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끝없음에 관하여(Om det oändliga)> (로이 안데르손, 2019)

유령들이 있다. 아니 살아는 있지만 생기를 잃은 듯한 사람들이 프레임 내부를 맴돌거나 그 안팎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한 아저씨가 내게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인사를 건넸다고 하는데, 그 친구는 자신의 인사를 무시한 채 그냥 지나쳐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친구가 인사를 건네는 아저씨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스쳐 지나간다. 발화 시점과 사건이 일어난 시점이 포개지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이 시공간에 스며들어 있는 사람들은 영락없는 유령들이 아닌가. 영화는 내내 한마을, 아니 어쩌면 국가, 아니면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어떤 오묘한 시공간에 시선을 보낸다. 그렇지만 우린 여기서 타인의 삶을 어떻게 들여다볼 수 있는가. 조각난 단면들을 잠시 동안만 응시하는 과정들. 적당히 선명하고 적당히 탁한 기운이 혼재된, 시종 회화적이지만 한편으론 왜곡된 광각 구도 속에서 관객들은 시체처럼 차가운 인간들의 움직임을 보지만, 한편으론 이 시선이 퍽이나 따스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하나의 숏이 곧 하나의 신이 되는 이 영화에서, 신과 신 사이의 인과관계는 느슨하다 못해 없는 수준이다. 이때 의도된 분절 속에서, 끼룩대는 철새 무리가 시작과 끝을 매개하고 있다. 떼 지어 날아가는 새들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던 부부의 뒷모습에선 황량함이 감돌고 있지만, 멀어져 가는 철새 무리와 고장으로 멈춰 선 차를 살피는 남자가 담기는 숏에선 미약하게나마 기대감 같은 것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듯하다. 마취를 거부하는 환자를 두고 훌렁 떠나버린 치과의사의 모습을 보면서는 실소가 터졌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슬픔을 발견했기에 가슴 한구석이 침울해지기도 한다. 춤추는 사람들과 그걸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과 시공간을 계속해서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러나 야속하게도 지속될 수 없는 그들의 유희가 어느새 다른 시체 혹은 유령들의 사연으로 전환되어 버리는 광경을 지켜봐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신기했던 점이 있다면, 영화를 본다는 느낌보다는 그림을 보는 듯한, 아니 그림을 읽어내는 듯한 묘한 감상의 세계로 진입한 느낌이 들었다는 사실이다. 일정한 톤으로 반복되는 내레이션조차도 어쩌면 이 움직이는 회화의 일부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