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짭짤
2022.04.01
프레임 뒤에 선 배우들
<반장선거> 음악과 편집이 주는 리듬감이 영화 전체를 가득 채운다. 휙휙 뒤바뀌는 카메라 앵글에 정신이 없다가도 극 중 아이들의 시선 교환이 은밀하게 이루어질 때면 절로 호흡을 고르게 된다. 24분의 짧은 러닝타임 안에, 매년 매 학기 의례처럼 치러지는 반장선거라는 소재 하나로 치열한 아이들의 생태계와 더 나아가 그 안에 투영되는 어른들의 삶까지 담아낸 능력이 대단하다. 삐뚤빼뚤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내준 친구들을 어색한 미소로 떠나보내고 어둠 속 노란 우비처럼 겉도는 인호의 마지막 모습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재방송> 엄청나게 가깝고 살갑진 않지만 그렇다고 남처럼 두고 볼 수는 없는 이모와 조카라는 관계. 그 의외의 관계성이 빛나는 영화다. 기억하는 사람도 챙겨주는 사람도 없는, 주변으로부터 소외된 두 인물이 서로의 영역에 딱 한 발씩만 담근 채 걸어가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둘의 서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이미 깊이가 있는 관계를 적절한 위트로 담담하게 풀어낸 방식이 좋았다. 요구르트 한 개로 백 마디 말을 대신하는 순간 이 영화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네 작품 중 가장 좋았다. <반디> 배우 박소이에 의한, 박소이를 위한. 반디가 기억에도 없는 아빠의 흔적을 남겨진 방 안에서 찾는 것도, 그때만큼은 말 더듬는 습관 대신 초롱초롱한 눈빛만 남는 것도, 그리고 그 방 안에서 배운 저만의 방식으로 엄마를 위로하는 것도 다 너무 좋았다. 아빠가 보고 싶을 때면 방 안에 들어가 아빠의 책을 펼쳐보고 옷을 입어보고 서랍을 열어봤던 반디처럼, 우리 곁을 떠난 모든 것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숨어있는 거니까 보고 싶을 때마다 그 기억을 꺼내 보면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블루해피니스> 최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현실의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저절로 제목을 곱씹게 된다. 직관적으로 보면 주식의 파란불을 의미하는 것 같다가도, 행복에 가까워질 수 없는 푸른색의 차가운 현실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오히려 지나친 리얼리티 때문인지 영화가 단조롭고 평면적으로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이미 너무 많이 봐왔던 이야기라 공감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던 것도 같다. 그래도 탕준상 배우의 연기는 좋았다. 라켓소년단 때와는 결이 다른 까칠함과 예민미가 느껴졌던.. 앞으로 이런 역할과 연기를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