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리 님의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퀸의 황홀한 해방)> 리뷰 - 키노라이츠
액션 / 2020

2020.02.04 00:44:18
할리 퀸의 해방, 그리고 귀환
할리 퀸(마고 로비)이 조커와 헤어졌다. 로만 시오니스(유안 맥그리거)를 비롯한 고담의 범죄자들이 조커에서 해방돼 혼자가 된 할리 퀸을 노리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 고담 범죄계의 판도를 바꿀 금융정보가 저장된 다이아몬드가 소매치기 카산드라 케인(엘라 제이 바스코)의 손에 들어갔다. 할리 퀸은 생존을 위해 로만과 다이아몬드를 되찾아 오겠다는 거래를 한다. 한편 몬토야 형사(로지 페레즈), 블랙 카나리(저니 스몰렛), 헌트리스(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등도 각자의 이유로 다이아몬드를 쫓게 된다. 다이아몬드가 로만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맞서 할리 퀸과 카산드라, 그리고 세 명의 추격자는 함께 행동하기로 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처참한 대실패 속에서 유일하게 관객들의 호응을 얻은 캐릭터 할리 퀸을 주축으로 한 스핀오프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은 DC 코믹스의 여성 히어로 팀인 ‘버즈 오브 프레이’의 탄생과 홀로서기를 시작한 할리 퀸의 이야기를 다룬다. 중국계 미국인 감독인 캐시 얀이 연출을 맡았으며, 마고 로비는 제작에도 참여했다.


자신의 과거부터 조커와의 이별까지 할리 퀸의 내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설명하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버즈 오브 프레이>의 영화적 정체성은 확고하다. 엔딩의 시점에서 과거를 설명하고 있는 할리 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정신없이 타임라인의 이곳저곳을 오간다. 마치 코믹스 이슈들을 흩뿌려 놓고 무작위로 골라서 읽는 기분이다. 거기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우리가 할리 퀸을 생각할 때 떠올릴 만한 색과 반짝이로 가득한 비주얼은 영화의 색채를 명확하게 한다. 사실 영화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은 각 캐릭터의 소개에 있다.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이라는 부제가 알려주듯, <버즈 오브 프레이>의 동력은 할리 퀸의 홀로서기이다. 조커처럼 광대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말인 ‘할리 퀸’은 극 중 대사처럼 다른 광대, 관객, 주인을 모시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가 해방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커와의 사랑이 시작되었던 화학공장을 부수는 것으로 할리 퀸의 해방이 시작된다. 누군가를 모시는 존재로서의 할리 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홀로 설 수 있는 캐릭터가 되는 것. 그것이 이 영화에서 할리 퀸의 서사가 보여주는 목표이다.


홀로서기에는 도움이 필요하다. 수많은 성장영화에는 반드시 멘토 혹은 성장을 함께 하는 친구나 동료가 필요하다. 몬토야 형사, 블랙 카나리, 헌트리스는 동료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각자의 서사를 통해 캐릭터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경찰로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지만 남성 파트너에게 공을 뺏긴 몬토야 형사, 경찰을 돕다 목숨을 잃은 어머니가 있지만 얼떨결의 로만의 운전기사가 된 블랙 카나리, 고담 갱들의 전쟁 속에서 가족 모두를 잃은 헌트리스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위치와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 여성이라서, 그리고 범죄의 도시에 살기 때문에 겪은 일들이다. 할리 퀸을 포함해, 이들은 각기 생존을 위해 실력을 갈고닦은 인물이다. 이들은 각자의 목적을 추구하며 움직이고, 그것은 해방을 맞이한 할리 퀸의 여정과 엮여 하나의 팀을 이루기에 이른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는 카산드라 또한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하는 위탁가정에서 살아가는 인물로, 생존의 방식으로 소매치기를 택한 사람이다. 우연이 만들어낸 이들의 팀업은 대부분이 남성인 고담 범죄자들의 ‘큰 계획’을 무력화시키기에 이른다. 이 우연은 결국 남성적 세계관 내부의 비좁은 틈에서 생존하고 있던 여성들의 필연적인 팀업으로 마무리된다. 같은 DCFU의 <원더우먼>이 세상과 동떨어져 성장한 여성 히어로의 이야기라면, <버즈 오브 프레이>는 남성적 세계관에서 필연적으로 범죄자 혹은 안티 히어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 과정을 풍부하게 하는 것은 ‘할리 퀸’스러운 비주얼과 샌드위치 사건을 비롯한 여러 에피소드, 그리고 액션이다. <존 윅> 시리즈의 채드 스타헬스키가 액션 촬영을 담당하는 세컨 유닛의 감독을 맡았는데, 액션에 항상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그의 능력이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헌트리스의 등장을 알리는 짧은 액션 시퀀스는 물론, 연막탄과 야구 배트를 활용한 할리 퀸의 경찰서 액션,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놀이공원에서의 액션까지. 야구 배트, 망치, 롤러스케이트 등을 활용하는 할리 퀸, 80년대 경찰 드라마 같은 느낌의 몬토야 형사, 석궁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헌트리스, 잘 단련된 무술가의 느낌을 주는 블랙 카나리 등 각 캐릭터의 스타일을 살린 액션이 영화 내내 펼쳐진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실패를 만회할 할리 퀸의 귀환과, 오락가락하는 완성도의 DCFU의 영화들이 <아쿠아맨> 이후 어느 정도 궤도의 올랐음을 <버즈 오브 프레이>가 다방면으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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