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upreme
2022.12.03
스포일러 주의!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것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이미 있을 겁니다.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새로운 이야기를 할만한 능력은 없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이야기는 조금 더 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덧붙여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안보신 분이 있다면 스포가 있으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장 부호 없는 글, 그리고 그에 비슷하게 사운드트랙이랄게 없는 건조한 화면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작가 코맥 맥카시는 이미 다양한 글에서 이러한 스타일을 드러낸 바 있죠. <더 로드>, <크로싱> 등등... 영화나 소설 상에서 묘사되는 시기는 70년대 혹은 80년대 (*나무위키 상으로는 1980년이군요) 정도로 보이는데, 일종의 혼란기로 묘사가 됩니다. 알 수 없는 연쇄 살인마와 범죄의 시대로 그 시기를 그리고 있는 셈이죠. 결국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는 보안관 '벨'의 이야기로 굴절된다고 봐야할 겁니다. 자신만의 룰에 충실한 '안톤 쉬거'도, 불가해한 재난에 저항하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르웰린 모스'의 이야기도, 혹은 결국 당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묻는 '칼라 진 모스'의 이야기까지도. 결국 불가해한 방식으로 다가오는 사건들에 대해 보안관이 느끼는 무기력감이 이 영화에 짙게 배어 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안톤 쉬거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화는 역시 주유소 주인과의 대화일 테고, 개인적으로 삭제되어서 아쉬운 부분은 갱단 보스와 나누는 대화(라기 보단 일장 연설)입니다. 동전 던지기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다크 나이트>의 '투페이스'와 닮아있는 듯 다릅니다. 철저하게 목적 지향적 이야기를 던지는(그 것 때문에 결혼했군.) 독특한 대화 방식은 확률과 운에 기대는 투페이스의 방식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일종의 무기와 도구로서 본인을 바라보는 자세가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결정된 운명에 따라 재난을 공평하게 내리는 방식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점에서 갱단 보스에게 내가 왜 벅샷을 쐈는지 아냐는 이야기가 삭제된 건 아쉽습니다.) 아이러니컬 한 것은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이겠죠. 그 안톤 쉬거도 이해할 수 없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교통 사고를 겪고 '협상'을 통해서 살아남으려 합니다. 불가해한 모든 순간에 대해 안톤 쉬거도 일종의 불가해한 재난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한낱의 인간일 뿐이겠지요. 저는 코엔 형제의 영화를 일종의 '헛소동'으로 표현했던 어떤 평론가의 평가가 떠오릅니다. 이야기는 커지고, 실체는 어느 순간에 사라져버립니다. 그렇기에 코엔 형제의 영화들은 블랙 코미디가 되거나, 이 영화처럼 씁쓸하고 허무한 하드보일드한 작품이 되어버리곤 하는 셈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