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송씨네
2022.09.14
문학과 번역의 위대함… 사라지지 않는 것들.
종이는 불에 타 흔적을 지우지만 진실과 말은 끝까지 존재한다. ’옹스트롬‘이란 출판사의 편집장인 에릭은 베스트셀러 ‘디덜리스’의 세번째 이야기의 출판권을 가져왔다며 기자회견을 엽니다. 그리고 이 책을 전세계 9개국에 번역판을 내기 위해 아홉명의 번역가들이 반공호에 가까운 밀실로 향합니다. 수영장, 볼링장, 식당 등의 시설을 가지고 있지만 휴대폰 반입금지, 하루에 스무 페이지만 번역, 이외의 시간은 작성용 노트북 압수 등의 삼엄한 보안 속에 번역이 진행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에릭에게 협박 메일이 오더니 ‘디덜리스‘의 카피본을 가지고 있으며 돈을 내놓지 않으면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것입니다. 적은 내부에 있다고 생각한 에릭은 9인의 번역가를 압박합니다. 이중에는 1, 2권을 불법 번역한 알렉스도 있고 결말이 궁금해 에릭의 원본 서류를 보려했던 카테리나, 짬짬히 자신의 첫 소설을 쓰다가 발각된 헬렌도 있고요. 팔이 부러진 사람에 불만으로 가득한 사람까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간질과 마녀사냥이 이어지고 극단적인 사고까지 벌어집니다. 몇 달 후… 에릭과 알렉스가 한 테이블에 있습니다. 그것도 감옥에 말입니다. 아직 이 이야기는 시작도 안했습니다. 9명의 각국의 번역가들과 그들의 언어로 번역되는 책을 출간하기 위한 출판사 편집장의 심리전과 육탄전을 그린 영화입니다. 출판업계와 번역가와 추리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묘한 쾌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가령 독자의 권리를 위해서라지만 결국 자신의 이득을 따지는 에릭의 모습은 야만 그저체죠. 범인을 잡으려고 알몸 수색을 하는 장면은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지요. 이 영화가 번역에 대한 영화다보니 재미있는 진풍경을 보게 되는데 9개의 컬러로 등장하는 자막이죠. 번역가 황석희 씨의 아이디어로 과거에도 영화에 이모지 등을 사용하거나 자막의 방향이나 색을 다양하게 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선보였죠.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는 장면에서는 각국의 언어가 정신없이 쏟아지는데 이를 각기 다른 색상의 자막을 입혀 긴장감을 높혔지요. 익숙한 배우들은 없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추리영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