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플레
2022.03.04
<더 배트맨(The Batman)> (맷 리브스, 2022)
음울하게 스며드는 커트 코베인의 목소리와 여리지만 날이 서 있는 로버트 패틴슨의 독백이 오버랩되는 순간까지만 해도,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작정하고 힘을 주는 숏들의 연쇄는 눈과 머리에 적당한 강도의 여운을 선사했고, 정밀하게 톤을 조정한 고담 시의 색채 그리고 아직은 방황하는 자경단 박쥐의 침착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실루엣은 그 자체로 내 마음을 빼앗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더 배트맨>은 배경에 깔리는 스코어와 음향 효과들을 영민하게 조절한 영화는 아니었기에, 나는 갈수록 음악/음향의 과잉을 몸소 실감했다. 이를테면 PTA의 영화나 사프디 형제의 영화들에서는, 불편한 정서를 유발하는 사운드일지라도 그것들이 단순히 귀를 맴돌기만 할 뿐 아니라 눈에 보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미장센이 되는데 반해, <더 배트맨>에선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온전한 세계관을 조각해 내어 야심찬 영화가 되려는 <더 배트맨>의 화술을 한 발 떨어져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더 배트맨>이 관객을 매료시킬 수 있는 영화라면, 후반부에 다시 흘러나오는 커트 코베인의 목소리에서 우리들은 혼돈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을 매우 자연스럽게 느꼈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혼합된 정서들이 부유하는 바다에서 미묘하게 갈라지는 결의 차이를 읽어내지 못했다. 내게는 후반부 'Something in the way' 시퀀스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조잡한 수단에 불과했고, <더 배트맨>을 마무리하는 패틴슨/웨인/배트맨의 얼굴에선 그 어떤 존재의 내면도 읽어낼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