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는 부끄럽다” 올해 초에는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나만 이렇게 못나고 한심한가 자책하며 잔뜩 움츠려 있었는데, 한해를 정리하고 보니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며 나름의 위안을 얻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평생을 짊어지고 갈 일이다. 그 짐을 지고 어디로 가야할지의 방향을 영화가 제시해주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부끄러움’이라는 주제가 내가 봤던 영화들에서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것 같다. 당장 떠올려도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윤동주’를 선택한 이준익 감독의 판단도 좋았고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 한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 야구중계를 듣다보면 ‘결대로 밀어쳤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일제 강점기, 윤동주라는 재료를 가졌음에도 욕심 부리지 않고 결대로 밀어쳐 홈런을 만든 이준익 감독의 절제력에 박수. 부끄러운 일을 겪기 전에 부끄러움을 생각하고, 부끄러운 일을 벌인 뒤에도 충분히 부끄러워할 줄 아는 윤동주. 그리고 그만큼 매력적인 송몽규 덕분에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니 좋은 영화가 아닐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