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퍼시픽 림: 업라이징> - 전작의 매력을 잊지 않은 속편 <퍼시픽 림>은 메카물이 과연 스크린에서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작품이다. <트랜스포머>가 액션영화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면 <퍼시픽 림>은 애니메이션 에피소드의 골격으로 작품을 진행시킨다. 1편이 보여주었던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긴장감은 수많은 매니아들을 탄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 작품의 2탄은 참으로 기대가 되었다. 가장 걱정했던 영화적인 골격을 따라가지 않을까 하는 점은 기우였다. 여전히 이 시리즈는 자신만의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그 강점을 유감없이 표출해낸다. 1탄에서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카이주가 사라진지 10년을 기점으로 한 이 작품은 아직 그 아픔에서 완벽하게 복구되지 못한 지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1탄에서 목숨을 바쳐 카이주의 연결 통로를 막은 스탁커의 아들 제이크는 파일럿을 포기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의 자유분방함은 완벽하게 구축되지 못한 사회의 빈틈에서 일어난다. 스티븐 S. 드나이트 감독은 길예르모 델 토로가 구축한 이 매력적인 세계관의 틈을 최대한 이용한다. 완벽하게 새로 구축된 세계가 아닌 정리가 끝나지 않은 배경을 통해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장소는 다름 아닌 중국이다. 최근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은 중국 자본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작품마다 중국 배우 최소 한 명은 껴 넣고 있는 실정이다.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그런 현실을 자책하듯 자본으로 인한 기술의 진보를 의미하는 드론을 통한 예거(이 작품의 로봇의 이름) 조종과 파일럿을 통한 예거 조종을 핵심 갈등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헐리웃발 액션 블록버스터에 연달아 출연한 배우 경첨이 드론 사업을 펼치는 샤오의 사장으로 흑인 제이크와 어린 여자아이인 아마라가 파일럿으로 출연하는 점은 이런 대조적인 효과를 주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자본을 등에 업은 <퍼시픽 림: 업라이징>은 전작보다 더 큰 규모의 액션을 선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작만큼 강력한 긴장감을 내뿜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전작이 긴장감에서 돋보였던 이유는 길예르모 델 토로의 색체가 카이주를 잘 포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입부 베켓 형제가 카이주와의 전투에서 당하는 장면은 처음 맞서는 적에게서 느끼는 공포와 강렬함, 긴장감을 동시에 전해주면서 작품의 스릴감을 높였다. 허나 속편은 이미 막힌 통로를 뚫고 진행하기에는 전작의 답습이 될 확률이 높기에 카이주의 활용보다는 예거를 이용한 액션에 주를 준다. 그래서 액션의 규모는 커졌으나 전작이 가진 장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져왔다. 액션 장면에서는 박진감이 넘치지만 전작이 보여주었던 긴장감이 없다 보니 액션이 펼쳐지기 전, 드라마와 드라마 사이를 감도는 감정의 힘이 부족하다. 이야기라는 게 긴장감이 있어야 단단하게 굳어지기 마련인데 그런 이음새가 부족하다 보니 지루함이 느껴진다.(더군다나 이 작품은 드라마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도 이 시리즈에게 고마운 건 끝까지 원작에 열광했던 이유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다. <트랜스포머>가 영화적인 문법에 로봇을 가져온 것과 달리 <퍼시픽 림>은 딱 메카 애니메이션 구조를 스크린으로 옮겨온 기분이다. 그 기분을 끝까지 느낄 수 있게 해 준 점은 참 고맙다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