도감은 오버룩 호텔을 비롯한 <닥터 슬립>의 공간들에서도 이어진다. 한 화면에서 담기던 인물들을 다음 숏에서 지워버리며 능청스럽게 유령적 존재들을 등장시킨다거나, 아브라와 로즈가 서로의 머릿속에서 대결을 펼치는 이질적인 장면 등은 꽤나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서 연결된다. 대니의 방과 아브라의 방을 연결시키는 방식이라던가, 대니와 아브라의 행적을 자막으로 띄우는 방식은 <힐 하우스의 유령> 속 인물들을 기록하던 방식과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느슨하지만 밀도 있는 총격전 시퀀스는 이 영화와 마이크 플래너건이 지닌 스타일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닥터 슬립>은 30년 전 제작된, 그리고 걸작이라 불리는 작품의 속편을 이제 와서야 제작할 때의 모범사례와도 같다. 전작을 이미지적으로 계승하면서도 전작과 원작 소설 사이의 괴리를 메우고, 한 편의 재밌는 영화로 만들어낸다. 때문에 <닥터 슬립>을 보면서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샤이닝 장면’을 떠올린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스필버그는 <샤이닝>과 오버룩 호텔을 고스란히 가져와 일종의 테마파크처럼 활용한다. 영화 속으로 들어간 인물들은 재현되는 사건들을 마치 유령의 집에 들어온 것처럼 경험한다. <닥터 슬립>의 오버룩 호텔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버룩 호텔을 물론이거니와 <샤이닝>의 유명한 유령들은 영화 곳곳에서 재등장하고, 이는 <샤이닝>의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이자 테마파크가 된다. 그럼에도 <닥터 슬립>은 단순히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샤이닝 장면’의 확장이 아니다. 어찌 보면 <닥터 슬립>은 큐브릭의 <샤이닝>이 제작될 당시와 일종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플래너건은 세트와 CG 등을 통해 얼마든지 재현이 가능해진 30~40년 전의 영화를 단순히 쇼트 단위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샤이닝>의 이미지들을 2019년에 불러와 확장시키거나 비튼 뒤 붕괴시킨다. 영화에 잭과 웬디 토렌스는 잭 니콜슨과 설리 듀발의 얼굴을 딥 페이크로 재현하는 대신, 닮은 배우를 데려와 사용했다. 동시에 <샤이닝>에서의 잭과 웬디가 등장하는 장면들이 아주 짧게 등장한다. 때문에 플래너건의 목표는 <샤이닝>과 오버룩 호텔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신 플래너건은 <샤이닝> 이후를 충실하게 그려낸다. 전작에서 간과되고 원작에선 부각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주인공의 자리를 새로운 캐릭터인 아브라에게 내주면서 전작과 대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점을 제시한다. 전작이 잭 토렌스만을 중심적으로 다루며 결국 미쳐버리는 인물을 다루었다면, <닥터 슬립>은 사건과 공간을 벗어난 트라우마를 기어코 극복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버룩 호텔은 관객에겐 테마파크이지만, 극 중 인물들에게는 어떤 극복의 계기이다.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의 환자들이 편히 잠들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대니에게 붙은 별명인 ‘닥터 슬립’은, 대니가 어떤 극복에 다가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마이크 플래너건은 계속해서 과거와 마주하고 극복해 나가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닥터 슬립>은 결국 <제럴드의 게임>과 <힐 하우스의 유령>의 연장선상에서, 플래너건 자신이 애정하는 큐브릭과 킹 사이의 화해의 장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펼쳐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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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희 님의 리뷰
2019.11.14 17:47:11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명작 <샤이닝>의 업적을 이어받은 멋진 후속작!
<샤이닝>이 세계관을 구축하는 프롤로그 였다면 <닥터 슬립>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느낌이다^^
(다만 “프롤로그”의 씹사기적 고퀄리티로 벨붕이 초래한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ㅎㅎ;;)

<닥터 슬립>은 <샤이닝>의 유산을 최대한 물려받으려 한 작품이다. 그만큼 전작의 설정이나 오마주들이 <닥터 슬립>에는 넘쳐나는데 반대로 <샤이닝>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닥터 슬립>을 3분의 1도 즐기지 못할 것 같은 우려도 함께 뒤따르고 있었다.
반대로 <샤이닝>을 봤다면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닥터 슬립>을 놓쳐선 안될 것이다.

