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플레
2022.03.08
<헬보이 2: 골든 아미(Hellboy II: The Golden Army)> (기예르모 델 토로, 2008)
<헬보이 2: 골든 아미>에는 거대한 체제 혹은 세상의 존속 여부와 맞닿은 갈등이 있는데, 그것에 연루된 존재들이 하나같이 이기적인 선택을 내린다는 점에 주목하자. 각자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어쩌면 내가 발 딛고 선 이 세상의 존립보다도 지금 여기 나와 함께 하는 너가 아니었던가. 네가 없다면 과연 내가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걸까. 악마로 태어난 헬보이는 혈혈단신으로 인간 세상에 당도한 뒤 의탁할 대상을 찾아 헤맨다. 양아버지도 연인도 동료들도 각자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데, 그들이 나의 내면을 꿰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헬보이는 영웅이 되어 인간들 틈에 녹아들기로 결심한다. 그 방법이 자신을 위한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유효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자는 고개를 돌려 나의 세상을 재구축한다. 그렇다면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결단을 내린 리즈도 세상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내 세상을 재구축한 셈이다. 다른 이들의 선택 또한 각자의 소우주를 겨냥한 행위가 된다. 그런데 <골든 아미>에서 소멸하는 자는 누구였는가. 그에게 결여된 것은 무엇이었나. 대안을 탐색하거나 최선의 선택지를 가늠하기 위해 충분히 고뇌하지 않았던 자가 누구였나. 종족의 보전을 위한 선택이라는 사실이 더 나은 길을 적극적으로 탐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선택의 순간이 닥쳐올 때, 스스로가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는 없을지라도 잠시 멈춰 고민할 필요는 있지 않았나. 이때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리즈다. 카메라에 잡혔던 리즈의 결의 어린 표정을 떠올려 본다. 물론 리즈의 언행이 망설임 없던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역시 지금껏 번뇌에 휩싸인 채 고통받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왜 고민이 필요한가? 아니 어떤 것이 최선인지 멈춰서 생각에 빠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골든 아미>가 주장하는 선택의 여정은 성숙해지기 위한 계단이 아니다. 그저 모든 선택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깨우치는 과정의 일부인 셈이다. 어떤 것이 나에게 가장 충실할 수 있는지 가늠한 끝에 나온 선택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골든 아미>는 열린 마음으로 관객에게 묻는다기보단, 스스로가 염두에 둔 가치를 믿고 싶어 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