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일러 주의!

에리카의 이중생활

(중략) "세상에서 가장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정평이 난 '미카엘 하네케'의 2001년작 <피아니스트>는 순간의 자기오인으로 감당 못할 판타지에 사로잡힌채 주체 못할 욕망 앞에서 산화되고만 어느 여인의 이야기다. 관객은 어렵지 않게 그녀의 독특한 성적취향이 어머니의 과보호의 산물임을 추측 할 수 있다. 시작과 함께 "어디로 갔었냐"고 쏟아붙이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는 딸의 모습에서 모녀관계의 건강함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그렇게 서로를 죽일 듯이 몰아붙이면서도 한 침대에서 잠을 청할 만큼 애증어린 이 둘의 관계는 에리카의 남 다른 성적환상을 키우게 한 주된 요인이라 해도 별 탈 없어 보일 지경이다. 남들 다 하는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한 듯한 그녀는 자신만의 판타지아 속에서 가학과 피학, 그리고 쓸쓸함이 가득찬 자기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넨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그녀가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필요 충분조건이다. 일과 후 성인 전용 사정 후의 흔적이 곳곳에 베인 휴지를 한 웅큼 쥔 채 코에 박거나, 자동차 극장에서 은밀하게 성행위를 벌이는 커플을 보며 실금하는 '에리카'의 모습은 철저히 욕망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 어떤 대체제를 갈구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즉, 그녀는 그녀 스스로 욕망을 자극하고 해소하는 법을 모른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비극은 스스로가 욕구 해소에 전혀 관여 못한다는 주인공의 불능에 기반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