혹, 진짜로 <샤이닝>을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레베카 퍼거슨’의 존재감만으로도 <닥터 슬립>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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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디 님의 리뷰
2019.11.13 23:33:24
샤이닝 X 엑스맨 = 닥터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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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 님의 리뷰
2019.11.12 15:27:56
닥터슬립 몰입감 최고 샤이닝과는 다른 공포 스펙트럼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40년만의 후속이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스티븐킹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마이클 플래너건이 디렉팅을 맡았다. 마이클 플래너건이 공포영화로써 믿을만한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디렉팅했던 힐하우스의 유령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설과 너무나 다른 연출로 인해 영화 샤이닝을 무척 싫어하기로 유명한 원작자 스티븐킹,샤이닝과 비교해보자면 샤이닝이 패쇄공포증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미쳐가며 심리적으로 무척이나 압박을 주는 공포라면, 닥터슬립은 소설에 좀 더 기본을 두고 있다. 초능력자들의 트라우마, 샤이닝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압박적인 긴장감 등은 몰입감 있는 공포영화로써 닥터슬립을 평가하게 한다.

샤이닝을 기대한다면 전혀 다른 공포 스펙트럼임을 말하고 싶다. 두 영화는 근원을 함께 하고 있지만 결이 다르다.

그러나 긴 러닝타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다른 매력으로 푹 빠져서 보았다.하반기 본 영화 중 손꼽을만한 대작임에도 왜 이렇게 홍보하지 않나 의문일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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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알못 님의 리뷰
2019.11.11 11:42:45
‘샤이닝’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2시간 32분짜리 서비스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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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 님의 리뷰
2019.11.10 23:58:29
내가 대니를 보는 건지 오비완을 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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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23:40:20
전작과 원작을 더욱 빛나게 하는 <샤이닝>의 후속편
누구나 자신이 가진 잠재력이 있다.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잠재력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사라지기도 하고, 더 크게 자리잡기도 한다. 그 잠재력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데에는 집안 환경도 중요하고, 사회적인 인식도 중요하다. 1980-90년대만 하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마음껏 표출하지 못했다. 그것이 좋은 의미의 능력이든, 나쁜 의미의 능력이든 어쨌거나 세상에 표출되려면 꽤 오랜 시간과 어려운 과정이 필요했다. 부모, 특히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한 경우에는 더더욱 그런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감추고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 잠재력은 집안의 존재에 의해 증발되어 버린다.



현재는 과거보다 그런 능력의 표출에 관대하다. 여러 아이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마음껏 뽐낸다. 잠시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숨으려 하면 부모, 또는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세상 밖으로 그것을 표출하도록 도움을 준다. 과거에 자신의 잠재력을 표출하지 못한 인물들은 현재의 아이들이 그들의 재능을 더 이상 묻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 주변에는 그들의 능력을 통해 자신의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 암적인 존재들이 아이들의 능력을 이용한 이후엔 아이들에겐 예전의 그 잠재력은 사라지며, 삶 자체가 무너진다.



