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lue 님의 영화 <페인 앤 글로리> 리뷰 - 키노라이츠
드라마 / 2019

2020.02.06 01:01:49
상처와 고통을 넘어, 다시 영광의 순간 속으로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녀에게>, <내가 사는 피부>, <줄리에타>. 내가 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작품은 고작 4편이긴 하지만 언제나 각기 다른 충격을 안겨준 기억이 선명하다. 강렬하고 무언가 다른 모양들이 충돌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달까. 그런데 그의 신작 <페인 앤 글로리>는 결이 조금 다른 듯하다. 마치 한창 질주하다가 갑자기 멈춰서, '내 이야기를 해볼게'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천천히 조용하게 커지고 단단해지며 또 다른 결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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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인 앤 글로리>는 삶의 모든 고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아가 그 고통이 고스란히 영광으로 새겨지기까지의 여정을 눈앞에 생생히 펼쳐 보여준다. 이를 지켜보고 있자면 마치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살바도르가 상처와 고통을 넘어 다시 '영화'라는 영광의 순간으로 들어가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알모도바르 감독이 만든 이 영화 자체가 그에겐 '다시 찾아낸 영광의 순간'임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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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는 자신의 영화 <맛>과는 달리,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에 빠져있다. 성한 곳 없는 몸과 놓쳐버린 과거의 사랑, 어머니의 죽음까지. 영화는 이 고통의 증상과 원인-결과를 빠짐없이 보여주며 그가 얼마나 '영화 같은 삶'을 살지 못했는지 말한다. 하지만 이따금 등장하는 과거의 기억 그리고 50여 년이 지나 마주한 그림으로부터, 영화는 다시 시작한다. 그의 삶 자체가 희로애락이 담긴 한 편의 영화였음을, 그 영화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주로 떠올리는 유년 시절 동굴 집의 특징과 색감을 다시 돌이켜 생각해볼 수 있다. 살바도르는 지하에 있는, 울퉁불퉁한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책을 읽고,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기도 하며, 때때론 앓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한 뼘씩 자랐다. 그때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자라난 그가 현재 딛고 있는 땅, 현재의 집은 하얀 벽에서 벗어나 톡톡 튀는 강렬한 색감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마치 하얀 도화지로 시작해 오색찬란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영화감독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하얀 스크린인 채로 마주 앉아 영화가 시작하면 찬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게 되는 관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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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페인 앤 글로리>는 영광의 순간은 고통이 되기도 하고, 고통의 순간은 영광의 밑거름이 된다는 알모도바르 감독만의 자아 성찰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가 만들어놓은 이 영화의 성찰을 통해 각자의 인생을 대입해볼 수 있다. 살바도르의 새로운 영광이 시작되는 걸 보면서 혹은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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