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한한 경쟁에 지친 당신에게 추천하는 다큐필름, <다시 태어나도 우리>

-린포체, 앙뚜 '아이를 모시는 스승'이라는 포스터 문구에서 처럼 노승 우르갼은 어린 앙뚜를 모시며 살아간다. 앙뚜가 이처럼 보살핌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아이가 티베트 불교의 고승이 환생한 존재인, 린포체이기 때문이다. 노승 우르갼은 어느 날 자신의 인생에 불쑥 찾아온 린포체 앙뚜를 자신의 운명과 업보라 여기며 앙뚜를 정성으로 보살핀다.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앙뚜와 노승의 삶에는 티 없는 맑음과 사랑이 가득하다. 우르갼과 앙뚜가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에서 단순한 사제지간을 넘어서는 단단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문창용 감독은 <씨네21> 인터뷰에서 EBS 다큐멘터리 촬영 차 방문한 마을에서 노승 우르갼과 그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꼬마 앙뚜를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역시 앙뚜와 우르갼이 특별하게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을 잊을 수 없어 나중에 라다크를 재방문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찍어 지금의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들의 눈빛에는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감정과 세월이 담겨있고,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그 관계에 주목한다. -둘이니까, 괜찮아 영화를 통해 전해오는 두 사람의 표정과 눈빛이 마냥 행복하다고 해서 그들의 삶에 고난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앙뚜는 본래 티베트 사원의 고승이었지만 이역만리 떨어진 라다크에서 환생했기 때문에 라다크의 사원에서는 그를 더이상 모실 수 없게 됐다. 우르갼 또한 나이가 많아 언제까지고 앙뚜를 옆에서 모실 수도 없는 상황이며, 무엇보다 앙뚜는 자신의 사원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결국 둘은 라다크에서 티베트로 향하는 긴 여정을 시작하고, 언제라도 쓰러질 것 같이 위태해보이지만 지친 기색없이 나아가는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현대 문명, 과학 문명에 익숙해진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그들의 노력이 무모하고 다소 허황하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볼수록 고도화된 문명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기준에서 빈곤하고 불행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그들은 작은 재미에도 아이처럼 웃는다. 그리고 앙뚜는 힘들지만 둘이어서 이 모든게 괜찮다고 천진하게 말한다. -눈이 없어도 눈싸움은 할 수 있는 것처럼 눈이 아직 내리지 않았지만 헤어지기 전에 둘은 마지막으로 눈싸움을 하며 즐겁게 논다. 눈도 내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눈싸움을 해요,라는 앙뚜의 질문에 우르갼은 눈이 있다고 생각하면 되지요, 하고 답한다. 그리고 둘은 누구보다 재미있게 눈싸움을 즐긴다. 아마 현대사회의 가치 판단 기준에서는 우르갼과 앙뚜가 가진 믿음이나 마을의 인도 사람들이 지닌 종교적 믿음이 아예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허황된 것으로 여겨지며 가치 절하될 것이다. 주류로 여겨지는 삶과 반대의 삶도 존재하며 그 속의 앙뚜와 우르갼이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는 사실들이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지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게 무엇인지 곧 짐작하게 된다. 물질은 충만해도 너무 빈곤하지 않니, 순수한 웃음을 언제 지어봤니,하는 물음이었다. -존재한다는 사실로 위로가 되는 둘. 앙뚜와 우르갼의 삶을 보면서 무엇보다 위로받은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대학을 다니면서 시험과 과제와 상대평가라는 절대 경쟁 체제에 놓이면 점점 나 자신이 너무 차가워진다는 사실에 슬퍼질때가 있다. 평소에 짓는 표정도 점점 안좋아지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할 겨를도 없어지는 모습을 나 스스로가 견디기 힘들다. 내가 주로 지내는 공간만이 내 세계의 전부처럼 느껴지면서 점점 시야를 넓게 두기가 힘들어지는데, 간혹 이런 영화를 만나면 내가 겪은적 없는 세계가 나에게 들어오는 느낌이다. 같은 하늘을 공유하면서 이렇게도 다른 삶을 살고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누군가가 발견해서 나에게까지 전달해줬구나, 하는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지구는 둥글다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지구는 네모난 모양이 아니고 둥그니까 어딘가에 살고 있을 앙뚜의 이야기가 끊기지 않고 나에게 전달됐다. 지금 이 순간에 숨쉬고 있을 앙뚜와 우르갼이 나에게 위로가 되기에 나 자신도 따뜻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적어본다. 고로 많은 일에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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