영화 <샤이닝> 이후 꼬마 대니의 이야기


<샤이닝>(1980)은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심리 스릴러 장으로 끌고 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었다. 아이 대니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 즉 영화 속에서 ‘샤이닝’이라고 불리는 그 능력과 그것을 빼앗아 버리려는 존재들은 결국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를 미쳐버리게 만든다.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한 1980년의 영화 <샤이닝>은 아이가 가진 특별한 능력에 집중하기보다는 알코올에 의지하는 아버지의 심리 상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그 자신이 공포스러운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기괴하게 그린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아이였던 대니(이완 맥그리거)가 성장한 이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닥터 슬립>은 과거 오버룩 호텔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사건 이후 대니의 성장과정을 초반에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대니가 가진 특수한 잠재능력인 샤이닝을 빼앗으려는 기괴한 존재들은 대니의 마음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작은 상자들에 가두어 두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대니는 전국을 유랑하며 망가진 삶을 살고 있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대니 자신도 마음을 위로한다는 이유로 알코올에 의지하며 괴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술에 취해 싸움을 하고, 다른 사람의 돈을 훔치는 그의 얼굴과 어깨는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망가지던 그 모습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대니가 그렇게 삶을 망가뜨리는 것은 자신의 잠재력을 세상에 보일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아버지와의 겪은 끔찍한 사건 이후 입을 닫고 세상과 소통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국 마음의 문을 열었지만 그는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했고 결국 노숙자로 전국을 방랑한다. 결국 어떤 마을에서 빌리(클리프 커티스)를 만나 일자리도 구하고 정착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그 자신의 능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조심스러운 삶을 이어나간다. 그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순간은 노인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 직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 숨을 내쉴 때다. 그는 마지막 삶의 순간을 맞은 그들을 앞에서 과거 가장 아름 다웠던 기억을 그들에게 상기시키며 편안하게 죽음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그 병원에서 대니는 닥터 슬립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방황하고 있는 대니가 만난 특별한 아이 아브라


여기서 볼 수 있듯이 대니는 굉장히 따뜻하고 인간적인 인물이다. 아버지의 비극을 경험했음에도 사랑으로 그를 아껴준 어머니의 존재는 그가 그런 심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영화 내내 그런 따뜻한 감성이 대니 자신과 함께 그의 편에 서있는 모든 인물들을 어루만지고 보호한다. 결국에 술을 끊고 중독 치료를 받던 그는 영화 중반 이후 어떤 괴로운 상황에도, 달콤한 유혹에도 술을 입에 넣지 않는다. 힘들고 당황스러울 때마다 술을 입안으로 들이켰던 아버지와는 다르게 그는 자신의 의지력으로 상황을 최악으로 몰아넣지 않는다. 그리고 꼭 필요한 순간 그는 마음속에 가두어두었던 응어리를 터뜨리고, 자신의 능력을 쏟아낸다.






대니는 영화 내내 샤이닝 능력을 최소한으로 이용하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아이 아브라(카일리 커란)는 적극적으로 그것을 이용한다. 영화에서 대니와 만나기 전까지 그는 적극적으로 그 능력을 활용해 대니와 텔레파시 대화를 나누고,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의 샤이닝을 먹고사는 로즈(레베카 퍼거슨) 일행의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는 그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보여주는데, 실제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추격전과 함께, 샤이닝을 이용해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추격전이 같이 진행되면서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아브라의 모습은 과거의 대니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고 주변에 도움을 구할 줄 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런 모습은 확실히 세상을 향해 소극적인 삶을 살았던 대니와는 대비된다.



영화 <닥터 슬립>의 제목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노인들의 죽음 직전 조용히 잠들게 한다는 의미에서 그 노인들이 붙여준 대니의 별명이다. 그 별명처럼 이 영화 속에서 수많은 노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존재들을 잠들게 한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목적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단지 한 사람, 아브라에게만큼은 세상 속에 마음껏, 솔직하게 뛰어들라는 이야기를 한다. 과거의 굴레에 갇혀있던 대니 자신의 경험을 뒤로하고 자신과 같이 샤이닝 능력을 가지고 있는 다음 세대인 아브라는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샤이닝에 대해 세상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라는 방향을 제시한다.



