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맨드로바
2022.12.18
물의 길
13년 전 관객들은 <아바타>를 통해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판도라’라는 위성이자 공간적 배경은 정말로 있을 것만 같은 사실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면서 실제로 체험한 듯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선사했습니다. <아바타>를 몇 번이고 봤다면 이젠 질릴 법도 하죠. 그럼에도 ‘제임스 카메론’은 우리가 본 ‘판도라’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또 다른 공간으로 초대합니다. 이건 감독으로서는 최선이자 필수불가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속편을 만들기로 계획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공간을 변주하지 않는 한 관객 입장에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제이크’네 가족을 숲에서 바다로 옮긴 것과 같은 나비 족이지만 오마티카야 부족과 확실히 다르게 생긴 멧케이나 부족을 탄생시킨 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이크’네 가족이 피신 온 멧케이나 부족 마을은 물과 친합니다. 바닷가에 자리 잡았고, 바다 속 생물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으며 물속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진화 했습니다. 스킴윙, 툴쿤을 비롯한 새로운 생물들의 디자인은 1편의 이크란, 토루크 만큼이나 인상적이었고, 물을 표현한 시각효과도 사실적으로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제이크’네 가족 구성원은 나비 족과 아바타, 그 사이에 태어난 순혈과 혼혈, 인간 등 다양합니다. 게다가 순혈 나비 족은 손가락이 네 개이지만, ‘로아크’(브리튼 달튼)나 ‘키리’는 본래 인간이었던 ‘제이크’와 ‘그레이스’박사의 영향으로 인간처럼 손가락이 다섯 개입니다. 결국 그들은 혼혈이라는 이유로 같은 또래의 멧케이나 족 애들로부터 차별받고 따돌림 당하기도 합니다. 인간인 ‘스파이더’도 본인을 나비 족이라 생각하지만 인간들처럼 판도라에서는 숨을 쉬지 못해 산소마스크를 써야 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일종의 거대한 고래와도 같은 ‘툴쿤’들 중 ‘로아크’와 친해지게 된 ‘파야칸’은 모종의 사유 때문에 몸도 다치고 동족들에게서 쫓겨납니다. 극 중 주역들을 제외하고 가장 큰 활약을 하는 캐릭터가 추방자 내지 이방인이라 불리는 ‘로아크’ ‘키리’ ‘파야칸’이란 걸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가족 간의 유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반 가족들과는 확연히 다른 인종적 구성 때문에 하나로 뭉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들의 유대감은 가정이라는 이름하에 모일 수 있게 되고, 그들이 어딜 가든 무슨 일을 겪든 ‘우리 가족은 하나이며, 절대 흩어지지 않으리라!’는 외침을 영화 내내 뱉어내고 있습니다. 전작이 토착민인 원주민과 지배자인 유럽인의 갈등, 탄압 등을 주제로 삼고 있다면 2편은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자연착취와 환경파괴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시 판도라로 돌아온 인간들은 이번엔 판도라를 인간들의 정착지로 삼아야겠다면서 툴쿤의 뇌 속에서 인간의 노화를 막아준다는 ‘암리타’라는 물질을 캐내려고 기를 씁니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주제를 3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다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적잖아 있었습니다. 2편에서 나비 족과 인간들의 전투는 사실상 ‘쿼리치’와 ‘제이크’ 개인 간의 복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그 전투 규모도 1편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아져서 어마어마한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습니다. 액션 장면은 대부분 후반부에 몰아넣고, 나머지는 ‘제이크’가족의 새로운 적응기와 서로 다른 부족들 간의 갈등, 새로운 판도라 세계 체험을 위한 CG로 채워져서 전개가 늘어지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긴 상영시간 동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키리’가 얻게 된 능력과 그녀의 출생의 비밀, 나오다 만 것 같은 ‘스파이더’에 관한 떡밥 등 풀리지 않은 숙제를 다음 편에 떠맡기는 것 같아서 모든 부분이 처음부터 결말까지 완벽하게 만족스럽진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다음 편이 기대되는 건 사실이라서 그때까진 기대해 볼 생각입니다. 대신 스토리텔링 부분은 크게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