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권윤정
권윤정
2018.03.27
철저한 자기 관리와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자신의 원리 원칙이 있는 레이놀즈에게 운명처럼 나타난 알마의 존재는 그의 삶의 유일한 균열을 일으킨다. 알마는 마치 레이놀즈의 의상실 속 하나의 소품처럼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때론 잔잔하게, 때론 잔혹하게 일렁이는 물결처럼 레이놀즈의 삶을 자신의 존재 안으로 서서히 잠식시킨다. 그녀의 존재로 말미암아 사라져버린 어머니의 영혼은 과거에만 얽메여진 레이놀즈의 세계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머니의 죽음과 홀로 남은 누나의 일생이 자신의 죄책감이자 삶의 무게로 짊어가던 숙명 속에서 드러낼 수 없었던 자신의 욕망의 옅은 연무가 처음으로 알마라는 존재의 실체로 재현된 것이다. 레이놀즈는 알마가 자신을 삶을 파괴시키고 있다며 절망하지만 이 모습을 직면한 알마는 동요하지 않는다. 되려 알마는 레이놀즈에게 지금과는 다르지만 자신과 함께하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권을 레이놀즈 스스로 선택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