특별한 능력 '샤이닝'을 빼앗아가는 탈사회적 존재들


과거 시점에서는 정적인 성향을 가진 호텔이 한 장소에서 샤이닝을 빼앗아 흡수하는 존재였다면, 현재 시점에서는 돌아다니며 샤이닝을 찾는 로즈 일행이 등장해 매우 동적인 집단으로 묘사된다. 현재에 아이들의 잠재력을 빼앗는 존재들은 현재 시점에 맞게 과거와 다르게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그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다음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영화는 줄곧 이야기한다. 그래서 영화 속 아브라는 초반에는 주변에 그 사실을 숨기지만 후반에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잠재력을 한껏 드러낸 그는 아주 당당하게 로즈 일행에 맞선다. 그런 과정에서 대니는 자신의 과거를 청산할 기회를 얻고 아브라는 자신의 잠재력을 세상에 숨기지 않을 기회를 얻게 된다.






아이들의 샤이닝을 뽑아 먹는 로즈 일행의 모습은 탈사회적 존재들처럼 보인다. 그들은 오랜 시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납치해 고통을 주고, 서서히 죽여가면서 그들이 공포를 느낄 때 연기처럼 배출되는 '샤이닝'을 입으로 삼킨다. 그렇게 다른 이를 희생시켜 얻은 생명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젊음을 유지하며 세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살아간다.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그들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희생시켜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존재들이다. 마치 그들에게 빨대를 꼽고 살아가고 있는 연예 기획사나, 매니저 들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의 잠재력을 마음껏 빨아먹고 있다. 아이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들은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며, 그저 아이의 능력을 빨아먹고는 더 이상 먹을 것이 남아있지 않은 아이의 몸은 땅바닥에 버려둔다. 영화에서 로즈 일행은 한 편으론 무척 자유로운 존재로 그려지지만 그들도 결국엔 <샤이닝>의 알코올 중독자 대니 아빠와 같이 무언가에 중독된 중독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과거 <샤이닝>은 원작 소설을 충실이 옮긴 영화는 아니었다. 다시 새로 쓴 영화라고 할 만큼 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의 시선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닥터 슬립>은 조금 더 원작 소설에 가까운 설정으로 그려진다. 전작 영화가 심리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면, 이번 <닥터 슬립>은 특별한 아이들이 가진 샤이닝이라는 능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엑스맨, 또는 히어로 영화의 스릴러 버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는 원작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 만족할 만한 영화가 된다. 그렇게 원작 소설 방향으로 머리를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편인 <샤이닝>과의 연결을 꽤 많은 부분에서 하고 있다. 전편에 나왔던 기괴한 존재들과 과거 방문했던 호텔을 그대로 등장시키고 음악과 화면 구성도 비슷하게 촬영하여 전편의 팬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원작 소설과 전작 영화의 설정을 적절히 활용하여 만들어낸 영화


그렇다고 영화적 완성도를 심각하게 낮추지도 않았다. 기타 히어로 영화와 겹치지는 하지만 ‘샤이닝’이라는 능력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능력자들이 서로 꿈에서 대결하는 장면은 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전편에 등장했던 오버룩 호텔과 그곳에 등장했던 다양한 존재들이 재등장하고, 젊은 아버지의 모습도 등장시켜 이 영화가 원작 소설뿐만 아니라 전작 영화 <샤이닝>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주인공 대니를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는 성장하여 여전히 과거에 갇혀 괴로워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섬세하고 연약한 인물에 대한 묘사를 탁월하게 해내면서 영화에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나 그는 영화 초반 알코올 중동자의 모습을 그리지만, 후반부 그 상황을 극복한 이후 주변 모든 인물이 술을 권해도 거절한다. 그런 단호한 모습을 연기하는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는 대니와 딱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대척점에 서있는 인물인 로즈를 연기하는 레베카 퍼거슨도 미스터리 한 인물로 딱 맞는 캐스팅이다. 그가 가진 특유의 얼굴은 중독자의 이미지와 함께 약탈자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어 영화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게 해 준다. 그들의 연기는 원작 소설과 전작 영화 모두를 훌륭히 계승하게 만든다.



