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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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2

자신의 권리를 움켜쥐는 빛나는 손길

묵묵히, 천천히, 굳건히. <휴가>를 보면서 이런 부사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재복이 수도를 뚫을 때, 맛있는 반찬을 만들 때, 나무를 자르고 가구를 조립할 때, 보일러를 고칠 때. 그의 손길을 거쳐 무언가가 해결되거나 완성되는 순간이 쌓여갈 때마다 그가 풍기는 그 고요함이 좋았다. 차가운 길 한복판에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를 내던 순간이 주던 절망을 그런 소박한 안정감으로 푸는 듯 보였고, 나는 재복이 그 순간들을 계기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안을 이겨내길 바랐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딸들과 함께 둘러앉아 먹는 저녁 밥상, 친구의 목공소에서 인정받고 벌게 되는 돈, 그 돈으로 산 현빈의 점퍼와 현희의 예치금이 주는 그 안정감에 안주하게 되길 바랐다. 내겐 별수 없이 재복의 두 딸, 현희과 현빈의 마음속 구멍이 너무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휴가가 아니라 일상으로의 복귀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는 이내 부끄러워졌다. 재복의 안정은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재복의 불안은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디에나 있었다. 딸들이 있는 집에도, 아르바이트하던 친구의 목공소에도, 동료가 있는 농성장에도. 그러니까 재복에게 안이든 밖이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건 그의 상황을 한 발 떨어져 보는 내가 만들어내는 선(線)이었고, 건방진 판단이었다. 그저 그는 자신의 자리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지켜낼 권리를 마음에 확고히 새기고,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하루하루 나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그를 감히 내가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가두려 했고, ‘현희와 현빈의 아버지’라는 그 역할 하나로만 가두려 했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 그가 준비한 두 개의 도시락, 다시 붙잡은 줄을 마주한 나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재복의 그 손길을 닮은 영화다. 묵묵히,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무언가를 해내는 영화이자 이내 더욱더 굳건해지는 그의 신념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다. 조금은 투박하고, 누군가에겐 낯선 분위기일지 모르지만, 꼭 들여다봐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노동자의 권리가 하염없이 아래로만 향하는 것 같은 사회 속에서, 위를 향해 힘껏 줄을 잡아당기는 재복의 손길이 그 무엇보다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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