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17

2018.06.04 22:57:38
아이의 찌푸려진 미간에 담긴 진실
브런치 무비패스에서 먼저 관람하였습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정 내의 불화와 이혼에 대한 객관적인 관점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초등학교 때 즘 부모님이 많이 다퉜던 때가 있다. 이혼의 말까지 오고갔던 그 때의 나는 공포에 질려있었다. 하지만 공포에 질리지 않은 척, 태연하려고 애썼다. 집에서 벌어졌던 그 일에 대해서 외부의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했다. 그들의 시선에서 볼 때 그 문제는 외부의 문제 였으며 그 일에 대해 판단하기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3자로써 양 쪽의 의견을 궁금해하게 된다. 그 복잡한 내 가정의 문제를 일일이 설명하긴 어렵다. 그건 말 그대로 아주 개인적인 문제 이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가정 내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양쪽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여 판단한다. 잘못의 경중을 떠나 아빠와 엄마, 모두에게 아이에 대한 동등한 권리가 있으며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에 대한 교육을 할 책임이 있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그 관점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가정법원 이혼 심리에서 변호사를 대동한 부모는 각자의 입장을 판사에게 설명한다. 아이의 입장도 판사의 입을 빌려 편지 형식으로 제시된다. 영화의 시작점에서 그 문제는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 성격차이로 벌어질 수 있는 이혼 과정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최대한 부모의 입장이 공평하게 전달되는 것 처럼 보인다. 각자 상황에서 느끼는 불만들도 관객입장에서 일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들 줄리앙의 찌푸려진 표정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가정 문제

짧은 법원 장면이 끝난 후 결론은 바로 제시된다. 부모에게는 두 아이가 있다. 큰 딸 조세핀(마틸드 오느뵈)은 성인이어서 본인에게 선택권이 있지만 작은 아들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은 아직 미성년이어서 법원은 격주로 주말에 아빠(앙투안-데니스 메노체트)와 만나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엄마(미리암-레아 드루케)는 최대한 저항해보지만 고소한다는 아빠의 말에 결국 줄리앙을 보낸다. 아빠와 함께 있는 내내 줄리앙의 미간은 찌푸려진다. 차 속에서 클로즈업으로 비추는 줄리앙의 얼굴엔 왠지 모를 불안함이 있다.

줄리앙의 시선으로 당사자의 감정을 느끼게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가정의 문제를 쉽사리 결론 낼 수 없다. 영화 속에 제시되는 단편적인 정보 만으로는 아빠와 엄마 둘 만의 문제처럼 보인다. 각자가 갖고 있는 문제 때문에 이혼한 것처럼 구성되어 있는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을 높인다. 그 긴장감을 높이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아들 줄리앙의 반응이다. 불안함은 점점 공포로 바뀐다. 미성년의 입장에서 아빠의 불안정한 모습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 엄마와 있을 때 아빠가 폭력적으로 변한 것을 본 줄리앙은 최대한 아빠와 엄마의 접촉을 막는다. 줄리앙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거짓말이다. 그 거짓말이 통하지 않을 때 보는 우리는 숨이 턱 막힌다.

영화 후반부에서 결국 아빠 앙투안은 이성을 잃는다. 그것이 가족에게 그가 평소에 보였던 모습일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애써 균형을 잡으며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후반부 모든 설명을 한 번에 하듯이 한쪽으로 기운다. 그리고 엄마와 딸, 아들의 공포심과 상황을 이해시킨다.

외부의 시선이 배제되는 가정 내 폭력

모든 가정 내 폭력은 외부의 시선이 철저히 배제된다. 외부의 시선이 개입되려면 그 가족에 대한 세세한 사항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부분은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계속 폭력을 당하는 것에 대해 답답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 상황을 도망칠 수 있는데 못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줄리앙이 도망쳤다 다시 아빠에게 돌아가듯이 공포에 사로잡힌 그들에게 선택권이 많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상황을 외부에 일일이 다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 재판 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법과 제도 안에서는 이런 가정폭력을 모두 다 막을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를 주려 노력한다.

영화의 맨 마지막 앞 집의 할머니가 열린 문을 통해 앞 집의 상황을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을 때 엄마 미리암은 망가진 문을 닫아버린다. 그런 외부의 시선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싸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빠가 풀려나면 다시 맞이해야 할 일일 것이다. 어느 곳으로 도망쳐도 오히려 법이 그를 다 막지 못하고 다시 가족에게 이끌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끈, 부부라는 끈은 이런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질기게도 붙어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끊어질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영화 속 공포스런 일이 끝났늘 때 펑펑 울던 줄리앙과 엄마의 모습에서 그들의 절망감과 안도감을 느낀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한 시간 반 정도 듣고 같이 공포를 체험했지만 그들은 문을 닫아 버렸다. 우리는 결국 그들에게 외부인일 뿐이다.

외면하지 말아야 할 시선

그들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끔찍한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겪고있다. 그들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다가가려고 노력할 때 결국 그들도 문을 열지 않을까?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다. 하지만 다루는 주제는 전 세계 공통적인 문제다. 영화는 이것을 최대한 건조하게 다룬다. 한편으로는 아이의 시선으로 상황을 조망하는 것 같기도 하다. 줄리앙을 연기한 토마 지오리아의 연기가 우리에게 현실감을 더한다. 그의 눈빛과 미간이 흔들릴 때 우리는 똑같은 공포를 느낀다. 마치 그 상황에 있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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