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Comma
2022.08.04
역사 속 여성 혐오에 대한 불쾌한 전시, 혹은 진취적 여성의 비극적인 결말
이걸 역사 속 여성 혐오에 대한 불쾌한 전시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그 속에서 야망과 독기를 품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 했던 진취적인 여성의 비극적인 결말이라고 해야 할까? ————————— 앤 불린의 결말은 안타깝지만 마냥 안타까워만 하기에는 그의 욕망이 과도하게 컸다. 매리 불린은 야망가인 앤 불린의 동생이지만 그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소극적인 여성이면서도, 언니인 앤 불린을 위해서라면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줄 것 같다. 헨리 왕은 앤 불린에게 대적할 만한 인물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가 가진 유일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실질적 권력 하나로 앤 불린을 처형에 이르게 하지만, 사실상 영화의 엔딩 후에도 앤 불린이 헨리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그 누구보다도 마음이 약하고 이리저리 잘 흔들리는 이는 헨리였다. 이 영화의 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영화 속에서는 제대로 모습을 비추지도 않은 엘리자베스였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부모님을 잃었는지 생각해 보면, 그런 엘리자베스가 얼마나 큰 심적 어려움을 끌어안고 왕좌에 올랐을지도 상상하기 어려울 뿐더러 그걸 딛고 현명한 활약을 해나갔던 것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영화 밖에서 이야기하자면 나탈리 포트만과 스칼렛 요한슨을 한 영화에서 본다는 게 신기하다. 그리고 두 배우가 묘하게 닮은 구석이 큰 것 같아서 더 그렇다. 어릴 때 배우가 되고 섹스 심벌이니 하는 것들로 힘든 시기도 겪었지만 연기력으로 인정 받고 할리우드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두 배우들… 영화랑 딱히 상관은 없는 이야기지만 이들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묘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