영화 <닥터 슬립>은 소설과 전작 영화의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각각의 시선에서 모두를 이어가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전작 영화의 팬도, 원작 소설의 팬도 모두가 만족할만한 영화가 공포영화 전문 감독인 마이크 플래니건 감독의 손에 의해 탄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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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20:38:18
39년 떡밥 있던 자리엔
애정 가득 담긴 자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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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별 님의 리뷰
2019.11.09 22:56:51
장르를 뒤집어 벗긴 초능력 컬렉션
지난 1월 스탠리 큐브릭 기획전으로 <샤이닝>을 GV로 관람했던 게 생각보다 더 크나큰 행운이었을 줄은 몰랐다. 속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거니와 그것도 올해 보게 되리라고는 더더욱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해서 <닥터 슬립>의 개봉은 뜻밖의 선물과도 다름없었다. 물론 ‘샤이닝’과 ‘닥터 슬립’ 모두 원작 소설을 접하지는 않아서 풍부한 비교 감상엔 한계가 있었으나, 오직 영화라는 매체 하나로는 온전히 느낄 수 있었으니 일관성 하나는 얻었다는 생각을 소박하게 품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닥터 슬립>은 <샤이닝>과 전혀 다른 결로 전개되기에 작품 자체에 있어서도 ‘영화라는’ 일관성만을 가져갔을 뿐, ‘영화적인’ 일관성은 챙기지 않았다. <샤이닝>을 이었고 비슷한 향도 풍겨서 잔뜩 기대하고 크게 한껏 베어 물었는데, 전혀 다른 맛이다.

<샤이닝>이 인물들과 상황, 그리고 관객들의 심리까지 붙잡고 서서히 조여 결과보다는 과정의 공포로 찍어 눌렀다면, <닥터 슬립>은 심리가 아닌 행동을, 이어짐이 아닌 분절을, 과정이 아닌 결과에 초점을 맞춰 안전한 공산품의 느낌을 담아 드라마에 무게를 싣는다. 공포나 스릴러 장르라고 하기엔 살짝 무리가 있을 만큼 심심했으며 히어로 장르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반박하는 데 딱히 힘을 줄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곳곳의 공포 몇 스푼이 입에서 씹히긴 하지만 그것들은 불쾌함의 수위가 높은 부분 혹은 전작인 <샤이닝>을 의도적으로 끌어온 부분이기 때문에, <닥터 슬립>만이 자랑할 만한 고유의 공포감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무방하다. 더군다나 먼치킨급 캐릭터의 존재가 공포·스릴러 장르를 더 털어버리고 히어로 장르의 색채를 진하게 만든다.

장르의 변화를 제쳐 두면 반가운 점도 많다. <샤이닝>을 <샤이닝>으로 간직하고픈 이들에게는 이 작품이 반갑지 않겠으나, ‘세월이 흐른 <샤이닝>’으로 살펴보고픈 이들에게는 반가운 선물 세트로 기능한다. 지긋한 어른으로 성장한 댄을 필두로 오버룩 호텔과의 재회는 단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샤이닝>에서 영양가 있게 관객들을 괴롭혔던 요소들 역시 <닥터 슬립>의 결을 착실히 따라 이번에도 영양가 있게 사용된다. 특히 <샤이닝>의 상징이 된 몇몇 장면들과 음악의 재연은 아무리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한들 반가운 감정이 가장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 <샤이닝>에서보다 더 직접적으로 ‘샤이닝’을 보여주는 것도 눈에 띈다. 어쩌면 이 ‘샤이닝’의 활용 때문에 <닥터 슬립>은 전작과는 다른 결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원작자 스티븐 킹이,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이 <닥터 슬립>에 호평을 던진 것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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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9 22:43:48
샤이닝의 원작 소설, 영화 팬 모두를 만족시킬 샤이닝 테마 파크.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악의 존재가 되었던 설산의 한 호텔이 있다. 그곳에서 한 선생 출신 소설가가 가족을 이끌며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호텔은 저주받은 곳이었다. 아버지는 호텔의 유령들에 조종당해 미치광이가 된다. 잭 토랜스, 그는 도끼를 들고 가족을 살해하려 했으나 미로 숲에서 길을 잃고 얼어 죽는다. 아들 대니 토랜스와 어머니는 호텔에서 벗어난다. 이후에도 유령들이 계속 대니를 쫓아오지만, 대니는 샤이닝이라 불리는 초능력으로 유령들을 상자에 가두고 그들에게서 자신을 지킨다.

