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익 님의 영화 <시동> 리뷰 - 키노라이츠
드라마 / 2019

2019.12.20 16:37:35
상업 영화로서 코미디 드라마에 기대할 수 있는 많은 미덕들
연말 텐트폴 영화들의 전쟁이 드디어 시작했고 그 시작을 끊은 것은 가장 규모가 작은 <시동>이었다. 사실상 승자로 예측되는 <백두산>과 하루 차이로, 같은 주에 개봉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 이유는 아마 장르적 차이점을 기반으로 한 2등 전략이 아닐까 싶다. 특히 <극한직업>, <엑시트>와 같이 코미디가 유독 잘 먹히기도 했고 그중 <엑시트>를 제작한 외유내강의 작품이기에 나름대로의 자신감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굳이 따지자면 예시로 든 두 작품과 <시동>은 그 결도 조금은 다른 편이고 완성도 면에서도 예시의 두 작품보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정도면 <시동>은 상업 영화로서 코미디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많은 미덕들을 챙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일단 영화는 코미디로서의 본분을 아주 잘 다하고 있는 편이다. 특히 캐릭터들을 잘 이용하고 있는데 재미있게 주고받는 대사들이나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이용해 재미있는 상황을 이끌어낸다. 영화 내에서 가장 튀는 마동석뿐만 아니라 여러 캐릭터들에게 이러한 경향이 고르게 배분되어 있다. 이러한 장점이 드러나는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존재 자체부터 강한 인상을 가진 마동석부터 염정아와 최성은은 영화 내에서 비중은 적지만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고 박정민과 정해인, 특히 박정민은 주인공으로서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아주 좋다. 여담이지만 지금까지 필모를 봤을 때 당분간 한국 영화에서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얼굴은 박정민이지 아닐까 싶다.



독특한 캐릭터의 활용도 좋지만 영화는 채택하고 있는 소재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책임은 가져간다. 가출 청소년이라는, 일상적으로 자주 목격할 수는 없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절박한 문제에 대해 영화는 마냥 가볍게 대하지만은 않고 충분한 이야기를 부여한다. 그 상황에 처한 인물들에 대해서도 이해할만한 사정을 부여하고 시각적으로도 꾸준하게 화사한 색을 입혀주면서(유일한 예외가 정해인이 연기한 상필) 영화적으로 잘 감싸 안아주고 있다. 그 세대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가족의 가치로 영화가 회귀하면서 아주 뻔하지만 상업 영화로서의 미덕도 잘 챙겨간다.


그렇지만 이 글의 첫 문단에서 언급한 대로 <시동>에 단점이 없다고는 하기 어렵다. 우선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갑작스럽게 영화의 톤이 어두워진다. 그 이전에 상필[정해인 분]과 경주[최성은 분]의 상황을 통해 나름대로의 빌드업을 하는 편이긴 하지만 마동석이 연기한 거석의 과거가 개입하면서 그 농도가 아주 짙어진다. 이와 동시에 폭력에 대한 개입도 아주 많아지는 편이다. 상업적으로 소모할 수도 있었던, 업소에서 거석이 폭력배들과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최대한 가리지만 거석의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에서부터 폭력의 농도 역시 이전에 비해 급격하게 진해진다.



이러한 톤의 전환을 각 인물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최대한 좋게 봐준다고 치자. 그래도 영화는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데, 급격하게 톤을 어둡게 가져가면서까지 현실의 문제를 끌어왔음에도 그 마무리를 성급하게 해버린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영화의 갈등은 정혜[염정아 분]의 스매싱으로 끝나는데 드라마의 영역에서 영화가 갑작스럽게 다시 코미디로 돌아가버린다. 결국 앞서 언급한 문제점과 더불어 <시동>은 영화의 톤의 조절에 있어 아쉬움을 남긴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동>이 마냥 부정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는 독특한 소재를 다룸에 있어 적절히 진중하면서도 코미디로서의 재미도 나름대로 잘 챙겼고 보편적인 감정과 가치로의 회귀까지도 잘 이뤄냈기 때문이다. 비록 각각의 소재가 아닌, 영화 전체의 흐름으로 봤을 때 영화의 균형감각이 크게 아쉬움으로 남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시동>은 상업 영화로서 코미디 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많은 미덕들을 챙긴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예상대로 <백두산>의 강세가 개봉 첫날부터 펼쳐졌고 이후 <천문>까지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데다 그 영화들을 입소문으로 누를 수 있을만한 완성도까지는 아니라 생각해 흥행이 어디까지 갈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나중에 2019년 연말을 돌아봤을 때 <시동>은 기분 좋았던 영화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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