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본인 스스로도 답답한 일본인

상대의 대사를 알아들어야 내 대사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건 대본 리딩. 감정과 내용을 알아듣고 익힐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한다. 캐릭터가 자아를 지나치게 드러내게 하더라도 겁먹지 말자. 때로는 운전대를 넘겨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일본인들의 갑갑한 마음이 느껴졌다. 꾹꾹 누르고 모르는 척 하고 숨기기 바쁜 일본인 특유의 감정 표현에 그들 자신이 가장 답답해 하고 있다. 그래서 연극을 빌려오고, 외국어를 동원하고, 수어를 동원해서 겨우겨우 감정을 터뜨린다. 그와중에 한국인 커플은 얼마나 이상적으로 그려지는지. 확실히 한국인은 일본인과 다르다.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게 일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인물 구도가 조금 불편한 면이 있다. 중년 남자와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어,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해주고 안아줄 수 있는, 딸뻘의 젊은 여성이 존재할 거라는 야무진 상상. 일본 콘텐츠에서는 클리셰라 할 정도로 흔하다. 죽은 아내가 이야기를 신탁(神託)처럼 받아들이는 부분이 특히 그렇지만, 주요 여성 캐릭터들이 마치 신녀(神女)처럼 그려지고 있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숨기고 있는 신비한 존재. 드라이버 미사키는 주인공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연극의 막바지에 유나는 수어로 주인공을 위로한다. 대상화가 심한 편이다. 상대를 대상화 해서는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다는 건 모르는 건가. 이래서는 끝까지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