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하사탕> 아픈 현대사를 다루는 방식, 잊지 못할 마스터피스 칸영화제에 또다시 가게 되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버닝>의 개봉과 함께 21세기 한국 영화 첫 마스터피스 <박하사탕>이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했습니다. <박하사탕>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한국 영화 개막작이자, 제3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등 세계적인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혹은 영화를 좋아한다면 <박하사탕>의 유명한 장면. 철로 위에서 울부짖는 '나 다시 돌아갈래' 이후 철길을 역행하는 시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지천명 아이돌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설경구 배우와 달콤 쌉싸름한 박하사탕 같은 문소리 배우의 지금은 유명해진 김인권, 공형진 배우의 신인 때 모습을 18년 만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 보긴 봤는데, 생각도 잘 안다고 충격적인 장면 몇 몇만 남아있어 이번에 재관람을 했습니다. 예전엔 박하사탕의 여러 은유와 아픈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그저 한 개인의 망가진 삶 정도로만 인식했었습니다만. 성인이 된 후 다시 본 <박하사탕>은 인생의 막장에 다다른 한 남자의 절규이자 국가폭력 희생자를 위로하는 진혼곡처럼. 영화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위로하고 있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정적 순간에 늘 기차가 지나가는 것, 두려움이 찾아오는 시점에는 다리는 저는 것 등 세심하게 연출한 흔적이 역력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에 대한 공감이 깊어지는 곱씹게 되는 영화입니다. 무엇보다도 생각했던 엔딩도 전혀 달라서 놀랬습니다. 영호는 정말 시간 여행을 했을까요? 1999년 봄, '가리봉 봉우회'에서 허름한 행색으로 나타난 마흔의 영호(설경구). 20년 전 그곳에서 스무 살 첫사랑 순임(문소리)을 만났고, 사흘 전 봄, 94년 여름, 87년 봄, 84년 가을, 80년 5월, 마침내 79년 가을까지. 직업도 집도 가정도 잃어버린, 20년을 되돌리고 싶은 한 남자의 시간 여행은 망가진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개인의 기구한 인생이었습니다. "삶은 아름답다" '삶은 아름답다'. 영호가 고문하던 대학생의 일기장에 적힌 글귀이자, 영호가 가구 사장이었을 때 우연히 만난 사내에게 건네는 이야기기죠. 영호는 자기 삶이 아름답지 못해 일부러 조롱하듯 건대는 비웃음입니다. 한 회 한회 기차가 역주행해 갈 때마다 마주하는 씁쓸하고 아픈 인생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순수했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모든 인간의 욕구일 겁니다. 영화에서 영호와 순임은 2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호의 아내 홍자(김여진)의 삶은 계속 될 것입니다. 사랑(가치관, 성향)이 변질됐지만 그 이후의 인생을 보란 듯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삶은 언제나 힘들고 당신을 속일지라도 누가 누구의 인생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 없을 겁니다. 누구의 인생이든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겁니다. 곧 5월 18일이 다가옵니다. 아픈 역사지만 잊고 지우려고 할 때 우리의 역사는 전진 하지 못해 후퇴합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 개봉을 앞두고 의미 있는 영화 한편 추천합니다. 다시 <초록물고기>, <밀양>, <시>를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찬란했던 시절을 소환하는 영화 <박하사탕>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찬란히 빛나는 한국 영화의 마스터피스입니다. 지금보니 설경구 배우가 맡았던 다양한 캐릭터들이 영호라는 인물 속에 이미 녹아들어가 있더군요.

https://blog.naver.com/doona90/22127162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