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풋비홀릭
2018.04.22
<나를 기억해>는 불편한 영화다. 불편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 불편한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무례하기 때문이다. <나를 기억해>의 주인공인 서린(이유영)은 학창시절에 겪은 집단 성폭행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이름을 바꿔 살아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그 고통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다시 그 일을 겪을 수도 있다'라는 공포를 스릴의 주 재료로 적극 활용하고, 피해자만이 강조된 자극적인 성폭력 묘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린이라는 캐릭터도 공포 영화 속 주인공에 걸맞게 놀라고 두려워하고 도망치기에 급급하다. 그런 그를 대신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전현직 남성 경찰관이라는 것도 못내 걸린다. 그러나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보다 더 불쾌했던 건 결과적으로 이 영화가 성폭력과 그 트라우마를 영화의 핵심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그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그전까지 미세하게나마 쌓아왔던 성범죄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붕괴시킨다. 억지스러운 반전으로 판을 뒤엎고, 영화 속 끔찍한 사건의 주체를 이동시킨다. 심지어 장난이어서 '다행'이라는 충격적인 대사를 피해자의 입으로 전달하게 만든다. 이렇다 보니 영화가 성폭력을 '일부' 악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수많은 가해자와 방관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 미투 운동을 정치공작 취급했던 모 언론인의 행세나 "해일이 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라는 모 정치인의 발언도 떠오른다. 성폭력과 그 트라우마는 당신들의 대의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수없이 외치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