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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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

2018.01.08

일본 영화 <용의자 X 의 헌신>은 썩 괜찮았다. 원작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그 원작을 촘촘히 영화적인 특색을 입혀서 스릴러를 가장한 로맨스물임을 적절히 잘 살렸다. 워낙 원작 소설이 유명하기도 했고, 그 원작자가 추리소설가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던 인물이기에 추리적인 내용들이 충분히 재미있었다. 이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한다는 소식은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였다. 이미 영화적으로 충분히 재미있었고, 추리물이다 보니 반전이 모두 오픈 된 상태에서 - 그것도 소설, 영화 두 버전 모두 - 이 추리를 다시 새롭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본 영화도 충분히 잘 만들어졌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다시 영화적으로 입힐 '꺼리'가 없어 보였다. 이 추리를 가장한 로맨스 물은 영화 내용 상 더 이상 영화적으로 살리기 힘들었다고 판단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걱정스러운 <용의자 X>는 일급 배우들의 조합으로 약간의 기대심리가 생기게 됐다. 류승범, 조진웅, 거기에 이요원까지 합세했다. 이 조합으로는 섣불리 '허튼짓'을 하기란 쉽지 않은 조합이다. 그런데 불안 요소는 감독이다. 연기자로 유명했던 여류 배우 방은진이다. <오로라 공주>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자 혼자 단독 주연이라는 것 외에는 사실 별다를 것 없는 영화 였다. 영화는 특징이 없었고 감독이 색깔도 표현해 내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입봉작 한편 가지고 판단할 수 는 없지만 그래도 '배우' 방은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감독 보다는 계속 배우를 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용의자 X>는 <오로라공주>때 보였던 딱 그만큼의 작품이다. 특별할 것 도 없고 평범하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장면도 이야기도 없다. 일본 영화 <용의자X의 헌신>을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본 영화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 주인공 이름과 장소가 한국이라는 것만 바뀌었을 뿐 에피소드와 사건 등등 모든 것이 빼다 박았다. 리메이크 이니 당연한거 아니냐고 우긴다면 뭐하러 리메이크를 한단 말인가. 리메이크란 다시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뜻에는 다르게 다시, 다른 시각으로 다른 생각으로 만든다 라는 것이기도 하다. 같은 옷도 여러 사람이 입으면 그 느낌은 모두 다른 것 처럼, 서바이벌 프로그램 참가자가 부르는 우리가 알고 있던 노래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하는가 말이다. 이런 것이 리메이크 다. 영화를 창조의 예술이라고 한다면 아쉽게도 <용의자 X>는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긴 힘들어 보인다. <용의자X> 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일본 영화와는 다르게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생략해 버렸다. 아니 생략한 것이 아니라 연출력이 이 부분을 표현하지 못했다 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주인공은 수학 천재 이고, 이 천재적인 두뇌를 관객들에게 확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필요한데 꾸부정한 추임새와 세상사에 관심 없는 표정과 말투, 그리고 기껏 기타줄 튕기는 아이에게 하는 수학에 관한 몇 마디 만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수학천재를 표현하는 것은 무리다. 일본 영화에서는 이 수학천재의 라이벌이였던 물리학자가 나와서 둘이서 벌이는 두뇌싸움이 가장 볼만 했는데 <용의자X>에서는 이런 추리적인 두뇌싸움 같은 것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한 남자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사랑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 하지만, 이 원작에서 추리와 반전을 제외 한다면 사랑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용의자 X>는 그 사랑의 설득력이 일본영화에 비해 훨씬 가벼워 보이고 억지스럽기 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순전히 감독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류승범, 조진웅 등 그들의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그리 만족 스럽지 않다. 이 영화나 소설의 일본 팬이 <용의자 X>를 본다면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겠다. 나도 <8월의 크리스마스> 일본판을 보고 기분이 안좋았던 것 처럼 말이다. <용의자 X 의 헌신>을 보신 분이라면 굳이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