대니는 오버룩 호텔의 저주에서 벗어났지만,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술에 의존하고 펍에서 싸우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다소 뻔한 밑바닥 삶을 거친다. 그는 그렇게 계속 도망친다. 하지만 도망친 곳에서 빌리라는 좋은 친구를 만나고 도움을 받아 새 삶을 시작한다. 그는 이후 받은 만큼 봉사하는 삶을 가진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일하게 된 대니는 자신의 샤이닝 능력을 발휘해 죽음을 앞둔 이들을 편안하게 마중 보낸다. 그렇게 그는 ‘닥터 슬립’으로서 좀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스티븐 킹이라는 고약한 작가가 만든 세상에는 오버룩 호텔 만이 악이 아니다. 능력자를 사냥하는 거악의 집단인 ‘트루 낫’이 있다. 그들은 능력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먹이 삼아 영생을 누리려 한다. 리더 ‘로즈 더 햇’을 위시한 그들은 능력을 갖춘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고문하고 유린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스팀이라 불리는 에너지를 흡수한다.

아브라 스톤은 거대한 샤이닝 능력을 가진 소녀다. 그녀는 자신과 동일한 능력을 가진 대니와 텔레파시로 연결되어 교감을 나눈다. 아브라와 대니는 칠판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아브라가 우연히 로즈 일당이 벌이는 참혹한 현장을 능력으로 훔쳐보게 된다. 그녀는 충격을 받고 대니의 칠판으로 메시지로 한 단어를 보내게 된다. 바로 <샤이닝>에서 대니가 토니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문짝에 썼던 그 단어, ‘REDRUM’이다. 그리고 대니는 거울을 통해 그 단어를 보게 된다. ‘MURDER’.

이 영화는 스티븐 킹의 원작 호러 소설 <샤이닝>의 후속작 <닥터 슬립>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샤이닝이라 불리는 초능력을 가진 자들과 그들을 사냥하는 악한 존재와의 대립을 그렸다.

이 영화의 연출자인 마이크 플래내건은 훌륭한 호러 영화인 <오큘러스>를 찍었던 감독이다. 그는 그 작품으로 큰 명성을 얻는다. 이후 그는 형편없는 완성도로 혹평을 받았던 <위자>의 프리퀄 작품인 <위자: 저주의 시작>을 1편을 초월하는 수작으로 만들어낸다. 호러 영화계에 흔하지 않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그는 <허쉬>라는 참신한 슬래셔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시리즈물 <힐 하우스의 유령>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몇 년 전에 나온 <다크타워: 희망의 탑>이나 올해에 나온 스티븐 킹 원작 영화 <공포의 묘지>, <그것: 두 번째 이야기> 등은 사실 조금 실망스러운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마이크 플래내건이 만든 넷플릭스 호러 영화 <제럴드의 게임>은 훌륭한 스티븐 킹 소설 원작 영화였다.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그는 <닥터 슬립>을 통해 다시금 스티븐 킹의 영화를 성공적으로 영상화했다.

