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플레
2021.12.29
<빛과 철> (배종대, 2020)
배우들의 호연과 직관적인 상황 설정의 얽힘을 통해 구축된 고밀도의 심리 묘사는 분명 <빛과 철>의 핵심이자 강점이다. 그런데 감정의 교차점이나 변곡점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인물의 단편적인 대사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살짝 아쉽다.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발설되면, 그에 따라 반응하는 인물들의 연기(특히 주연 배우 둘)는 매우 탁월하게 그 순간을 휘어잡는 정서를 생성해낸다. 하지만 감정의 표출과 그에 따른 포착이 어딘가 정석적인 루트로만 반복된다는 점이 사뭇 영화의 매력을 밋밋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인물들은 계속해서 진실을 접한 뒤, 충격을 받거나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이 상황에서 희주는 이분화된 구도 속에서 자신의 (상대적) 지위를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이에 따라 대립 관계에 놓인 영남 역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복잡한 심리 변화로 인해 감정들이 중첩되고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배우들의 역량에 생각보다 훨씬 크게 의지하는 건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빛과 철>은 충분히 더 보여줄 수 있는 영화임에도 어딘가 아쉬운 구석을 종종 노출한다. 그러니까 <빛과 철>에서 흥미롭게 파고들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인물들의 입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와 시청각적으로 주어지는 정보 간의 격차 혹은 지위의 차이가 어떤 형태로 발현되고 있으며 각각이 어떤 지점을 표상하고 있는 것인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영화에 묻어나는 연출론은 두 사람의 심리 상태를 어떤 방식으로 관객에게 제공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얼굴 위주의 클로즈업이라든가, 조명이나 자연광의 배치, 대사를 듣는 인물들의 리액션을 어떤 구도에서 찍었는지에 관해서는 이야깃거리가 있겠으나, 그 외에 투박하게 나열된 숏과 숏의 리듬, 인물을 도구화한 채 제어하는 것만 같은 시나리오는 이 영화의 기획 자체에 내재된 풍부한 매력을 단순화하는 지점들로 작용한다. 계속해서 작위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보단, 비언어적인 표현이나 카메라의 운용 방식을 동원하여 영화적인 언어로 드라마 요소들을 가공하고 연결해나갈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