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KinoDAY
2022.11.07
<그 남자, 좋은 간호사> 연쇄살인범보다 무서운 병원
찰스 그래버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미국의 간호사 연쇄살인범 찰스 컬린의 이야기를 다룬다. 찰스 컬린은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10개의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40명에 달하는 환자를 약물로 투여해 살해했다. 그는 397년 형에 처해 복역 중이며, 그가 시인하지 않은 범죄들까지 합하면 피해자는 4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화는 이 섬찟한 사건을 소름 돋게 그려낸다. 보다 보면 살인범의 행적이 무서운 건지, 그의 범죄 행각을 묘사하는 영화의 방식이 무서운 건지 헷갈릴 정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스릴러의 진수가 느껴지는 대목은 컬린의 범죄 수법이 드러나는 순간도, 그가 마침내 범죄를 인정하는 순간도 아니다. 영화를 끝내는 자막이 보이는 때다. "병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제목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우선 좋은 간호사인 찰스를 비춘다. 수많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헛되지는 않은 듯, 처음 출근한 병원에서도 찰스는 일을 곧잘 해낸다. 시스템을 알려주면 바로 적응한다. 돌발상황이 생겨도 에이미가 나서기 전에 수습해낸다. 붙임성이 좋아 환자들의 고충도 순식간에 해결한다. 동료도 놓치지 않는다. 그는 근무 중 과호흡 때문에 괴로워하는 에이미를 발견한다. 그에게 자신의 병과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하는 에이미. 그러자 찰스는 자신이 도와줄 테니 걱정할 것 없고, 넉 달만 버티자며 에이미를 독려한다. 자신이 옆에 있으니 혹시 쓰러지거나 병원에서 그녀의 병력을 눈치챌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안심시킨다. 아무도 모르게 필요한 약을 가져다주며 그녀를 도와준다. 심지어 찰스 컬린은 병원 밖에서도 좋은 남자다. 그의 따뜻함 덕분에 에이미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찰스를 받아들인다. 일 때문에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해 딸과 불화가 생긴 에이미는 찰스 덕분에 딸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한다. 첫째 딸의 연극 대본 암기를 도와주고, 집안일도 함께 하고, 휴무인 시간을 함께 보낸다. 에이미가 응급 상황에 대비해 큰딸에게 병과 증상을 털어놓을 때도 옆에서 대화의 물꼬를 튼다. 충격이 덜할 수 있도록. 그렇게 에이미는 찰스에게 점점 더 의지한다. 하지만 에이미가 아는 찰스와 시청자가 아는 찰스는 영화 오프닝 시점부터 다르다. 그 덕분에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긴 호흡으로 서스펜스를 유지할 수 있다. 에이미가 등장하기도 전에 영화는 중환자실에 있는 찰스를 보여준다. 환자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자 찰스는 곧바로 CPR을 실시한다. 코드블루를 들은 다른 의료진이 하나둘 모이자 그는 자리를 교대하고 한쪽 구석으로 빠진다. 다른 이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그는 숨을 돌리며 조용히 죽어가는 환자를 주시한다. 마치 환자가 확실히 죽는 건지 관찰하는 것처럼. 카메라도 그의 시선을 차분히 담아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