사실 이 작품은 소설 <샤이닝>의 후속작 소설인 <닥터 슬립>보다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의 후속작에 가까운 작품이다. 원작 소설 <샤이닝>에서는 대니의 어머니는 금발의 미녀였다. 하지만 <닥터 슬립>은 소설과 달리 영화판의 셜리 듀발 배우가 연기한 흑발의 웬디 토랜스와 닮은 캐스팅을 했다. 또한 후반에 나오는 잭 토랜스의 유령도 잭 니컬슨과 닮았다. 영화 <샤이닝>의 여러 장면을 플래시백으로 활용했으며, 영화 샤이닝의 무대였던 오버룩 호텔도 똑같이 등장한다. 전작의 오버룩 호텔의 공간 연출과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우리를 섬뜩하게 만들었던 타자기, 그때 그 도끼, 미쳐버린 잭 토랜스가 깨진 틈사이로 안을 엿보던 문짝, 새하얀 눈길이 함께했던 미로 숲. 모든 것이 그대로다. 유명한 욕조 장면이 나오는 방도 영화의 설정과 같이 237호실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해당 장소가 217호실인데 재밌게도 대니가 일하는 호스피스 병동에 217호실이 잠시 나오기도 한다. 재밌는 트리비아 중 하나다. 이처럼 영화의 이미지와 미장센, 무대 장치 등이 모두 영화 <샤이닝>의 후속작임을 분명히 한다. 영화 <샤이닝>의 주된 장소였던 그 호텔은 이 영화에서도 클라이맥스에서 주요한 무대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전작을 추억하고 해주고 영화적 장치로 재활용한다. 이 영화의 후반부는 샤이닝 팬들에게는 선물과 같은 장면들이다.

여기에 원작 소설의 설정도 가져와 반영한 것은 영화를 더욱더 흥미롭게 만든다. 영화는 초능력자와 악의 존재와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영화 <샤이닝>에서는 거의 표현되지 않았던 대니의 친구, ‘토니’로 대변되는 샤이닝 능력이 아예 주요 소재가 되었다.

그 밖에도 영화에서 생략된 설정들이나 요소를 상당히 반영했다. <닥터 슬립>은 영화 <샤이닝>에 기반하고 있지만, 소설 <샤이닝>의 설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영화의 연출 또한 특별히 모나지 않고 매끈하다. 영화 초반에 이야기를 쌓아가는 장면들은 다소 지루하고 편집이 느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브라와 대니와 만난 이후의 전개는 지루할 틈 없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호러 영화의 특성을 가지지만, 스티븐 킹의 세계답게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영화다. 과한 고어 장면이나 갑툭튀 점핑 스케어는 거의 없으며, 감독의 전작 호러 영화들처럼 서서히 조여오는 심리 효과에 중점을 둔다. 전작을 떠올리는 공포 장면이나 효과들은 오히려 반갑다. 여러 곳에서 영화 <샤이닝>의 흔적이 보인다.

특히 촬영은 세련되고 과하지 않다. 같은 무대에서 비슷한 카메라 연출을 사용하는 것은 전작 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샤이닝>은 버드 아이(bird eye) 앵글을 활용한 명장면이 많았다. 버드 아이 앵글은 하늘 높이 나는 새의 시선으로 지면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앵글로 <닥터 슬립>에서도 여러 번 활용된다. 초능력이라는 소재와 어울려 신의 눈이 되어 서로의 적을 관찰하여 내려다보는 듯한 초현실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이 앵글을 활용해 도시를 내려다보는 로즈의 장면 또한 상당히 인상적인 활용이다. 그에 더해서 영화 후반 대니와 아브라가 오버룩 호텔을 향하는 장면은 영화 <샤이닝>의 처음과 끝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젠 전설이 된 ‘미로 숲’도 역시 똑같이 재현된다.

