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찌 됐든 마무리는 잘 했지만...

2001년 <쥬라기 공원 3>로 시리즈가 한차례 일단락(물론 부진에 의한 강제 중단이지만...)이 된 후 14년이 지나, 2015년 새로운 시작을 알린 <쥬라기 월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기존 시리즈에 대한 추억을 잘 불러일으키면서도 2010년대에 맞춰 잘 변화했으며 여름 블록버스터로서의 미덕 역시 잘 갖춘 작품이었다. 걸작으로 칭송받는 1편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그래도 1편의 무게감을 생각했을 때 <쥬라기 월드>는 선방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을 지나 이제는 이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하 <도미니언>)으로 새로운 3부작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일단 그럭저럭 시리즈의 문을 잘 닫기는 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우선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도미니언>은 분명한 장점을 자랑하는 영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쥬라기 공원>에 등장했던 주인공 3인방이 재등장한다는 것이다.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던 이안 말콤[제프 골드블럼 분]과 더불어 앨런 그랜트[샘 닐 분], 엘리 새틀러[로라 던 분]가 합류해 이들을 중심으로 확실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더불어 공포 영화에 가까운, 공룡과의 추격을 다루는 서스펜스 역시 1편을 연상시킨다. 전복된 트럭 밑을 기어 다니며 티렉스를 피하는 장면은 영락없는 1편의 오마주이고 해당 장면이 주었던 긴장감을 아주 잘 살리고 있으며, 이후 시설 진입로까지 이어지는 추격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불어 늪지대에서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가 혼자 고군분투하는 장면, 오웬[크리스 프랫 분], 메이지[이사벨라 써먼 분], 앨런이 시설 내부에서 공룡과 대치하는 장면 등은 과거 시리즈의 정적인 긴장감을 아주 잘 살리고 있다. ​ <쥬라기 공원>의 특징을 잘 살리는 한편 <쥬라기 월드>의 정체성 역시 잘 지키고 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주인공인 오웬을 바탕으로 오프닝 평원을 질주하는 장면, 빙판 위에서 카일라[드완다 와이즈 분]와 함께 공룡을 피하는 장면 등 역동적인 액션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 백미는 단연 몰타 추격전이다. 마치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일부 장면은 오마주가 아닐 정도로 유사한 지점이 많다) 수준의 추격전을 선보였는데, 암시장에서 시내~비행장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장면의 흐름 자체도 뛰어나거니와 좁은 공간을 빠르게 활보하는 속도감 역시 탁월하다.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도 오웬, 메이지, 클레어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하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만 보면 <도미니언>은 <쥬라기 공원>의 팬과 <쥬라기 월드>의 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러한 구석이 있지만, 이러한 매력을 드러내기까지 많이 우회해서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47분이다. 제아무리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의 규모가 커졌다고 한들 147분은 절대 짧지 않은 러닝 타임인데, 영화가 이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핵심적인 이야기 면에서는 앞서 서술했듯 기존 시리즈들이 열었던 부분을 잘 소화해 내고 있긴 하지만, 새로 등장한 인물들(카일라, 램지[마무두 아티 분])은 이 사건에 뛰어들만한 충분한 설명 없이 등장하며 서사 진행을 위한 기능적인 등장이라고 느껴진다. 특히 기업 내부 핵심 인사라는 특징 때문에 램지의 행보는 그렇다 치더라도 카일라의 경우 제아무리 선한 인물이라 해도 이렇게 목숨을 걸 일인가 하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들게 만든다. 더불어 연속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편집(ex. 어떤 컷에서 위를 보고 있던 인물이 다음 컷에서 아래를 보고 있는 등), 메인 플롯격으로 올라가는 서브플롯의 비중 등, 영화는 러닝 타임을 밀도 높게 채우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이 든다. ​ 서브플롯 이야기를 더 해보자. 영화는 앞서 언급한 대로 큰 갈래의 두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하나는 오웬, 클레어, 메이지 중심의 가족 서사이고 나머지 하나는 앨런, 엘리, 말콤 중심으로 바이오신에 맞서는 서사이다. 그중 아쉬운 부분은 후자의 서사가 시작되는 계기를 제공해 주는 유전자 조작 메뚜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아쉬운 것은 서브플롯으로서 바이오신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할 수준에 그쳐야 할 이야기가 아예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이름에서부터 공룡을 내세우는 영화이기에 이러한 구성은 관객으로서 기대를 배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야기 자체가 큰 힘을 받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나 <도미니언>은 과거의 작품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시리즈 내부에 깊게 뿌리내리는 작품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단점이 부각된다. 팬들의 입장에서 원하던 이야기는 충분히 다 전달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과연 이것이 팬들이 원하는 '영화'인지는 의문이다. 종종 영화 리뷰를 하며 하는 말이 있는데, 영화는 2시간 내외의 시청각 서사 매체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것을 러닝 타임 내에서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좋은 영화인지 나쁜 영화인지 갈리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도미니언>은 팬 서비스와 화려한 볼거리를 모두 갖춘 영화이고 무더운 날씨에 극장에서 시원하게 관람하기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마음 한편에 크나큰 아쉬움을 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