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란가
2022.11.23
인생에 멀티버스는 없다.
뒤늦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상.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스타일의 영화라는 느낌? 멀티버스 영화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딱히 멀티버스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었다. 양자경도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영화의 진정한 빌런으로 보였고. 영화에 등장하는 멀티버스는 전부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 양자경의 머릿속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양자경은 부모의 말도 듣지 않고 남편의 말도 듣지 않고 딸의 말도 듣지 않고 온통 자기 생각뿐. 자기가 불행한 것도 자기가 아닌 가족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멀티버스 속 수많은 양자경 중 최악 상태인 양자경이 바로 주인공인 양자경이라는 건데, 그렇게 무수히 많은 멀티버스 속에서 실패의 실패만 거듭한 최악의 나 치고는 양자경의 인생은 생각보다 평범하다. 지금 상태보다 더 최악이 진짜 없을까? 남자들이 모여서 군대 얘기하면 대부분 자기가 복무했던 곳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 다른 군생활은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인생에 if(멀티버스)는 없으니까. 영화 속 멀티버스가 대부분 황당하거나 코믹하게 그려지고, 어디서 본 영화의 한 장면 같고, 멀티버스로 가는 장비들도 허접하고, 등장인물들도 다 양자경 주변 인물들인 걸 보면 더 그렇다. 그래서 해피엔딩이지만 해피엔딩이 아닌 영화. 나에게는 가족영화가 아닌 양자경의 성장 드라마였지만 현실 속의 양자경 같은 사람은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멀티버스를 겪을수도 없고, 스스로 고민해서 자기 잘못을 깨닫고 사람이 변하는 경우도 잘 없기 때문에 결국은 판타지 결말. '멀티버스처럼 수많은 가족 영화의 결말 중 하나를 보여주겠지만 이건 영화에요. 현실은 이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게 슬펐다. 수많은 상징과 패러디 등 해석해볼만한 게 꽤 많이 등장하지만 그런 것들도 결국 에반게리온 스타일.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마지막편 엔딩과 이 영화의 엔딩은 완전히 같은 것처럼 느껴졌고 전체적인 이야기도 에반게리온에 대한 감상과 비슷하다. 점수는 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