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원작소설을 안 읽어봤는데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바에 의하면 이 영화나 '리플리'나 원작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너무나도 당연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와 리플리를 비교하는 것을 보았는데 대충 6에서 7할정도가 이 영화가 낫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도 객관적이진 않은 것 같다. 이 영화가 낫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30대 중반으로서 이 영화를 먼저보고 리플리를 봤을 것이기 때문에. 게다가 가장 처음으로 비교하는 지점은 대부분 맷 데이먼과 아랑 드롱의 리플리 중 누가 더 낫냐일 것이다. 사실 밍겔라 감독도 클레망 감독도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다. 영화 보는 내내 내가 '태양은 가득히'나 '리플리'를 내가 재미있게 봤다면 그들이 원작에 손을 많이 댔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힘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다. 난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에 원작을 찾아 보고 싶긴 해도 그럴 일이 있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리플리를 다룬 다른 영화는 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들 정도로 이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리플리에게는 강한 호기심이 간다. 아무튼 그래도 '태양은 가득히'가 '리플리'보다는 훨씬 더 강하게 다가왔는데 그것은 이 영화가 리플리 보다는 훨씬 '영화적'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소설 보다 앞서는 것은 역시 영상으로 보여진다는 점과 그 영상이 감독의 의도대로 컷으로 나뉘기도 하고 카메라가 공간을 움직인다는 점이다. 밍겔라의 '리플리'는 이탈리아의 풍광을 빼고나면 연극으로 바꿔도 그 재미가 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클레망의 '태양은 가득히'는 연극으로 바꾸면 완전 망가질 작품이다. 클레망이 밍겔라보다 연출을 잘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그의 연출에 아쉬움도 많다. 하지만 어쨌든 밍겔라가 추구하는 길은 그렇고 클레망이 추구하는 길은 그렇다. 클레망의 결말이 밍겔라의 엔딩보다 더 강렬한 것은 그의 결말이 어쩌면 너 고지식하고 시대 상황에 맞춰간 단순한 방식일 지언정 (아마도 그 당시엔 악당이 해피 엔딩을 맞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게 더 영화적이기 때문이다. 행복해하는 리플리의 얼굴과 발견되는 시체를 교차로 보여주는 것은 연극보다는 영화에서 훨씬 우위를 갖는 방식이다. 영화에 나오는 두개의 살인 장면만 해도 ('리플리'는 세갠가? 아무튼) 이 영화쪽이 잘했다기 보단 상투적인 방식이나마 좀더 살인이나 서스펜스에 관심이 많다. 리플리에서의 첫번째 살인은 너무 우발적이며 두번째 살인은 너무 짧다. 그리고 맷 데이먼 보다는 아랑 드롱이 더 범죄의 프로처럼 느껴지는데 특히 환등기 켜놓고 복잡한 싸인 연습하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였다. 리플리에서 싸인은....싸인 자체가 너무 쉬워서 저 놈이 재벌 아들 맞나 싶을 정도였다. (돈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위조하기 쉬운 싸인을 쓰겠나) 사실은 태양은 가득히도 마찬가지인데 그럴 일이 당분간 있나 싶지만 다음에 누군가가 또 이 원작으로 영화를 찍는 다면 리플리가 좀더 확신에 찬 악당이였으면 좋겠다. 마치 의혹의 그림자에 나오는 조셉 코튼이나 사냥꾼의 밤에 나오는 로버트 미첨처럼. (하긴 이딴 소릴 하려면 나부터 원작을 봐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