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blue
2022.09.22
용기를 가진 이야기
각자의 방식대로 용기를 가진 이야기라 좋았다. 그것이 설령 ‘평범하지 않은’ 모습일지라도, 어릴 때든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난 지금이든, 어떻게든 내 마음을 따라 걸어보려는 이야기라서. 그 끝에 가선 지나온 분노와 원망, 서글픔과 화해하려는 노력을 내보이는 이야기라서. 영화 속 얽힌 관계들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데칼코마니 같다. 혜숙과 명주-명주와 승아 혹은 명은과 승아도 될 수 있겠고, 승아와 카우보이맨-명은과 현아도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고. 나 역시도 이들처럼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가족에 익숙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서로 조금씩 닮은 이들의 모습을 영화 밖 내 가족에게도 손쉽게 포개어볼 수 있었다. 이모와 엄마-언니와 나... 그 덕에 그들의 여정에 더 깊숙이 닿아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자연스레 고민해볼 수 있었고, 이 이야기의 그다음 챕터를 그려볼 수도 있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고 생각하게 하기도 했고.) 혼자 간직하던 지난 시절을 향한 연민과 상처가 만들어낸 이 용감한 여정은 결국 오랜 기억 속 어느 날들의 후회를 보태게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시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마냥 편안하고 아름다운 화해가 아니라 부딪히고 깨지고 소리 지르며 찾아낸 이 새로운 시작은 분명 ‘긴 여행’이 될 테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덜 외로울 거란 생각이 든다. 각자의 울타리 안에 있던 이들이 울타리를 완전히 허물진 못했어도 한 뼘 더 가까워졌음을 느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아, 안경이 깨지도록 맞선 승아가, 부들부들 손을 떨며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던 승아가 참 부러웠다. 솔직해서. 그래서 더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