영화의 내러티브도 흥미롭다. 초능력자, 칠판으로 나누는 대화, 죽음을 내다보는 고양이, 영생을 꿈꾸며 고통과 두려움을 먹이 삼는 어둠의 존재들, 피가 쏟아지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귀신들린 호텔. 지금 시대에서는 다소 새로울 게 없는 설정들이지만, 여전히 효과적이고 매력적이다. 스티븐 킹은 뻔하고 흔한 주변의 것에게 던져지는 질문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 작가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알코올 중독의 망가진 어른과 모험적인 성향의 영리한 초능력자 어린이가 등장한다. <샬렘스 롯>, <다크 타워> 등에서 이미 읽어 본 듯한 스티븐 킹 특유의 뻔한 캐릭터 설정도 여전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여전히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전작과 연결되면서 캐릭터 성이 깊어진다. 적 주인공에 대한 설정도 재밌다. 트루 낫의 로즈는 <샬렘스 롯>의 흡혈귀나 <그것>의 페니와이즈의 인간 형태로 느껴진다. 트루 낫 일당은 어린아이를 노리고 두려움과 고통을 먹고 영생을 누리려 한다. 지극히 스티븐 킹 작품에 등장할 만한 악(evil)이다. 하지만 로즈는 오히려 아브라의 능력에 두려움을 가진다. 악의 집단은 의외로 쉽게 대니와 아브라의 트랩에 걸려들고 제거된다. 그들은 동료를 잃은 것에 슬퍼하며 엉뚱하게 복수를 위해 정의를 논하기도 한다. 악의 존재에게까지 인간성을 강조한 것은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긴 아이러니한 설정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망가진 어른이 마지막 힘을 다하고 어린이는 영리한 꾀를 내고 악은 인간 그 자체인 그야말로 스티븐 킹의 세계다.

대니가 자신의 트라우마의 장소를 통해 현재의 적을 제압하는 플롯의 전개도 훌륭하다. 오버룩 호텔에서 만난 아버지 유령은 여전히 알코올 중독자다. 잭 토랜스는 바텐더의 모습으로 아들에게 잭 대니얼 위스키를 건넨다. 그는 아들을 자신과 같은 곳으로 빠트리려고 한다. 하지만 대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술을 거부하며 알코올의 유혹을 이겨낸다. 그런 대니의 모습은 아버지를 따라 호텔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버지가 투영된, 거울에 비친 모습 같은 아들이 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영화 후반에서 오버룩 호텔은 덫으로서 악을 제압하는 기능을 한다. 대니는 아브라가 좋아했던 매직 트릭과 같이, 혹은 <나 홀로 집>에서 케빈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꾀를 썼던 방식처럼 적을 유인한다. 그렇게 호텔의 음산한 미로 속으로 적을 끌어들인다. 더 강력한 악의 존재를 통해 악을 제압하는 모험적인 방식이다. 물론 대니 일행은 최종적으로 더 거대하고 강력한 진정한 보스인 호텔을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전작과의 연결성을 부여하여 이야기를 완성한다.

무엇보다 재밌는 점은 영화의 마지막이 샤이닝 원작 소설과 닮았다는 점이다. 스티븐 킹이 원했던 영화 <샤이닝>의 결말이 <닥터 슬립>에 와서 이루어진다. 소설 <샤이닝>과 달리 영화 에서는 아버지 잭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오버룩 호텔의 보일러 룸은 폭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이 싫어서 플로리다로 떠나 있던 대니는 아브라를 지키기 위해 다시 차갑고 새하얀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전작 영화에서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일을 후속 영화에서 해내고 만다. 오버룩 호텔은 드디어 크게 불타오른다. 그리고 대니의 조언자인 딕 할로런이 그랬던 것처럼 대니는 유령이 되어 아브라의 곁을 지킨다. 하필 배우가 이완 맥그리거다. 죽어서도 유령이 되어 샤이닝 능력자인 아브라와 소통하는 모습은 스타워즈의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는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닥터 슬립>은 매끄러운 완성도와 장르적 재미를 더한 인상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바로 따로 있다. 이 후속작은 원작 소설과 스탠릭 큐브릭의 영화, 모두를 존중한 작품이다. 마치 샤이닝을 다시 체험하게 해주는 테마파크와 같다.

이 영화는 소설 <샤이닝>과 영화 <샤이닝>을 봤느냐 보지 않았느냐에 따라 평이 크게 갈릴 영화다. 상기한 원작을 모르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보지 않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설 <닥터 슬립>까지는 보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소설 <샤이닝>의 결말과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는 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스티븐 킹은 <다크 타워> 시리즈처럼 소설 샤이닝 시리즈를 꾸준히 이어 가보는 것은 어떨까? 그의 절대적인 팬으로 부디 애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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