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잔
타잔

타잔

2022.10.10

오랜만이다, 이렇게 기분 좋은 코미디

사실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노골적으로 사람들을 웃기려는 추임새는 왠지 억지스럽고 그 억지스러움을 느끼는 순간 영화라는 리얼한 공간과는 동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코미디 라고 한다면 자연스러움 앞에서 녹아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자연스러움을 만드는 것이 그리 호락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육사오>는 호락한 상황이 아님에도 코미디적인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저력을 느낄 수 있고, 그러한 분위기에 일조하는 상황과 대사들은 그야말로 정말 웃긴다. 코미디 영화가 많이 제작되지도 않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지 않은 취향에도 <극한직업>은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육사오>는 그 영화 못지 않는 웃음과 재미를 준다. 덕분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에서 커다란 재미가 느껴져서 훨씬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육사오>는 그야말로 코미디적인 이야기다.말도 안되는 이야기속에서 그 이야기를 어떻게 버무르느냐는 순전히 감독의 책임인데 각본가 출신의 박규태 감독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 나름의 코미디 적인 상황들과 대사로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다. ​ 남과북의 군인이 서로 바뀌는 상황도 그렇지만 로또 당첨 쪽지가 바람을 타고 다양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은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라는 사실을 대 놓고 활용한다. 그 활용의 방법들은 영화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도 너무 한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 이지만, 영화가 흘러가는 분위기는 그러한 황당하거나 억지스러움을 느끼기 전에 나름의 신선한 상황들로 재미와 웃음을 먼저 터뜨리게 해서 그러한 오버스러움은 금새 상쇄 시킨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를 다양하게 패러디 했겠지만, <육사오>는 대놓고 코미디 영화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그것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예전에 나왔던 <무서운 영화>나 <재밌는 영화> 같은 패러디 영화와는 다른, 서로의 장점들은 확연하게 보이는 영화다. 그렇지만 <공동경비구역JSA>가 없었다면 등장하지 못했을 여러가지의 에피소드들이 충분히 보이고, 그러한 것들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시너지가 만들어져서 더 재밌는 코미디영화의 의미로 다가올 뿐이다. <육사오>가 작은 저예산 영화라는 것을 감안할때, 적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 하나 하나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각자의 몫에서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영화속 거의 모든 장면들이 의미없이 괜한 멋을 부리거나 치장하지 않고, 코미디라는 한가지의 전제로 끝까지 한눈 팔지 않고 직진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집중하게 만들고 <육사오> 영화 안에서 오롯하게 즐겁고 행복한 코미디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몰입도는 높여준다. 이 영화가 대형 스타배우들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일단, 대형 스타들이 등장하게 되면 그 스타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들로 인해 발생되는 시너지도 있겠지만 오롯하게 배우 한두명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육사오>에서는 그렇게 원톱에 의존하기 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들에게 적절하게 분량을 조절하면서 그들만의 색깔을 입히고, 그 색깔 안에서 맛깔스러운 상황과 대사들은 그들의 분량보다 훨씬 많은 존재감을 만들어 낸다. 고경표와 이이경이라는 두 배우 체제에서 관객들에게 익숙치 않았던 음문석, 이순원, 곽동연, 김민호, 그리고 유일한 홍일점인 박세완까지 주위의 모든 배우들은 낯설고 한번 소비되고 사라지는 캐릭터가 아닌, 서로 다른 존재감으로 영화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면서 빛내고 있다. 만약 이 배우들 속에서 한명이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영화는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흔하게 한번 쏟아내는 코미디 개그와 슬랩스틱 같은 유치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각자의 자신의 몫을 완전하게 채우면서 두 배우의 의존도를 분산시켜 다양한 시선들의 재미가 더해지면서 영화는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연출력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고 각본과 호흡까지 모두가 일체되어야 가능한 것이기에 박규태 감독의 솜씨 있는 연출이 한껏 돋보이는 순간이다. <육사오> 같은 영화 작은 영화 안에서의 관객동원은 쉽지 않다. 그만큼 거대한 자본이 들어간 영화들과 경쟁을 해야 하고, 마케팅 비용에서도 어마한 차이가 발생되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가끔은 다윗이 승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모두의 마음에 희망이라는 씨앗을 심어 놓을 수 있는 작은 동기부여가 되어 과감하게 다윗을 선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육사오>는 충분히 재밌고 즐거운, 잘 만든 코미디 영화지만, 이러한 의미에서도 반가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