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짭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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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1

스포일러 주의!

당신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내 집 마련의 고통은 나라와 지역을 막론하고 어디에나 존재하나 보다.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아간 톰과 젬마는 중개인으로부터 가장 완벽한 주택 단지라며 '욘더'를 소개받는다. 그러나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의 중개인, 당장 들어 살아도 문제없을 만큼 꽉 찬 가구와 가전, 미리 짜여진 듯 파란 벽지로 꾸며진 아이 방까지. 무언가 이상한 낌새에 재빨리 돌아가려 하지만 그땐 이미 들어왔던 입구도, 나갈 출구도 모두 사라져버린 뒤였다. 그렇게 미로 같은 마을에 갇힌 그들은 아이를 다 키우면 풀려난다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계획에도 없던 육아를 시작한다. 이 영화는 현대사회의 병든 지점들을 때로는 은유적인 상징으로, 때로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드러낸다. 남들 따라 어렵사리 마련한 내 집은 결국 끝없이 줄지어 선 똑같은 모양의 건물들 중 하나일 뿐이며 그 안에서 '나'의 정체성은 흐릿해지고 만다. 또한, 아이가 다 자라고 나면 육아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부모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졌을 때 그 안의 진정한 '나'는 이미 없을 지도 모른다. 소름 끼치는 비주얼과 기이한 분위기의 연출로 꽤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철학적인 영화이지만, 개인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이유 없이 고통받거나 단순히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세계관에 던져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서인지 보는 내내 속이 답답했다. 물론 그 무작위성을 통해 대다수의 현대인을 대변하고 싶었겠지만 너무 무력하게 소모되는 캐릭터들을 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