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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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6

살아내자, 끝까지 살아내자. 그런 말들을 싣고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내자, 끝까지 살아내자. 그런 말들을 싣고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과거의 풍경을 덤덤히 지나치면서. 이해했고, 위로받았다. 단순히 좋았는지 나빴는지 묻는다면 좋았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묻는다면, 좋았던 점보단 아쉬운 점을 더 이야기하게 된다. 헷갈렸다. 왜 좋았는지 곱씹어 생각해보았을 때, 내가 느낀 울림이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쉬운 이유는 결국 후자에 해당하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가후쿠가 미처 내뱉지 못하고 간직하던 말들이 차 안 대사 연습을 거쳐 발산된다거나, 다른 모양의 삶을 일구던 이들이 만나 <바냐 아저씨>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쌓아올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기어코 <바냐 아저씨>의 메시지가 가후쿠-미사키의 입에서, 아주 직설적으로 내뱉어질 때 그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어떻게든 공연은 올려질 텐데(그 유명한 소냐의 대사를 분명히 들려줄 텐데), 그 메시지를 굳이 한 번 더 끌어오는 것이 내겐 그저 다른 방식의 동어반복처럼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더군다나 수어를 사용하는 유나가 소냐 역으로 캐스팅되던 순간부터 이미, ‘그 메시지를 꼭 보여주려는 구나’ 생각하고 있었기에.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내가 괜찮은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 앞으로만 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봐줄 줄 아는 영화다. 그 안에 품은 슬픔과 불안을 쓰다듬는 손길 역시 섬세하다 생각했다. 다만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료한 그 메시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내겐 길기도 했고, 몇 인물들의 배치와 행동은 조금 인위적으로 느껴졌기에 마음 깊숙이 와 닿지는 못했던 듯하다. 장장 5시간의 <해피 아워>를 보면서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던 경험 때문인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랐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쏟아지는 극찬 속에서 머쓱하게도(…) 내겐 기대보단 조금 아쉬운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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